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유종일의 방문
“사장님, 식품 관리 조직 개편안입니다.”
여상길은 엄현주 사장에게 조직 개편안 문서를 건넸다.
환경호르몬 사건 이후 여상길이 식품 관리에 대한 조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에 따라 마련된 것이다.
“식품연구소와 생산부와도 최종적으로 협의를 거친 겁니다.”
“그렇군요.”
그 문서를 차분히 살펴본 엄현주가 얘기했다.
“괜찮네요. 이대로 진행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여상길이 막 대답을 마쳤을 때였다.
똑똑.
비서가 사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사장님.”
“무슨 일이에요?”
“유종일 씨라는 분께서 오셨습니다.”
“누구?”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리지 못한 엄현주가 되묻자 비서가 난처한 표정으로 나지막이 얘기했다.
“유태규 검사님 형님이십니다.”
“아……!”
엄현주는 그제서야 남편인 유태규 검사에게서 들은 그의 이름이 기억이 났다.
유태규는 그의 형 유종일이 송우생명 차명 주식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가 속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했고, 보상으로 원하는 걸 생각해 본 후 그에게 얘기하기로 했다고 했다.
‘왜 온 거지?’
엄현주는 의아했다.
결혼식 이후 연락하거나 만난 적이 없는 그였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오다니.
더구나, 송우생명 차명 주식에 대해 알게 된 이후의 방문이라 뭔가 꺼림직했다.
‘송우생명 차명 주식 건으로 온 건가?’
그 일이라면 이미 그가 이해했다고 들었다.
‘설마, 원하는 걸 얘기하려고?’
그거라면 남편인 유태규 검사를 만나 얘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슨 용건으로 왔는지 물었어요?”
엄현주가 비서에게 물었다.
“유 검사님과는 얘기가 된 사항이라고 사장님을 만나 뵙고 직접 얘기하겠다고 했습니다.”
비서의 대답에 엄현주는 한층 더 의아해졌다.
‘태규 씨와 얘기가 되었다고?’
그녀는 남편에게서 그 이후 유종일에 관해 어떤 얘기도 들은 게 없었다.
“사장님, 어떻게 할까요?”
“음…… 들어오시게 하세요.”
솔직히 그녀는 유종일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송우생명의 차명 소유자이고, 남편의 형이기에 얼굴도 보지 않고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비서가 나가자, 엄현주는 여상길에게 얘기했다.
“여 팀장님도 수고해 주세요.”
“예, 사장님.”
여상길은 승인받은 품질 관리 조직 개편안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자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종일을 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아, 예.”
여상길이 깍듯이 인사하자 그도 예의 있게 인사했다.
여상길은 그가 사장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후 비서실에서 벗어나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이동했다.
‘엄현주 사장 주변을 잘 지켜보라더니, 이 때문인가?’
여상길은 며칠 전 현호에게서 이와 같은 요청을 받았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시댁 식구가 찾아오는 일도 흔한 일은 아니기에 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수화기에서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 팀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유종일이 엄현주 사장을 찾아왔어요.”
[무슨 용건으로 왔는지는 아십니까?]
“그건 모릅니다. 그런데 놀라지 않는 걸 보니, 엄 사장이 예상한 일이군요?”
수화기를 통해 그의 엷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예상한 일 중 하나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 때문에 왔느냐는 거죠.]
“유종일 씨 얘기로는 유태규 검사와는 얘기가 되었다고 했어요. 하지만 엄현주 사장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어요. 제가 들은 건 이 정도예요.”
[엄현주 사장이 당황하겠군요.]
“왜죠?”
[유종일 씨와 유태규 검사가 얼마 전에 만났어요. 엄현주 사장은 유종일 씨가 송우생명 차명 주식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것을 전해 들었을 겁니다.]
“그랬겠죠.”
여상길은 동의하듯 얘기했다.
[유종일 씨가 원하는 게 있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유태규 검사를 찾아갈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 반대가 되었으니 당황할 수밖에요.]
“유종일 씨가 일부러 엄현주 사장을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글쎄요. 찾아온 목적은 있겠죠. 저도 궁금하네요.]
여상길은 현호도 이 이상은 알 수 없다는 걸 이해했다.
“알게 되는 정보가 있으면 연락하겠습니다.”
* * *
“연락도 없이 오셔서 좀 놀랐어요.”
엄현주는 소파 맞은편에 앉아 있는 유종일에게 얘기했다.
“길게 얘기할 일도 아니어서 연락 없이 왔어요.”
유종일은 사실 의도적으로 연락하지 않고 왔다.
자신이 미리 연락했다면 자리를 피하거나 동생을 만나게 했을 테니까.
“무슨 일로 오셨는지 물어도 될까요?”
“태규가 그러더군요. 원하는 게 있으면 얘기해 달라고. 저와 만난 얘기, 들었죠?”
“네, 들었습니다.”
“원하는 게 있어서 왔어요.”
“말씀하세요.”
유종일은 짧게 숨을 내쉰 후 얘기했다.
“다른 곳에서 일하고 싶어서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냈어요.”
“아, 그러시군요. 어떤 곳에서 일하고 싶으신데요?”
“이곳, 송우식품에서 일하려고요.”
“예에?”
당황한 엄현주는 자신이 잘못 들었는지 다시 물었다.
“뭐라고 얘기하셨죠?”
“이곳, 송우식품에서 일하고 싶어요.”
“……하아.”
충격을 받은 엄현주는 잠시 멍했다가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버님, 지금 농담하시는…….”
그녀의 말을 유종일이 끊으며 얘기했다.
“농담하는 거 아닙니다.”
“…….”
“내 미래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다니던 회사에서 계속 일한다고 해도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자리라곤 부장이에요.”
“…….”
“태규 뒷바라지한다고 늦게 결혼해서 아이가 아직 어려요. 미래가 보장된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의 미래와 우리 부부 노후도 준비하고 싶어요.”
엄현주는 치솟는 화를 억누르느라 주먹을 꼭 쥐었다.
그의 요구가 너무 어이없는 탓이다.
송우식품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가까스로 쟁취한 자신의 회사다.
‘미래가 보장된 직장?’
자신이 인정하지 않는 한 누구도 송우식품에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감히 내 앞에서 시댁 어른이니, 맘 편히 직장생활하겠다고 말하는 거야?’
용납할 수 없다.
더욱이, 송우식품에 시댁 식구를 채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아버지 엄상현 회장부터 노여워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송우생명 주식 차명 소유자라는 사실은 자신이 말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게 했다.
엄현주는 정색하며 거절하는 대신 대안을 얘기했다.
“아주버님, 송우식품은 대기업이에요. 사장 마음대로 채용할 수 없습니다. 직원의 채용도 계획적이고 체계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송우식품에서 일을 못 한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대신, 라이스타 프랜차이즈점을 오픈하는 건 어떠세요?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거죠.”
그녀의 제안에 유종일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얘기했다.
“제수씨는 송우그룹 입사 때 입사 점수가 얼마였어요?”
“예?”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엄현주는 당황했다.
사실 그녀는 다른 신입사원처럼 입사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내가 알기로는 입사 시험 보지 않고 채용된 것으로 아는데요.”
“그건, 제가…….”
“엄상현 회장님의 가족이기 때문이죠.”
“…….”
“결혼은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라고들 하죠. 그런 의미에서 나도 송우그룹 가족이에요.”
“……!”
“제수씨가 결정하면 얼마든지 나도 송우식품에서 일할 수 있지 않겠어요?”
“…….”
엄현주는 자신의 특혜 입사를 문제 삼으며 얘기하자 달리 반박할 수가 없었다.
유종일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요. 수고해요.”
유종일은 여유로운 걸음으로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엄현주는 억누르고 있던 감정을 허공에 내뱉었다.
“아아악!”
자신의 영역에 시댁 사람이 끼어드는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안 돼! 절대 안 돼!’
자신의 인생에 그런 것을 용납할 수가 없다.
엄현주는 바로 남편 유태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수화기에서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일, 있어요?]
“아주버님이 회사에 다녀갔어요.”
[뭐라고 했어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그가 다시 묻자 엄현주는 짜증 섞인 소리로 대답했다.
“당신 형님이 회사에 다녀갔다고요.”
[형님이요? 왜요?]
“원하는 걸 말해 주러 왔어요.”
[그걸 말하러 현주 씨에게 갔다는 거예요?]
당황한 듯한 목소리였다.
“미래가 보장된 송우식품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어요. 이게 말이 돼요?”
다시 생각해도 화가 나는지 엄현주가 언성을 높였다.
“내 회사가 시댁 식구 놀이터에요? 어떻게 그런 말을 쉽게 내뱉을 수 있어요?”
[진정해요, 현주 씨.]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화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잖아요.]
“…….”
그의 말도 틀린 게 아니기에 엄현주는 길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잠시 후, 유태규의 질문이 들려왔다.
[형님의 요구에 현주 씨는 뭐라고 얘기했어요?]
“라이스타 프랜차이즈점을 제안했어요. 하지만 그건 싫은가 봐요.”
[내가 형님을 만나 볼게요.]
“알겠어요.”
* * *
한편, 유종일의 취업 청탁으로 송우식품이 발칵 뒤집힌 그 시각, 현호는 엄수경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누나, 무슨 일 있어?”
[유종일 씨에 대한 소식 전해 주려고.]
“무슨 소식?”
[유종일 씨가 원우엔지니이링에 사직서를 내고 그만뒀데.]
“정말이야?”
[그 회사 사장에게 내가 부탁했었거든. 혹시 유종일 씨한테 변화가 생기면 알려 달라고.]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에 관해 들은 게 있어?”
[다른 회사에서 일하게 될 거 같다고 했데.]
“아……!”
그 말을 듣는 순간 현호는 유종일이 왜 엄현주를 찾아갔는지 알 것 같았다.
[왜 그래? 뭔가 짐작되는 게 있구나?]
“누나, 부탁 하나 하자.”
[뭔데?]
“누나가 유종일 씨한테서 들은 소식을 큰형한테 얘기해 줘.”
[현식 오빠한테?]
“그래. 부탁해.”
[알았어. 결과는 내게도 얘기해 줘야 해.]
“알았어.”
통화를 끊은 엄현호는 나해철 M&H 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해철입니다, 엄 사장님.]
“나 대표님, 제가 부탁할 게 있는데 이곳으로 와 주시겠습니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 * *
“여보, 그게 정말이에요?”
채연희는 남편 엄현식에게서 유종일이 퇴사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래. 방금 수경이한테서 연락이 왔어. 원우엔지니어링 사장이 알려 줬다는군.]
“원우엔지니어링 사장이요?”
[수경이가 유종일 씨한테 변화가 생기면 얘기해 달라고 부탁했었데.]
“유종일 씨가 퇴사한 이유도 알아요?”
[다른 곳에서 일하게 될 거 같다고 했다더군.]
“다른 곳이라면…… 아!”
채연희는 뭔가 생각이 난 듯 다음 말을 이었다.
“혹시, 송우식품 아닐까요? 아니면, 현주 아가씨가 마련한 곳일 수도 있고요.”
[내 생각도 그래.]
“그렇게 되면 세 사람이 함께 움직이는 것과 같은데, 우리한테 불리하잖아요.”
[그래서 우리 계획을 앞당겨야겠어.]
“알았어요, 바로 유종일 씨한테 연락할게요.”
엄현식과 통화를 끊은 채연희가 곧장 유종일에게 전화를 걸었다.
디리리리.
신호는 계속 가는데, 그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뭐야? 왜 전화를 안 받아?’
채연희는 갑자기 불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