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5
15화 엔터테인먼트 사업 시작
인적이 없는 언덕길에 세워진 현호의 승용차.
차 안 뒷좌석 중앙에 기죽은 듯 앉아 있는 카메라맨. 그가 양옆에 앉아 있는 현호와 최명준을 번갈아 봤다.
현호는 여유롭게 책을 읽고 있고, 야구방망이를 손에 든 최명준은 아무런 말없이 그를 노려만 보고 있다.
벌써 30분째.
초조하고 불안한 카메라맨은 슬쩍슬쩍 눈치를 보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왜, 왜요? 뭐라고 말 좀 하세요.”
“누가 미행하라고 시켰습니까?”
현호는 아버지에게 남현민 검사의 일을 해결하겠다고 한 이후, 누군가 자신을 미행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미행이라뇨? 그냥 빌딩이 보기 좋아서 찍었어요.”
“그래요? 그럼 우리가 당신을 납치 감금한 거네요? 경찰에 신고해야죠.”
현호는 자신의 휴대폰을 그에게 내밀었다.
“경찰에 신고하세요.”
그는 불안한 듯 눈알만 굴릴 뿐 휴대폰을 잡지 못했다.
“경찰은 싫어요? 그럼 검찰은 어때요? 제가 잘 아는 검사가 있는데, 사죄하는 의미로 제가 전화를 하죠.”
현호가 휴대폰의 버튼을 누르자, 그가 얼른 낚아채며 불쑥 말을 뱉었다.
“잘, 잘못했습니다.”
“누가 미행하라고 시켰습니까?”
“저기, 거짓말이 아니라, 우리는 의뢰인과 이름을 서로 알려 주고 하지 않아요.”
“얼굴은 기억합니까?”
“예.”
현호가 최명준에게 눈짓하자 그가 안주머니에서 사진 네 장을 꺼냈다.
네 장은 각각 장남 엄현식, 차남 엄현태, 장녀 엄현주, 그리고 박경국 과장 얼굴 사진이었다.
최명준이 그 사진들을 카메라맨에게 보여 주자, 현호가 다시 물었다.
“이들 중에 의뢰인이 있습니까?”
“예.”
카메라맨이 손짓으로 박경국 과장을 가리켰다.
“얼마 받았습니까?”
“일주일 감시에 오백만 원. 선금으로 이백만 원 받았습니다.”
“두 배 주죠.”
“예?”
카메라맨이 화들짝 놀라 눈이 커졌다.
“내 의뢰를 들어주면 두 배 주겠습니다.”
두려워하던 기색은 어느새 사라지고 카메라맨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어떤 의뢰를……?”
“사람이 달라질 뿐 하는 일은 같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의 의뢰인에게 보낼 사진은 내가 골라 주죠.”
“두 배, 주신다고요?”
“선금으로 오백. 어때요?”
“하겠습니다.”
현호가 다시 눈짓하자, 최명준 비서가 젊은 남자의 사진을 카메라맨에게 건네주었다.
“이름은 박원식, 송우증권 과장입니다.”
그는 박경국 과장의 아들이다.
* * *
송우문화재단 총무과장 임석호는 퇴근한 후 혼자 고급 레스토랑에 왔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룸에 도착한 임석호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허리부터 숙였다.
“실장님, 안녕하십니까?”
안에는 엄상현 회장의 장녀이자, 송우식품 기획전략실장인 엄현주가 있었다.
“어서 와요, 임 과장.”
임석호가 그녀보다 나이는 많지만, 엄현주는 개의치 않은 듯 말을 했다.
“오는데 힘들지는 않았어요?”
“아뇨,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자리에 앉은 임석호 과장은 어색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왜 저를 보자고 하신 겁니까?”
“이것부터 받아요.”
엄현주가 임석호 과장에게 편지 봉투를 건넸다.
의아한 표정으로 봉투를 열어 본 임석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봉투 안에는 천만 원권 수표 3장이 들어 있었다.
“시, 실장님, 이게 뭔가요?”
“임 과장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요.”
“무슨 일을……?”
“이사장에 관한 것을 상세히, 주기적으로 보고해 줘요.”
“아……!”
자세한 설명이 없었음에도 무엇을 뜻하는지는 명확했다.
임석호 과장은 곧장 알아차렸다. 이것이 송우그룹 승계와 관련이 있음을.
“앞으로도 보상은 계속될 거예요. 어때요?”
“그냥 보고만 하면 되는 겁니까?”
“그래요. 할거죠?”
“아, 예.”
임석호는 엄현호가 바지사장일 뿐이고, 송우문화재단의 실제 주인은 엄상현 회장이라고 생각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현호의 정보를 넘긴다고 한들, 설령 일이 잘못되어도 자신에게 해가 될 일은 없으리라 여겼다.
“이사장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추진하는 거 알고 있어요?”
“이사장님이요?”
임석호가 전혀 몰랐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몰랐어요?”
“예, 몰랐습니다. 저만 모르는 게 아니라…… 재단 직원들 사이에서 엔터 사업 얘기가 나온 적이 없습니다.”
“그렇군요.”
재단 직원들도 모르게 엔터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엄현주가 미간을 좁히던 그 순간.
“아아!”
임석호가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재단 지원사업과 관련해서 한 영화감독이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영화감독이요? 그래서요?”
“그때는 그냥 지원해 주는구나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일이 엔터 사업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네요.”
“그 감독 신상에 대해 알 수 있어요?”
“예. 재단에 지원했던 서류가 남아 있습니다.”
“그 서류, 내게 보내 줘요.”
“예, 실장님.”
* * *
현호가 남현민 검사를 만나고 온 며칠 후, 송우전자 소식이 뉴스에 다시 나왔다.
[오늘 검찰은 송우전자 본사를 찾아 비자금 관련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하하하.”
TV에서 송우전자 뉴스를 보고 있던 엄상철 회장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크게 한 방 맞은 기분이 어떠실까, 우리 형님?”
“제보자가 아버지예요?”
함께 뉴스를 보고 있던 엄수경이 물었다.
“형님과 송우그룹 자금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 둔다고 얘기했잖아. 비자금과 탈세로 검찰에서 수사하고, 국세청에서 세무 조사를 하게 될 거야.”
“검찰과 국세청이 움직이면…….”
엄수경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아버지가 무엇을 노렸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큰아버지가 구속되어 법적 처벌을 받는 것.
그렇게 되면 송우그룹에 대한 큰아버지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약해질 수밖에 없다. 대신 아버지가 영향력을 키울 좋은 기회인 것이다.
“나는 송우그룹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사들부터 만날 테니, 너는 이제부터 기관투자자를 만나서 송우미디어 주식을 사들여.”
“예, 아버지.”
엄상철의 계획은 엄수경을 들뜨게 했다.
송우그룹 장악이라는 게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는 그 시각, 현호는 글로리 엔터테인먼트에 있었다.
* * *
“여러분, 새로 오신 사장님이십니다.”
글로리 엔터테인먼트의 전 대표이자, 제작 파트의 팀장을 맡게 된 서호창이 현호를 직원들에게 소개했다.
대표 자리에서 내려와 한 부서의 팀장을 맡는다는 것이 꽤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텐데도, 그의 표정은 그다지 어둡지 않았다.
외환위기로 인해 경영난을 겪으며 회사를 넘기게 됐으나, 그는 이렇게라도 능력 있는 직원들과 함께 계속 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에 감사했다.
이는 현호에게도 반가운 일이었다.
서호창은 회사를 설립하기 이전엔 나름 이름 있는 영화감독으로 활동했다. 현장을 아는 실무자는 현호가 바라마지 않는 인재였다.
하지만 엄상현 회장은 서호창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겼다.
-내 보기엔 역량 부족인 거 같은데.
현호가 제작 파트를 서호창에게 맡기겠다고 했을 때, 엄상현 회장은 이를 반대했다. 한 번 경영을 실패한 사람에게 무언가를 맡긴다는 것이 마뜩찮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호는 결정을 뒤집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2년이란 시간을 주기로 한 이상, 그 시간 동안만큼은 믿고 맡겨 달라고 한 것이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엄현호라고 합니다.”
짝짝짝.
직원들이 박수를 쳤다.
“새롭게 변화된 환경에서 좋은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봅시다.”
직원들의 표정이 의아하게 변하는 게 보였다.
좋은 영화가 아니라 좋은 콘텐츠라고 했기 때문이리라.
지금껏 그들은 영화만을 제작, 배급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 * *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현호는 서호창 팀장과 투자 배급 팀장을 맡은 최수민과 함께 사장실로 향했다.
사장실에 들어선 현호는 곧장 두 사람을 돌아보며 물었다.
“허태복 감독의 시나리오 읽어 보셨습니까?”
“예.”
그들이 동시에 대답했지만, 표정은 각기 달랐다.
“서 팀장님은 어떻게 느끼셨습니까?”
“저는 재밌었습니다. 시나리오 읽으면서 눈물 흘린 적이 거의 없는데, 엄청 눈물이 났어요. 절 사랑해 주셨던 할아버지 생각도 많이 나서.”
허태복 감독의 시나리오, 는 시골 마을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에게 외손녀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최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글쎄요……. 시나리오는 좋은데, 흥행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주인공이 할아버지와 아이입니다. 이런 조합의 신파적 성격이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고, 또 감독의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미래에는 달라지지만, 이 당시 영화감독들은 대부분 도제식 교육을 거쳤다.
영화감독이 되려면 연출부 막내로 시작하여 허드렛일부터 해야 했다. 그리고 연출부 생활을 몇 년간 거치고서야 비로소 감독으로서 연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허태복 감독은 해외파지.’
허태복 감독은 해외에서 영화를 공부하여 이러한 과정들을 일절 거치지 않았다.
지금의 영화판 사람들의 눈에는 허태복 감독이 현장은 아무것도 모르고, 글로 영화를 배운 사람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뚜렷한 경력조차 없으니 걱정이 되는 건 당연했다.
“현장을 아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또한 눈에 보이는 경력도 있으면 좋겠죠. 하지만 그것만으로 시나리오의 흥행을 평가했다간, 다가온 기회마저 놓칠 수도 있는 법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흥행에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시나리오만 놓고 봤을 때 충분히 재미있다면, 그다음부터는 저희가 만들어 나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수민은 이어진 현호의 이야기에 흠칫 놀라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무슨 뜻인지. 그런데 영화계에서 몇 년 밥 먹은 저보다 더 영화인 같으시네요.”
“아! 마침 얘기 잘 꺼냈네요. 우리 회사는 앞으로 영화만 제작하지 않을 겁니다.”
“예?”
“아…….”
서호창과 최수민이 놀랐는지 멍한 표정으로 현호를 바라봤다.
“서호창 팀장님은 허태복 감독과 계약 진행해 주시고, 최수민 팀장님은 김연희 드라마 작가님을 컨택해 주세요.”
“김연희 드라마 작가요? 무슨 작품을 쓴 작갑니까?”
“단막극 하나 했습니다.”
“그 작가의 단막극을 제작하시려고요?”
“아뇨. 미니시리즈를 제작할 겁니다.”
“예!?”
최수민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현호는 그의 놀람이 이해되었다. 고작 단막극 하나 한 작가와 미니시리즈를 하겠다고 했으니.
하지만 그 작가의 첫 미니시리즈, 은 일본에 수출되어 엄청난 흥행을 하게 된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현호는 김연희 작가를 반드시 섭외하고자 했다.
“엄 사장님, 드라마는 영화와 다릅니다. 저희 회사 조직에서는…….”
“무슨 말씀이신지 압니다. 그에 맞춰 직원을 추가 채용할 생각이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최 팀장님은 저만 믿고 추진해 주세요. 김연희 작가는 지원만 충분히 해 준다면 분명 크게 성공할 작가입니다.”
“음…… 네, 알겠습니다. 바로 연락 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디링!
최수민이 대답을 함과 동시에, 현호의 휴대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남현민 검사에게 온 문자였다.
[내일 송우전자 검찰 수사 발표.]
그 메시지에 현호의 입가가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