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73
173화 유종일을 속여라
채연희가 유종일에게 전화를 걸던 그 시각, 그는 동생 유태규를 만나고 있었다.
“형, 송우식품에서 일하고 싶다고 현주 씨에게 얘기했어?”
“그래. 네가 원하는 게 있으면 얘기하라고 했잖아.”
“원하는 게 있으면 나한테 얘기를 했어야지.”
“네가 뭔데?”
“뭐……?”
예상하지 못한 유종일의 대꾸에 유태규는 당황했다.
“내가 원하는 걸 들어줄 힘이 너한테 있어?”
“형,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가 틀린 말 했어? 너는 검사지, 송우식품 사장이 아니잖아.”
“…….”
틀린 말이 아니기에 유태규는 즉각 반박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제수씨 심부름으로 날 만나러 온 거잖아.”
“형, 난 문제를 해결하러 왔어.”
“내가 송우식품에서 일하겠다는 게 무슨 문제야?”
“형, 현주 씨 송우식품 사장으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그런데 시댁 식구를 특혜로 채용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문제 해결이 아니라, 제수씨 결정을 통보하러 온 거네.”
유종일이 언짢은 투로 대꾸하자 유태규는 답답한지 긴 한숨을 내쉰 후 얘기했다.
“형, 직장 생활하다가 퇴사하게 되면 대부분은 자기 사업을 해.”
“…….”
“어차피 그렇게 될 거, 현주 씨가 제안한 라이스타 프랜차이즈점을 열어서 형 동기들보다 일찍 자리 잡는 게 좋지 않겠어?”
“…….”
“그 부분은 현주 씨가 많이 도와줄 수 있어.”
유종일은 입가에 냉담한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
“개인 사업하다가 송우그룹 사돈인 게 드러나면, 사업장을 옮겨야 하는데 내 동기보다 일찍 사업하는 게 무슨 소용이야?”
“……!”
유태규는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그의 아버지는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집단 식중독 해프닝과 함께 송우그룹 사돈이라는 게 알려졌다.
그러자 그는 아버지의 사업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게 했다.
아버지는 그의 신분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롭게 고깃집을 시작해야 했고, 장사는 이전보다 잘되지 않고 있다.
유태규는 자신 때문에 고생하시는 부모님이 언급되자 얼굴이 굳어지며 말문이 막혔다.
그 모습을 본 유종일이 넋두리하듯 얘기했다.
“내 동생이 이렇게 이기적이라는 걸, 예전에는 왜 몰랐을까?”
“…….”
“나는 내가 원하는 걸 얘기했어.”
유종일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유태규가 얼른 다시 얘기했다.
“라이스타 프랜차이즈점 외에 부동산도 줄게.”
“뭐……?”
“목 좋은 곳의 땅이나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면, 가격은 오르게 되어 있어.”
“…….”
“지금 사는 아파트 때문에 은행 빚도 있잖아. 빚도 청산하고 매년 가치는 상승해서 재산도 늘어날 거야.”
“…….”
“형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어.”
끝까지 그의 아내만을 생각하는 동생 유태규에게 실망한 유종일이 긴 한숨을 내뱉은 후 얘기했다.
“나는 너한테 지금껏 내가 무엇을 하면 사느냐에 관해 얘기했어. 너는 형인 내가 무엇을 하며 사는지에 관심 없구나?”
“……!”
유종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동산을 덤으로 주겠다면 받을게. 하지만 나는 내가 뭘 원하는지 얘기했고, 너는 제수씨와 상의해서 확실한 결정을 알려 줘.”
유종일은 뒤돌아서 룸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유태규는 인상을 찌푸렸다. 더 이상 형을 설득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유태규는 엄현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수화기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태규 씨, 형님을 만났어요?]
“그래요. 형은 생각을 바꾸지 않을 거예요.”
[그럼, 어떡해요? 송우식품에 채용하라는 거예요?]
그녀가 언짢은 기색으로 언성을 높였다.
“그럴 필요 없어요.”
유태규는 엄현주가 시댁 식구를 채용하는 게 곤란하다는 걸 알고 있다.
송우식품 채용 시스템에 물의를 일으키기 때문만은 아니다.
또한, 엄상현 회장과 그 식구들이 싫어한다는 것도 유종일을 채용할 수 없는 첫 번째 이유가 아니다.
유종일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형을 채용하게 되면, 가족뿐만 아니라 송우식품 그리고 송우그룹 임원들도 자연스럽게 다른 집안 며느리라고 인정하게 될 테니까.’
어떤 그룹의 임원과 주주가 다른 집안 며느리인 엄현주에게 송우그룹을 맡기려고 하겠는가.
사람들이 그녀를 다른 집안 며느리로 인식하는 순간, 엄현주는 승계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지금껏 사람들이 그런 인식을 할 수 없게끔 많은 노력을 했어.’
마음제과까지 인수하고 송우식품 사장에 오르자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의심하던 사람들이 그녀의 능력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렵게 쌓은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는 없어.’
그녀의 성공은 유태규 자신에게도 중요했다.
그녀가 송우그룹의 후계자가 되지 못하면 자신의 미래는 정해져 있다.
‘재벌가 사위 검사로 지내다가 로펌이나 송우그룹 법무팀 변호사로 일생을 보내겠지.’
그런 삶을 위해 그녀와 결혼한 게 아니다.
유태규는 결정을 굳힌 듯 덤덤하게 말했다.
“형에게는 내가 얘기할게요.”
[뭘 얘기하겠다는 거예요?]
의아한 목소리로 엄현주가 물었다.
“형이 가질 수 있는 건, 라이스타 프랜차이즈점과 부동산이 전부라고요.”
[……괜찮겠어요?]
“형 때문에 우리 인생의 목표가 흔들릴 수는 없어요.”
[그러면 송우생명 주식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태규가 자르며 얘기했다.
“서둘러 다른 사람을 알아봐요. 명의를 옮기기 전까지는 형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해야 해야 해요.”
[알겠어요.]
통화를 끊은 유태규는 형 유종일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 * *
“채연희 씨가 여러 번 전화했네?”
승용차에 탄 유종일은 출발하기 전 무음으로 해 두었던 휴대폰 설정을 바꾸고 통화내역을 확인했다.
그녀는 전화만 한 게 아니라 연락을 달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유종일은 사실 조금 전 동생과의 대화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아서 당장 그녀와 통화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나중에 통화하지.”
이렇게 결정한 유종일이 승용차 시동을 막 걸려던 때.
디리리리.
그의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동생 유태규의 전화였다.
“뭐지?”
조금 전 헤어졌는데, 그가 이렇게 빨리 전화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날 또다시 설득하려는 걸까?’
그럴 가능성이 커 보였다.
유종일은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었지만, 동생의 전화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이야?”
[형이 원하는 게 송우식품에서 일하는 거 말고는 없다고 현주 씨에게 얘기했어. 현주 씨가 형을 채용하겠데.”
[정말이야?]
유종일은 믿어지지가 않았다.
“정말 제수씨가 이렇게 빨리 결정했다고?”
[형이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는데, 또 뭐가 맘에 안 들어?]
“아니야. 어쨌든 빨리 결정해 줘서 고맙다.”
사실, 유종일은 엄현주가 거절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불과 십여 분 사이에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마주하게 되어 얼떨떨했다.
[그런데 형도 이해해 줄 게 있어.]
“뭔데?”
[현주 씨와 형, 두 사람이 모두 회사에서 곤란해지지 않으려면 특별 채용 형식으로 해야 해.]
“…….”
[그 작업이 진행될 때까지 형이 기다려 줘야 해. 그렇게 해 줄 수는 있지?]
“어, 그래.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유종일이 생각해도 그런 형식으로 송우식품에 입사해서 일하는 게 자신에게도 좋을 거 같았다.
[조금만 기다리면 특별 채용 공고가 있을 거야. 그 공고를 보고 지원하면 돼.]
“그래.”
[이력서나 경력증명서 같은 기본 서류는 준비해 두고, 그 외의 준비사항은 송우식품 인사과 직원이 연락할 거야.]
“알겠어. 기본 서류는 준비할게. 그리고 네가 말한 부동산은?”
유종일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챙길 것은 챙기고 싶었다.
[땅이나 아파트 중 어떤 게 좋겠어?]
“땅이 좋을 거 같아.”
[개발 가능성이 큰 땅으로 알아볼게.]
“그래, 고맙다.”
[다음에 다시 통화해.]
“어, 그래.”
통화를 마친 유종일은 여전히 현실이 아닌 것처럼 얼떨떨하고 멍했다.
“정신 차리자.”
유종일은 멍한 정신을 떨치기 위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났지만, 이게 현실이었다.
기분 좋은 현실을 마주한 유종일은 아내가 먼저 생각났다.
‘아내가 걱정했었는데…….’
아내에게 이 소식을 알려 주려 놓아 둔 휴대폰을 다시 집을 때였다.
디리리리.
또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이번에는 채연희의 전화였다.
조금 전까지 동생에게 섭섭하고 언짢았던 마음이 어느새 풀려 버렸기에 유종일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유종일입니다.”
[채연희예요.]
“여러 번 전화하셨다는 걸 조금 전에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바쁜 일이 있으셨나 봐요?]
“동생을 만났습니다.”
[그러셨군요. 두 분이 얘기는 잘 되셨어요?]
“예. 제가 원하는 걸 해 주기로 했습니다.”
[잘됐네요.]
“고맙습니다.”
유종일이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은 채 얘기했다.
“그런데, 제게 왜 전화를 하셨습니까?”
[제가 사돈께 보여 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제게 보여 줄 게 있다고요?”
유종일은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네. 시간을 내주실 수 있으세요?]
“아, 예.”
갑작스러운 요청이지만 유종일은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송우리조트에 납품한 전동카트 반품을 막는 걸 도와줬고, 자신이 몰랐던 송우생명 주식에 관해서 얘기해 줬다.
그것 때문에 동생한테서 마음도 상했지만, 결국 송우식품에 특채 입사와 땅을 받게 되었다.
[약속 장소 주소를 메시지로 보낼게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 * *
송우미디어 사장실.
현호는 여상길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여 팀장님, 무슨 일 있습니까?”
[조금 전 사장님께 들은 유종일 씨 소식을 전해 주려고요.]
“무슨 소식이죠?”
[유종일 씨가 송우식품에서 일하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럴 거로 짐작했습니다.”
[그걸 어떻게 짐작할 수 있었죠?]
의아한 여상길의 목소리에 현호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유종일 씨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에서 일할 거라고 했다더군요. 그쪽 회사 사장과 아는 엄수경 사장이 얘기해 줬어요.”
[엄현주 사장의 결정이 뭔지는 짐작합니까?]
“유종일 씨를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승계 경쟁에서 누나에게 이로울 게 없으니까요.”
[잘 아는군요.]
“하지만 유종일 씨는 송우생명 주식 차명 소유자예요. 그의 제안이나 주장을 함부로 무시할 수도 없죠.”
[그래서 어떻게 될 거 같아요?]
“유종일 씨를 속이겠죠.”
여상길의 웃음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맞아요. 주식 명의를 다른 사람으로 바꿀 때까지 송우식품 특채를 진행하는 것처럼 할 거예요.]
“그래서 우리도 서두를 수밖에 없었어요. 이대로 있으면 결국 송우생명 주식을 차지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누가 움직입니까?]
궁금한 듯한 여상길의 물음에 현호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나해철 대표가 움직여요.”
* * *
유종일은 채연희를 만날 약속 장소로 운전 중이었다.
디리리리.
그때 휴대폰이 울리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