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꾐에 넘어갔군
“누나, 송우식품이나 마음제과의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거야.”
협력하기로 한 두 사람은 소파에 마주 앉아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알아. 히트 상품이 나오면 예상 판매 실적을 훨씬 뛰어넘을 수는 있겠지.”
“준비 중인 상품이 있어?”
“내년 초에 출시 예정으로 준비 중인 상품은 있어. 그 상품이 히트친다고 해도 일시적 현상일 수밖에 없어서 두 오빠와 경쟁하기는 어려워.”
현호는 그녀의 말에 수긍하듯이 대답했다.
“내 생각도 같아. 그걸로는 경쟁이 안 될 거야.”
“두 오빠는 무엇을 계획할까?”
“아무래도 크게 터트릴 수 있는 걸 노리지 않을까? 아버지께 능력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고, 만족도도 높을 테니까.”
“아잇, 짜증 나!”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그녀의 불평에 현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두 오빠 생각하니까 짜증이 나잖아.”
“…….”
“송우중공업과 송우건설은 규모가 큰 일거리들이 많잖아. 큰 거 하나만 잘 해내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일 수 있어. 그에 비하면 송우식품은…….”
그녀가 뒷말을 잇지 못하자 현호는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규모 면에서는 송우식품이 불리하기는 하지. 이런 불리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있다면 좋은데…… 아!”
현호는 뭔가 갑자기 생각난 듯 눈을 크게 떴다.
그의 모습에 호기심이 든 엄현주가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왜 그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게 있어?”
“잠깐만.”
현호는 소파에서 일어나 자신의 책상 위 노트북으로 뭔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래! 잘못 본 게 아니네.”
현호는 기억을 더듬으며 찾아낸 것 같이 행동했지만, 사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협력을 제안할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엄현주는 좀 전보다 더욱 궁금해진 기색으로 물었다.
“현호야, 뭔데 그래?”
이에 현호는 자신이 찾은 걸 보여 주기 위해 노트북을 그녀 곁으로 가져왔다.
“크로싱마트가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했어.”
현호가 노트북 화면에 있는 크로싱마트의 한국 철수에 관한 인터넷 기사를 보여 주었다.
크로싱마트는 해외의 대형 할인점으로 한국법인 설립 후 공격적으로 매장 수를 넓혔지만, 한국 시장과 고객 그리고 문화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이해가 없었던 탓에 결국 실패하고 철수를 결정했다.
현호가 보여 준 기사를 본 엄현주는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난 또 뭐라고.”
“누나 알고 있었어?”
“우리 업계하고도 관련 있으니 유통업계 소식을 챙겨 보고 있지.”
“누나, 크로싱마트 인수하는 거 어때?”
“뭐어?”
깜짝 놀란 엄현주의 눈이 커졌다.
“송우식품이 크로싱마트를 인수하면 재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을 유통업으로 확장할 수 있어.”
“……!”
“마음제과를 인수한 경험이 있으니까, 도전하지 못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의 얘기에도 엄현주의 기색은 여전히 밝지 않았다.
“하지만 현호야, 크로싱마트는 마음제과와는 달라. 매장 수도 삼십 개는 될 거야. 쪼개서 팔려고도 하지 않을 테니, 인수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테고. 어쨌든 복잡하고 고려해야 할 게 많아.”
현호는 그녀의 말이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나도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니까, 누나의 복잡한 마음 이해해.”
“…….”
“심사숙고해서 결정해. 마음만 앞선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
“그래야지.”
엄현주의 대답을 들은 현호는 이내 걱정된다는 듯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큰형과 작은형의 성과를 이길 만한 걸 찾을 수 있어야 하는데…….”
“어……?”
순간 움찔한 엄현주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현호는 못 본 척하며 다음 말을 이었다.
“우리 좀 더 생각하고 고민해 보자.”
말은 이렇게 했지만 현호는 안다.
그가 혼자 중얼거린 말이 그녀의 마음속에 남을 거라는 걸.
* * *
한편, 엄상현 회장의 발표는 엄현태 부부에게도 고민의 시간을 갖게 했다.
“아버님 말씀이 우리에게 나쁜 건 아니죠?”
배희진이 생각에 잠겨 있는 엄현태에게 얘기했다.
“애매해…….”
“왜요?”
“형님은 분명 화가 났을 거야. 자신이 가장 우선순위에 있다고 생각했을 텐데, 모두가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게 됐으니까.”
“…….”
“그렇게 보면 내게 유리해진 상황이야. 하지만 현주와 현호까지 포함된 건 싸워야 할 상대가 많아진 거니,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지.”
그의 말에 배희진이 물었다.
“현주 아가씨와 현호 도련님이 당신의 상대가 될까요?”
“현주는 우리가 실패할 거로 생각했던 마음제과 인수에 성공했어.”
“의외이기는 했어요.”
“그리고 현호는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
“둘 다 만만하게 볼 수는 없어.”
배희진이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쉽고 만만하게 생각하자는 뜻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두 사람도 부회장 지명 경쟁에 참여하겠죠?”
“현주는 분명히 그럴 거야. 예전부터 그런 욕심을 드러냈으니까. 현호는 이런 경쟁을 싫어해서 미디어업계 일에만 집중했어.”
“그렇다면 우선, 아주버님과 현주 아가씨를 주의 깊게 살펴야겠군요?”
엄현태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래야겠지. 그나저나 아버지께 어떤 성과를 보여 드려야 만족하실까?”
“액수가 큰 것으로 해요.”
“무슨 뜻이야?”
“택지개발 큰 건 하나면 수천억의 수익을 올리는 건 문제도 아니에요.”
그녀의 얘기에 엄현태는 못마땅한 기색으로 대꾸했다.
“그거야 내가 더 잘 알지. 하지만 시간이 문제야.”
“…….”
“택지개발계획 승인받는 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어. 내가 그걸로 시간을 보내는 사이 형님이나 현주의 성과가 아버지를 만족시키면 내가 해 보기도 전에 경쟁은 끝이 나.”
“승인 절차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줄 곳을 선택하면 돼요.”
“……!”
엄현태는 그녀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렸다.
“희진 씨, 아는 곳 있어요?”
“아버지가 기관장들을 많이 알고 계시죠.”
그녀의 대답에 엄현태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 * *
다음 날.
“회장님, 찾으셨습니까?”
최덕일 변호사는 엄상현 회장의 호출을 받아 성북동 서재를 방문했다.
“어서 오게, 최 변.”
“회장님, 좋은 일이 있으십니까?”
최덕일은 평소와는 다른 그의 얼굴에서 흐뭇한 표정이 흐르는 걸 보며 물었다.
“부회장을 지명하겠다고 어제 얘들에게 통보했네.”
“……!”
최덕일은 순간 엄상현 회장의 표정이 왜 밝은지 알 것 같았다.
자식들을 모두 그의 권위 아래 줄 세웠기 때문이다.
“모두 받아들이던가요?”
“그랬네.”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반발하면 엄 회장의 눈 밖에 나는 것이니.
“네 분의 사장님들이 어떤 성과를 보여 줄지 기대가 되는군요.”
“그런데 말이야, 자식들에게 부회장을 지명한다고 통보한 후에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이 누굽니까?”
“여상길이야.”
“……!”
최덕일은 그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여상길은 한때 엄상현 회장을 위해 은밀한 일들을 진행했었다.
엄상현 회장이 숨기고 싶은 비밀을 알고 있는 여상길이 그의 딸 엄현주와 함께 일하고 있다.
그런 그가 곱게 보일 리 없는 것이다.
‘여상길에게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최덕일은 그의 생각에 수긍이 되었다.
여상길의 능력이라면 굳이 송우그룹에서 일하지 않아도 밥벌이는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상길을 현주, 아니, 송우그룹에서 쫓아내야겠어. 무슨 방법이 없을까?”
“예전부터 회장님께서 걱정하셨다는 거 압니다. 그래서 생각해 둔 게 있습니다.”
“그래?”
엄상현 회장의 화색이 밝아졌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여상길이 송우식품에서 쫓겨나게 만들겠습니다.”
“그러려면 현주의 마음이 여상길에게서 돌아서야 하는데, 가능하겠어?”
최덕일은 그의 염려를 알고 있다.
여상길이 송우식품에서 일하고 있는 이유는 엄현주가 그를 무척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가 무너지게 만들면 됩니다.”
“아……!”
그의 대답에 엄상현 회장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 * *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최덕일이 엄상현 회장을 만나는 그 시각, 엄현주는 여상길 팀장을 사장실로 호출했다.
“여 팀장님, 이리로 앉으세요.”
“예.”
여상길은 소파 맞은편으로 가서 앉았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제가 팀장님께 얘기한 적 있죠? 제 목표는 송우식품 사장이 아니라는 거.”
“예,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게 기회가 왔어요.”
“예……?”
여상길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어제 아버지가 가족들이 모두 있는 데서 발표를 하셨어요. 송우그룹 부회장을 지명하시겠다고.”
“아……!”
여상길은 깜짝 놀랐다.
엄상현 회장이 부회장을 지명한다는 사실은 그룹 후계자를 지명한다는 것과 같다.
모든 권력을 틀어쥐고 싶어 하는 그의 성격을 알기에 생각보다 빠른 후계자 지명이 의외였다.
‘송우생명 주식 때문인가?’
한동안 엄상현 회장의 자식들은 송우생명 주식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비열한 방법을 동원했다.
그 주식을 가로챈 것은 엄현호이지만, 결국 엄상현 회장은 자식들이 그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각자 행동한 것을 알게 되었다.
‘엄현호 사장은 왜 내게 얘기해 주지 않았지?’
어제 저녁에 발표했으면 자신에게 얘기해 줄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의아한 점이 있었지만, 그는 이내 잡생각을 지우고 엄현주가 하는 얘기에 집중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신다고 했어요.”
“공평한 기회요?”
여상길의 짧은 물음에 엄현주가 대답했다.
“아버지께서는 과거는 보지 않고 앞으로 우리가 만들 성과를 보시고 결정하시겠다고 했어요.”
“아! 그래서 기회가 왔다고 하신 거군요?”
“그래요. 하지만 두 오빠와 경쟁해야 하니 쉽지만은 않아요.”
그녀의 얘기에 여상길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두 오빠분만 신경 쓰시는 겁니까? 동생 되시는 엄현호 사장님도 계시는데.”
“당분간 엄현호 사장과는 협력할 거예요.”
“어떤 협력을 말하는 겁니까?”
“내가 부회장이 되는 것을 돕기로 했어요.”
여상길은 속으로 웃었다.
엄현호가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르는 척 다음 말을 이었다.
“원가는 대가가 있는 거겠죠?”
“당연하죠.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요.”
여상길은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지금은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관건이겠군요?”
“맞아요. 그래서 의논할 게 있는데, 크로싱마트가 철수한다는 거, 알고 있죠?”
“네,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인수하는 거 어때요?”
“아……!”
순간 여상길은 알아차렸다.
크로싱마트를 인수해 성과를 내자는 아이디어가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는지.
‘엄현호겠지.’
만약 엄현주가 그것에 관심이 있었으면 크로싱마트 철수 소식이 간간이 전해졌을 때 이미 얘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상길은 이 상황에서 무작정 찬성할 수는 없다.
“사장님, 크로싱마트 인수는 마음제과와는 상황이나 조건이 무척 다릅니다.”
“나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 기회가 아니면 내가 두 오빠를 상대해서 이길 수 있는 성과가 있을까요?”
“……!”
그녀가 이 말을 하는 순간 여상길은 알아차렸다.
‘엄현호의 꾐에 넘어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