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특혜 분양
“굿샷!”
엄현태는 나해철 M&H 인베스트먼트 대표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나 대표님, 오랜만에 골프 치시면서 이렇게 잘하시면 어떡합니까? 이번 내기도 제가 질 거 같네요.”
“엄 사장님이 져 주시는 거 아닙니까? 제가 엄 사장을 이길 실력은 아닌데 말입니다. 하하.”
“오늘은 나 대표님을 못 이기겠어요. 미리 좋은 곳으로 예약부터 해야겠습니다.”
엄현태는 나해철의 기분을 띄우려 내기를 포기했다는 듯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예상하지 못한 나해철의 대답을 들었다.
“내기는 이쯤에서 접읍시다.”
“나 대표님이 이길 게 확실한데 접으시겠다고요?”
“동생분에게서 얻은 게 있는데, 오빠인 엄 사장에게까지 이겨서 대접받는 건 상도의가 아니죠.”
그의 얘기에 엄현태의 눈빛이 반짝였다.
사실, 엄현태가 골프 내기를 핑계로 나해철을 만난 이유가 있다.
동생 엄현주와 나해철 사이의 거래 결과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동생이라면 현주를 얘기하는 겁니까?”
나해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일전에 엄현주 사장이 내게서 돈을 빌렸다고 얘기한 적 있죠?”
“현주가 갚지 못했나요?”
“상환일이 되었는데도 연락이 없어서 제가 먼저 전화했죠. 자금 마련이 안 되었던지, 갚을 수 없다고 계약서대로 하라더군요.”
“아…….”
입으로는 아쉬워하는 음성을 내었지만 엄현태의 눈은 웃었다.
그 모습을 본 나해철이 물었다.
“내가 너무한 거 같습니까?”
“아닙니다. 비즈니스에서는 계약대로 하는 거죠.”
“하하. 역시, 엄현태 사장은 사업가 체질이에요. 계약해 놓고 딴말하는 사람들 많거든요.”
“현주는 아쉽겠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죠.”
“나로서는 많이 남는 장사를 했는데, 엄현태 사장에게까지 내기로 이길 생각은 없어요.”
“이긴 경기를 접으시겠다니, 저로서는 내기 실패로 쓸 돈을 아끼게 되었으니 동생 덕을 본 셈이네요. 하하.”
“그런가요? 하하.”
나해철은 맞장구치느라 웃었지만, 속으로는 그가 한심했다.
그런 그의 속마음은 현호와 통화하면서 드러났다.
* * *
“엄현태 사장과 함께한 골프는 어땠습니까?”
현호는 나해철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엄현태 사장이 일부러 져 주느라 힘들었을 겁니다.]
“일부러 져 주려고 했다고요?”
[엄현주 사장과의 거래 결과를 알려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거 같습니다.]
“나 대표님이 힘드셨겠네요. 엄현태 사장의 목적을 알면서도 즐거운 듯 보여야 했을 테니까요.”
사실, 그에게 엄현태와 가까워지라고 지시한 사람이 현호다.
현호는 엄현태가 어떤 사람이고, 남매들이 어떻게 서로를 대하는지 알고 있지만, 나해철 대표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그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게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힘들었던 속마음을 얘기했다.
[골프 치는 건 좋았는데, 엄현태 사장 얘기에 맞장구치는 게 힘들었죠.]
“고생하셨습니다. 따로 지시가 있을 때까지 앞으로 엄현태 사장과의 만남은 나 대표님 마음 내키는 대로 하면 됩니다.”
현호를 위해 일부러 엄현태 사장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다.
[알겠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가까이에 있던 최명준 실장이 얘기했다.
“나해철 대표로부터 얘기를 들은 엄현태 사장님은 기쁘시겠군요.”
“당연히 현주 누나가 송우생명 주식을 잃었으니 현태 형은 기쁘겠죠. 그 기쁨이 오래가지 않을 테지만.”
“여상길 팀장이 송우건설 분양대행사에 관해 얘기했는데 엄현주 사장이 움직이고 있을까요?”
“그럼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현호가 장담했다.
그의 장담이 실제로 현실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 *
“현태 오빠.”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데 엄현주가 그를 부르자 엄현태는 의아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
“무슨 할 말 있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뭔데?”
“우리 회사 기획전략 팀장이 송우건설 아파트에 입주하고 싶어 해. 빼놓은 것 중에 하나 줄 수 있어?”
엄현태가 언짢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물음은 사실 특혜 분양하기 위해 남겨 놓은 아파트 중 하나를 달라는 얘기다.
“그런 거 없어.”
엄현태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신이 하나 주겠다고 하는 건 특혜 분양을 한다는 걸 자기 입으로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의 대답에 엄현주가 놀란 척 대꾸했다.
“어머, 빼 놓은 게 없어?”
“송우건설은 직접 분양 안 해.”
“그래도 분양대행사에 얘기해 줄 수 있잖아?”
“특혜 분양을 안 한다고 얘기했잖아. 그 기획전략 팀장한테 남들처럼 청약해서 사라고 해.”
“알았어. 송우건설이 이렇게 정직하게 분양하니, 그동안 잡음이 없었구나. 대단해.”
“칭찬, 고맙다.”
무심한 얼굴로 엄현태가 대답했다.
가족들도 둘의 대화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누나, 특혜 분양에 대해 알아보고 있구나.’
현호는 엄현주의 입가에 걸린 묘한 미소를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일은 매형이 도와주겠지?’
아니나 다를까.
엄현주와 유태규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는 걸 포착했다.
두 사람이 작정했으니, 송우건설의 특혜 분양을 드러낼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박명진이 엄현태의 송우생명 주식 관리자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그녀의 송우생명 주식을 잃게 만든 장본인이 엄현태다.
제대로 복수할 기회이지 않은가.
‘결국 현주 누나는 그 주식을 차지하고 말 거야.’
하지만 그 주식은 잠시 엄현주가 맡은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에는 내가 그 주식을 차지할 테니까.’
* * *
[사장님, 검사님 오셨습니다.]
엄현주는 비서실의 인터폰으로 연락을 받았다.
그 검사는 자신의 남편 유태규를 의미했다.
“알겠어요.”
그녀의 대답 후 사장실 문이 열리며 유태규가 들어왔다.
“태규 씨, 알아낸 거 있어요?”
엄현주는 그가 들어오자마자 물었다.
그 물음에 유태규가 미소 짓자 엄현주의 기분이 들떴다.
“뭔가 알아냈군요!”
“현주 씨 얘기가 맞았어요. 정말 송우건설 아파트 분양을 독점적으로 맡은 대행사가 있더군요.”
“마이홈플랜이라고 여상길 팀장이 얘기해 줬는데, 정보는 확실하네요.”
“작은형님이 인경시에 아파트 건설한 게 있죠?”
“인경시…… 아! 있어요.”
송우건설이 용대산을 택지 개발하려다가 엄현식의 방해로 실패했다. 그곳을 공원으로 만드는 대신 상업 용지를 택지로 바꾸어 아파트를 건설했다.
“정치인과 고위공무원에게 특혜 분양했어요.”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마이홈플랜 직원이었다가 퇴사한 사람에게서 들었어요.”
“그 퇴사 직원이 특혜 분양 자료도 가지고 있어요?”
“결정적인 자료는 아니고, 소란스럽게 만들 정도는 돼요.”
“언론이 부추기고, 고발할 단체 하나 만들면, 검찰 수사도 진행될 수 있겠죠?”
유태규가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퇴사 직원이 특혜 분양 얘기하면서 원하는 게 있었겠죠?”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돈이죠.”
“복수요……?”
“마임홈플랜에서 해고당했어요. 박명진이라는 사장을 아주 미워하더군요.”
“아아, 복수도 하고 돈도 벌고 싶은 거네요.”
엄현주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자 유태규가 말을 이었다.
“어쨌든 소란스럽게 하려면 그 퇴사 직원의 도움이 필요하니,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할 겁니다.”
“알겠어요. 그렇게 하죠.”
“그 직원 신상 정보를 넘겨줄게요.”
“그 퇴사 직원과 언론사를 연결하는 작업부터 해야겠죠?”
엄현주가 얘기하자 유태규가 덧붙였다.
“방송사면 좋겠어요. 제보자의 폭로가 음성으로 나오는 게 훨씬 이슈가 되기 쉬워요.”
“그렇게 할게요. 그런데, 태규 씨.”
엄현주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사람 하나 시켜서 검찰청에 고발이 들어가는 것까지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데, 수사가 진행되면 현태 오빠에게 큰 타격이 될까요?”
“압수 수색해서 뭔가를 건질 수도 있고, 대행사 대표를 압박해서 스모킹 건이 될 자료를 확보할 수도 있어요.”
엄현주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서둘러 진행할게요.”
* * *
[엄현주 사장님과 제가 그 제보자를 만났습니다.]
현호는 여상길 팀장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런 자리에도 함께 가자고 할 정도면, 엄현주 사장이 팀장님을 자기 편이라고 믿는 거 같네요?”
[누구보다 유능하게 엄현주 사장의 이익을 위해 일했으니까요.]
너무 진지한 대답에 현호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사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는다.
마음제과 인수에서부터 환경호르몬 검출 사건까지, 위기를 겪는 엄현주를 구해 준 사람은 여상길이었다.
그런 여상길이 실제로 현호의 계획에 의한 지시를 받았다는 걸 최명준 실장 이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어디까지 진행됐습니까?”
[기자가 취재하고 있으니 조만간 저녁 뉴스에 방송이 될 겁니다.]
“알겠어요. 그날을 기다리죠.”
현호는 그와의 통화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여상길이 말한 방송을 보기까지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 * *
평소처럼 저녁 식사를 끝낸 가족들은 거실에 모여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사장님.”
어두운 기색의 비서 이지홍이 급히 들어오자 엄현태는 순간 놀랐는지 커진 눈으로 물었다.
“이 비서, 무슨 일이야?”
“사장님, 박명진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현호는 이지홍의 입에서 ‘박명진’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엄현주와 유태규를 재빨리 쳐다봤다.
그들의 입가에 미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오늘이구나!’
현호는 여상길 팀장이 얘기한 특혜 분양 사건이 뉴스로 방송된다는 걸 확신했다.
“그 사람 얘기면, 내 방으로 가서 얘기하지.”
엄현태가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이지홍 비서가 급히 입을 열었다.
“사장님, 지금 뉴스에 나올 겁니다.”
“뭐?”
놀란 엄현태가 움직임을 멈추고, 난처한 기색의 이지홍 비서가 어쩔 줄 몰라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엄현주가 입을 열었다.
“뉴스에 오빠 아는 사람이 나온다는 거 같은데, 내가 틀어 줄게.”
엄현주가 리모컨을 눌러 TV를 켰다.
그러자 TV 화면에 ‘인경시 송우건설 아파트 특혜 분양’이라는 자막이 보이며 기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A씨는 송우건설 아파트 분양대행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분양대행사는 송우건설 아파트 분양을 독점적으로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경시에 건설한 송우건설 아파트를 분양할 때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제보자 A : 전망이 가장 좋은 층의 십여 채를 분양하지 않았습니다. 그 아파트들은 이미 주인이 정해졌다고 했습니다.]
[A씨는 그 아파트 주인이 될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리스트도 보았다고 했습니다. A씨가 알려 준 아파트에 정말 리스트에서 본 사람이 살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TV 화면에 국회의원 신일후의 사진이 보였다.
[리스트에 있었다는 신일후 국회의원. 확인해 보니, 그 아파트에 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아파트에 신일후 국회의원의 아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리스트에 있었다는 전 금융위 간부 박종현 씨 또한 그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박종현 씨의 딸이 살고 있었습니다.]
[제보자 A씨 : 고위직에 계신 분들이라 외부에 알려지면 좋을 게 없으니까, 차명으로 소유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A씨가 기억하는 리스트의 사람들이 실제로 아파트를 소유했는지 알아봤지만 모두 가족이거나 가까운 친척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과연 우연인지, 아니면 정말 특혜 분양이 있었는지, 분양대행사와 송우건설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어머, 현태 오빠!”
엄현주의 목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송우건설 아파트에는 특혜 분양이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거야?”
묻는 그녀의 입가에 조롱이 담긴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