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사고의 배후
“사장님!”
소스라치게 놀란 최명준이 단숨에 현호 곁으로 다가갔다.
“사장님, 괜찮으십니까? 의사를 부를까요? 사고 순간은 기억……?”
“최 실장.”
최명준이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 내자 현호가 끊으며 얘기했다.
“다행히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어요. 뒤따라온 장수연 씨 덕분에 병원 치료도 빨리 받을 수 있었고, 내 사고 소식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조치할 수 있었어요.”
“아…….”
최명준은 이제야 안심이 되는지 흙빛으로 굳었던 얼굴이 풀리며 화색이 돌았다.
“수연 씨가 남긴 수상한 차량에 관한 음성메시지를 듣고 바로 전화했는데 사장님께서 받지 않아서 제가 얼마나 초조했는지 아십니까?”
최명준이 마음 고생한 걸 털어 내기라도 하려는 듯 말하자, 현호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최 실장의 전화가 왔을 때 사고가 났어요. 휴대폰도 먹통이 돼서 누구의 전화도 받을 수 없었고요.”
“괜찮다는 얘기라도 해 주시지, 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고 여기까지 오는데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장수연이 미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죄송해요. 제가 실장님께 연락했을 당시에는 사장님께서 검사를 받는 중이어서 상태를 얘기할 수가 없었어요.”
최명준이 장수연을 쳐다보며 물었다.
“사고를 낸 차를 봤습니까?”
“제가 사장님 차를 봤을 때는 이미 사고가 난 후였어요. 사고 현장을 떠나는 차들을 멀리서 보기는 했지만, 운전자를 본 것은 아니에요.”
그녀의 얘기에 최명준이 흠칫 놀랐다.
“차들이라고요?”
“두 대의 차가 떠나는 걸 봤어요. 그중 한 대는 사장님 차를 뒤쫓던 차였고, 다른 차가 사고를 낸 것 같아요.”
그녀의 얘기에 최명준은 실망한 기색을 띠었다.
“아, 사고 차량을 정확히 보지 못했다면…… 이 사건은 해결하기가 어려울 수 있겠군요.”
이번에는 다시 현호가 끼어들었다.
“꼭 그렇지는 않아요.”
“예에……?”
“수연 씨가 날 뒤쫓던 차 번호를 알고 있어요. 사고를 낸 차는 따로 있지만, 날 뒤쫓던 차의 운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의 말에 최명준이 반색하며 얘기했다.
“정말 다행이네요. 차 번호가 있으니 운전자를 잡으면 공범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최 실장, 수연 씨에게서 차 번호를 받아 남현민 검사에게 전하세요.”
“예……? 경찰이 아니고요?”
최명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경찰에게 수연 씨가 가진 차 번호의 운전자는 목격자일 뿐이에요. 아무것도 모른다고 잡아떼면 사고 차량 운전자뿐만 아니라 이 사고를 누가 계획했는지도 알아내기 어려울 겁니다.”
“아, 그럴 수 있겠네요.”
“만에 하나 경찰이 사고 차량 운전자를 체포한다고 해도 누가 지시했는지 알아내지 못할 겁니다.”
사고 차량 운전자는 배후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돈만 받고 했을 가능성이 컸다.
“하긴, 경찰에 붙잡혀도 꼬리만 잘려 나갈 뿐이겠죠.”
최명준이 생각해도 이번 사고는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었다.
한 기업인이 운전하는 차를 뒤쫓아 와서 사고를 내고 도망쳤다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었다.
“사고의 배후를 알아내는 건 무척 중요하겠네요.”
단순한 해코지가 아니다.
한 사람이 죽을 수도 있었던 끔찍한 사고다.
“남현민 검사에게 도움을 받아 날 뒤쫓던 운전자가 누구인지 최 실장이 알아봐 주세요.”
“알겠습니다. 혹시, 짐작되는 사람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현호가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김태현이 나타난 게 우연이 아닌 것 같네요.”
“……!”
최명준은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김태현과 관계있는 엄현호의 형제라는 것.
장수연이 함께 있기에 그 이름까지 말하지는 않은 것이다.
“짐작은 되지만 확증이 필요해요. 그리고 왜 갑자기 이런 일을 계획했는지도 알아내야 해요.”
“알겠습니다.”
최명준이 대답하자 옆에 있던 장수연이 입을 열었다.
“최 실장님, 이게 사장님을 뒤쫓던 차량 번호예요.”
그녀가 차량 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건넸다.
“고마워요, 수연 씨.”
“그리고 사장님, 행운을 빌게요.”
“예……?”
현호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장수연이 얘기했다.
“성경에 카인과 아벨이라는 비극적인 형제 이야기가 있어요. 사장님은 이겨 내실 거라 믿어요.”
“……!”
현호는 그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녀도 오늘 사고의 배후가 누구인지 짐작하는 것이다.
‘하긴, 김태현이 관련되어 있으니…….’
김태현은 그녀의 송우미디어 입사를 특혜로 보도했던 기자였다.
거짓 기사로 인해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았던 그녀였지만, 그 보도의 칼이 향하는 타깃은 그녀가 아니라 나라는 것도 알았다.
‘김태현의 배후에 나를 곤란하게 하려는 형제가 있다는 걸 짐작했겠지.’
내 형제 때문에 그녀가 피해를 보았으니, 내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녀를 도와야 했다.
그녀와 함께 김태현이 취재를 빌미로 제보자에게 취재비를 받는 장면을 촬영해 대한일보 사장에게 보냈다.
그 일로 김태현이 해고되었지만, 그녀는 다시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았으리라.
‘그런데 김태현이 갑자기 회사 앞에 나타났어.’
그녀가 수상한 차량을 발견하고, 결국 나의 행선지를 알아내어 뒤쫓아 온 것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김태현으로 인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충돌 사고가 나면서 그녀의 불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게 증명됐지.’
그러니 그녀가 이번 사건의 배후를 짐작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으리라.
‘내 형제 중 누군가…….’
현호는 그녀가 왜 카인과 아벨에 관해 얘기했는지 알 것 같았다.
‘내 안전을 걱정하고 있어.’
그걸 다 알고도 그녀의 걱정을 모른 척할 수는 없어 입을 열었다.
“장수연 씨, 오늘 고마웠어요. 염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러리라 믿어요.”
그녀가 애써 밝은 미소를 지었다.
* * *
다음 날.
엄상현 회장의 가족들은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에 모였다.
“현호는?”
엄상현 회장은 현호가 보이지 않자, 아내 최유경에게 물었다.
“어제 지방 출장이 있어서 못 들어온다고 얘기했어요.”
실제 현호는 어제 아침 최유경에게 그렇게 얘기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는 걸 아는 엄현식과 채연희는 초조함을 감추려 애쓰고 있었다.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현호는 감쪽같이 사라졌고, 연락도 되지 않고 있었다.
“그랬군. 어서 식사하자.”
그들의 초조함을 모르는 엄상현 회장이 가족들에게 얘기하며 숟가락을 집으려던 그때.
“회장님.”
굳은 표정의 박경국 과장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최명준 실장이 회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왔습니다.”
“최명준?”
“송우미디어 비서실장입니다.”
그의 대답에 엄상현 회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놀란 이들이 있었다. 엄현식과 채연희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의미심장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현호가 지방 출장을 갔는데, 비서실장이 왜 나를 찾아와?”
“회장님과 가족분께 직접 전해야 할 얘기가 있다고 합니다.”
“가족 모두에게?”
“예, 회장님.”
순간 엄상현 회장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좋지 않은 소식이라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들여보내.”
“예.”
박경국 과장이 식당을 나가고 잠시 후, 최명준 실장이 들어왔다.
“회장님, 최명준이라고 합니다.”
최명준이 깍듯이 허리 숙여 인사했지만, 엄상현 회장은 인사치레의 말도 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
“우리 모두에게 할 얘기가 있다고?”
“예, 회장님.”
“말해 봐.”
“어제 엄현호 사장님께서 출장을 가시던 중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뭐, 교통사고가 났다고?”
화들짝 놀란 엄상현 회장의 눈이 커졌다.
놀란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엄현식과 채연희를 제외한 모두가 놀랐지만 그중 최유경은 충격으로 얼굴에 핏기가 사라진 채 물었다.
“최 비서, 현호는 지금 어디 있어? 상태는?”
“사고 지점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받고 계십니다. 다행히 크게 다친 데는 없습니다.”
“하아…….”
최유경이 안심이 되는지 깊은 숨을 내쉴 때 최명준은 엄현식과 채연희를 쳐다봤다.
크게 다친 데가 없다는 말을 들은 그들의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그때, 엄현태가 끼어들어 야단치듯 최명준에게 얘기했다.
“이봐, 사고가 났으면 재빨리 우리에게 알렸어야지.”
“죄송합니다. 사장님께서 가족분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으시다고…….”
최명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유경이 엄상현 회장에게 얘기했다.
“여보, 현호를 빨리 송우병원으로 데리고 와요.”
“그래야지.”
“회장님.”
최명준이 얼른 끼어들었다.
“사장님께서는 사고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십니다.”
“……!”
엄상현 회장은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다.
회사 대표의 신상에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미디어가 그 사실을 전하는 과정에서 부풀려지고 회사 주가는 떨어진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조용히 병원을 옮기기를 원하십니다.”
송우병원에서 구급차를 보내지 말라는 얘기였다.
현호의 뜻을 이해한 엄상현 회장이 입을 열었다.
“송우병원장에게 병실을 준비해 놓으라고 하겠네. 자네가 현호를 잘 데려와 주게.”
“예, 회장님.”
* * *
“제기랄!”
방으로 돌아온 엄현식은 짜증스레 인상을 찌푸렸지만, 채연희는 앞일이 걱정스러운 듯 그에게 물었다.
“경찰이 교통사고를 조사할 거예요. 우리가 드러날 일은 없겠죠?”
그녀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던 엄현식이 입을 열었다.
“사고 친 놈과 연결된 사람은 양 비서야. 이 일이 성공했어도 양 비서를 해외로 보내려고 했는데, 앞당겨야겠어.”
엄현식은 아내 채연희에게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당신, 현호 앞에서 평소처럼 행동하도록 해. 우리가 현호와 나해철의 관계를 안다는 게 드러나면 안 돼.”
“알겠어요.”
채연희는 다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할 거예요?”
“다른 계획을 세워야지. 그 녀석 의도를 알아차렸는데, 가만히 있으면 우리가 당하고 말 거야.”
얘기하는 엄현식의 눈에 날이 섰다.
* * *
며칠 후.
찰싹!
“아얏!”
병실 침대에 앉은 현호가 아픈지 등을 어루만졌다.
그 옆에서는 최유경이 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 다 큰 자식 등을 때리면 어떡해요?”
“약을 안 먹으려고 하니까 그렇지!”
“너무 쓰니까 그렇죠. 아픈 거 다 나았는데, 벌써 며칠째예요?”
“어디서 약 투정이야! 어서 먹어!”
현호는 송우병원으로 옮겨 온 후, 최유경이 가져오는 한약재 보약을 먹어야 했다.
사고로 다친 곳의 통증도 사라졌는데 어머니 최유경은 아들의 건강이 걱정되어 매일 보약을 가져왔다.
그 마음을 알면서도 현호는 장난스레 한약을 먹지 않겠다고 투정을 부리곤 했는데, 언제나처럼 어머니의 뜻에 못 이기는 척 약을 먹었을 때였다.
병실 문이 열리며 최명준 실장이 들어왔다.
“사모님.”
그가 최유경을 보고 깍듯이 인사하자 그녀가 반갑게 맞았다.
“어서 와요, 최 실장.”
“사장님, 좀 어떠십니까?”
“괜찮아요. 다 나았어요.”
최유경이 얼른 끼어들었다.
“아니야. 좀 더 요양해야 해.”
최명준이 최유경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회사 일로 사장님께 의논드릴 일이 있어서 왔는데, 어쩌죠?”
“급한 볼일이야?”
“예. 사장님께서 지시하신 일입니다.”
“……!”
그 순간, 현호는 알았다.
사고가 난 후 그에게 자신을 뒤쫓던 차의 운전자를 찾아보라고 했었다.
그를 찾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