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최덕일 변호사의 협박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강종수가 더듬으며 말을 했다.
“송우그룹 법무팀장 최덕일 변호사를 만났다는 거 압니다.”
“아니, 사람 만나는 게 내 일인데, 누구를 만나든 무슨 상관입니까?”
강종수가 따지듯 불만스럽게 얘기했지만, 현호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
“이런, 제가 본론을 얘기하기도 전에 오해를 하신 것 같네요.”
“예……?”
강종수가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최덕일 변호사가 얘기한 돈의 두 배를 벌 기회에 관해 얘기하려던 겁니다.”
“두, 두 배요?”
두 배라는 말에 놀란 강종수.
그의 입에서 저절로 말이 튀어나온 바람에 최덕일 변호사와 거래가 있음을 실토한 격이 되고 말았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현호가 직접적으로 물었다.
“그 기회에 관심 있습니까?”
“예? 아, 그게, 뭐, 사업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긴 한데…….”
강종수는 제법 구미가 당긴다는 기색을 보이며 다음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기회라는 게 뭘 말하는 겁니까?”
“어렵지 않습니다. 최덕일 변호사에게 준 것을 저에게도 주면 됩니다.”
“정말입니까? 그게 다예요?”
믿기 어렵다는 듯 강종수가 의구심이 든 눈빛으로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게 어떤 물건이 아니라도 상관없다는 겁니까?”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은 얼굴로 강종수가 재차 물었다.
“상관없습니다.”
다시 확인한 강종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를 본 현호는 그의 결정을 물을 때라는 걸 알았다.
“강 사장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좋습니다. 그러면 그 돈은 어떤 방식으로 주실 수 있습니까?”
이제는 강종수가 적극적으로 나왔다.
“원하시는 방식으로요.”
어느덧 그의 얼굴에서 의구심이 사라지고 화색이 돌았다.
“그러면 무기명 양도성 예금증서로.”
“알겠습니다. 어느 정도로 마련해 드릴까요?”
“최덕일 변호사님께 받은 금액입니다.”
강종수가 메모지에 금액을 적어 현호에게 주었다.
현호는 그 메모지를 최명준 실장에게 주며 얘기했다.
“최 실장, 바로 준비해 주세요.”
“예, 사장님.”
최명준 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갔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최명준이 무기명 양도성 예금증서를 가지고 돌아왔다.
현호는 그 증서를 테이블 위에 놓으며 얘기했다.
“이제 사장님 차례입니다.”
이에 강종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최덕일 변호사님께 드린 건, 물건 같은 게 아닙니다.”
“뭐죠?”
“라이트랜드의 비리를 얘기해 드렸습니다.”
“비리요?”
그의 대답이 의외여서 현호도 흠칫 놀랐다.
라이트랜드는 그동안 여러 한국 기업에 투자하고 있지만 별다른 말썽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강종수가 고개를 주억이며 얘기했다.
“라이트랜드는 앞에서는 착실한 자산운용사인 척하지만, 뒤로는 기업사냥꾼 짓을 하고 있죠.”
“…….”
“전자제품의 부품 제작과 생산을 하는 드림일렉트로닉스라는 코스닥 상장사가 있습니다.”
“…….”
“좋은 회사이기는 한데, 작년에 자금난을 겪었죠. 그 회사에 지분 매입 형식으로 투자한 회사가 있습니다.”
“…….”
“비전네트워크라는 회사인데, 매입한 지분으로 경영권을 장악하고 새 주인이 되었죠. 비전네트워크라는 회사를 들어보셨습니까?”
“아니요. 처음 듣습니다.”
강종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사실, 비전네트워크는 작은 사무실에 사장과 직원 두 명, 이렇게 세 명이 전부인 회사에요. 기업 컨설팅 조금 하는 것 말고는 일도 별로 없어요”
“라이트랜드가 비전네트워크와 관계가 있군요?”
현호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라이트랜드의 비리를 얘기하기로 한 그가 비전네크워크부터 언급했으니.
아니나 다를까.
그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라이트랜드가 비전네트워크의 전환사채를 매입하면서 드림일렉트로닉스의 지분을 매입할 자금을 만들어 줬어요.”
“아……!”
현호의 짐작대로였다.
라이트랜드는 비전네트워크의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어 매입했기에 비전네트워크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
강종수는 현호가 상황을 이해한 듯 보이자 얼른 다음 말을 이었다.
“아직 얘기 안 끝났습니다.”
“계속하세요.”
“비전네트워크가 드림일렉트로닉스의 인수작업을 마무리하자 라이트랜드는 그 펀드를 청산했어요.”
“그러면 라이트랜드가 매입했던 전환사채는 어떻게 했습니까?”
“위즈넷이라는 곳에 넘겼어요.”
이쯤 되자 현호는 라이트랜드가 왜 비전네트워크 전환사채를 위즈넷에 넘겼는지 알 것 같았다.
“라이트랜드가 비전네트워크를 지원한 이유가 위즈넷 때문이군요.”
“역시, 사업하시는 분이라 이해가 빠르시네요.”
“…….”
“그렇습니다. 라이트랜드가 비전네트워크의 전환사채를 매입해서 자금을 마련해 준 게 모두 위즈넷을 위해서였습니다.”
“……!”
“위즈넷이 비전네트워크의 최대 주주이고, 위즈넷의 최대 주주는 라이트랜드 창업자죠.”
현호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라이트랜드 경영에서 물러난 창업자를 위해 펀드를 만들어 투자금도 모으고, 그 자금으로 결국 드림일렉트로닉스까지 인수하게 도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게 있습니까?”
“예. 원본은 아니고 사본이 있습니다. 카피해서 드리겠습니다.”
현호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테이블 위의 무기명 양도성 예금증서를 강종수 곁으로 밀었다.
* * *
송우미디어로 돌아가는 차 안.
최명준 실장은 궁금한 표정으로 현호에게 물었다.
“사장님, 회장님께서는 어떻게 나오실까요?”
“라이트랜드 대표를 만나 협박하시겠죠.”
“…….”
“위즈넷이 관련된 것을 눈감아 주는 대신 송우바이오 주식에 투자한 펀드를 청산하고, 송우바이오 주식을 넘기라고 하겠죠.”
“엄수경 사장이 송우바이오로 협박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거군요.”
현호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최명준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걸 막을 방법이 있을까요?”
디리리리.
그때, 현호의 휴대폰이 울려 확인하니 엄수경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누나.”
[현호야, 오늘 강종수 씨 만난다고 하지 않았어?]
“만났어.”
[그래? 성과는 있었어?]
“없었어.”
[뭐어?]
화들짝 놀란 엄수경의 목소리가 수화기로 흘러나왔다.
[아니, 최덕일 변호사와 강종수가 만났다고 했잖아?]
“맞아. 최덕일 변호사가 찾아와서 펀드 얘기만 했다고 해.”
[뭐어? 너 설마 그 얘기를 믿는 건 아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 다른 방법도 알아보고.”
[그러는 사이 큰아버지의 계획이 실행되면 어떡해?]
“최덕일 변호사의 움직임도 지켜보고 있어. 그러니 너무 염려 마.”
[하아…….]
그녀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현호야, 네가 애써 주고 있다는 거 알아. 네가 시키는 일은 뭐든 할게. 그러니까 조금 더 속도를 내 줘.]
“알았어, 누나.”
그녀와의 통화를 마치자, 최명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엄수경 사장님에게 거짓말을 한 겁니까?”
“우리가 알아낸 것을 얘기하면 엄수경 사장이 어떻게 나올 거 같습니까?”
“……?”
“조급한 마음에 무작정 라이트랜드를 찾아갈 겁니다.”
“아……!”
“해결에 방해가 될 수 있어요.”
“사장님께서 생각하는 해결 방법이 있습니까?”
“우선, 최덕일 변호사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해 줘요. 라이트랜드 임원과 만날 겁니다. 그 만남까지 막을 수는 없어요.”
최명준이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이며 물었다.
“알겠습니다.”
* * *
“회장님, 라이트랜드 정재일 대표를 만나러 왔습니다.”
최덕일은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엄상현 회장에게 전화했다.
[뜸을 들이더니, 언제 연락이 왔어?]
“1시간 전에 연락이 와서 곧장 만나러 왔습니다.”
[잘했어. 우리 요구를 수용하게끔 잘 다뤄 봐.]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최덕일은 승용차에서 내려 레스토랑 입구로 향했다.
직원의 안내로 룸 앞에 도착한 최덕일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룸 안에는 50대 초반의 정재일 대표가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최덕일 변호사입니다.”
“처음 뵙습니다. 정재일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마주 앉았다.
“송우그룹 법무팀장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정재일 대표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라이트랜드와 관련해서 하실 얘기가 있다고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위즈넷과도 관련 있지요.”
“……!”
위즈넷이 그의 입에서 나오자 정재일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모습에 최덕일이 슬며시 미소 지으며 얘기했다.
“제가 무슨 얘기를 할지 짐작하시는 거 같네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정재일 대표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딴청을 피우자 최덕일이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투자자들에게서 받은 자금으로 라이트랜드 창업자의 재산을 불려 주신 것을 말하는 겁니다.”
“…….”
정재일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지 못하자 최덕일이 그 앞으로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열어 보시죠?”
봉투를 열어 안의 내용물을 살피는 정재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표정을 보며 최덕일이 얘기했다.
“그 자료가 언론에 나가면 수사를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수사가 시작되면 그 자료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숨겨져 있던 것까지 전부 드러나게 될 겁니다.”
“…….”
잠시 생각하려는 듯 정재일이 눈을 감았다.
그의 협박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나의 법적인 문제를 회사가 책임져 주지 않을 거야.’
비즈니스 세계에서 많이 보아 온 희생양이 되는 상황이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었다.
‘안 돼. 그것만은 막아야 해.’
이런 판단이 되자 정재일이 결심한 듯 다시 눈을 뜨며 얘기했다.
“송우그룹이 원하는 게 뭡니까?”
“라이트랜드의 펀드 중 송우바이오 주식에 투자한 게 있을 겁니다. 그 주식을 돌려받았으면 합니다.”
“예에?”
정재일이 화들짝 놀랐다.
“팀장님, 펀드 청산을 얘기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투자자와 합의를 해야…….”
그의 말을 최덕일이 자르며 얘기했다.
“쉽지 않을 뿐이지 방법이 없지는 않죠. 안 그렇습니까? 위즈넷을 위해서도 몇 단계의 방법을 마련한 실력자시니까요.”
“……!”
정재일은 느낄 수 있었다.
투자자의 권리를 내세우더라도 그는 타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대표님, 결정해 주시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웃음기 없이 진지한 최덕일의 물음에 정재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 * *
최덕일 변호사와 정재일 대표가 만나는 그 시각, 최명준은 누군가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네. 아, 그렇습니까? 확실한 겁니까?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최명준이 사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장님.”
“무슨 일입니까?”
“최덕일 변호사님이 라이트랜드 정재일 대표를 만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도 나설 때가 됐네요. 정재일 대표와 만날 약속을 잡으세요.”
“사장님, 용건을 뭐라고 하며 약속을 잡을까요?”
현호가 싱긋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최덕일 변호사의 협박에서 벗어날 방법을 알려 주겠다고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