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그분을 곤란하게 해 줘야겠어
엄현태가 무혐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던 그 시각, 엄현주는 기쁜 소식을 전달받았다.
“사장님, 주식을 넘겨받았습니다.”
여상길이 사장실로 급히 들어오며 얘기하자, 엄현주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띤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고하셨어요, 여 팀장님.”
“유태규 검사가 애써 준 덕분에 잘 마무리됐습니다.”
“박명진 사장은요?”
“가족과 함께 지금 공항으로 가고 있습니다. 엄현태 사장에게는 내일 출국한다고 얘기했답니다.”
“훗.”
피식 웃는 엄현주의 얼굴에 의기양양함이 차올랐다.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네요.”
“…….”
“여 팀장님도 오늘은 일찍 퇴근해서 쉬세요. 그동안 고생하셨어요.”
“알겠습니다.”
사장실을 나온 여상길은 주차장으로 이동해 승용차에 올랐다. 그리고 엄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상길입니다.”
* * *
송우미디어 사장실.
현호는 여상길과 통화 중이었다.
“여 팀장님, 어떻게 됐습니까?”
[엄 사장이 계획한 대로 됐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또 연락하겠습니다.”
그와의 통화를 마치자 최명준 실장이 물었다.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엄현태의 송우생명 주식이 엄현주에게로 갔다.
이제 그 주식을 자신에게로 가져올 차례다.
“송우리조트 엄수경 사장을 만날 생각이에요.”
“엄수경 사장님은 왜……?”
최명준 실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송우생명 주식의 주인은 유종일 씨에요.”
“그렇죠.”
“여상길 팀장이 전해 준 얘기에 의하면 유종일 씨는 동생이 주식 투자할 생각으로 부탁한 것으로 알아요.”
“…….”
“동생을 믿고 명의를 빌려줬는데, 거짓이었다면 어떨 거 같아요?”
“배신감이 들겠죠.”
현호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 형제 사이가 흔들려야 내가 송우생명 주식을 차지할 기회를 만들 수 있어요.”
그의 얘기를 이해한 듯한 최명준이 물었다.
“그럼, 엄수경 사장님의 역할이 두 형제 사이에 갈등을 만드는 건가요?”
현호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역할은 여러 사람이 맡게 될 거고, 엄수경 사장의 역할은 따로 있어요.”
“…….”
“하지만 지금 바로 실행할 것은 아니에요. 이번 일이 정리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엄현태 사장이 바뀐 현실을 알아야 하니까요.”
“엄현태 사장님은 언제쯤 알게 될까요?”
최명준의 물음에 현호가 싱긋 미소 지으며 얘기했다.
“며칠 내에 알게 될 겁니다.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거죠. 그리고 최 실장, 이 회사에 대해 알아봐 주세요.”
현호는 최명준에게 메모지에 뭔가를 적어 건넸다.
그 메모지를 본 최명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원우엔지니어링 주식회사?”
그가 전혀 알지 못하는 회사였다.
“뭐 하는 회사입니까?”
“전동카트를 생산, 판매하는 회사에요.”
“전동카트를 구매하시려고요?”
그의 물음에 현호는 피식 웃었다.
“송우리조트가 투자한 회사라서 지분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엄수경 사장이 그 회사 사장과 얼마나 가까운지도 알아봐 주세요.”
“그게 왜 궁금하십니까?”
“매형의 친형이 일하는 회사거든요.”
“아……!”
최명준 실장은 현호의 계획을 짐작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엄수경 사장님의 역할은 따로 있다고 하신 거군요?”
“매형에게서 들었던 친형의 회사 이름이 송우리조트 결산보고서에 있더라고요.”
현호는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았다.
전생의 기억이 있기에 아는 것이지만, 그에게 사실대로 얘기할 수는 없었다.
“빠르게 알아보겠습니다.”
현호를 믿는 최명준은 한 치의 의심 없이 대답했다.
* * *
그날 저녁.
엄상현 회장의 가족들은 저녁 식사를 위해 함께 모였다.
이들 중 가장 표정이 밝은 이는 엄현태였다.
왜 아니겠는가.
아버지 엄상현 회장의 도움을 받지 않고 특혜 분양 사건을 해결했으니.
아버지에게 사업적 능력뿐만 아니라 사법적인 문제 해결 능력도 증명한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엄상현 회장이 식탁 앞에 앉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
“현태는 그동안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현태 오빠, 무혐의 된 거 축하해.”
아버지에 이어서 엄현주가 축하를 전했다.
자기가 무혐의 된 것도 아니면서 그녀의 얼굴은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무혐의를 만들다니, 작은오빠 다시 봤어.”
“내 도움 필요할 때 얘기해. 도와줄 테니까.”
엄현주가 조롱하는 줄도 모르고 엄현태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훗. 작은오빠답네.”
그 반응에 엄현주가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저 미소의 의미를 알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현호는 속으로 웃었다.
엄현주는 현태 형을 속였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둘 다 현호에게 속고 있는 줄 모르고 있으니.
현호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으며 엄현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형, 소식 들었어. 정말 축하해.”
“고맙다.”
현호까지 축하 인사를 건네자 떨떠름한 기색의 엄현식이 겨우 입을 열었다.
“현태야, 무혐의 축하한다.”
“고마워, 형.”
장남 엄현식까지 이어진 축하가 끝나자 엄현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채 엄상현 회장에게 얘기했다.
“아버지, 이럴 때 가족이 함께 있어서 좋은 거 같아요. 서로 위로하고 축하해 주고. 아버지가 가족을 왜 강조하시는지 알 것 같네요.”
현호는 안다.
그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것에 들떠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는 사실을.
이 기회를 통해 아버지 엄상현 회장에게도 잘 보이고 싶었으리라.
지금은 행복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곧 뒤통수 세게 맞는 기분이 뭔지 알게 될 거야.’
* * *
며칠 후.
“사장님!”
이지홍 비서가 다급히 사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창백해진 얼굴을 본 엄현태는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고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일이야?”
“박명진 사장이…… 한국을 떠났습니다.”
“알고 있어. 가족들과 여행 갔잖아.”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
“변호사 수임료 문제로 알아볼 게 있어서 마이홈플랜에 갔더니, 회사가 폐업된 상태였습니다.”
“마임홈플랜이 왜 폐업을 해?”
엄현태는 자기가 들은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되물었다.
왜 아니겠는가.
특혜 분양 사건도 무혐의로 결론이 났는데, 회사를 폐업시킬 이유가 없었다.
“저도 그 이유를 알고 싶어 박명진 사장 집으로 찾아갔는데, 새롭게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
“근처 부동산중개업체에 물어보니 집이 팔렸다고 하더라고요. 계약한 새 집주인 이름을 들었는데, 엄현주 사장님이었습니다.”
“뭐어?”
화들짝 놀란 엄현태는 잠시 머릿속이 멍해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인데, 그 속에 현주가 있었다.
“현주가 왜 박명진의 집을…… 아!”
엄현태는 번개처럼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비서에게 얼른 지시했다.
“내 송우생명 주식에 대해 알…….”
디리리리.
엄현태가 말을 끝내지 못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엄현주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상황인데,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왠지 불길했다.
하지만 엄현태는 그 마음을 숨기고 평소처럼 태연히 응답했다.
“무슨 일이야?”
[오빠 비서가 내가 새로 사서 인테리어 중인 집을 방문했다는 연락을 받았거든.]
“너, 그 집이 누구 집인지 알고 산 거야?”
[알지. 마이홈플랜의 박명진 사장 집이잖아. 아! 지금은 회사도 폐업했고, 가족들과 해외로 갔지.]
순간 엄현태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 박명진과 엄현주 사이에 거래가 일어났다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너, 무슨 수작을 부린 거야?”
[오빠가 나에게 했던 대로 갚아 준 거야.]
“뭐?”
[오빠, 내가 송우생명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 알고 있었지?]
“…….”
뜨끔한 엄현태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오빠가 구창준 지점장을 꼬드겨서 대출 재연장 막은 거 알고 있어. 그 때문에 난 송우생명 주식을 잃었지.]
“…….”
[오빠도 송우생명 차명 주식을 갖고 있다는 거 알고 있었어. 그 관리인이 박명진 사장이더라.]
“이제야 알겠네. 이번 특혜 분양 사건을 일으킨 거, 너지?”
엄현태가 까칠하게 언성을 높였지만 엄현주는 개의치 않은 듯 태연히 대답했다.
[맞아. 그리고 박명진 사장을 위해 무혐의를 만든 것도 나야.]
“……!”
[아! 중요한 걸 잊을 뻔했네. 오빠의 송우생명 주식, 이제 오빠 거 아니야.]
“뭐어? 야! 너…….”
엄현태가 버럭 고함을 치는데, 엄현주가 그 말을 끊으며 얘기했다.
[이 모든 게 오빠 탓이야. 오빠가 내 주식을 가지고 장난치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야.]
“…….”
[경고하는데, 앞으로 나 건들지 마. 받은 대로 갚아 줄 테니까.]
뚝.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그러자.
“으아악!”
솟구치는 분노를 참지 못한 엄현태가 고함을 치며 휴대폰을 바닥으로 던져 버렸다.
“엄현주…… 네가 감히 날…….”
그의 눈 속에서 증오의 불꽃이 타올랐다.
* * *
“사장님.”
최명준 실장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여상길 팀장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엄현주 사장이 엄현태 사장에게 송우생명 주식에 관해 얘기했답니다.”
“그렇군요.”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 놀랄 일이 없었던 현호는 담담하게 지시했다.
“엄수경 사장과 만날 약속 잡으세요.”
“예, 사장님.”
* * *
현호는 엄수경 사장과의 만남을 위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그녀가 현호와의 만남을 우선순위로 정한 덕분에 다음 날 만날 수 있었다.
“어서 와, 현호야.”
약속 장소인 레스토랑 룸으로 들어오는 현호를 보며 엄수경이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야, 누나.”
“그래. 하지만 TV 뉴스와 신문에서 송우그룹에 대한 소식을 들으니, 오랜만에 보는 것 같지는 않네.”
현호는 그녀가 말한 소식이 송우아파트 특혜 분양 사건이라는 걸 알았다.
“알다시피 그 일은 잘 해결됐어.”
“그 일도 네 계획이었어?”
현호는 대답 대신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무혐의가 되었던데, 계획이 실패한 거야?”
“실패했으면 내가 누나에게 연락하지 않았겠지.”
“아……!”
현호의 말을 이해한 엄수경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날 만나자고 한 건, 다음 계획을 위해서야?”
“누나가 도와주겠다고 한다면, 계획을 진행해 보려고.”
“당연하지. 너와 협력하기로 했잖아. 내가 뭘 하면 되니?”
현호는 준비해 온 서류 봉투를 그녀에게 건넸다.
봉투 안에서 사진을 꺼내 보는 엄수경이 놀랐는지 눈이 커졌다.
“원우엔지니어링 사장이잖아!”
“아는 분이지?”
현호의 물음에 그녀가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송우리조트에서 투자한 회사니까, 조금 아는 사이지. 그런데 이분은 누구야?”
봉투에서 꺼낸 사진 중 그녀가 모르는 사람의 사진을 가리키며 물었다.
“매형의 친형이야.”
“정말이야? 유 검사의 친형이 원우엔지니어링 직원이야?”
“그래, 그 회사 직원이야.”
“세상 참 좁구나.”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던 그녀가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계획 속의 있는 사람이 유태규 검사 친형이야?”
“맞아.”
그의 대답에 엄수경은 곧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유 검사의 친형은 내 직원도 아닌데, 내가 뭘, 어떻게, 도와줄 수 있다는 거야?”
그 물음에 현호는 싱긋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분을 곤란하게 해 줘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