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현호의 행방은……
장수연은 동료들과 함께 차를 마시면서도 온통 신경은 창문 밖을 향해 있었다.
‘김태현이 만나는 저 사람은 누구야?’
김태현이 검은색 복장의 낯선 남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긴 얘기를 나누려는 마음은 없는지 그는 곧 어딘가로 사라졌다.
카페 창문 너머로 보는 수연의 시야에서 김태현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김태현이 만났던 남자에게로 쏠려 있었다.
‘차가 있었네?’
그 남자는 송우미디어 건물 근처에 주차된 검은색 승용차에 올랐다.
‘왜 안 움직이는 거야?’
수연이 계속 그 승용차를 주시하는데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왜 움직이지 않는 걸까?
차 안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걸까?
김태현과는 아는 사람일까?
왜 하필 송우미디어 건물 근처에…… 아…… 그러고 보니 건물 주변에는 여러 대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수연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태현 때문에 예민해진 건가.’
장수연은 별거 아닌 일에 예민해진 마음을 다스리면서도 이상하게 검은색 승용차가 신경 쓰여 창문 밖을 계속 주시하는데.
“수연 씨, 뭘 봐?”
음료를 가져온 후 장수연이 계속 창문 밖을 보자 함께 온 선배가 물었다.
“밖에 무슨 사고라도 났어?”
그가 호기심이 깃들 얼굴로 창문 밖을 살피자, 장수연이 얼른 손을 내저으며 핑계를 만들었다.
“그런 게 아니에요. 아는 사람과 닮은 사람이 지나가길래 유심히 쳐다봤는데, 잘못 봤네요. 제가 아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랬구나. 난 또, 재밌는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네.”
“사람들과 차만 지나다니는데 무슨 재밌는 일이 생기겠어요?”
“그렇기는 하네. 오후에 여러 방송 PD들과 미팅 있는 거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어요.”
후배가 얘기하자 장수연도 이어서 얘기했다.
“스케줄 잊지 않도록 PD분께 오전에 연락드렸어요.”
그녀의 대답에 흡족한 미소를 지운 선배가 당부하듯 얘기했다.
“잘했어. 우리가 영입해야 할 분들이니까 사전 조사한 거 충분히 숙지하고.”
“네.”
짧은 티 타임을 끝낸 장수연은 동료들과 함께 카페에서 나와 회사로 향했다.
마침 검은색 승용차 옆을 지나야 했던 그녀는 알 수 없는 불길함에 차 번호판의 번호를 순식간에 외웠다.
‘김태현 때문일 거야.’
장수연은 이 불길한 느낌을 김태현 탓으로 돌렸다.
사실, 김태현이 검은색 승용차의 운전자에게 길을 물어봤을 수 있고, 그 남자는 다른 약속이 있어 차를 세워 놓고 기다리는 중일 수도 있다.
‘괜히 나 혼자 예민해져서 차 번호까지 외운 거겠지?’
이렇게 스스로 변명하지만, 장수연은 사무실에 돌아와서도 찜찜한 느낌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머릿속이 복잡한데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연 씨, 미팅 갈 시간이야.”
“아! 예.”
장수연은 잡생각을 털어 버리려는 듯 고개를 저은 후 준비물과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
“내 차로 함께 가지.”
“아, 예.”
선배가 앞서 나가고 그 뒤를 수연과 후배가 따랐다.
* * *
주차장에 도착한 장수연이 선배의 차에 오르는데, 저만치에서 현호가 보였다.
‘사장님이 어디 가시나?’
그런데 그는 운전기사나 최명준 실장도 없이 혼자 운전석에 앉아 직접 운전을 했다.
“어?”
흠칫 놀란 듯한 장수연의 반응에 선배가 물었다.
“왜 그래?”
“사장님이 동승자 없이 혼자 운전하세요.”
그녀의 말에 선배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놀랄 일이야? 혼자 가야 할 일이 있는 거겠지.”
“아, 예. 그렇겠죠.”
장수연은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는 선배에게 자신의 불안함을 말할 수는 없었다.
“밸트 매고.”
세 사람이 탄 차가 출발해 송우미디어 건물을 빠져나가려는 찰나, 그 앞을 지나는 검은색 승용차가 있었다.
장수연은 앞 유리창 너머로 그 차의 번호판을 볼 수 있었다.
‘카페에서 봤던 그 차야!’
장수연은 그 차가 어디로 향하는지 응시하는데, 현호의 승용차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우연일까……?
곧 장수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김태현이 불쑥 회사 앞으로 찾아와 엄현호를 만났다.
그런 김태현이 검은색 승용차의 남자와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 남자는 엄현호가 움직이는 시간에 움직였고, 방향도 같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의도다.
‘알려 줘야 해!’
장수연이 탄 차가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다급히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현호의 전화번호가 없는 그녀는 최명준 실장에게 전화했다.
그런데 수화기에서 기계식 음성이 나왔다.
[지금 거신 전화는 전화기가 꺼져 있어…….]
화들짝 놀란 장수연의 눈이 커졌다.
‘최 실장과 통화가 안 된다고?’
다급한 장수연이 소리를 질렀다.
“선배! 차 돌려요!”
* * *
“30분만 더 가면 되겠네.”
현호는 서울에서 출발한 지 세 시간이 지나서야 엄수경이 알려 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주 오랜만에 서울을 벗어나 혼자 드라이브를 하니 기분은 무척 좋았다.
‘오길 잘한 것 같아.’
현호의 차는 큰 도로를 벗어나 차량과 인적이 드문 도로로 접어들었다.
그 도로를 몇 분쯤 더 달렸을 때였다.
디리리리.
휴대폰이 울리는데 최명준 실장의 전화였다.
현호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정말 못 말릴 사람이야.”
자신 걱정하지 말고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라고 얘기했는데, 업무를 보는 사람처럼 전화한 것이리라.
“안 받으면 계속 전화 오겠지?”
어쩔 수 없다는 듯 현호가 휴대폰으로 손을 뻗을 때였다.
콰앙!
샛길에서 갑자기 나타난 자동차와 현호의 차가 충돌했다.
이후, 현호의 중얼거림도, 요란하게 울리던 핸드폰 소리도 사라졌다.
* * *
송우중공업 사장실.
“여보, 연락 올 때가 되지 않았어요?”
소파에 앉아 있는 채연희는 초조한지 연신 시계를 쳐다보다 엄현식에게 물었다.
“그렇기는 한데……. 양 비서, 연락 온 거 없지?”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한 엄현식이 가까이에 있는 비서에게 물었다.
“예, 사장님. 아직 연락받은 게 없습니다.”
“여보, 혹시 돈만 받고…….”
채연희가 걱정의 말을 하려던 그때, 디리리리, 양 비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엄현식과 채연희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여보세요. 예. 아…… 그렇군요. 뒤처리는……? 그렇게 전하죠.”
통화를 끊은 양 비서가 얘기했다.
“사장님, 충돌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래?”
순간적으로 엄현식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현호 상태는 확인했데?”
“그건 확인하지 못했답니다.”
“뭐어?”
“충돌 후 확인하려 했는데 다른 차량이 나타나는 바람에 현장에서 빠져나와야 했답니다.”
“제기랄.”
“하지만 원하는 대로 됐다고 확신한답니다.”
“정말이야?”
“네.”
실망감으로 굳어졌던 엄현식의 얼굴이 유하게 풀어졌다.
“기다려 보면 알겠지. 경찰에서 연락이 올 테니까.”
* * *
찬란하게 비추던 해가 사라지고 세상은 어둠에 싸여 가고 있었다.
하루의 번잡했던 일을 멈추고 차분하고 편안하게 잠을 청할 시간이지만 성북동의 세 사람은 그러지 못했다.
방에 모인 엄현식과 채연희 그리고 박경국 과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왜 연락이 없을까요?”
채연희가 중얼거리듯 말을 내뱉었다.
교통사고가 났고, 사고 차량을 목격한 사람도 있었다.
119와 경찰에 신고가 됐을 것이고 현호는 병원으로 실려 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찰에서 성북동으로 연락이 와야 하는데 지금껏 한 통의 전화도 없었다.
가족들은 현호가 지방 출장을 간 것으로 알고 있으니, 엄현식이 먼저 현호의 신변을 걱정해 찾아볼 수도 없다.
“여보, 엄수경 사장에게 전화해 보세요. 축하연에 가던 길이니까 누구든 그쪽으로 연락을 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지.”
엄현식은 초조한 마음에 엄수경에게 전화를 걸지만, 그녀가 현호의 소식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알았다면, 자신에게 연락했을 테니까.
[현식 오빠.]
수화기에서 엄수경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엄현식은 애써 밝은 소리로 얘기했다.
“수경아, 축하연은 잘 진행되고 있어? 내가 못 가서 미안해서 전화했어.”
[축하연은 잘 진행되고 있지. 그런데 현호는 왜 여태 안 오는 거야?]
“아직 도착 안 했어?”
흠칫 놀란 엄현식이 되물었다.
[안 왔어. 전화를 여러 번 했는데, 안 받아.]
“아, 그래?”
[현호가 오빠한테도 연락 안 했어?]
엄현식은 그녀가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해서는 안 되었다. 그래서 애써 대수롭지 않은 투로 얘기했다.
“현호가 새 사업을 준비하는 게 있거든. 그쪽에서 갑자기 급한 일이 터졌나 보네. 그 사업 때문에 요즘 정신이 없어서 집에 연락도 없이 외박할 때가 종종 있었어.”
[그랬구나.]
“자식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축하연에 못 가게 됐으면 연락이라도 해 줘야지. 집에 오면 사과하라고 따끔하게 한마디 할게.”
[괜찮아. 바쁜 거 이해하니까. 내가 지금 바빠서 다음에 다시 통화해.]
“그러자.”
통화를 끊은 엄현식이 고개를 갸웃하며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채연희가 물었다.
“여보, 엄수경 사장이 뭐래요?”
“현호에게 무슨 일이 있기는 있는 것 같아.”
“예……?”
“축하연에도 오지 않았고, 연락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거야.”
그의 말에 박경국도 당황스러운 기색으로 얘기했다.
“사고는 났는데, 연락받은 사람이 아무도 없고, 엄현호 사장은 전화도 받지도 않는다니…… 경찰이 사고 차량 조회를 해도 신원을 알 수 있을 텐데요.”
불안한 기색으로 변한 채연희도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 * *
어두운 거리에 속도를 높여 운전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최명준이었다.
얼굴이 흙빛으로 변한 그가 한 병원 앞에 차를 세우자마자 튀어나와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최 실장님!”
병원 복도를 정신없이 달리던 그를 부르는 소리.
뒤돌아보면 장수연이 있었다.
“수연 씨!”
최명준은 단숨에 그녀 곁으로 달려갔다.
“사장님 상태는 어떠세요?”
“다른 사람들이 들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최명준은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고, 한 병실 앞에서 멈췄다.
그녀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최명준도 뒤따라 들어갔다.
“사, 사장님……!”
눈을 감은 채 침대에 죽은 듯 누워 있는 현호를 보자 최명준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흙빛이던 최명준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지며 한탄하듯 말을 내뱉었다.
“사장님을 혼자 보내는 게 아니었어요. 내 잘못이에요. 사장님이 혼자 가겠다고 했어도 같이 갔어야 했는데…….”
“최 실장님 잘못이 아니에요.”
엄수경이 그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최명준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가족 잔치가 뭐라고, 휴대폰을 꺼놓지 말았어야 했는데. 수연 씨 연락을 일찍 받을 수 있었는데, 내가 휴대폰을 꺼 놓는 바람에…….”
최명준이 괴로운 듯 자기 머리를 흩트리더니 울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수연 씨, 사장님 상태가 얼마나 나쁜 거예요? 설마, 못 깨어나는 건 아니죠?”
그때.
“최 실장, 조용히 해요. 잠을 못 자겠잖아요.”
엄현호의 목소리가 병실에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