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엄현주 사장, 아시죠?
“김수환 씨 되시죠?”
“누구세요?”
최명준이 다가오자 김수환이 경계하는 기색을 드러내며 물었다.
“최명준이라고 합니다.”
최명준은 그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그 명함을 본 김수환이 놀란 듯 눈이 커졌다.
“송우미디어 비서실장, 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송우미디어에 계신 분이 왜 저를 찾아오셨죠?”
김수환은 만난 적은 없지만 송우미디어 사장이 엄상현 회장의 막내아들이라는 걸 알고 있다.
“사실은 송우식품에 계신 분에게서 얘기를 듣고 왔습니다.”
“누가 얘기했다는 겁니까?”
“기획전략 2팀장 여상길 씨에게서 김수환 씨에 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최명준은 여상길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전혀 모르는 송우미디어 엄현호 사장이 지시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여상길 팀장이면 사장님 측근으로 알고 있는데, 왜 내 얘기를 송우미디어 사람에게 하는 거죠?”
그가 의심의 눈빛으로 묻자 최명준이 대답했다.
“여상길 팀장이 엄현주 사장님 가까이에서 일하는 것은 맞지만, 생각없이 복종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
“회사에서 징계를 받으셨죠? 3개월 정직.”
“…….”
“여 팀장은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송우식품 엄현주 사장에게 얘기할 수는 없었죠.”
“…….”
“여 팀장은 김수환 씨에게 뭔가 억울한 사정이 있는 거 같다고 했어요.”
“……!”
“저쪽에서 두 형제분의 얘기를 잠깐 들었는데, 여 팀장의 생각이 틀리지 않은 것 같네요.”
이렇게 얘기하자 김수환의 경계하는 기색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렇다고 당신이 뭘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맞습니다. 저는 김수환 씨를 도울 방법을 모릅니다. 그런데 도울 수 있는 분을 알고 있습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주세요.”
그의 말에 김수환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직장 동료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에 자신을 돕겠다는 사람이 나타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송우미디어에서……?’
송우미디어 사장은 송우그룹 엄상현 회장의 막내아들이자 송우식품 엄현주 사장의 동생이다.
‘이해가 안 돼.’
김수환은 의구심이 가득 찬 눈으로 최명준을 보며 물었다.
“나를 도와주려는 이유가 뭐죠? 사정이 딱하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찾아와 도와주겠다고 할 사람은 없어요.”
“그 이유도 만나서 들으시는 게 어떠시겠습니까?”
“…….”
김수환이 주저하자 옆에 있던 동생이 입을 열었다.
“형, 일단 만나서 얘기라도 해 봐.”
그는 형 혼자서는 송우식품을 상대로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쯤에서 형이 포기하고 회사를 떠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는데, 형은 고집스럽게 부딪치려고 했다.
결국 만신창이가 될 형이 걱정되었는데,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 사람이 놀랍게도 송우식품 사장의 동생이다.
‘하지만 자기 이익이 없는데 왜 굳이 나서겠어?’
한 가족의 남매라고 반드시 우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송우미디어 사장이 돕겠다고 하는 데에는 그에게 이익이 되는 뭔가가 있으리라.
만나서 얘기를 해 보면 도우려는 이유도 알 수 있게 되니, 그 도움을 받을지 말지는 그때 결정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만나서 이유를 확실하게 물어보면 되지 않겠어?”
이렇게 동생까지 재촉하자 김수환이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만나죠.”
* * *
김수환은 최명준의 안내를 받아 레스토랑에서 현호를 만났다.
“처음 뵙겠습니다, 엄현호입니다.”
“김수환입니다.”
짧게 인사를 끝낸 김수환은 표정이 굳은 채로 현호에게 물었다.
“엄현호 사장님은 엄현주 사장님의 동생 되시죠?”
“그렇습니다.”
“엄현주 사장님이 곤란해질 수도 있는데 왜 저를 도와주시려는 겁니까?”
“김수환 씨는 제 도움을 받겠다고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요?”
“예? 아, 예.”
예상하지 못한 대꾸에 당황한 김수환이 눈을 껌뻑였다.
“김수환 씨의 징계가 포장지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최 실장에게서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뭐가 이해가 안 된다는 겁니까?”
“포장지의 문제점을 밝혔다면 상을 받을 일인데, 왜 징계로까지 이어졌습니까? 혹시, 업체에서 뇌물을 받았습니까?”
“아닙니다!”
순간적으로 화가 솟구친 김수환이 소리를 지르듯 언성을 높였다.
사실, 현호가 그의 감정을 자극하려 일부러 그런 질문을 한 것이다.
“그게 아닌데, 왜 중징계를 받았습니까?”
억울함이 솟구친 김수환이 그때부터 포장지에서 환경호르몬을 검출하게 된 과정과 회사에 그 문제를 알리고 바꾸려고 했지만 실패한 것까지 자세히 얘기했다.
“내 업무 범위보다 회사의 명예와 송우식품 고객의 안전이 더 중요한 게 아닙니까?”
호소하듯 김수환이 묻자 진지하게 얘기를 듣고 있던 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사장님은 제 마음을 이해하는데, 왜 엄현주 사장님은 못하는 걸까요?”
김수환이 답답한 듯 시무룩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저도 안타깝네요.”
“이제 얘기해 주시죠? 저를 왜 도우려고 하는지.”
“죄송하지만 얘기를 자세히 듣고 보니, 제가 도울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예에? 아니,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당황한 김수환은 기분이 나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왜 아니겠는가.
김수환이 먼저 찾아온 게 아니라, 최명준 실장이 그를 찾아와 도와줄 수 있다며 현호를 만나게 했다.
그런데 얘기를 다 들은 후 도와줄 수 없다니.
‘놀림을 당한 기분이겠지.’
현호는 그의 기분을 이해하고 있었다.
사실, 이것 또한 현호의 계획이었다.
현호는 자신이 엄현주를 방해하는 게 드러나지 않은 채 그녀의 송우생명 주식을 차지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김수환이 엄현주를 제대로 곤란하게 만들 사람을 만나게 해야 한다.
“죄송합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돕고는 싶었지만,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
“아시겠지만 환경호르몬 검출을 판단하려면 신뢰받는 공기관이 나서야 하는데, 자칫 사기업이 개입하게 되면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됐습니다.”
김수환이 차갑게 대꾸했다.
“대기업 그것도 엄현주 사장님 동생분의 도움을 받는 게 저도 찜찜했습니다.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김수환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현호가 메모지를 그에게 건넸다.
“대신 이분을 만나 보시죠?”
반쯤 일어나려던 그가 자리에 앉으며 메모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아!”
메모지에 적힌 이름에 놀란 그의 눈이 커졌다.
“구진수! 이분은 국회의원과 정무수석을 했던 분 아닙니까?”
“맞습니다.”
“이분은 정계에서 은퇴하신 걸로 아는데.”
그렇다.
지난 대선 전, 여당의 경선 예비후보로 나왔지만, 다른 후보자들과 경쟁조차 못 해 보고 정계 은퇴를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엄현주가 있었다.
엄현식에게로 돌아선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엄현주가 의약분업 파업 전 가졌던 미팅을 빌미로 협박을 한 게 원인이었다.
‘사실 구진수가 결심하게 만든 건 따로 있지.’
엄현주에게 협박을 받았지만 구진수는 그녀의 의도대로 정계를 떠날 마음은 없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바꾸게 한 건 송우병원 VIP용 별장을 이용하는 영상 때문이었다.
그 영상은 현호가 보냈다. 하지만.
‘구진수는 엄현주 사장이 보낸 것으로 알고 있어.’
구진수는 자신의 의지가 아닌 엄현주의 뜻대로 정계 은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기회와 명분만 있다면 엄현주에게 복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정치를 떠난 분을 만나서 하소연을 하라는 겁니까?”
“하소연하면 안 됩니까?”
“뭐라고요?”
“송우식품을 상대로 폼나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
“그렇게 생각한다면 구진수 씨를 만날 필요 없습니다.”
“…….”
“하지만 뭐라도 해 보겠다고 생각한다면, 만나세요.”
“…….”
대꾸하지 못한 채 눈빛이 흔들리는 그의 모습을 본 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얘기했다.
“도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현호가 뒤돌아서다 멈칫했다.
그리고 뭔가 생각이 난 듯 김수환에게 얘기했다.
“만나 주려고 하지 않으면 송우식품 사장 이름을 얘기하세요.”
“……?”
“그럼.”
현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김수환을 뒤로하고 룸 밖으로 나갔다.
룸에 혼자 있게 된 김수환은 현호가 한 말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송우식품을 상대로 폼나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럴 수…… 없잖아.’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김수환은 다른 수단을 동원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사정을 구구절절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자존심이 상했던 탓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송우식품을 상대로 이길 수 있겠는가.
김수환은 다시 현호의 말을 떠올렸다.
-뭐라도 해 보겠다고 생각한다면, 만나세요.
김수환은 테이블 위에 있는 메모지를 다시 보았다. 그 메모지에는 구진수 사무실 주소가 적혀 있었다.
‘뭐라도 해 보겠다면…….’
못 만날 이유도 없다.
김수환은 테이블 위의 메모지를 집어 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이 빌딩이 맞는 거지?”
김수환은 눈앞의 빌딩을 올려다보다 시선을 손에 쥔 메모지로 향했다.
주소에 적힌 빌딩 이름과 일치함을 확인한 그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11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김수환이 내렸다.
양쪽으로 늘어선 사무실의 상호를 체크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 간판 없이 문 앞에 호수만 걸린 사무실을 발견했다.
“아! 여기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김수환은 문 옆의 벨을 눌렀지만 안에서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안 계시나 보네. 아, 어쩐다…….”
구진수가 언제 사무실에 올지, 오늘 오기는 할지, 어떤 것도 알 수 없는 막막함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기다려 보자.’
그렇게 결심한 김수환은 복도 끝 창가로 이동했다.
그렇게 창밖을 보며 30여 분을 기다리는데 엘리베이터 쪽에서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구진수와 비서로 보이는 남자가 사무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에 김수환은 구진수를 향해 뛰듯이 다가갔다.
“구진수 수석님.”
갑작스러운 호명에 구진수가 걸음을 멈추자 그의 비서가 얼른 김수환에게 다가갔다.
“누구십니까?”
“저는 김수환이라고 합니다.”
“기자세요?”
“아닙니다.”
“죄송하지만 약속된 분이 아니면 만나실 수 없으니 돌아가 주세요.”
“수석님을 만나 뵙고 할 얘기가 있습니다.”
“민원 때문에 오신 거죠?”
비서가 귀찮은 기색을 내비치며 물었다.
“예? 아, 예. 뭐, 비슷합니다.”
“죄송하지만 수석님은 개인 민원에 개입하실 수 없습니다.”
냉담하게 대답한 비서가 김수환을 향해 성큼 다가오자 그는 뒷걸음칠 수밖에 없었다.
그 틈에 구진수가 김수환을 지나쳐 갔다.
“아, 수석님!”
그에게로 가려는데, 비서가 팔을 강하게 잡으며 막았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비서의 어깨 너머로 멀어지는 구진수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때, 현호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만나 주려고 하지 않으면 송우식품 사장 이름을 얘기하세요.
김수환은 다급히 구진수를 향해 소리쳤다.
“엄현주 사장, 아시죠?”
그 외침과 동시에 구진수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