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엄현주의 선택은…….
엄현태가 현호를 만나고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사장님.”
이지홍 비서가 밝은 기색으로 사장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나해철 대표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정말이야?”
“네.”
엄현태는 티는 내지 않았지만 속으로 조금 놀라기는 했다.
‘역시, 거래를 얘기해야 하는 거였어.’
현호에게서 들은 얘기를 토대로 추측했던 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스케줄 맞춰서 만날 약속 잡아.”
“알겠습니다.”
이렇게 나해철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지만, 한 해가 가기 전에 정리해야 할 일과 모임이 많은 연말이었던 탓에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건 새해가 되어서였다.
“처음 뵙습니다. 엄현태라고 합니다.”
엄현태가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손을 내밀자 나해철이 그의 손을 맞잡으며 얘기했다.
“반갑습니다. 나해철입니다.”
“무척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기쁘네요.”
“저 같은 돈놀이꾼을 만나고 싶으셨다고요?”
“장사꾼은 늘 돈이 필요하니까요.”
“하하하.”
그의 말에 나해철이 호탕하게 웃은 후 얘기했다.
“그러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거래에 대해서 바로 얘기를 할까요?”
“그러죠. 소유하고 계신 송우전자 주식을 사고 싶습니다.”
“예……?”
나해철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미소가 사라지고 의아한 기색이 흘렀다.
“큰 거래를 제안하고 싶다는 게 그겁니까?”
“그렇습니다. 송우전자 주식이면 큰 거래 아니겠습니까?”
“그렇기야 하죠. 하지만 내가 팔 마음이 없어요.”
“마음은 변하기 마련이죠. 어차피 좋은 값에 팔기 위해 송우전자에 투자하신 게 아닙니까?”
“그때가 되면 거래를 원하는 사람이 엄현태 사장만이 아닐 겁니다.”
“하하하.”
엄현태는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리고는 크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렇다. 그가 송우전자 주식을 매도하려 할 때면 자신뿐만 아니라 형과 동생들도 매수 경쟁에 뛰어들 것이다.
“나 대표님이 언제 매도하실지 모르니, 제가 매수할 기회를 높일 수밖에 없군요.”
“그렇게 할 방법이 있습니까?”
나해철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물었다.
“나 대표님을 자주 만나는 겁니다.”
“아! 하하하.”
나해철이 호탕하게 웃으며 얘기했다.
“엄현태 사장님은 유머러스한 분이시군요. 저는 그런 분을 좋아합니다.”
나해철은 현호의 지시대로 애를 쓰고 있었다.
사실, 그의 말이 그다지 유머 있지 않았지만, 다음 만남을 위해 그에게 좋은 인상을 받은 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나해철의 마음을 모르는 엄현태는 들뜬 기색으로 대꾸했다.
“칭찬, 감사합니다.”
* * *
[엄현태 사장님과 만났습니다.]
현호는 나해철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어땠습니까?”
[예상하신 대로 송우전자 주식을 얘기하더군요. 하지만 당장 팔 것도 아니어서 긴 얘기를 나누진 않았습니다.]
“다음에 만나기로 했습니까?”
[예. 지시하신 대로 말이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은 척하며 다음 만날 약속도 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적당히 기회를 봐서 엄현주 사장과의 거래 정보를 흘리세요.”
[알겠습니다.]
나해철과 통화를 마치자 곁에 있던 최명준 실장이 의아한 듯 물었다.
“사장님, 왜 엄현주 사장과의 거래 정보를 얘기하라고 하신 겁니까?”
“엄현주 사장을 나해철 대표에게 연결한 목적은 송우생명 주식을 차지하기 위해서예요.”
“…….”
“엄현태 사장이 그 사실을 알아야 적당한 때에 엄현주 사장의 자금 대출을 방해해 줄 테니까요.”
“은행 대출을 말하는 겁니까?”
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현주 사장은 올해 나해철 대표에게 빌린 자금을 상환해야 합니다. 대한은행 방배동 지점장의 약점을 잡고 있고, 송우식품 사장이 되었기에 대출받는 게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어요.”
“실제로 그 지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은행 대출을 받아 나해철 대표님에게 빌린 자금을 갚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엄현호는 그의 의견이 일리 있다는 듯한 기색을 보이면서 다음 말을 이었다.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엄현주 사장의 송우생명 주식을 포기할 수는 없어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기회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을 테니까요.”
최명준은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그 기회를 위해 엄현주 사장이 나해철 대표를 만나 자금을 빌리게 했는데, 대한은행이 방해자가 되어 버렸네요.”
“송우중공업의 영향력에 휘둘렸던 대한은행이에요. 다시 흔들리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죠.”
최명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엄현주 사장님은 마음제과 인수를 끝냈고, 송우식품 사장이 되셨는데, 대한은행이 흔들릴 만한 일이 있을까요?”
“흔들린다면 송우식품 때문이죠.”
“예……?”
“대한은행이 마음제과만을 보고 대출을 해 줄까요? 아니에요. 송우식품이 있기 때문이에요.”
“…….”
“송우식품에 문제가 생기면 대출도 힘들어질 수 있죠.”
“혹시, 송우식품에 대해 알고 계신 정보가 있는 겁니까?”
“알고 있는 게 있지만,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기다려 봐야죠.”
현호는 이렇게 말을 돌려서 얘기했지만 사실 전생에서는 이 시기쯤 송우식품에 문제가 발생했다.
그 당시 사장은 문제점을 알면서도 회사의 이익을 위해 그 문제를 은폐했다.
하지만 결국 그 문제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면서 송우식품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 당시에 엄현주는 송우식품 사장이 아니어서 책임져야 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엄현주가 송우식품 사장이다.
‘누나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만약 엄현주가 현호의 예상대로 선택을 한다면, 그녀는 나해철 대표에게 빌린 자금을 갚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그녀가 곤란해져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 엄현태가 대출 과정에 개입해서 방해할 테니까.
그래서 나해철에게 정보를 흘리라고 했다.
나해철이 흘린 정보로 인해 엄현태는 그녀가 송우생명 주식을 잃어야 그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걸 알 수 있기에.
* * *
요사이 나해철은 엄현태를 여러 차례 만났다.
가벼운 점심에서부터 골프 내기까지.
나해철은 그를 믿는다고 느끼게 한 후 조금씩 엄현주에 대한 정보를 흘렸다.
그러다 드디어.
“투자가 아니라고요?”
엄현태는 놀란 듯 눈이 커졌다.
“투자가 아니고, 빌려준 거예요.”
“그 큰돈을 빌려주면서 담보는 받았습니까?”
“당연히 받았죠. 아주 괜찮은 것으로 받았습니다.”
“괜찮은 것이요? 송우식품 주식이라도 받은 겁니까?”
“하하. 그것보다 더 괜찮은 거죠.”
‘송우식품 주식보다 더 괜찮은 거라고?’
엄현태는 의아했다.
자신이 아는 한 엄현주에게는 개인 부동산보다 송우식품 주식이 가장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괜찮은 걸 담보로 했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 대표님이 오해하신 게 아닙니까? 엄현주 사장에게는 송우식품 주식보다 더 괜찮은 물건이 없을 텐데요.”
“오빠가 동생을 잘 모르시는군요.”
“……?”
“그렇게 순진한 얼굴로 쳐다보니 자꾸 말하고 싶어지네요.”
“제가 뺏을 수도 없는데, 얘기해 주시죠?”
“그렇지! 뺏을 수 없죠. 좋아요. 얘기해 주죠.”
“…….”
“송우생명 주식입니다.”
“……송우생명 주식이요?”
잠시 멍했던 엄현태가 퍼뜩 정신을 차려 물었다.
“그렇다니까요. 내가 왜 엄 사장에게 거짓말을 하겠어요.”
‘현주에게 송우생명 주식이 있었다면…… 차명이구나!’
엄현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에게도 차명으로 된 송우생명 주식이 있다. 하지만 엄현주 또한 송우생명 주식을 소유하고 있을 줄을 몰랐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엄현태에게 중요했다. 그동안 그녀도 승계 경쟁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이므로.
“엄현주 사장이 순순히 송우생명 주식을 담보로 내놓은 겁니까?”
“아닙니다. 처음에는 다른 물건을 얘기했는데, 제가 거절하니 송우생명 주식을 담보로 걸더군요.”
나해철은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가 엄현주에게 송우생명 주식을 담보할 것을 얘기했지만, 엄현태에게는 전혀 다르게 얘기했다.
이것 또한 현호의 지시였다.
“현주가 급하긴 급했군요.”
“빌린 돈을 갚으면 다시 가져갈 주식 아닙니까. 돈만 갚으면 되는 겁니다.”
그렇다.
엄현주가 나해철 대표에게 빌린 돈만 갚으면 담보로 맡긴 송우생명 주식은 다시 엄현주 손에 넘어간다.
하지만 엄현태는 그게 못마땅했다.
‘현주가 송우생명 주식을 잃게 할 방법이 없을까?’
* * *
한편, 엄현주는 나해철 대표에게서 빌린 자금의 상환기한이 다가오는 걸 알기에 자금 마련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지점장님, 지난번에 제가 식사 자리를 마련한다고 했는데, 내일 시간 어떠세요?”
엄현주는 대한은행 구창준 방배동 지점장과 통화하고 있었다.
[엄현주 사장님께서 초대해 주시면 저야 영광이죠. 하하.]
구창준이 지점장으로 있는 방배동 지점은 라이스타와 거래하는 은행이다. 한때, 송우중공업 엄현식의 영향력 때문에 그는 라이스타의 신규 대출을 거절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라이스타의 사장이었던 엄현주가 송우식품 사장이 되었다. 규모에서도 라이스타와는 큰 차이가 있다.
구창준은 송우식품과의 거래를 위해 엄현주에게 잘 보일 이유가 있었고, 엄현주는 나해철에게 갚아야 할 자금이 필요했다.
즉, 두 사람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것.
“좋은 곳에 예약하고 알려 드릴게요.”
[기대되네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엄현주가 통화를 마치자 비서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사장님.”
“무슨 일이야?”
“식품연구소 김수환 책임연구원이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김수환 씨가 직접 나를 만나겠다고?”
“예, 사장님.”
기획전략실장으로 일할 때 식품연구소 직원들과 미팅을 한 적도 있기에 전혀 모르는 사람도 아니었다.
송우식품 사장이 된 후 식품연구소 직원이 면담을 요청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못 만날 사람도 아니었다.
“들여보내요.”
“예, 사장님.”
비서가 나가고 잠시 후, 김수환 연구원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그는 엄현주 곁으로 다가와 깍듯이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김수환 씨. 내게 할 얘기가 있어서 온 거죠?”
“예, 사장님.”
“얘기하세요.”
“사장님, 저희 회사 식품 포장업체가 바뀐 걸 알고 계십니까?”
“아, 예. 알고 있어요.”
“사장님, 포장의 질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건 저희 회사 이미지에도 좋지 않습니다.”
“김수환 씨, 회사 이미지를 걱정해 주니 고맙네요. 하지만 그건 김수환 씨의 영역이 아니에요.”
“아…….”
그녀의 말에 김수환이 실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어 입을 열었다.
“사장님, 제 영역이 아니라고 하셨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송우식품연구소 직원으로서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반박에 엄현주는 기분이 언짢았다.
“김수환 씨는 직장 생활 편하게 하네요.”
“예……?”
갑작스러운 얘기에 김수환이 당황했다.
“겨우 포장업체에 관해 얘기하려고 관리와 지휘계통 무시하고 사장을 찾아오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사장님, 오해십니다. 부사장님을 만났지만…….”
엄현주가 그의 얘기를 끊었다.
“그러니까 부사장이 김수환 씨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니, 내게 찾아온 거네요?”
“아니요. 그런 말이 아닙니다.”
“부사장님께 얘기 듣죠. 그만 가 보세요.”
엄현주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다급해진 김수환이 목소리를 높였다.
“식품 포장지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습니다.”
“뭐, 뭐라고요?”
화들짝 놀란 엄현주의 표정이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