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속고 있어요
‘혹시, 송우식품 인사과 직원?’
유종일은 동생 태규가 했던 말을 기억했다.
-이력서나 경력증명서 같은 기본 서류는 준비해 두고, 그 외의 준비사항은 송우식품 인사과 직원이 연락할 거야.
너무 빠른 연락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제수씨인 엄현주의 결정도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던가.
송우식품 인사과 직원의 전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낯선 번호의 전화도 확인해야 했다.
유종일은 통화를 위해 승용차를 주차가 가능한 길가에 세우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유종일 씨 되십니까?]
“그렇습니다만, 누구십니까?”
[저는 M&H 인베스트먼트 대표 나해철이라고 합니다.]
유종일은 송우식품 인사과 직원도 아닌 전혀 모르는 사람의 전화가 당황스러웠다.
“아, 그런데 왜 전화를 하신 겁니까?”
[채연희 씨를 만날 계획이시죠?]
유종일은 깜짝 놀랐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자신이 누구를 만나는지 알고 있단 말인가?
‘혹시, 채연희 씨와 아는 사이인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가 자신에게 그녀와 만나는 걸 왜 묻는단 말인가?
“내가 누구를 만나든지 댁이 무슨 상관이에요?”
[채연희 씨에게 속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뭐, 뭐라고요?”
[채연희 씨가 유종일 씨에게 어떤 방식으로 접근을 했든지, 목적은 유종일 씨 명의로 된 송우생명 주식입니다.]
“……!”
유종일은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무척 놀랐고 혼란스러웠다.
‘설마, 내가 송우생명 주식의 차명 소유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걸까?’
주주명부에 있으니, 내부인의 도움이 있으면 자신이 송우생명 주주라는 사실을 알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엄현주를 위해 명의를 빌려준 것을 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사돈 가족들만 안다고 생각했는데…….’
외부인이 안다면 차명이 외부에 드러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하지만 자세한 상황을 모르는 유종일은 나해철의 말에 신중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채연희 씨는 송우생명 주식을 차지하려고 유종일 씨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얘깁니다.]
“말을 함부로 하시네요.”
자신이 아는 한 채연희는 제수를 전해 주기 위해 자신에게 연락해 왔고, 친척인 송우리조트 사장을 만나러 갔다가 자신과 우연히 마주쳤다.
그리고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적극적으로 도와준 사람이다.
“나는 댁과 할 얘기가 더 없으니…….”
유종일이 통화를 끊으려고 말을 하는데, 나해철이 그 말을 자르며 얘기했다.
[전동카트 반품 건, 엄수경 사장이 부탁받은 겁니다. 유종일 씨를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서요.]
“……뭐라고요?”
순간 유종일은 멍해져 겨우 말을 내뱉었다.
[원우엔지니어링을 퇴사하셨죠?]
“그, 그걸 어떻게……?”
[엄수경 사장이 그걸 알고선 채연희 씨에게 알려 준 겁니다. 그래서 급히 유종일 씨를 만나려고 하는 거고요.]
“……!”
유종일은 송우리조트에서 채연희를 만났던 기억을 차근차근 되살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녀는 송우리조트에 온 이유를 집안일로 엄수경 사장과 의논할 게 있었다고 했다.
‘엄수경 사장이 송우그룹 가족이라 생각해서 전혀 의심하지 않았어.’
그리고 자신의 사정을 들은 채연희의 도움으로 엄수경 사장의 스케줄 확인도 없이, 곧바로 만날 수 있었다.
‘다른 회사 같았으면 불가능한 일이야.’
더구나, 자신의 얘기를 들은 엄수경 사장은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은 채 반품 건을 취소했다.
‘너무 쉬웠어.’
취소되었다는 안도감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송우리조트에서의 우연한 만남, 채연희의 도움, 그리고 엄수경 사장의 반품 취소.
‘이 모든 게 채연희 씨를 만난 후 한 시간도 안 되어 해결되었어.’
잘 짜인 계획처럼 순식간에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정말 나해철이라는 사람의 말처럼 송우생명 주식 때문에 날 속인 건가?’
마음속에 의구심이 생겼지만, 그렇다고 나해철의 말을 완전히 신뢰할 수도 없다.
그는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채연희와 엄수경 사장의 움직임을 자세히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그들을 도운 내부인밖에는 없다.
‘하지만 내부인이 내게 이런 얘기할 이유가 없잖아.’
유종일은 의심스러운 투로 나해철에게 물었다.
“당신은 이런 내용들을 어떻게 아는 겁니까?”
[저에 대한 의심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한 가지를 더 얘기해 드리죠.]
“……?”
[채연희 씨는 유종일 씨가 동생에게 원망을 느끼게 하려고 두 분을 비교하며 감정을 건드릴 겁니다.]
“…….”
[그리고는 자신에게 송우생명 주식을 넘기라고 얘기할 겁니다.]
“……!”
[제 얘기가 틀리다면, 저와 다시 통화할 일은 없을 겁니다.]
“……!”
유종일은 그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가 한 얘기가 맞을 거고, 그와 다시 통화하자는 것.
유종일은 혼란스러웠지만, 단박에 그의 제안을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사돈을 만나 보면 알게 될 일이니까.’
유종일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한 나해철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저는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통화가 끊어졌지만, 유종일은 그의 얘기가 머릿속을 맴돌아 마음이 어지러웠다.
* * *
“여기가 맞는 거야?”
유종일은 채연희가 메시지로 보낸 약속 장소 주소를 확인했다.
“여기가 맞는데……?”
유종일은 차창 밖으로 보이는 모습에 의아했다.
카페나 레스토랑일 거라고 생각한 약속 장소에는 최고급 아파트가 있었다.
그녀가 보낸 주소에는 아파트와 관련한 정보가 없었기에 유종일은 어리둥절했다.
디리리리.
그때, 채연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돈.”
[도착하셨어요?]
“도착하기는 했는데, 제가 잘못 온 거 같습니다. 여기에 아파트가 있어요.”
[잘 찾아오신 게 맞아요.]
“예……?”
[제 비서가 곧 도착할 테니, 함께 오시면 됩니다.]
“아, 예.”
[잠시 후에 뵐게요.]
그녀와의 짧은 통화를 마치자, 똑똑 창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옆을 보니, 한 남자가 정중히 인사를 하며 얘기했다.
“유종일 씨 되시죠? 채연희 교수님 비서입니다.”
“아, 예.”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제가 잠시 운전대를 맡아도 되겠습니까?”
“아, 예.”
유종일은 어리둥절했지만, 채연희를 만나기 위해 비서에게 운전석을 내주고 옆좌석으로 이동했다.
비서가 운전한 승용차는 아파트 정문에서 경비의 출입 점검을 받은 후 안으로 들어갔다.
* * *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유종일은 비서의 안내로 채연희가 기다리고 있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죠?”
채연희가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온 유종일을 맞았다.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곳에……?”
“제가 사돈께 보여 드리고 싶은 게 있다고 했죠?”
“그러셨죠.”
“보여 드리고 싶은 게 이 아파트에요.”
“아…….”
“천천히 둘러본 후 얘기하시죠.”
“아, 예.”
유종일은 그녀가 아파트를 보여 주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단숨에 눈을 사로잡는 멋진 가구와 내부 인테리어 구경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와, 이런 아파트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까?’
부자가 나오는 TV 드라마에서 본 집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하지만 드라마는 촬영을 위한 세트장일 뿐이고, 이곳은 재벌이나 준재벌은 되어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보시니 어떠세요? 이런 곳에서 살고 싶지 않으세요?”
아파트 구경을 마치니 채연희가 물었다.
“아파트가 너무 좋네요. 그런데 저 같은 사람에게는 그림이 떡이죠.”
“그래서 유태규 검사에게 무시를 받으시는 건가요?”
“예……?”
예상하지 못한 얘기에 유종일이 당황했다.
그녀의 말 자체도 놀랐지만 유태규의 호칭을 서방님이 아닌 검사라고 한 것도 당혹스러웠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유태규 검사였으면, 이곳보다 더 좋은 곳에서 살 거라고 얘기했을 거예요.”
“……!”
“현실은 어떤지 아세요?”
“…….”
“유태규 검사는 저의 아가씨와 결혼해서 이곳보다 더 좋은 곳에서 살고 있어요.”
“……,”
“저의 아가씨와의 결혼은 검사였기에 가능했어요. 알고 보니, 유태규 씨를 검사로 만든 것은 형님이신 사돈이더군요.”
“……!”
유종일은 그녀가 무엇을 얘기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공부를 잘했던 것은 태규였지만, 그가 집안 경제나 문제를 신경 쓰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게 한 조력자는 유종일 자신이었다.
“두 분의 삶이 너무 다르네요.”
“…….”
“몇 년을 고생하며 돈 벌고 뒷바라지했던 분은 이 아파트가 그림의 떡이고, 형님 덕에 공부만 한 유 검사는 재벌가 사위가 되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집에서 살고 있네요.”
“……!”
유종일은 순간 나해철이 한 얘기가 떠올랐다.
-채연희 씨에게 속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오늘 만남에서 채연희가 어떻게 행동할지도 얘기했었다.
-채연희 씨는 유종일 씨가 동생에게 원망을 느끼게 하려고 두 분을 비교하며 감정을 건드릴 겁니다.
유종일은 사실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적잖이 놀랐다.
아닌 게 아니라, 채연희의 얘기는 나해철이 말한 의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해철의 말처럼 정말 채연희가 날 속였던 걸까?’
유종일은 혼란스러웠다.
그녀의 친절과 배려가 거짓이었다고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가 했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자신에게 송우생명 주식을 넘기라고 얘기할 겁니다.
‘나해철은 채연희가 날 속인 이유가 송우생명 주식을 차지하기 위해서였다고 했어.’
하지만 그녀는 송우생명 주식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사실 채연희 씨가 지금 얘기하는 건 틀린 말이 아니잖아. 누가 보더라도 내 처지가 안타까울 거야. 만난 적도 없는 나해철의 얘기에 쉽게 흔들려서는 안 돼.’
유종일은 혼란한 마음을 재빨리 수습하며 채연희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송우생명 주식 건으로 원하는 걸 얻으셨다고 했죠?”
그녀의 물음에 유종일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뭘 얻으셨죠?”
유종일은 나지막이 대답했다.
“송우식품에서 일자리와 땅을 받기로 했습니다.”
“역시, 제가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의 아가씨와 유 검사가 사돈을 만만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
“송우생명 주식에 명의를 빌려주셨잖아요. 그런 분에게 겨우 그 정도의 보상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그녀의 얘기에 유종일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는 게 맞는 겁니까?”
“적어도 이런 아파트에서 평생 살 수 있을 만큼의 보상은 해야죠.”
“아…….”
그녀의 얘기를 들으니, 엄현주 사장에게 겨우 채용 부탁을 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억울하지 않으세요?”
“…….”
“유 검사를 지금의 위치로 만들기 위해 고생한 사람은 사돈인데,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잖아요.”
“…….”
유종일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동생인 유태규와 엄현주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사람에게 명의를 빌려 달라고 했으면, 많은 보상을 해야만 하는데…….’
동생 부부는 자신의 채용 부탁을 승낙하는 것도 힘들어했다. 그리고 마치 덤으로 챙겨 주는 것처럼 땅을 주겠다고 했다.
‘자기는 그렇게 잘살면서, 형한테 이렇게 하다니.’
섭섭한 마음이 얼굴에 드러났는지, 채연희가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제대로 보상받고 싶지 않으세요?”
“이미 태규와 제수씨하고 얘기가 끝났는데, 더 받을 방법이 있습니까?”
“네, 있어요.”
“어떻게요?”
“송우생명 주식을 제게 넘기시면, 이 아파트에서 살 수 있으실 거예요.”
“……!”
화들짝 놀란 유종일의 눈이 커졌다.
그녀의 보상 제안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 이건…… 나해철이 얘기한 상황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