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그러면 안 되죠
“식품연구소에서 환경호르몬 검사까지 하는 건 아닐 텐데, 김수환 씨가 그걸 어떻게 알죠?”
“제가 아는 곳에 의뢰했습니다.”
엄현주는 그의 대답에 어이가 없었다.
“김수환 씨가 뭔데 그걸 의뢰해요?”
“새롭게 바뀐 포장지 업체 사장을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자 폐업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장님.”
그가 다음 말을 이으려고 할 때 문이 열리며 이상혁 부사장이 들어왔다.
부르지 않았는데 나타난 그의 모습에 엄현주도 흠칫 놀랐다.
“부사장님.”
“신 비서에게서 연락받았습니다. 식품연구소는 제 소관이라 이렇게 왔습니다.”
“잘 오셨어요, 부사장님. 지금 김수환 씨가 저희 식품 포장지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고 얘기하네요.”
“김수환 씨의 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
“부사장님!”
김수환 연구원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상혁 부사장은 그를 무시하며 계속 얘기했다.
“사장님, 김수환 씨가 의뢰했다던 곳은 김수환 씨의 동생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아…….”
“김수환 씨는 포장지 업체를 바꾸는데 불만이 있었던 사람입니다.”
“말을 제대로 하십시오, 부사장님.”
김수환이 다시 끼어들어 얘기했다.
“포장지 업체를 바꾸는 데 불만은 없었습니다. 다만, 제대로 된 업체를 선정하시라고 얘기했을 뿐입니다.”
“자네가 원하는 업체가 아니어서 불만을 품은 걸 내가 모를 것 같나?”
“억지 주장하지 마십시오.”
“자네야말로 억지 주장하지 마. 자네 일과도 상관없는 새 업체에는 왜 찾아갔어?”
“식품연구소는 저희가 만든 식품 안전도 함께 책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네 뭔가 착각하고 있군.”
“뭐라고요?”
김수환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노려봤지만 이상혁 부사장은 개의치 않고 계속 얘기했다.
“자네 팀이 개발한 식품은 누구나 안전하게 먹을 수 있나?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고혈압, 당뇨, 등 어떤 기저질환자도 먹을 수 있고 아무 탈이 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어?”
“…….”
“식품연구소는 식품개발만 하면 되는 거야. 식품 안전을 책임지고 싶으면 퇴사하고 그 분야 공무원이 되는 게 나을 거야.”
“다른 것도 아니고 송우식품의 문제입니다.”
“송우식품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이래서 부사장님과 얘기할 수 없었습니다.”
김수환 연구원이 엄현주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얘기했다.
“사장님, 식품 포장지에 문제가 있으면 식품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자 이상혁 부사장도 이어서 얘기했다.
“사장님, 김수환 연구원은 새 포장업체에서 뇌물을 요구했습니다.”
“뭐라고요?”
화들짝 놀란 김수환이 눈을 부릅뜨며 목소리를 높였다.
“업체 사장이 그러더군. 자네 차에 지폐가 담긴 상자를 실었다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상자를 실었고, 알게 된 즉시 가서 되돌려 줬습니다.”
“업체 사장은 자네가 요구했다던데? 원하는 금액이 아니니 돌려준 거고.”
“거짓말입니다.”
“그만들 하세요.”
두 사람의 다툼을 지켜보던 엄현주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두 사람이 동시에 그녀를 쳐다봤다.
엄현주는 김수환 연구원에게 시선을 주며 물었다.
“김수환 씨는 왜 그 업체에 간 거죠?”
“포장지 제조에 쓰이는 첨가제에 대해 부탁하려고 갔습니다.”
“지나친 간섭이에요.”
“예?”
예상하지 못한 그녀의 말에 김수환이 당황했다.
“업체에서는 뇌물을 요구한다고 충분히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한 거예요.”
“사장님.”
“동생이 운영하는 곳에서 포장지 검사를 했다고요?”
“그렇습니다.”
“객관성이 전혀 확보되지 않은 환경이었어요.”
“……!”
그녀의 말에 김수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결과를 업체에도 얘기했어요?”
“어떤 재료를 썼는지를 물어봤습니다만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당연하죠. 김수환 씨에게는 그걸 묻거나 들을 권한이 없는데 누가 얘기해 주겠어요?”
“사장님, 권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식품을 먹는 사람들의 안전입니다.”
“부사장님.”
엄현주가 이상혁 부사장에게 시선을 주었다.
“예, 사장님.”
“우리 식품을 먹고 건강에 문제가 생긴 사람이 있어요?”
“없습니다.”
“사장님, 지금 당장 보이는 문제가 없다고 정말 문제가 없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의 인체에 남아서…….”
엄현주가 김수환 연구원의 말을 자르며 얘기했다.
“부사장님, 인사위원회를 열어 김수환 연구원의 징계에 대해 논의해 주세요.”
“사장님…….”
놀란 김수환의 눈이 커졌다.
“김수환 씨는 자기 업무 범위를 벗어나 송우식품과 포장지 업체의 업무를 방해했어요.”
“…….”
“징계 논의가 끝날 때까지 김수환 씨는 업무에서 손 떼고 대기하세요.”
“사장님, 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려 하지 않고 왜 징계부터 하려고 하십니까?”
“그만 나가 보세요.”
“어떤 징계가 되든지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징계를 받아들이지 못하겠으면 회사를 떠나면 됩니다.”
“결국 그거군요. 사장님은 부사장님과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틀렸네요.”
“나가세요.”
김수환은 좌절감에 고개를 떨구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더는 대화가 되지 않기에 김수환은 사무실 밖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엄현주는 이상혁 부사장에게 물었다.
“부사장님, 그 업체가 생산한 포장지로 송우식품이 얼마나 판매되었죠?”
“3개월이 되었으니 상당한 양이 판매되었습니다.”
“비용 절감 때문에 선택한 업체에요. 그 업체와 부사장님이 관련 있어요?”
“전혀 관련 없습니다, 사장님.”
이상혁 부사장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엄현주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김수환 연구원에게는 업무 범위를 벗어났다고 얘기했지만, 식품개발을 하면서 식품이 담길 용기나 포장지 또한 의논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김수환 연구원이 그 포장지 업체 사장을 알고 있었던 거야.’
김수환 연구원이 안다면, 송우식품 연구소를 관리해 온 이상혁 부사장 또한 업체 사장을 알았으리라.
하지만 당장 그 업체와 거래를 끊을 수는 없다.
“부사장님, 그 업체와 계약을 파기할 계획을 만들어 보세요.”
“예? 계약 파기요?”
“김수환 씨가 한 얘기가 있어서 찝찝해요.”
이상혁 부사장이 난감한 기색을 띠며 얘기했다.
“하지만 사장님, 절감된 비용이 계좌로 들어오고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포장지 업체를 바꾼 이유는 비자금 때문이었다.
차명 계좌로 매달 들어오는 금액이 상당하다.
“그것까지 대체할 다른 업체를 알아보세요.”
“그런 업체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부사장님, 제 지시를 못 따르시겠다는 겁니까?”
엄현주가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자 이상혁 부사장이 순간 말을 멈췄다. 그러다 다시 입을 열었다.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 *
인사위원회에서 김수환 연구원에 대한 징계 결과가 나왔다.
3개월 정직이었다.
그러자 송우식품의 직원들이 술렁였다.
“도대체 얼마나 큰 잘못을 했기에 3개월 정직이 될 수 있어?”
“자기 발로 회사 나가라는 거지.”
“연구소 직원들 얘기 들으면, 아주 좋은 선배라고 하던데.”
“남들 앞에서는 좋은 사람인 척하고 뒤에서는 구린 짓을 했겠지.”
삼삼오오 모이면 직원들은 김수환에 대해 얘기했다.
그에 대한 소식을 여상길에게도 자연스럽게 전달되었다.
“팀장님, 김수환 씨 징계 소식 들으셨어요?”
여상길은 엄현주가 송우식품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송우식품 기획전략 2팀장으로 이동했다.
사실, 송우식품에 기획전략팀이 있었다. 하지만 엄현주는 그를 데려오기 위해 기획전략 2팀을 새롭게 만들었다.
“송우식품연구소 연구원이던데, 예전에도 연구원이 징계를 받은 적이 있어요?”
“연구원뿐만 아니라 징계받는 일이 없었어요. 징계받을 만한 일이 있으면 그 전에 회사를 그만두니까요.”
“그런데 김수환 씨는 사직서를 쓰지 않았군요.”
“3개월 정직이면 회사 나가라는 소린데, 어쩌려는지 모르겠네요.”
여상길도 그 점이 이상했다.
3개월 정직이 결정되기 전, 회사를 떠나라는 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사직서를 쓰고 회사를 떠났을 것이다.
“연구소 쪽에서 들리는 얘기로는 김수환 씨가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억울한 게 있나 보군요?”
“그건 모르죠. 하지만 회사와 싸워서 이기기 힘들어요. 본인만 다치죠.”
여상길은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사무실 밖으로 나와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특별한 일이 있으면 알려 달라는 게 이것일까?’
얼마 전 여상길은 현호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그때는 그저 엄현주 사장에 대한 스크리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건물 옥상에 도착한 여상길은 그곳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후 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상길입니다.]
* * *
송우미디어 사장실.
현호는 여상길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여 팀장님, 무슨 일 있습니까?”
[예전에는 없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무슨 일이죠?”
[송우식품연구소 연구원이 3개월 정직이라는 징계를 받았습니다.]
“3개월 정직이면 꽤 무거운 징계인데, 이유가 뭡니까?”
현호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하지만 미래를 안다고 말할 수 없으니 모르는 척 물었다.
[이유는 모릅니다. 징계 결과만 알 뿐이죠.]
“예사로운 일은 아니군요.”
[얼마 전에 엄 사장이 내게 한 얘기가 떠올라 알려 주려 전화한 겁니다.]
“알려 줘서 고맙습니다. 그 징계받은 직원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세요. 우리에게 쓸모 있는지 확인해 볼게요.”
[알겠습니다.]
통화가 끝나고 가까이에 있던 최명준 실장이 물었다.
“송우식품에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송우식품연구소 직원이 3개월 정직이라는 징계를 받았어요.”
“3개월 정직이요?”
최명준이 화들짝 놀랐다.
“그 정도면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 아닙니까?”
“보통은 그런 징계를 받기 전에 회사를 떠나죠.”
디링.
그때, 현호의 휴대폰으로 여상길이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 메시지를 확인한 현호.
“김수환이라는 연구원이에요. 최 실장, 이 정보를 넘길 테니 김수환 씨를 만나 보세요.”
“알겠습니다.”
* * *
다음 날.
최명준은 한 주택 앞에서 서성였다.
“이 집이 맞는 거 같은데.”
다시 한번 주소를 확인한 최명준이 초인종을 누르려고 할 때였다.
“형, 얘기 좀 해.”
문 안쪽에서 남자의 소리가 들리더니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최명준이 얼른 한쪽으로 물러서자 안에서 두 남자가 나왔다.
형으로 보이는 남자가 성큼 걸음을 떼자 동생이 그의 팔을 잡았다.
“형, 회사랑 싸워서 못 이겨.”
“하는 데까지는 해 봐야지.”
“형, 그냥 사표 써! 형의 시간과 돈을 써가며 포장지 문제점을 알아낸 결과가 징계야. 더 이상 뭘 하겠다는 거야?”
‘포장지 문제점?’
한쪽에서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최명준의 눈빛이 반짝였다.
‘송우식품 포장지에 문제가 있다는 거고, 그걸 알리려다 징계를 받았다는 거지?’
짧은 대화로 대충의 사정을 파악한 최명준이었다.
“나 같으면 그런 회사가 어떻게 되든 말든 신경 안 쓰겠다.”
답답한 듯 동생이 목소리를 높였을 때였다.
“그러면 안 되죠.”
최명준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