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최덕일 변호사가 만난 사람
“누나가 방법을 알려 준다고?”
현호는 의아한 눈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고모의 약점이 될 만한 것을 알고 있어. 네가 큰아버지의 계획을 막는 것을 도와주면 고모의 약점을 알려 줄게.”
제법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기는 했다.
사실 전생에서 고모와의 교류가 거의 없었기에 그녀에 관해 아는 게 많지 않다.
그런 사정으로 그녀가 송우전자 차명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도 큰형 엄현식에게 의결권을 넘길 때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의 약점을 알게 된다면 고모가 큰형을 지원하는 걸 미리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현호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점검해야 할 게 있다.
“누나가 약속을 지킨다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지?”
그녀는 아버지의 약점을 알아내려 여상길을 횡령범으로 만들려는 시도까지 했었다.
자신이 그녀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걸 인지했는지,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그래, 네가 날 못 믿는다는 거 알아. 하지만 약속할게. 만약에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네가 가진 자료를 세상에 공개해도 돼.”
“……!”
의외의 대답이었다.
현호는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그녀의 눈에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잠시 속여 이 상황을 모면하려는 간사함은 보이지 않았다.
현호는 이제 결정해야 한다.
“좋아. 협력해.”
* * *
“엄상현 회장님께서 장외에서 송우리조트 주식을 매입하려는 걸까요?”
엄수경과 헤어지고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면서 최명준 실장이 물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엄상현 회장이 송우리조트 대주주를 만난 것은 직접 주식을 매입해 송우리조트를 장악하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왜죠?”
“그 방법은 엄수경 사장에게 들키기 쉬우니까요.”
“아……! ”
“자칫하면 송우바이오 주식이 성국 안명기 회장에게 넘어가는데, 회장님이 그렇게 표가 날 방법을 쓸 리가 없죠.”
최명준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그렇네요. 표를 낼 리가 없죠. 그렇다면 회장님은 왜 송우리조트 대주주를 만났을까요?”
“회장님만의 생각이 있으신 거겠죠.”
“엄수경 사장님과 협력하기로 한 게 잘한 걸까요?”
걱정 어린 표정으로 최명준이 얘기하자 현호는 의아한 듯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요?”
“회장님의 계획을 알아보겠다고 하셨잖아요. 제 생각에는 회장님의 계획을 알아내는 건 너무 어려운 일 같은데요.”
“음…… 쉽지는 않겠지만 알아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예……?”
놀란 최명준이 눈을 크게 떴다.
그 모습에 현호는 피식 웃으며 얘기했다.
“회장님이 직접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확실해요.”
“그렇겠죠.”
“최 실장이 회장님이라면 자신이 움직이지 않고 어떻게 일을 진행시키겠어요?”
“저 같으면…… 아!”
최명준이 머릿속에 뭔가 떠오른 듯 대답했다.
“회장님이 가장 믿는 측근이 움직이겠군요?”
“맞아요. 그게 누구인지도 짐작할 수 있어요?”
최명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최덕일 변호사님이요.”
“내 생각도 그래요.”
“그렇다면 최덕일 변호사님의 최근 움직임을 알아야겠군요?”
“그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죠.”
현호의 얘기에 최명준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최덕일 변호사의 비서겠네요.”
그의 대답에 현호는 말 대신 미소로 응답했다.
그러자 최명준이 다음 말을 이어서 했다.
“최덕일 변호사 비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부탁해요.”
* * *
그 후, 최명준이 빠르게 움직인 덕에 최덕일 변호사의 비서에 대한 정보를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었다.
“예. 어느 병원이죠?”
최명준이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암 병동이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수고했어요.”
통화를 끊은 최명준은 사장실로 들어갔다.
“사장님.”
“무슨 일입니까?”
“최덕일 변호사의 비서, 신현미 씨에 대해 알아낸 게 있습니다.”
“뭡니까?”
“신현미 씨 부친이 간암으로 투병 중이시랍니다.”
“아…… 그렇군요.”
“치료비가 많이 들 텐데, 제가 직접 가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치료비를 지원하는 대가로 최덕일 변호사의 스케줄에 대한 정보를 얻겠다는 것이다.
현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그렇게 하세요.”
최명준이 신현미를 만나러 가는 바람에 현호는 혼자 퇴근해서 집으로 왔다.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고 다과를 하는 동안에도 아버지 엄상현 회장은 송우리조트나 송우바이오에 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시간을 보낸 후 방으로 돌아왔을 때, 최명준 실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사장님, 신현미 씨를 만나서 얘기했습니다. 최덕일 변호사의 최근 6개월 스케줄을 제 개인 이메일로 보내 주기로 했습니다.]
그의 얘기에 현호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알겠어요. 수고했어요. 내일 회사에서 봅시다.”
“예, 사장님.”
* * *
“음…… 아직까지 특이한 것은 없는데요?”
최명준 실장이 실망한 듯한 기색으로 얘기했다.
그는 현호와 함께 신현미가 보내 준 최덕일 변호사의 스케줄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그녀에게서 받은 6개월의 스케줄 중 5개월분을 살폈으나 특별한 움직임이라고 생각될 만한 것은 없었다.
“최근 1개월 분량이 남아 있으니, 끝까지 봅시다.”
“예.”
그렇게 남은 분량의 스케줄을 살피는데, 평범한 이름만이 덩그러니 적혀 있는 날이 있었다.
“강종수?”
그 이름을 발견한 현호가 최명준 실장에게 물었다.
“강종수라는 이름 들어 본 적 있어요?”
최명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 이름으로 떠오르는 얼굴이 없습니다.”
“이름만 있으니 누구인지 알 수가 없네요.”
“간단한 회사명도 적혀 있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송우그룹 계열사 임원이 아닐까요?”
현호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다른 스케줄을 보면, 이렇게 이름과 함께 송우화학 이사라고 적혀 있잖아요. 그런데 강종수 이름만 있다는 것은 비서도 모르는 사람일 수 있어요.”
“아, 그럴 수 있겠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신현미 씨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겠습니다.”
현호는 허락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최명준이 휴대폰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내 준 것은 잘 받았습니다. 압니다, 곤란하다는 거. 하나만 묻고 끝내겠습니다. 예. 강종수라는 사람이 누군지 압니까? 아,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최명준의 표정이 어두웠다.
“사장님, 신현미 씨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송우그룹 사람이 아니겠군요.”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엄수경 사장에게 전화를 해 봐야겠어요.”
“엄수경 사장님요?”
“만약, 송우리조트 관련 사람이라면 엄수경 사장이 알 수도 있으니까요.”
“아! 예.”
현호는 바로 엄수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그녀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현호야, 무슨 일이야?]
“누나가 아는 사람 중에 강종수라는 이름 있어?”
[강종수? 아…… 어디서 들어 본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 이름은 왜?]
“아버지 계획을 알아봐 달라고 했잖아. 조사 중에 알게 된 이름이야.”
[어머! 그러니?]
순간적으로 들뜬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기억을 떠올리려고 했다.
[아, 잠깐, 강종수, 강종수……. 어디서 들어 본 이름 같기는 한데. 아! 잠깐만, 내 비서에게 물어볼게.]
잠시 후, 흥분한 듯 톤이 높아진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호야, 알았어! 강종수가 누군지 알았어!]
“누구야?”
[라이트랜드 임원이었어. 내가 사모펀드 투자 계약하러 갔을 때 다른 임원과 함께 만났던 사람이야. 이제 얘기해 줘. 왜 강종수, 그 사람에 대해 물은 거니?]
“최덕일 변호사가 강종수를 만났어.”
[뭐, 최덕일 변호사가?]
소스라치게 놀란 듯 잠시 멍해진 엄수경이 말이 없었다. 그러다 다시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최덕일 변호사가 그 사람을 왜 만나? 비서 얘기로는 라이트랜드에서 퇴사했다는데.]
“퇴사했다고?”
[그래. 그 사람은 내 펀드 담당자도 아니었어. 그러니까 내가 기억을 못 했지.]
퇴사한 라이트랜드 직원을 만났다고?
더구나, 엄수경의 펀드 담당자도 아니다.
왜……?
[현호야.]
생각에 잠겨 아무런 말이 없자 조바심이 난 엄수경이 현호를 불렀다.
그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현호가 대답했다.
“누나, 좀 더 알아봐야겠어.”
[내가 도울 건 없니?]
“그런 일이 필요하면 얘기할게.”
[그래. 뭔가 알게 되면 내게 얘기해 줘.]
“그럴게.”
그녀와 통화를 끊자 곁에 있던 최명준이 얘기했다.
“사장님, 최덕일 변호사가 라이트랜드 직원을 접촉했다면, 엄수경 사장님의 사모펀드와 관련이 있을 거 같습니다.”
현호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도 그래요. 최 실장, 최대한 빨리 강종수에 대해 알아보세요.”
“예, 사장님.”
최명준이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로 나갔다.
혼자 있게 된 현호는 생각에 잠겼다.
굳이 퇴사한 라이트랜드 직원을 접촉했다는 건…….
‘아, 어쩌면……!’
한 생각이 현호의 머리를 스쳤다.
* * *
며칠 후.
현호가 탄 승용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자산운용사를 개업했다고요?”
“그렇습니다.”
현호의 물음에 최명준이 대답했다.
“라이트랜드 한국 대표와 갈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퇴사하고 자산운용사를 설립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최덕일 변호사가 왜 강종수 씨를 만났을까요?”
“오늘 강종수 씨를 만나면 알 수 있겠죠.”
현호는 짐작하고 있는 게 있지만 얘기하지는 않았다.
“강종수 씨는 오늘 만남을 투자 상담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겠어요.”
현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펼쳐질 상황을 이해했음을 보였다.
한참을 더 달린 현호의 승용차가 한 빌딩 주차장으로 들어와 멈췄다.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현호는 최명준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6층에서 멈춰 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현호와 최명준은 한 사무실로 들어갔다.
직원에 의해 사장실로 안내된 두 사람.
“아이고, 최명준 씨, 어서 오세요.”
안경을 쓴 중년의 남자가 밝게 웃으며 최명준을 맞이했다.
이에 최명준도 미소로 그에게 얘기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옆에 분은, 지난번에 말씀하신 그분이신가요?”
강종수가 현호를 슬쩍 본 후 최명준에게 물었다.
“예, 맞습니다. 저의 회사 사장님이십니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강종수라고 합니다.”
강종수가 현호에게 손을 내밀자, 현호가 맞잡으며 얘기했다.
“반갑습니다. 엄현호라고 합니다.”
“앉으시죠.”
현호와 최명준이 소파에 앉자, 직원이 음료를 가져와 테이블 위에 놓고 나갔다.
그런 후 강종수가 현호를 보며 얘기했다.
“사장님께서 펀드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다른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예……?”
예상 밖의 대답이 나오자 강종수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에 현호는 싱긋이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저는 강종수 사장님과 최덕일 변호사와의 거래에 관심이 있습니다.”
“……!”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멍한 듯 강종수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