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곤란해진 유종일
“사장님, 저희 생각과는 좀 달랐습니다.”
박경국 과장이 얘기했다.
며칠 전, 그는 유종일에 관해 알아보기로 했었는데, 오늘 그 일 때문에 엄현식과 채연희를 만나고 있었다.
“뭐가 달랐다는 거야?”
“유 검사의 친형인 유종일 씨와 그 가족의 생활에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돈을 받아 놓고 쓰지 않는다는 거야?”
“그 부분이 좀 이상합니다. 유종일 씨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
“여윳돈이 생겼다면, 대출받았던 돈부터 갚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은행 빚을 안 갚았다고?”
엄현식이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그렇습니다.”
“대출 만기일이 많이 남았으면 그럴 수도 있겠지. 혹시 다른 부동산에 투자한 건 아닐까?”
“타고 다니는 오래된 차도 바꾸지 않고 부동산에 투자할까요?”
“차도 안 바꿨다고?”
이 부분은 엄현식도 이해되지 않는 듯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다. 십 년도 훨씬 넘은 차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요.”
“도대체 뭐야?”
엄현식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데, 채연희가 끼어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잘못 생각했던 거 같아요.”
“응? 뭐가?”
“유종일 씨는 주식 명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을 수 있어요.”
“…….”
“동생이 하는 얘기를 믿고 제대로 따져 보지 않고 명의를 빌려줬다면, 많은 돈을 대가로 요구하는 게 어려울 수 있죠.”
“아……!”
엄현식이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그렇다면, 유 서방이 거짓말을 했다는 건데, 우리에게는 좋은 거잖아. 그 거짓말을 알게 되면, 둘 사이에 균열이 생길 수 있을 테니까.”
그의 말에 이어 박경국 과장이 얘기했다.
“사장님, 유종일 씨에게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괜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방법이 있어요.”
채연희의 얘기에 엄현식과 박경국 과장이 동시에 그녀를 쳐다봤다.
궁금한 표정의 엄현식이 먼저 물었다.
“어떤 방법이 있다는 거야?”
“그 댁에 제사가 있어요. 현주 아가씨가 참석하지 않는 대신 우리가 제수를 보내기로 했어요. 그 핑계로 내가 만날 수 있어요.”
“잘됐군! 그때 만나서 진실을 얘기해 줘.”
“그럴게요.”
“충격 좀 받겠지?”
“그래야 우리 계획대로 되는 거죠.”
“일이 되려니까, 그런 타이밍도 딱딱 맞군. 하하.”
엄현식이 들떠서 웃음을 터트리자 박경국 과장이 기억을 상기시키려는 듯 얼른 끼어들어 얘기했다.
“사장님, 그 전에 엄수경 사장님께 연락해야 합니다.”
“아, 그렇지! 수경이한테 전화해야지, 음…….”
그런데 전화하겠다던 엄현식이 잠시 뜸을 들이며 생각에 잠겼다.
이를 지켜보던 채연희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지막이 물었다.
“여보, 전화 안 해요?”
“아! 그래. 그러면 더 좋겠군.”
아내의 물음을 듣지도 못한 사람처럼 엄현식은 뭔가 떠올라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더니 엄수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수화기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식 오빠, 결정한 거야?]
“그래, 네가 지난번에 얘기한 대로 해 주면 좋겠어.”
[알겠어요.]
“수경아, 그 실행일을 내가 얘기해 줘도 될까?”
[오빠가 정해 준다고요?]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엄수경의 목소리에 의아함이 실렸다.
“이왕이면 우리 계획과 맞추면 더 좋을 거 같아서 그래.”
[좋아요. 날짜 정해서 얘기해 줘요.]
“고맙다. 다음에 식사 같이하자.”
[그래요.]
엄현식이 통화를 끊자 아내 채연희가 의아한 듯 물었다.
“여보, 왜 날짜를 정해 준다고 했어요?”
“생각해 보니, 당신이 유 서방의 형을 만나서 동생 험담을 하는 거잖아.”
“아, 그렇기는 하죠.”
“우애가 좋았다면 그런 얘길 하는 당신을 좋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그래서 당신도 좋은 사람이고, 절대 누굴 속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믿음을 줘야 해.”
“…….”
“우리가 그런 믿음을 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자는 거지.”
“아……!”
채연희는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 서방의 형이 꽤 난처할 때 당신이 도움을 주면, 당신에게 믿음도 생기고, 신뢰도 생기지 않겠어?”
“아! 정말, 그렇겠네요.”
채연희가 그의 아이디어를 반기자 박경국 과장도 거들었다.
“사장님, 정말 좋은 생각이십니다.”
“박 과장도 그렇게 느끼지? 시작하기 전이지만 성공할 것 같은 느낌이야.”
엄현식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 * *
디리리리.
원우엔지니어링 판매부 과장 유종일은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모르는 번호였다.
최근에는 휴대폰으로 연락 오는 거래처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모르는 번호라도 무시할 수가 없다.
“여보세요?”
[유종일 씨 되십니까?]
차분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제가 유종일입니다. 누구십니까?”
[안녕하세요. 성북동 큰며느리 채연희라고 합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유종일은 기억이 났다.
동생인 태규에게서 성북동 가족이 제수를 전하러 연락이 올 거라는 얘기를 들었었다.
[제수를 전하고 싶은데, 지금 댁으로 보내도 될까요?]
“아, 집에 아무도 없는데, 괜찮으시면 제가 조금 후에 거래처 외근을 나가는데, 그때 연락드려서 받으러 가도 되겠습니까?”
[마침, 잘됐네요. 저도 외부에 볼일이 있거든요. 가는 길에 제가 전해 드릴게요.]
“아, 그러세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럼, 연락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네. 연락드리겠습니다.]
유종일이 통화를 마치고 십여 분이 지났을 때였다.
탕!
사무실 문이 거칠게 닫히는 소리가 나더니, 판매부장이 화난 걸음으로 성큼성큼 자리로 갔다.
“유 과장!”
언짢은 기분이 담긴 목소리로 그가 부르자 유종일은 의아한 표정으로 부장에게로 갔다.
“부장님, 부르셨습니까?”
“송우리조트가 지난달 매입한 전동카트 모두 반품한데.”
“예? 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원우엔지니어링 판매부 과장 유종일은 날벼락 같은 소식에 어안이 벙벙했다.
“내 말 못 알아들었어? 송우리조트에서 지난달 매입한 전동카트 모두를 반품한다잖아!”
“아니, 왜……?”
“아니,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자네가 계약 담당자잖아. 이중계약서를 써 주기로 했다면서?”
“제가요? 아닙니다. 전 그렇게…….”
화들짝 놀라 부인하는 유종일의 말을 부장이 자르며 얘기했다.
“그러면 송우리조트가 거짓말했다는 거야? 한 대도 아닌 열 대를 모두 반품하려고?”
“…….”
너무나 어이가 없는 유종일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더니.
하지도 않은 약속 불이행으로 납품한 카트가 모두 반품되게 생겼다.
“유 과장, 이제 어떡할 거야?”
“예……?”
“송우리조트가 어떤 곳인지 몰라? 우리 회사의 중요한 투자자라고!”
“…….”
“그런 곳에서 반품한다잖아. 도대체 카트 계약할 때 무슨 말을 어떻게 했길래, 이런 사달을 만들어?”
“…….”
“그렇게 멍하니 서 있으면 해결이 되겠어?”
“…….”
“당장 송우리조트를 찾아가서 사과를 하든지, 방법을 찾아야 할 거 아냐?”
“아, 하지만…….”
이중계약서를 써 주겠다고 약속하지도 않았는데, 찾아가서 무엇을 사과하란 말인지.
“부장님, 송우리조트와 계약할 때 우리 이익을 많이 낮췄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낮춘 이중계약서를 쓸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유 과장이 약속해서 이 사달을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발뺌하겠다는 거야?”
“아…….”
“이번 일, 사장님에게까지 보고되어야 속이 시원하겠어? 어!”
부장은 화가 났는지 언성을 높이며 얘기했다.
“당장 송우리조트 들어가서 무릎을 꿇고 빌어서라도 해결해. 안 그러면 당신과 내가 책임지게 될 거야. 그 책임이 뭘 말하는지 알지?”
“…….”
유종일은 속이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지만 따질 수가 없었다.
부장도 자신처럼 날벼락을 맞은 게 아닌가.
“어서 가서 해결해!”
“…….”
언성을 높인 부장의 말에도 유종일은 아무런 대꾸도 못 하고 겉옷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 * *
“휴우.”
송우리조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유종일은 내리지도 못하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이중계약을 약속한 적이 없다.
그런데 하지도 않은 약속 때문에 납품한 카트가 모두 반품되게 생겼다.
이런 황당한 상황을 겪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어쨌든 반품은 막아야 하니까…….’
유종일은 억울하고 허탈한 기분을 억누르며 승용차에서 내려 사무실 빌딩으로 향했다.
* * *
“훨씬 좋은 조건이고, 뭐고 간에, 다 가져가요.”
송우리조트의 총무부장은 손사래를 치며 유종일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종일은 기분 나쁜 기색조차 보일 수 없어서 억지 미소를 지은 채 얘기했다.
“아유, 부장님. 그동안 거래해 오면서 저희가 섭섭하게 한 적이 없지 않습니까? 이번에 회식비도 제가 든든하게 챙겨서 드리겠습니다.”
“아니, 이 사람이! 내가 회식비 때문에 이러는 줄 알아요?”
사실, 총무부장도 곤란한 상황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장실에서 오더가 내려와 자신도 어쩔 수 없이 반품할 수밖에 없는 핑계를 만들어야 했다.
“아유, 아니라는 거 알죠. 제 마음이 그렇다는 겁니다.”
“…….”
“이번에 제 얼굴 한 번 봐서 반품을 취소해 주시면 다음에는 더 좋은 조건으로…….”
유종일의 말을 총무부장이 자르며 얘기했다.
“다음에 되는 더 좋은 조건을 왜 지금은 안 돼요?”
“예……?”
순간 유종일은 말문이 막혔다.
“어쨌든 더 좋은 조건의 계약서 하나 더 써 주든지, 아니면 카트를 가지고 가든지, 유 과장이 결정해요.”
“부장님.”
“내 할 말은 다 했어요. 나도 일하느라 바쁘니까, 생각해 보고 결정되면 얘기해 줘요.”
차갑게 밀어내는 총무부장의 태도에 유종일은 계속 그의 곁에서 얘기할 수가 없었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덩그러니 사무실에 있을 수도 없는 유종일은 밖으로 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고래고래 고함을 치며 따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자신의 현실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내일이면 카트를 반납할 텐데…….’
그 걱정에서 오는 압박감으로 가슴이 답답해졌다.
디리리리.
그때,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회사에서 통화했던 송우그룹 큰며느리인 채연희의 전화였다.
“아!”
유종일은 그때서야 그녀에게서 연락 오기로 한 것을 기억했다.
‘하필이면 이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카트 반품을 해결하지 않고 제수를 받기 위해 송우리조트를 떠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을 얘기하고 제수 물품은 내일 받아야겠어.’
유종일은 휴대폰을 귀로 가져가며 얘기했다.
“유종일입니다.”
[안녕하세요, 채연희에요.]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거래처에 있는데 지금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요.”
[아, 그러세요? 어쩔 수 없죠. 그럼, 내일이라도 연락을 주세요.]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유종일이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어머! 사돈, 아니세요?”
여자의 목소리에 유종일이 뒤돌아보니, 미소 띤 채연희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를 본 유종일이 놀라 눈이 커졌다.
그 모습을 본 채연희는 더 한층 밝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