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나랑 협력하자
“크로싱마트를 인수하면 두 오빠분을 이길 수 있는 훌륭한 성과일 겁니다.”
여상길이 동의하듯 얘기하자 엄현주가 밝아진 기색으로 물었다.
“여 팀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크로싱마트 인수는 규모가 아닌 다른 이유로 회장님을 만족시킬 겁니다.”
“……?”
엄현주는 금세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두 오빠가 경영하는 송우중공업과 송우건설의 성과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거래 단위가 클 수밖에 없는 두 오빠를 이길 만한 큰 규모의 성과를 고민했다.
그런데 인수 규모가 아닌 다른 것으로 아버지 엄상현 회장을 만족시킨다고?
“팀장님,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녀의 의문이 이해된다는 표정을 지은 여상길이 입을 열었다.
“성국마트가 크로싱마트 인수에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아……!”
놀란 엄현주의 눈이 커졌다.
아버지 엄상현 회장은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과 앙숙 관계로 두 그룹은 오랫동안 경쟁했지만, 늘 이기는 건 성국그룹이었다.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할 겁니다.”
대형 할인매장 점유율 2위인 성국마트가 크로싱마트를 인수하면 단숨에 1위가 될 수 있기에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이리라.
엄현주는 중얼거리듯 말을 내었다.
“우리가 크로싱마트를 인수하면……?”
그녀의 물음에 여상길이 대답했다.
“송우식품이 유통업으로 확장할 뿐만 아니라 성국마트의 점유율 1위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국그룹을 이겼다며 회장님께서 무척 기뻐하실 겁니다.”
“……!”
엄현주는 그가 말한 마지막 문장이 귀에 꽂혔다.
‘성국그룹을 이긴다는 건…….’
아버지 엄상현 회장을 가장 기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능력도 탁월하다는 사실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크로싱마트를 인수해야 해요.”
결심을 굳힌 엄현주의 말에 여상길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의 뜻이라면 최선을 다해 진행하겠습니다.”
* * *
송우미디어 사장실.
현호는 여상길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회장님께서 부회장을 지명하겠다고 한 사실을 왜 내게 얘기해 주지 않았어요?]
“엄현주 사장에게서 듣고 놀랐습니까?”
[당연하죠. 갑작스러운 소식이니까요.]
“그래서 얘기 안 했습니다.”
[예……?]
“엄현주 사장 앞에서 정말 놀란 모습을 보여야 하니까요. 제가 미리 얘기했다면, 놀란 모습이 어색했을 겁니다.”
[훗.]
수화기를 통해 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크로싱마트 인수, 엄 사장의 아이디어죠?]
“엄현주 사장이 얘기했습니까?”
[그래요. 인수전에 참여할 겁니다.]
그의 말에 현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엄 사장이 예상한 일이죠?]
“좋은 기회이니 놓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엄현호 사장에게 좋은 기회겠죠.]
“하하하.”
여상길의 말뜻을 알아차린 현호가 환하게 웃었다.
사실 그의 얘기가 틀리지 않는다.
그녀에게 크로싱마트 한국 철수를 얘기해서 자극한 데에는 숨겨진 의도가 있다.
“팀장님께 자세한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제 의도를 잘 파악하시네요.”
[성국마트가 인수전에 뛰어든 거, 알고 있었죠?]
“그렇습니다.”
[성국그룹과의 경쟁에서 이기면 회장님이 가장 기뻐하실 테고, 엄현주 사장이 후계자 경쟁에서 아주 유리해지죠.]
“…….”
[엄현호 사장이 그걸 알면서 엄현주 사장에게 기회를 줄 리 없죠.]
그의 얘기에 현호가 싱긋이 미소 지었다.
“팀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엄현주 사장에게 얘기한 의도는 따로 있습니다.”
[내게 알려 줄 수 있어요?]
“모르는 게 좋으실 겁니다. 평소처럼 팀장님은 엄현주 사장을 열심히 도우면 됩니다. 알아야 할 일이 있을 때 연락하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렇게 하죠.]
현호의 통화가 끝나자 가까이 있던 최명준 실장이 물었다.
“사장님, 엄현주 사장에게 성국마트를 얘기한 의도가 뭡니까?”
“누나가 결심하면, 큰형에게 알려 줄 생각이었어요.”
“예에?”
화들짝 놀란 최명준이 믿기지 않는 듯 다시 물었다.
“엄현식 사장님에게 엄현주 사장님의 계획을 알려 주시겠다는 겁니까?”
“맞아요.”
“아니, 왜……?”
그의 물음에 현호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큰형에게 협력을 제안하기 위해선 선물이 필요하죠.”
“협력 제안이요?”
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큰형은 내가 M&H 인베스트먼트 실소유주라는 걸 알아요.”
“…….”
“서로의 계획이 뭔지 탐색하는 시간이 지나면, 큰형은 자신이 불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 큰형은 작은형과 누나와 협력해 나를 견제하려 할 거예요.”
“……!”
“큰형은 그 협력을 위해 내가 M&H 인베스트먼트 실소유주라는 걸 밝힐 테고, 작은형과 누나는 내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겠죠.”
“……!”
최명준은 현호가 왜 엄현식과 협력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이 어떻게 나올 거 같아요?”
“할 수 있는 모든 방해를 한꺼번에 벌일 겁니다.”
현호는 그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을 막아야 부회장 지명 경쟁에서 이길 수 있어요.”
“하지만 부회장으로 지명되시면 엄현식 사장이 동생분들에게 M&H 인베스트먼트에 관해 얘기하지 않을까요?”
“그때 나는 송우그룹 후계자예요. 내 뒤에는 아버지 엄상현 회장이 계시죠.”
“…….”
“세 사람이 뭉쳐서 나를 공격한다면, 자칫 아버지의 결정에 반기를 드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어요.”
“…….”
“아버지가 그런 반발을 두고 보지 않으리라는 걸 알 겁니다. 세 사람은 기회를 엿보겠지만, 쉽게 움직이지는 못할 거예요.”
“……!”
“내가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고 시간을 보내지도 않을 거고요.”
최명준은 그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엄현식 사장님과는 언제 만날 생각이십니까?”
“큰형에게 줄 선물이 준비됐으니 지금 연락해서 만날 약속을 잡아 줘요.”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 * *
“현호야, 어서 와.”
현호가 송우중공업 사장실로 들어오자 엄현식이 애써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맞았다.
“바쁠 텐데 시간 내 줘서 고마워, 형.”
말은 이렇게 했지만, 현호는 그가 자신을 만나 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무척 궁금할 것이다.
M&H 인베스트먼트의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감추고 있는 동생이 아버지가 후계자를 지명하겠다는 발표 후 만나자고 연락이 왔으니.
“앉아서 얘기하자. 이리로 와서 앉아.”
현호가 그의 맞은편으로 가서 앉자 엄현식이 먼저 얘기를 시작했다.
“무슨 일인데 회사까지 찾아왔어?”
“집에서 할 얘기는 아니니까.”
“아, 그래? 뭔데?”
“수경이 누나 새 리조트 축하연에 가던 날 일어났던 사고 말이야.”
사고라는 얘기가 나오자마자 엄현식의 표정이 굳어지는 걸 포착했다.
“그 사고가 왜……?”
“사실, 범인을 잡았어.”
“뭐? 아! 그래?”
그가 애써 놀란 기색을 감추며 얘기했다.
“경찰에서 연락이 온 거야?”
“아니, 내가 사람을 풀어서 잡은 거야.”
“아, 그렇구나. 법인 잡았다는 얘기하려고 온 거야?”
“그 사고를 지시한 사람은 따로 있더라고.”
“…….”
표정이 굳어진 엄현식이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양기철 비서였어.”
“…….”
“사고가 나고 얼마 후 사표 내고 가족들과 함께 해외로 떠났더라.”
“…….”
“형이 시킨 거야?”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양 비서는 오래전부터 애들 교육 문제로 해외 이민을 준비해 오고 있었어.”
“…….”
“애들 교육 환경과 미래 때문에 가겠다고 하니, 붙잡을 수 없었지.”
“훗.”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현호는 그가 부인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사실을 밝힌 이유는 큰형의 자백을 받으려는 게 아니다.
감추고 있는 서로의 비밀을 오픈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현호의 계획을 모르는 엄현식은 기분 나쁜 기색으로 따지듯 물었다.
“내 말이 우습냐?”
“형, 알고 있잖아?”
“내가 뭘……?”
“내가 M&H 인베스트먼트 실소유주라는 거.”
“…….”
현호가 직접 밝히자 놀란 엄현식은 대꾸를 하지 못했다.
“대답이 없는 걸 보니, 형이 알고 있는 게 맞네.”
잠시 당황했던 엄현식이 정신을 수습한 듯 얘기했다.
“그래, 알고 있어. 근데, 너 무슨 꿍꿍이로 그 얘기를 직접 하는 거야?”
“형이 이미 알고 있는데 그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잖아.”
“뭐?”
“형, 우리 솔직해지자.”
“솔직?”
엄현식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
“우리 모두를 속였으면서, 네가 솔직이라는 말을 할 자격이 있냐?”
“형도 송우생명 차명 주식 비밀로 했잖아.”
“…….”
뜨끔한 엄현식이 대꾸하지 못하자 현호가 싱긋이 미소 지으며 다음 말을 이었다.
“형, 송우그룹의 후계자가 되고 싶지?”
“너는 아니냐?”
“송우그룹 지분 좀 가지고 있다고 후계자가 되는 건 아니잖아.”
현호는 M&H 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송우그룹 주식만으로는 송우그룹의 후계자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아버지가 만족해하실 성과를 내야 하는데, 원래 계획하고 있던 일이 있어서 다른 데 신경 쓰는 게 어려워.”
“원래 계획하고 있던 일?”
“얘기한 적 있잖아. 예능 방송 채널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고.”
“아아! 그거. 생각나네.”
엄현식이 현호에게 엄수경의 새 리조트 축하연에 가달라고 부탁할 때 들었던 얘기였다.
“그것도 성과이기는 하지.”
엄현식이 비아냥거리듯 얘기했지만, 현호는 개의치 않은 듯 다음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후계자로 지목할 만큼 만족스러운 성과라고 생각하실까?”
“아버지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알겠냐?”
“형이 그렇게 얘기하는 걸 보니, 후계자가 될 만큼의 성과는 아니네.”
현호의 대꾸에 엄현식은 짜증이 나는 듯한 기색으로 얘기했다.
“네 문제는 혼자 고민하면 안 되겠냐? 네 고민을 듣고 있을 만큼 내가 한가하지 않아.”
“아! 그렇지!”
현호는 잊었던 게 생각이 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형을 만나러 온 목적은 따로 있는데, 하마터면 내 고민만 털어 놓고 갈 뻔했네.”
“네 목적이 뭔데?”
“형이 생각할 때 그룹 승계 순위 1위가 누구인 거 같아?”
현호의 물음에 엄현식이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걸 몰라서 묻냐?”
“형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당연한 거 아니냐? 난, 우리 집안 장남이야.”
“…….”
“아버지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송우중공업 사장 자리를 내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어.”
“…….”
“아버지가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겠다는 말에 너희들이 주제 파악 못 하고 덤비겠지만…….”
엄현식의 말을 현호가 자르며 얘기했다.
“아무리 그래도 형은 성국중공업을 이긴 적이 없잖아.”
“뭐? 아, 그, 그건…….”
순간 당황한 엄현식이 말을 더듬다가 할 말이 생각나지 않은 듯 짜증스럽게 목소리를 높였다.
“야! 여기서 성국중공업이 왜 나와?”
“성국그룹과 맞짱 뜨려는 사람이 있어. 우리 중에.”
“뭐?”
순간 놀란 엄현식의 눈이 커졌다.
“그 싸움에서 이기면, 아버지의 마음은 어떠실까?”
아버지 엄상현 회장이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엄현식 또한 잘 알고 있다.
평생을 이어 온 라이벌.
하지만 제대로 이겨 본 적 없는 아버지는 가슴 속 깊은 곳에 패배감과 열등감을 지니고 있다.
그런 상대를 이기는 자식이라면 아버지 엄상현 회장의 마음을 얻게 된다는 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게 누구야? 현태야? 현주야? 아님, 너야?”
다급히 묻는 그의 물음에 현호가 빙그레 웃으며 얘기했다.
“형, 나랑 협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