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마이포춘 투자사
“사장님, 회장님은 분명히 의심할 겁니다.”
최명준 실장이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현호에게 얘기했다.
그의 말은, M&H 인베스트먼트가 송우생명 주식을 확보하여 2대 주주가 되면 엄상현 회장의 견제뿐만 아니라 투자의 목적을 의심 받을 거란 의미였다.
그의 의견에 동의하듯 현호가 대답했다.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왜 M&H 인베스트먼트가 송우생명 주식을 매수하게 했습니까?”
“최 실장, 회장님의 의심은 어디로 향할까요?”
“예……?”
예상하지 못한 물음에 최명준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현호가 피식 웃으며 얘기했다.
“아버지는 송우그룹을 관리하듯 자식들을 관리했죠.”
“…….”
“그래서 형과 누나는 아버지 지시를 어긴 적이 없어요. 저걸 하라고 하면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했죠. 물론 불평은 있었지만, 언제나 아버지가 이겼어요.”
“회장님 지시를 어기면 더 큰 불이익을 받을 테니까요.”
현호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아버지 눈 밖에 나면 그룹 승계뿐만 아니라 갖고 있는 모든 걸 잃을 수 있죠.”
“…….”
“그런 환경에서 자랐으니 아버지는 자식들의 속마음을 볼 수 없었어요. 완벽히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니까요.”
“…….”
“아버지도 이제 알게 되시겠죠. 자식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요.”
“아……!”
최명준 실장은 현호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엄상현 회장과 자식들의 관계가 변할 것이고, 엄상현 회장의 의심이 그 출발선이 되리라는 사실을.
* * *
유종일이 송우생명 주식을 넘긴 며칠 후.
나해철은 엄현주를 만나기 위해 레스토랑 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러 준 대로 하면 되겠지.”
그는 현호가 일러 준 것을 떠올리며 손목시계로 시간을 체크할 때, 룸의 문이 열리며 엄현주가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엄현주 사장님.”
나해철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엄현주를 맞았다.
반면, 엄현주는 무표정한 얼굴과 냉랭한 어조로 대답했다.
“오랜만이네요, 나해철 대표님.”
엄현주는 이곳에 오기 전 마음을 다스리려 노력했지만 잘되지 않고, 목소리에서 티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송우생명 주식을 빼앗아 간 그를 만나는 게 기분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자리에 앉으시죠.”
“그러죠.”
엄현주가 맞은편에 자리하자 나해철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제게 연락하기 어려웠을 텐데, 만나자고 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죠?”
“제 생각과는 좀 다르시네요.”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나해철 대표님이 저와 할 얘기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아……! 하하.”
나해철은 그녀의 말뜻을 이해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
“저는 투자하는 사람입니다. 가치 있는 것에 투자해 이익을 남기고 파는 거죠. 예전부터 송우생명은 투자하고 싶은 곳이었는데, 기회가 잘 없었어요.”
“투자가 아니라 가로채신 거잖아요.”
“가로채다니요? 주식 명의자로부터 매수했을 뿐입니다.”
“나 대표님!”
발끈한 엄현주가 언성을 높였을 때였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그 소리에 엄현주가 말을 멈추고 문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서는 남자, 엄현태였다.
“헉!”
그의 출현에 놀란 엄현주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놀란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엄현태 또한 엄현주를 보고 놀라 움직임이 멈추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본 나해철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얘기했다.
“엄현태 사장님,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시죠.”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린 엄현태가 엄현주의 옆자리로 와서 앉았다.
엄현주는 불쾌한 듯 나해철에게 따지듯 얘기했다.
“나 대표님, 손님이 있다는 얘기는 없으셨잖아요?”
“날 보니 뭐 찔리는 거라도 있어?”
엄현태가 불쑥 끼어들자 엄현주가 신경질적인 눈으로 쳐다봤다.
“뭐라고?”
“주식 뺏겨 보니, 내 마음 알겠지? 그래서 내 얼굴 보는 게 불편해?”
“왜 들어오면서부터 시비일까? 오빠야말로 뺏긴 기억 때문에 힘든가 보지?”
두 사람의 냉랭한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그 모습을 본 나해철이 얼른 끼어들었다.
“아직 본론은 시작도 안 했는데, 지금부터 이러시면 곤란하죠.”
“본론이라뇨?”
엄현주가 의문의 눈으로 물었다.
“그건 다른 한 분이 더 오시면 얘기하겠습니다.”
“다른 한 분이라뇨? 누가 또 온다는 얘기에요?”
“그렇습니다. 엄현식 사장님이 오실 겁니다.”
“뭐라고요?”
“뭐요?”
엄현주와 엄현태가 동시에 놀란 반응을 보였다.
똑똑.
그때, 다시 누군가 문을 두드리자, 나해철이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얘기했다.
“아! 마침, 오셨네요.”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문이 열리며 엄현식이 들어왔다.
“어?”
엄현주와 엄현태를 본 엄현식이 놀라 걸음을 멈췄다.
이에 나해철이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괜찮습니다, 엄현식 사장님. 이쪽으로 와서 앉으시죠.”
나해철의 얘기에 엄현식은 불편한 얼굴로 엄현태 옆자리로 와서 앉았다.
“나 대표, 얘네들이 왜 여기 있는 겁니까?”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오빠.”
엄현주가 끼어들어 대꾸하자 엄현태도 거들었다.
“형이 왜 나 대표를 만나려는지 나도 궁금하네.”
“뭐어?”
발끈한 엄현식이 엄현태를 노려봤을 때, 나해철 대표가 입을 열었다.
“자자, 이렇게 다들 모였으니 이제 제 얘기를 하겠습니다.”
세 남매의 시선이 일제히 나해철에게로 옮겨졌다.
“며칠 전부터 여러분께서 계속 제게 전화를 했어요. 무슨 일로 만나자고 하는지 짐작은 되지만, 덕분에 제가 참 난처했습니다.”
“…….”
“다들 모르는 분들이 아닌데, 어느 한 분만 만나면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
“그래서 고민 끝에 세 분을 함께 만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런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의 말에 엄현주가 불만스러운 투로 물었다.
“이렇게 우리 세 남매 모아 놓고 뭘 하고 싶은 거예요?”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제 생각을 전하려고 합니다.”
“무슨 생각이요?”
“여러분이 알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한 제 생각이죠.”
그러자 엄현식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우리가 뭘 알고 싶어 하는지 나 대표가 안단 말입니까?”
“제가 소유한 송우생명 주식을 매수하고 싶으신 거죠? 제 짐작이 틀렸습니까?”
나해철의 물음에 세 남매는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고, 룸에는 침묵이 흘렀다.
나해철의 물음에 의해 세 남매의 공통된 목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침묵을 깬 이는 엄현태였다.
“나 대표님이 이번에 매수한 주식은 원래 제 것입니다. 그러니 제게 우선권을 주셨으면 합니다.”
“오빠, 그 주식의 마지막 실소유자는 나였어. 우선권은 내게 있어.”
“소유권을 잃었으면 그것으로 끝난 거야. 새삼스레 웬 우선권 타령이야?”
엄현식이 타박하듯 말을 하자 엄현주가 날카롭게 쏘아보며 얘기했다.
“오빠한테는 송우생명 주식이 있는데, 왜 우리 일에 끼어들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엄현식이 모르는 척 발뺌하자 엄현태가 대화에 가세했다.
“차명으로 관리하는 거, 우리가 모를 줄 알아?”
“너희들이 그렇게 하다 이 지경이 되니까, 색안경 끼고 나를 보는구나?”
세 남매의 말다툼이 다시 시작되려 하자 나해철이 얼른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래서! 여러분을 함께 모이게 한 겁니다.”
서로를 쏘아보던 세 남매의 시선이 일제히 나해철에게 옮겨졌다.
“지금부터 제 생각을 말씀드리죠. 저는 현재 송우생명 주식을 매도할 생각이 없습니다.”
“현재에 매도할 생각이 없다는 건, 미래에는 매도할 생각이 있다는 거죠?”
엄현태가 물었다.
그의 물음에 나해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그렇습니다. 목표한 이익을 볼 수 있을 때 팔아야죠. 여러분이 제 주식에 가장 관심이 많으니, 아무래도 제 주식을 매수할 분은 여러분 중의 한 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겨우 그 얘기하려고 우리를 이곳에 모이게 한 겁니까?”
엄현태의 신경질적인 물음에 나해철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저는 투자로 큰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지, 기업경영에는 뜻이 없어요.”
“…….”
“그래서 2대 주주로서의 의결권을 위임할 생각입니다.”
“……!”
그의 얘기에 세 남매의 눈이 반짝였다.
왜 아니겠는가.
비록 엄상현 회장이 지분에서 앞서 있지만, 2대 주주인 그가 송우생명의 다른 주주들과 손을 잡는다면, 엄상현 회장의 일방적인 결정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될 수도 있다.
세 남매에게는 아버지를 상대할 힘을 갖는 것이고, 엄상현 회장에게도 누가 의결권을 행사하는지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에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의 엄현주가 물었다.
“누구에게 위임한다는 말이에요?”
“당연히 M&H 인베스트먼트의 이익에 보탬이 되는 분이죠.”
“……!”
그의 얘기를 듣는 순간 세 남매는 알 수 있었다.
M&H 인베스트먼트에 이익을 주기 위해 세 남매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 * *
송우미디어 사장실.
현호는 나해철 대표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만남은 어땠습니까?”
[엄 사장님이 미리 형제분들이 어떻게 나올지 얘기해 주셔서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의결권에 관해 얘기했습니까?”
[예, 했습니다. 형제분들이 그 의미를 짐작하는 눈치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엄 사장님, 회장님 쪽에서도 만나자는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만나세요. 어떻게 대응할지는 알려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나해철과의 통화가 끝나자 최명준 실장이 물었다.
“사장님,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하신 겁니까?”
“송우생명은 송우그룹 계열사들이 매일 지나다니는 길과 같아요.”
“그건 알고 있습니다.”
송우그룹의 많은 계열사들에게 송우생명은 중요하다.
기업경영에는 언제나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은행에서 자금을 대출받는 건 쉽지 않다.
은행에서 요구하는 것을 준비해야 하고, 심사를 받고, 단계를 거쳐 승인을 받는 과정을 거친다고 원하는 만큼의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송우생명은 계열사에게 너그럽다. 이자와 지급방식에서도 은행보다 융통성이 있어 많은 계열사들이 자금거래를 하고 있다.
“그 길목을 지키는 대장이 한 사람이었는데, 이제 두 명이 된 겁니다.”
“……!”
“형과 누나도 그걸 알게 된 거죠.”
“…….”
“M&H 인베스트먼트 나해철 대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아버지를 상대할 수 있는 자기 편이 생기는 겁니다.”
“아, 무슨 뜻인 줄 알겠습니다. 특히, 엄현식 사장님은 차명 주식이 있으니 나해철 대표와 더 가까워지려고 하겠군요.”
엄현식이 소유한 차명 주식만으로는 주주총회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해철과 손을 잡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나해철 대표를 지원할 다른 주주도 있으니, 결정적일 때 사용해야죠.”
현호의 말에 최명준이 번뜩 생각이 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마이포춘 투자사가 있었죠?”
성국그룹 잠실 탑힐 특혜분양 사건이 있었다.
그때, 명동 오 부장이라는 자가 그 특혜분양 리스트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확보하기 위해 세 남매가 경쟁을 벌였다.
그들의 리스트 가격 경쟁 덕분에 현호는 여유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고, 그 일부를 사용해 투자사를 만들어 송우생명 주식을 사 들였다.
“맞아요. 나의 히든 투자사죠.”
현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