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빠져나온 엄현주 그러나…….
저녁 식사를 끝낸 엄상현 회장의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잠시 엄상현 회장의 기분을 살피던 엄현주가 입을 열었다.
“저녁 뉴스 시간이에요. TV 켤게요.”
“송우식품이 뉴스에 나오면 어쩌려고?”
그녀가 리모컨을 손에 쥐자 장남 엄현식이 얘기했다.
“모처럼 평화로운 저녁이잖아. 괜히 뉴스 듣고 기분 잡칠 거 없잖아?”
“큰오빠 말이 맞아.”
“응……?”
뜬금없이 그의 말을 긍정하자 엄현식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송우식품이 뉴스에 나올 거야.”
“뭐, 또?”
엄현식만 놀란 게 아니었다.
그녀의 말에 현호를 제외한 가족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걸 알면서도 엄현주는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했다.
“어떤 내용인지 우리 가족들이 보고 알아야 하잖아.”
가족들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현호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한창일 사장의 인터뷰가 방송되지.’
현호는 이미 여상길에게서 소식을 들었다.
그 인터뷰가 방송된 후 김수환 연구원의 징계가 취소되고 복직될 거라는 것도.
현호의 계획에 의해 진행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엄현주는 마치 그녀 자신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전하듯 얘기했다.
“재밌을 테니까, 피드백은 뉴스 본 후에 들을게.”
그녀가 리모컨을 누르자 TV 화면에 뉴스 아나운서 모습이 보였다.
[며칠 전 송우식품 경영진이 포장지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것을 미리 알았다는 소식을 전해 드렸습니다. 그 사건 중심에는 포장지 생산업체가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포장지 생산업체 사장인 한창일 씨를 계속 접촉했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 인터뷰를 보시겠습니다.]
아나운서의 설명에 화들짝 놀란 엄현식이 입을 열었다.
“현주야, 이 인터뷰 막았어야지. 저렇게 인터뷰하게 두면 어떡하냐?”
“누구나 얘기할 자유가 있는데, 내가 어떻게 막아.”
남 얘기하는 듯한 엄현주의 태도에 엄현식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을 때, TV에서 한창일과 기자가 함께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무실로 보이는 곳이었고, 얼굴은 모자이크로 가린 한창일과 얼굴이 보이는 기자가 소파에 앉아 대화했다.
먼저 한창일 사장이 얘기를 시작했다.
“단가를 낮추니 우리는 나름대로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죠. 그 가격에 맞는 첨가제를 썼는데, 그게 환경호르몬을 만들 줄 몰랐습니다.”
“언제 아셨습니까?”
“송우식품연구소 직원이 와서 얘기했을 때죠.”
“그 직원의 말에 의하면, 사장님께서 송우식품에 그분의 말은 거짓이라고 했다던데요?”
한창일이 아니라는 듯 손을 저었다.
“제가 거짓말이라고 했던 게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부사장님이 내가 그렇게 말한 것으로 사장님에게 얘기하겠다고 했습니다.”
“뭐, 부사장이?”
놀란 엄현식의 입에서 저절로 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모두들 TV에 집중하느라 대꾸하는 이는 없었다.
한창일이 고개를 떨구며 얘기를 이어갔다.
“저도 놀래서 그렇게 얘기하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부사장이 화를 냈어요. 그렇게 말해서 넘어가지 않으면 회사가 크게 손해 보게 된다고, 나보고 책임질 수 있냐고 하니까, 더는 반대할 수가 없었어요.”
“연구소 직원에 의하면, 회사에서는 그 직원이 뇌물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던데, 사실입니까?”
한창일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환경호르몬 검출을 묻으려고 돈을 주려고 했는데, 받지 않았습니다. 부사장님도 알고 있어요.”
“부사장이 알면서도 그렇게 몰아갔다는 겁니까?”
한창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인사위원회에 제출된 내용은 부사장이 알려 준 대로 쓴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하니, 저는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
“송우식품 사장도 알고 있었습니까?”
한창일이 손을 내저었다.
“사장님은 모르십니다. 사장님이 그간의 사정을 알았다면 부사장은 진즉에 해고되었을 거예요.”
“해고요?”
“사실, 매달 부사장에게 입금했어요.”
“뭣 때문에 입금을 했습니까?”
“송우식품과 계약된 단가가 있는데, 부사장이 매달 돈을 요구했어요. 그러니 비용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그것에 맞추려다 보니 환경호르몬이 검출되고 은폐하려는 일이 생긴 거죠.”
“돈은 어떻게 전달했습니까?”
“부사장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어요. 그 회사와 거래하는 것처럼 꾸며서 보냈어요.”
“아버지.”
엄현주의 소리가 거실에 울리자, 가족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엄현주는 엄상현 회장에게 얘기했다.
“아버지께 약속한 것을 지켰어요.”
“그렇구나.”
둘의 대화에 엄현식과 엄현태 모두 혼란스러워했지만, 궁금함을 참을 수 없는 엄현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 이렇게 될 줄 알고 계셨어요?”
“플랜B를 마련해 뒀다는 걸 너희들은 몰랐더냐?”
엄현주는 구진수의 계획에 의해 환경호르몬 검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엄상현 회장에게 호출됐었다.
그때, 책임을 부사장에게 모두 넘기겠다고 엄상현 회장에게 얘기했었다.
엄상현 회장은 그 계획을 여상길이 맡은 것을 탐탁지 않아 했지만, 엄현주가 장담했듯이 계획을 성공시켰다.
“오빠들.”
엄현주가 이내 엄현식과 엄현태를 쳐다봤다.
“내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지? 어쨌든 마음 써 준 거 고마워.”
조용히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현호는 속으로 웃었다.
‘누나, 오늘은 마음껏 좋아해.’
책임지지 않고 송우식품 문제에서 빠져나왔지만, 다른 문제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 * *
현호가 방으로 돌아왔을 때 여상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상길입니다.]
“뉴스를 봤습니다. 인터뷰 잘 준비하셨던데요?”
사실, 한창일 포장지 생산업체 사장이 인터뷰에서 한 말에는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었다.
거짓만 있었다면 사기꾼의 냄새가 났을 텐데, 사실이 섞이자 진실처럼 들렸던 것.
[한창일 사장이 준비했죠. 완전히 나쁜 사람으로 보이는 게 싫었나 봅니다.]
그의 말에 현호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송우식품 비자금으로 빼돌린 자금은 어떻게 처리했습니까?”
[이상혁 부사장에게 꼬투리 잡히지 않게끔 깨끗하게 처리했습니다. 어차피 한창일 사장에게 주기로 한 돈이 되었으니까요.]
“그렇다면 한창일 사장이 방송에서 말한 페이퍼컴퍼니는 뭡니까?”
[이상혁 부사장이 따로 뒷돈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랬군요. 수고하셨어요.”
[엄현주 사장의 송우생명 주식 확보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곧 작전이 실행될 겁니다.”
[작전이요?]
여상길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엄현태 사장이 구창준 지점장을 만난 걸 확인했어요. 라이스타의 대출 만기 연장 기간이 곧 끝나가는데, 재연장이 안 되게끔 엄현태 사장이 손을 썼을 겁니다.”
[M&H 인베스트먼트에 상환해야 할 날짜와 겹치겠군요.]
“그때, 여 팀장님이 누나를 도와주세요.”
그 말에 여상길이 피식 웃었다.
그의 말뜻은 엄현주가 주식을 포기하도록 옆에서 바람을 넣으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알겠어요.]
“그럼, 다시 또 연락하죠.”
* * *
다음 날.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최명준 실장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현호는 그에게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넘겼다.
“그 사람에 대해 알아봐 주세요.”
최명준이 메모지에 적힌 이름을 중얼거렸다.
“박명진, 누굽니까?”
“엄현태 사장의 송우생명 차명 주식 관리자 이름이에요.”
“예에?”
놀란 듯 최명진의 눈이 커졌다.
“송우건설 임원 중에는 그런 이름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송우건설 협력사들 중에서 찾아보세요.”
“사장님, 이 사람이 엄현태 사장님의 송우생명 차명 주식을 관리한다는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당연히 전생의 기억이 있으니까 안다.
전생에서는 늦게 그 사실을 알아서 주식 쟁탈전에서 애를 먹었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최명준에게 할 수는 없다.
“성북동에서 현태 형이 박명진, 그 사람과 전화 통화하는 걸 우연히 들었어요. 그때, 그 이름을 적어 뒀죠. 이제 그 사람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엄현태 사장님의 차명 주식도 차지할 생각이시군요?”
“지금은 아니에요. 그 주식은 엄현주 사장이 가질 겁니다.”
“예에?”
좀 전보다 더 놀랐는지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니, 왜요?”
“지금은 내가 차지할 방법이 없어요. 송우건설은 지금 안정적이라 송우생명 주식을 사용해야 할 일이 없어요.”
“사장님이 못하시는데 엄현주 사장님이 하실 수 있습니까?”
“누나에게는 검사 남편이 있잖아요.”
“……?”
“박명진과 송우건설 양쪽의 꼬투리가 될 만한 걸 찾아볼 수 있어요.”
“……!”
“그래서 찾게 되면,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기는 거죠.”
“아……!”
그의 말뜻을 이해한 최명준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송우건설 협력사에 박명진 씨라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 *
한편, 어제 한창일 사장의 인터뷰 방송으로 한시름을 놓게 된 엄현주는 사과문을 만들어 언론에 뿌렸다.
사과드립니다.
송우식품은 지난밤 한창일 사장의 인터뷰 방송이 된 후에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포장지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사건의 뒤에 이상혁 부사장의 옳지 못한 판단과 부당한 거래가 있었습니다.
이에 송우식품 엄현주 사장은 즉시 이상혁 부사장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대기발령을 내렸습니다.
필요하다면 경찰 또는 검찰 조사에도 적극 협조할 것입니다.
또한, 이번 일의 피해자로 밝혀진 연구소 직원의 징계를 취소하고 즉각적인 복귀와 피해보상을 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이런 사과문이 언론에 보도되는 그 시각, 엄현주는 여상길을 만나고 있었다.
“여 팀장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엄현주는 밝은 표정으로 얘기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여 팀장님이 계셔서 제가 든든해요.”
“감사합니다.”
“원하시는 게 있으면 뭐든 편히 말씀하세요. 어려운 일 해내셨는데 보상을 해 드려야죠.”
“그런 거 없습니다.”
그의 대답에 엄현주가 피식 웃었다.
“내가 바보 같네요. 그런 걸 묻는 게 아니라 내가 알아서 준비해야 했는데.”
“아닙니다. 정말 원하는 거 없습니다.”
“여 팀장님의 마음을 알아요. 하지만…….”
디리리리.
그때, 갑자기 비서실에서 인터폰이 울렸다.
엄현주가 받으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사장님, 라이스타 사장님께서 급히 통화하기를 원하십니다.]
“라이스타 사장이?”
[네, 사장님.]
엄현주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빠르게 머리를 굴려 봐도 라이스타 사장과 급히 통화해야 할 일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장이 직접 전화까지 한 걸 보면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났을 수 있다.
“연결해.”
[네, 사장님.]
잠시 후, 수화기에서 라이스타 사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엄현주 사장님.]
“오랜만이에요, 사장님. 무슨 일로 연락하셨어요?”
[엄 사장님, 얼마 전 대한은행 방배동 지점에 대출 만기 재연장을 신청했습니다.]
그 일이라면 엄현주도 알고 있다.
얼마 전 구창준 지점장에게도 재연장에 대해 얘기했고, 승인하겠다는 대답도 들었다.
그런데 수화기에서 들려온 말은 전혀 달랐다.
[조금 전 방배동 지점에서 재연장이 안 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뭐, 뭐라고요?”
예상을 벗어난 충격에 엄현주의 정신이 멍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