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덫에 걸리다
“진현아, 너무 반갑다.”
박원식은 레스토랑 룸에서 만난 그를 보자 활짝 웃으며 얘기했다.
“원식이, 너는 그대로구나.”
“뭐라는 거야. 하하.”
“야, 우선 앉자.”
“그래.”
곽진현의 맞은편에 앉은 박원식이 먼저 얘기했다.
“너랑 통화 끝나고 우식이한테 전화했어. 나오겠냐고 물었더니 야근이래.”
“고생하네.”
“우식이한테 들었는데, 너도 금융 쪽에서 일한다며?”
“어. 라이트랜드. 송우증권에서 일하니까 우리 회사 이름 들어 봤지?”
“들어는 봤지. 같은 금융 쪽이라 더 반갑더라.”
“송우증권은 탄탄한 회사니까 정리해고 같은 거 없지?”
“그런 게 왜 없겠냐?”
“송우증권도 그런 게 있냐?”
곽진현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대놓고는 못하지만 은근히 사표 쓰게 만들지. 어쩔 수 있냐? 능력 없으면 이 업계에서 살아남지 못하는데.”
“방금 그 말은, 너는 능력 있다는 거네?”
박원식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너는 어떠냐? 가수가 될 줄 알았더니, 펀드매니저라니, 생각도 못 했어.”
“사실 너희들한테 얘기를 못했는데, 대학가요제 나가서 떨어지니까 알겠더라. 가수는 내 길이 아니라는 거.”
“하하하.”
“펀드매니저 일이 나름 재밌기는 한데,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지.”
그가 말끝에 한숨을 내쉬자 박원식이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왜, 무슨 일 있어?”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그거 성공시키면 성과금도 두둑이 받을 거야. 그런데 그 플랜 짜기가 쉽지가 않아. 우리 회사와 거래할 금융 업체를 끼워 넣어야 하거든.”
“무슨 프로젝트인데?”
박원식은 그의 얘기가 솔깃했다.
승진을 위해 좀 더 많은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얘기하기가 좀 그래. 아! 오해하지는 마. 말해 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회사 내부와 관련되어서 그래.”
“너희 회사?”
“어.”
“……!”
박원식은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렸다.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만들어야 하는 거야?”
“어? 야, 너 감각 좋구나. 금방 알아차리네.”
“이 업계 짬밥이 몇 년인데.”
“하하. 네가 알고 얘기하니까, 나도 편하네.”
“…….”
“믿을 만한 금융 업체하고 연결되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는데, 그 부분이 쉽지가 않아.”
“내가 도와줄까?”
곽진현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네가……?”
그의 의심스러운 눈빛에 박원식은 순간적으로 기분이 상했다.
“내가 못할 거 같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곽진현이 잠시 생각하더니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잘 포장은 할 텐데, 그래도 우리 회사 비자금 만드는 거라 신중할 수밖에 없어.”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통로가 되는 게 금융업이야. 그런 일 하면서 돈 버는데, 문제 될 게 없잖아.”
“네가 그렇게 얘기해 주니까 나도 마음이 편하다. 어떤 사람은 아주 깐깐하게 굴기도 하거든. 얘기를 꺼냈다가 괜히 욕먹기도 하고.”
“그런 사람은 금융업에서 오래 일 못 하지.”
“하하. 어쨌거나 이런 일을 이해하는 네가 도와주면 나야 좋은데, 문제는 네가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라서…….”
곽진현이 말끝을 흐리자 박원식이 이어서 대답했다.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가 문제이지, 우리 회사 사장의 결정은 문제가 안 돼. 내가 해결할 수 있어.”
“수익은 충분히 챙겨 줄 수 있어. 그건 걱정하지 마.”
그의 말에 박원식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우리가 어떻게 해 줘야 하는데?”
“이를테면, 페이퍼컴퍼니가 코스닥 상장사 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할 거고, 그 후에 그것을 송우증권에 양도할 거야.”
“그걸 다시 라이트랜드에 넘기는 거네?”
“그렇지.”
“계약서는 이중으로 작성해야 하는 거 알지?”
“당연하지. 송우증권이 십 원도 손해 보지 않게 할게.”
“좋아. 사장 결재 받는 대로 연락해 줄게.”
“고맙다, 원식아.”
고마워하는 곽진현의 표정을 보면서 박원식은 미소 지었지만, 속으로는 그가 더 기뻤다.
이번 거래로 높아진 수익 성과는 그의 승진에 도움이 될 것이기에.
이후, 두 사람은 함께 식사를 하고, 대학 시절의 추억을 얘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원식아, 잘 가. 연락해 주고.”
“알았어. 너도 잘 가.”
박원식을 배웅한 곽진현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수화기에서 정재일 사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박원식은 잘 만났어?]
“예, 사장님. 얘기가 잘 됐습니다. 곧 연락을 다시 주기로 했습니다.”
[수고했어. 마무리도 잘 부탁하네.]
“예, 사장님.”
* * *
한편, 박원식은 이 일이 라이트랜드 정재일 사장의 계획이었음을 모른 채 송우증권 사장의 허락을 쉽게 받기 위해 아버지 박경국 과장에게 얘기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사장님께 전화 한 통만 해 주세요.”
박경국은 엄상현 회장 가족을 돌보는 집사이기는 하지만, 회장의 최측근이기에 계열사 임원들은 그의 부탁이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이것만 성사되면 네 승진도 빨라진다는 거지?”
“그럼요. 남들과 같은 속도로 승진해서 어느 세월에 사장이 되겠어요? 해 주실 거죠?”
“널 돕는 일인데, 전화 한 통 하는 게 뭐가 어렵겠냐. 걱정하지 말고, 네 능력을 맘껏 발휘해.”
“예, 아버지.”
다음 날.
박경국 과장은 아들에게 한 약속대로 송우증권 한해원 사장에게 전화했다.
“한 사장님, 박경국입니다.”
[박 과장, 오랜만이네요.]
“미국에서 공부하는 아드님께서 곧 박사 학위를 받으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박 과장이 그 일을 어떻게……?]
“지난번 회장님께서 통화하신 후 흐뭇해하시며 얘기하셨습니다.”
박경국이 굳이 그의 아들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엄상현 회장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그에게는 많은 정보가 있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박경국은 안다.
계열사 임원들이 자신이 가진 정보 때문에 두려워한다는 것을.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그 정보를 누군가에게 불리하게 사용할 수도 있기에.
[그랬군요. 축하 인사 고마워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를 했어요?]
“제 아들, 박원식 과장이 오늘 아침에 얘기한 게 있죠?”
[아, 그래요.]
“사장님께서 잘 좀 살펴 주셨으면 합니다.”
승낙하라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이다.
“원식이가 승진할 수 있다고 좋아하더라고요. 잘 좀 부탁합니다.”
[음…… 잘 살펴보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승진 발표 후 제가 식사 대접을 하고 싶은데, 시간을 내주세요.”
[그러죠.]
“다음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끊은 박경국은 아들 박원식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원식아, 사장과 통화했어. 곧 사장 결재가 나올 테니, 준비하고 있어.”
[네, 아버지.]
* * *
“아, 엄수경 사장님.”
연락도 없이 갑작스레 방문한 엄수경을 본 최명준은 당황했지만, 그녀가 왜 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현호, 안에 있죠?”
“예, 계십니다.”
“나 왔다고 알리세요.”
“예.”
최명준이 인터폰을 누르자 현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일입니까?]
“사장님, 엄수경 사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예.”
최명준은 얼른 앞장서서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 주었다.
사장실로 엄수경이 들어오자, 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았다.
“누나, 어쩐 일이야?”
“내가 무슨 일로 왔겠니? 큰아버지 계획을 알아보겠다더니, 너무 네 일만 열심히 하는 거 아니니?”
그녀가 불평하듯 얘기하자 현호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저기에 좀 앉아.”
“그래.”
현호가 그녀 맞은편으로 와서 앉자 엄수경이 얘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뭔가 알아낸 거 있어?”
“있어.”
“정말이니?”
현호의 대답에 놀란 엄수경이 이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왜 내게 연락 안 했어?”
“나도 연락을 기다리고 있거든.”
“뭐?”
이해하지 못한 그녀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을 때였다.
“사장님.”
최명준이 상기된 표정으로 사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 표정을 본 현호는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정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까?”
“네. 송우증권과 거래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알았어요.”
“네. 그럼.”
최명준이 사무실을 나가자 현호는 엄수경에게 얘기했다.
“기다리던 연락이 왔네.”
“무슨 연락? 회장님 계획과 관련 있는 거야?”
“맞아. 그런데 방금 연락 온 것은 아버지 계획이 틀어져서 누나가 송우바이오 주식을 갖게 될 거라는 거야.”
“뭐어?”
소스라치게 놀란 엄수경의 눈이 동그래졌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얘기해.”
“아버지가 라이트랜드의 약점을 잡으셨어. 그걸 빌미로 송우바이오 주식을 넘겨받으려고 하셨어.”
“아! 송우리조트가 아니라 송우바이오였구나. 펀드는 안전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곤란해진 건 라이트랜드도 마찬가지였어. 그래서 라이트랜드를 도와주는 대신 펀드를 청산하면서 송우바이오 주식을 송우리조트에 넘기기로 했어.”
“어?”
그녀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자, 현호는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계약서를 가져와 그녀에게 건넸다.
“이게 뭐야?”
“송우바이오 주식을 송우리조트에 넘기겠다는 내용이 담긴 계약서야.”
“어머!”
엄수경이 계약서 내용을 살펴보더니,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채 입을 열었다.
“현호야…… 정말, 고마워.”
현호를 보는 그녀의 눈에 감동이 어렸다.
“그럼, 네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거야?”
“이제 시작이지만 머지않아 결과가 나올 거야.”
“내가 도울 일은 없을까?”
“조용히 기다리는 게 도와주는 거야.”
“그렇게 할게. 네가 미리 얘기해 줬으면 오늘처럼 쳐들어오지 않았을 거야.”
그녀의 말에 현호가 피식 미소 지었다.
“알아. 하지만 일이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는 신중해야 해서 얘기하기 어려웠어.”
“그랬겠지. 네 말대로 난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게.”
그녀가 현호를 향해 활짝 미소를 지었다.
* * *
며칠 후.
박경국 과장은 아들 박원식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원식아, 무슨 일 있는 거야?”
[아버지, 저 차장으로 승진했어요.]
얘기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정말이야?”
[네. 최연소 차장이에요.]
“장하다, 우리 아들.”
[아버지가 도와주신 덕분이죠. 더욱 잘해서 최연소 사장도 할게요.]
“그럼, 그래야지.”
기쁘게 통화를 끊은 박경국.
사실, 그의 아들은 차장으로의 승진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미래를 상상하며 행복해했다.
자기 아들이 송우증권 사장이 되고, 송우그룹 부회장이 되는 상상을.
그런데 그의 행복한 상상이 무너지는 일이 일어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 *
“회장님.”
엄상현 회장의 비서 노장석이 서재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송우바이오 사장님께서 급히 통화를 원하십니다.”
“연결해.”
“예.”
노장석이 수화기를 엄상현 회장에게 건넸다.
“김 사장, 무슨 일이야?”
[회장님,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상한 일이라니?”
[송우리조트 엄수경 사장이 송우바이오 대주주가 됐습니다.]
“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엄상현 회장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사모펀드가 소유하고 있던 주식이 엄수경 사장에게로 넘어갔습니다.]
“뭐어?”
소스라치게 놀란 엄상현의 목소리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