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78
178화 엄상현 회장의 의심
“회장님.”
엄상현 회장의 서재로 최덕일 변호사가 들어왔다.
예정에 없는 그의 방문은 뭔가 수상한 일이 일어났다는 의미였기에 엄상현 회장이 그를 보자마자 물었다.
“최 변, 무슨 일이야?”
“나해철 대표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오늘 세 분의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세 분의 사장이라니?”
“엄현식, 엄현태, 엄현주 사장님입니다.”
M&H 인베스트먼트가 송우생명 2대 주주가 된 이후 엄상현은 나해철의 뒷조사를 지시했었다.
그 일환으로 나해철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던 최덕일이 수상한 만남을 포착한 것이다.
“그 애들이 나해철을 만났다고?”
“네. 각자 따로 만난 게 아니고 함께 만났습니다.”
“뭐어?”
엄상현 회장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다 같이 만난 이유가 뭐야?”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만 짐작해 볼 수는 있습니다.”
“얘기해 봐.”
“M&H 인베스트먼트가 송우생명 2대 주주가 된 것을 세 분의 사장님이 모를 리 없을 겁니다. 그 주식에 대한 관심으로 나해철 대표를 만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최덕일 변호사가 애둘러 표현하기는 했지만, 엄상현 회장은 알아들었다.
세 남매가 송우생명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나해철과 접촉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는 송우생명 2대 주주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알고 있다.
‘그 주식을 차지하고 싶겠지.’
송우그룹의 후계자가 되겠다는 욕망이 있다면 당연히 욕심낼 만한 일이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문제였다.
현재까지의 그들의 송우그룹 지분은 모두 자신이 허락했기에 소유할 수 있었다.
‘만약 나해철과 직접 거래를 한다면…….’
자신의 승낙 없이 송우생명 2대 주주가 되는 것이다.
그게 못마땅한 듯 엄상현 회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상철이처럼 될 수 있어.’
엄상현 회장은 동생인 엄상철과 송우그룹 승계 때문에 다퉜던 과거의 일이 생각났다.
그 당시 송우그룹 회장이었던 아버지는 자신을 후계자로 지명했지만 동생인 엄상철은 따르지 않았다.
그때부터 둘의 갈등과 승계 다툼은 커져만 갔고, 결국 아버지는 그 다툼을 멈추기 위해 엄상철의 계열사를 분리 독립시켜 송우그룹에서 제외했다.
‘더 많은 계열사를 주려는 것을 내가 막았지.’
그 경험을 통해 엄상현은 잘 알고 있다.
아버지의 권위가 무너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송우그룹의 창업주는 자신이 아니지만,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지금의 송우그룹을 만든 건 자신이다.
‘내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어.’
엄상현 회장은 최덕일 변호사에게 얘기했다.
“나 대표와의 미팅 약속은 어떻게 됐어?”
“내일 만나기로 약속이 잡혔습니다.”
“시기도 묘하군.”
자신의 자식들과 만난 후 잡힌 미팅이 우연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나해철에 대해 다른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알려 주게.”
“예, 회장님.”
엄상현은 나해철을 경계 대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보다 엄상현을 더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나해철의 배후이다.
엄상현은 나해철이 M&H 인베스트먼트의 월급 사장이라는 걸 안다.
M&H 인베스트먼트을 실제 소유한 사람은 따로 있다.
‘그자는 누구일까?’
* * *
“엄 회장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나해철은 룸으로 들어오는 엄상현 회장을 향해 깎듯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오랜만이군.”
그의 인사를 받은 엄상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할 뿐이었다.
짧은 인사가 끝난 후 나해철이 먼저 얘기했다.
“바쁘신 회장님께서 저를 왜 보자고 하신 겁니까?”
“그 이유를 알고 있을 텐데.”
“짐작만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요.”
“M&H 인베스트먼트가 송우생명의 2대 주주가 되었더군.”
“그렇습니다.”
“그래서 내 자식들 모아 놓고 축하연이라도 한 건가?”
“아……!”
나해철은 애써 놀란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자제분들을 만난 걸 아셨군요.”
“…….”
“축하연은 아니고 오해가 없도록 함께 있는 곳에서 얘기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내 자식들이 무엇을 오해한다는 말인가?”
“회장님께서 아실지 모르겠지만, M&H 인베스트먼트가 송우생명의 2대 주주가 된 후 회장님 자제분들께서 여러 차례 연락을 해 왔습니다.”
“…….”
“짐작하시겠지만, 자제분들께서 제게 연락한 이유는 송우생명 주식 때문이었습니다.”
“…….”
“그러니, 한 분만 만나면 오해가 생길 거 같아 함께 모이는 자리를 만든 겁니다.”
가만히 얘기를 듣고만 있던 엄상현 회장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자네가 한 얘기가 뭔가?”
“송우생명 주식을 팔 생각이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자네 주인이 그렇게 말하라고 시키던가?”
“회장님께서 뭔가 오해를 하셨군요.”
“뭐어?”
나해철의 대꾸에 엄상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모든 투자는 제가 진행합니다.”
“월급 사장인 자네가 주인의 허락도 없이 투자한다는 말을 내가 믿을 거 같은가?”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왜 제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십니까?”
“……!”
뜨끔한 엄상현 회장이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와 대립각을 세우는 게 목적이 아닌 나해철은 다시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얘기했다.
“바쁘신 회장님께서 저를 만나러 오신 이유가 있으실 테니, 그 얘기를 하시죠.”
“송우생명 주식을 어떻게 확보했는지는 얘기하지 않을 테지?”
그의 물음에 나해철이 고개를 주억이며 대답했다.
“영업 비밀을 얘기할 수는 없죠.”
“단순 투자 목적인가?”
“투자해서 큰돈을 버는 게 목적이죠.”
“그렇다면, 그 주식을 내게 팔게. 자네가 원하는 가격에 살 테니.”
“회장님 자제분께서도 그렇게 얘기했죠.”
“……!”
“그런데 같은 얘기를 회장님께도 해야겠네요. 지금은 팔 생각이 없습니다.”
“어째선가?”
“물건 찾는 고객이 점점 늘어나는데 지금 팔면 손해죠.”
엄상현 회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내 자식들 말고 주식을 사려는 자들이 있다는 말인가?”
“만약에 제가 성국생명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회장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엄상현 회장은 그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자신의 자식들 외에 다른 기업에서도 나해철을 접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는 성국그룹도 있겠지.’
엄상현 회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만약 나해철이 소유한 지분이 성국그룹으로 넘어간다면, 송우생명 설립 이래 가장 큰 위기일 수 있다.
‘나해철, 이 교활한 놈.’
엄상현 회장은 나해철이 왜 성국그룹을 언급했는지 안다.
송우생명 주식을 소유하기 위해 자신에게 위협을 가한다면, 그 주식을 모두 성국그룹에 넘기겠다는 엄포였다.
엄상현 회장은 그의 교활함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나해철을 당장 적으로 돌릴 수는 없다.
‘방법을 찾을 때까지는…….’
그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주식을 차지할 궁리를 모색해야 한다.
“내 자식들에게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고?”
“그렇습니다.”
“그 애들은 뭐라고 하던가?”
“달리 다른 방법이 없으니,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나해철이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군.’
엄상현 회장은 나해철의 대답이 거짓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내 자식들은 나해철의 말만 믿고 기다릴 애들이 아니야.’
나해철이 사실을 제대로 얘기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세 남매를 한곳에 모은 것부터가 의심스러웠다.
나해철의 말대로,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말을 하려면 전화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다.
그럼에도 나해철은 세 남매를 직접 만났다.
‘왜……?’
짐작해 보자면, 나해철이 세 남매에게 동시에 그리고 직접 해야 할 얘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게 뭘까?’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엄상현 회장은 자신이 모르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의구심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끔 표정 관리를 하며 얘기했다.
“자네가 한 말뜻을 알아들었네. 하지만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군.”
“말씀하세요, 회장님.”
“언젠가는 송우생명 주식을 매도하고 싶을 때가 있겠지?”
“그럼요. 가지고만 있으면 돈이 안 되니까요.”
“그 거래의 우선순위를 송우그룹으로 해 주게.”
엄상현 회장은 일부러 자신을 우선순위로 해 달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입 밖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엄상현은 나해철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자신을 우선순위로 하라고 하면 반발심이 생길 수 있어 송우그룹이라고 얘기했지만, 그 안에는 자신의 자식들도 포함된다.
‘내 자식이 주식을 갖게 되면…….’
다른 기업이 갖는 것보다 주식 관리가 쉬워진다.
그의 요청에 나해철이 싱긋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회장님의 말씀을 머릿속에 새겨 놓겠습니다.”
* * *
“회장님, 안녕히 가십시오.”
엄상현 회장이 승용차에 오르자 마중 나온 나해철 대표가 허리까지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 인사를 받은 엄상현 회장은 차 문을 닫고 출발했다.
승용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갈 때쯤, 엄상현 회장은 앞 좌석에 앉은 최덕일 변호사에게 얘기했다.
“최 변.”
“예, 회장님.”
“현식, 현태, 현주를 은밀히 지켜보고, 송우생명 주주들에게 대해 조사해 봐.”
그의 지시에 놀란 최덕일이 다시 물었다.
“세 분의 사장님과 송우생명 주주 모두를요?”
“그래. 주주 중에 의심스러운 사람이 있으면 더 자세히 조사해 보고.”
“그건 왜……?”
“나해철이 뭔가를 숨기고 있어.”
“……!”
“내게 한 말과는 다르게 내 자식들에게 거래를 제안했을 수 있어.”
“아……!”
최덕일은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엄상현 회장은 그의 자식들과 나해철이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차명이든, 뭐든, 의심스러운 게 발견되면 내게 얘기해.”
“아! 알겠습니다.”
한편, 엄상현 회장이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나해철 대표는 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 사장님, 나해철입니다.”
* * *
“나 대표님, 회장님과는 잘 만나셨습니까?”
현호는 나해철 대표와 통화 중이었다.
[예. 조금 전에 성북동으로 떠나셨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어떤 말씀을 하셨습니까?”
[회장님께서는 M&H 인베스트먼트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이미 예상했다는 듯 현호는 고개를 주억이며 얘기했다.
“그랬군요.”
[제가 주인의 오더를 받아서 송우생명에 투자했다고 생각하시더군요.]
“나 대표님께서 무슨 대답을 하셨든지, 그 의심은 계속될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알게 될 날이 올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제게 생각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주식 매도에 관해서는 어떻게 얘기됐습니까?”
[엄 사장님이 알려 주신 대로 성국그룹을 얘기하니 더는 주식 매도에 관해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
[하지만 매도할 생각이 있을 때 송우그룹을 우선순위로 해 달라고 했습니다.]
“회장님으로서는 당연한 말씀이죠.”
[그렇기는 하죠.]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현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버지 엄상현 회장은 나해철 대표가 매도를 결정할 때까지 가만히 있을 분이 아니다.
또한, 나해철의 말을 모두 사실이라고 믿지도 않을 것이다.
‘움직이시겠지.’
엄상현 회장은 의심스러운 것을 확인하려 할 것이다.
현호는 인터폰으로 최명준 실장을 호출했다.
잠시 후, 사장실 문이 열리며 그가 들어왔다.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최 실장, 나해철 대표가 아버지를 만났어요.”
“예상하신 대로 되었습니까?”
현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요. 하지만 이제 최 실장이 해 줄 일이 있어요.”
“말씀하세요.”
“최덕일 변호사와 제 형과 누나의 움직임을 주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