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84
184화 김태현 기자의 연락
현호를 만난 다음 날, 박원식은 아버지 박경국을 만나기 위해 성북동 저택 근처 카페로 왔다.
그는 창문 밖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엄 회장이 송우생명 주주를 조사하는 게 엄현식 사장과 관련이 있다면…….’
“내게 기회일 수 있는데.”
박원식이 혼잣말로 중얼거렸을 때 카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박경국 과장이 카페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아버지, 여기예요.”
박원식은 얼른 그를 향해 반갑게 손을 들어 보였다.
“무슨 일이 있는 거냐?”
아들을 보자마자 박경국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화도 자주 하지 않는 아들이 성북동까지 찾아왔다.
평소와는 다른 그의 행동 때문에 그에게 특별한 일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그의 걱정을 아는 듯 박원식이 엷게 미소 지으며 얘기했다.
“아버지, 걱정하실 일은 없어요.”
“일할 시간에 성북동에 왔으니 걱정이 되는 거지.”
“외근 나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아버지께 여쭤볼 게 있어서 들렀어요.”
“내게 물어볼 게 있다고?”
“네.”
박원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뭐가 궁금한 거냐?”
박원식은 박경국 가까이 몸을 기울이며 나지막한 소리로 물었다.
“아버지, 회장님께서 송우생명 주주들에 대해 조사하고 있어요?”
그의 물음에 놀란 박경국 과장의 눈이 커졌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냐?”
“그게 사실이군요?”
박경국의 반응에 박원식 또한 놀랐다.
‘엄현호 말이 사실이었어.’
그는 현호와 만난 후 직장 동료와 아는 기자들에게 송우그룹 관련된 찌라시 건이 있는지 물었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아는 사람이 없으니 엄현호의 얘기가 의심스러웠지.’
그런데 엄현호가 왜 없는 얘기를 자신에게 하겠는가.
엄상현 회장의 측근인 아버지라면 그 사실을 알 수 있을 거로 생각해 확인하고자 찾아온 것이다.
“어떻게 알았냐고 묻잖아?”
“아, 찌라시에…….”
“뭐, 그럼 너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안다는 거냐?”
화들짝 놀란 박경국이 묻는데, 박원식은 담담하게 다른 얘기를 했다.
“아버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뭐……?”
“아버지, 솔직하게 얘기해 주세요. 엄현식 사장이 지금 곤란한 상황이에요?”
박경국 과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회장님이 차명 관리인을 찾아내기 전에 우리가 그 낌새를 알아채고 명운대학재단 직원을 해외로 보냈어.”
“…….”
“그랬더니 회장님이 채연희 교수를 불러서 직원에 대해 물었는데, 채 교수는 모른다고 시치미를 뗐지.”
“지금은 그렇게 넘어간다고 해도 결국 회장님께서는 알아내시지 않을까요? 그러면, 엄현식 사장에 대한 회장님의 분노는 더 커질 거예요.”
그의 말에 동의하듯 박경국 과장이 고개를 주억였다.
“안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 걱정하고 있어. 그래서 주식을 옮길 방법을 알아보겠다고……. 아! 네게 연락한다고 했는데, 엄 사장에게서 전화 못 받았냐?”
“비서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일부러 안 받았어요.”
엄현호와 헤어진 후 엄현식의 비서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그 전화를 받을까 잠시 망설였지만, 박원식은 사실 확인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에 받지 않았다.
비서가 연락을 달라는 메시지를 남겨졌지만 아직 엄현식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뭐, 아니 왜 안 받은 거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경국이 물었다.
“언제까지 주는 먹이만 받아먹을 수는 없잖아요.”
“응? 그게 무슨 말이냐?”
박원식은 그의 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그 자신이 궁금한 것을 물었다.
“회장님 때문에 엄현식 사장이 아주 곤란해진 거죠? 이거 해결 못하면, 승계에서 밀려나는 거죠, 그렇죠?”
“그럴 가능성이 크지. 그래서 걱정인 거고.”
그의 대답에 박원식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 우리에게는 기회에요.”
“기회라고?”
박경국 과장의 눈에 호기심이 들어찼다.
“회장님의 의심과 분노에서 엄현식 사장을 구해 주는 대신 송우증권 대주주가 되는 거예요. 그러면, 이사도 될 수 있고 사장이 될 발판을 만들 수 있는 거죠.”
“그게 가능해?”
박경국이 의문의 눈으로 묻는 물음에 박원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아버지와 제가 차명으로 모은 주식에다가 엄현식 사장이 만들어 줄 주식까지 합하면 가능해요.”
“……!”
박경국 과장은 그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엄현식 사장을 위기에서 구해 주는 대신 송우증권 주식을 요구할 거라는 걸.
기회를 이용하려는 좋은 생각이기는 하지만 박경국은 걱정이 되었다.
‘원식이 얘기처럼 엄현식 사장을 구하려면…….’
결국 엄상현 회장과 맞서야 하는데, 일개 증권회사 직원인 박원식에게는 그럴 만한 힘이 없다.
“원식아, 네가 엄현식 사장을 구할 방법이 있는 거냐? 웬만해서는 회장님을 이길…….”
그의 말을 박원식이 자르며 얘기했다.
“아버지, 회장님을 곤란하게 할 자료가 있어요.”
“뭐어?”
놀란 박경국 과장의 눈이 커졌다.
“그 자료를 나 대신 엄현식 사장이 이용하게 하는 거죠.”
“아……!”
박경국 과장은 그의 의도를 비로소 알아차렸다.
세상에 드러나면 엄상현 회장이 곤란해질 자료를 아들이 가지고 있다.
그 자료를 가지고 엄상현 회장과 직접 싸우기에는 아들의 힘은 터무니없이 약하다.
그러니 곤란해진 엄현식을 이용하겠다는 것.
‘엄현식이 그 자료를 잘 이용하면…….’
그는 위기에서 벗어나고 아들은 송우증권 사장이 되려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괜찮은 방법 같기는 한데…… 잘할 수 있겠어?”
“아버지, 회장님의 화가 풀리시지 않는 한 저는 송우증권에서 승진할 수 없어요.”
“……!”
“화가 풀리실 때까지 기다리기만 해야 할까요?”
아들이 차장에서 과장으로 강등되어야 했던 일이 떠올라 괴로운지 박경국 과장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사실 따지고 보면 라이트랜드 건은 네 잘못이 아니잖아. 엄 회장이 실수한 걸 네가 뒤집어쓴 거야.”
“알아요. 그래서 내가 송우증권 대주주가 되면 엄 회장에게 복수하는 거예요.”
아들의 담담한 얼굴을 지긋이 보던 박경국이 결심했는지 입을 열었다.
“그래! 해 보자. 먹이를 던져 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우리 몫은 우리가 챙기자.”
“예, 아버지.”
대답하는 박원식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 * *
아들과 헤어진 박경국 과장이 엄상현 회장의 저택으로 출발하기 위해 승용차에 막 시동을 걸 때였다.
디리리리.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김태현 기자의 전화였다.
“이 자식이 왜……?”
김태현은 대한일보 기자였지만 취재비라는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게 들통이 나서 해고되었다.
사실 그가 해고된 사건에는 박경국 과장과 관련이 있다.
박경국은 빠르게 성장하는 엄현호에게 제동을 걸기 위해 김태현 기자를 이용했다.
전 대통령 주치의의 딸 장수연이 송우미디어 직원이라는 점을 이용해 입사 특혜로 엮어서 엄현호를 곤란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엄현호와 장수연의 작전에 오히려 김태현의 부정행위가 드러나 대한일보를 떠나야 했다.
그 후 그는 종적을 감췄고, 자신에게 연락도 없었다.
‘갑작스럽게 왜 연락한 거지?’
박경국은 의아했지만, 통화를 피할 이유도 없었다.
“여보세요”
[박경국 과장님, 김태현입니다.]
“오랜만이군.”
[과장님을 뵙고 싶은데, 잠시 시간을 내주시죠?]
“무슨 일인데?”
[요즘에도 엄현호 사장에게 관심 있습니까? 과장님이 흥미를 느낄 만한 게 있습니다.]
“엄현호!”
놀란 박경국의 눈이 커졌다.
“엄현호에 대해 뭔가 알아낸 게 있어?”
[만나서 얘기하시죠?]
박경국은 그의 만남 요청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를 만나 얘기를 듣는 게 손해일 것 같지는 않았다.
“알았네. 장소와 시간을 문자로 보내 주지.”
* * *
“오랜만에 뵙네요, 박경국 과장님.”
약속 장소인 레스토랑 룸으로 박경국이 들어가자 김태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나 보군. 얼굴이 상했어.”
“그런가요?”
김태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앉으시죠.”
“그러지.”
그의 맞은편에 앉은 박경국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동안 뭘 하면서 지냈어?”
“대한일보에서 나오니 갈 데가 없더라고요. 다른 언론사도 내 소문을 들어서 경력 기자로 채용하려는 데도 없고요.”
“힘들었을 거야.”
박경국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안 방황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 처지가 이렇게 된 건 모두 엄현호와 장수연 때문이었어요.”
“그렇지.”
“갚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직업 정신 발휘해서 엄현호와 장수연에 대해 알아보고 다녔습니다.”
“……!”
“장수연은 망신 줄 만한 거리를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몇 년간의 엄현호 행적을 조사했는데, 흥미로운 걸 발견했어요.”
박경국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뭘 발견했어?”
“M&H 인베스트먼트 나해철 대표를 알고 계시죠?”
“알지. 그 회사는 송우그룹 여러 계열사에 투자하고 있어.”
“몇 년 전에 나해철 대표가 미국으로 출장을 간 적이 있어요. 그 회사를 퇴사한 직원에게 들었는데, 넷프리라는 회사에 투자하기 전에 CEO를 만나러 갔다더군요.”
“그게 무슨 문제라는 건가?”
박경국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투자하기 전 CEO와 미팅을 하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투자처 대표와 미팅을 하는 것은 문제 될 게 없죠. 그런데 나해철 대표가 출국한 날, 엄현호 사장이 같은 비행기를 탔어요.”
“아…… 하지만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같은 비행기를 탈 수도 있겠지.”
“물론,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출국 이전에 M&H 인베스트먼트는 글로리 엔터테인먼트 대주주였어요.”
“…….”
“정말 두 사람이 경영자와 주주라는 관계로만 지냈을까요?”
“…….”
“그 이후의 M&H 인베스트먼트는 송우그룹 계열사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요.”
박경국은 말을 하지 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자네 얘기는, 엄현호와 나해철이 넷프리 CEO를 만나러 함께 출국했다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같은 비행기로 출국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나해철과 엄현호가 특수 관계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 추측이나 짐작이 아닌 증거가 필요해.”
“그래서 박 과장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내 도움……?”
박경국 과장이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봤다.
“미국에 다녀오겠습니다. 직접 넷프리에 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넷프리 CEO라도 만날 생각이야?”
“누구라도 만날 생각입니다. 지금은 가능성일 뿐이지만, 확인해 보면 제 짐작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음…….”
박경국은 잠시 고심에 빠졌다.
엄현호와 나해철이 함께 출국했다는 사실은 별다른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김태현의 말처럼 두 사람이 특수 관계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엄현식뿐만 아니라 자신의 계획에도 큰 차질을 생길 수 있다.
즉, 엄현호는 승계 경쟁에서 엄현식에게 위협적인 경쟁자가 되는 것이다.
‘김태현에게는 기자 촉이라는 게 있잖아.’
그런 그가 직접 나서서 알아봐 주겠다고 하니 말릴 필요는 없었다.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지?”
“미국에 다녀올 경비를 도와주세요.”
“알겠네. 그렇게 해.”
허락하는 박경국 과장의 눈에 날이 번쩍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