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엄현식의 전화
“아, 그게, 무슨 말인지…….”
엄현식은 혼란스러운 정신을 수습하려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아버지를 도왔던 사람이 지금 현주 밑에서 일하고 있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아버지도 알고 계십니까?”
“알고 계십니다.”
그의 대답에 놀란 엄현식은 표정이 굳어지며 다음 물음을 이었다.
“아버지가 여상길을 보내서 현주를 돕도록 한 겁니까?”
그의 물음에 최덕일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후우…….”
여상길이 현주와 함께 일하는 게 아버지의 뜻이 아니라는 대답을 들은 엄현식은 굳었던 표정이 풀어지며 저절로 안도의 숨을 길게 내뱉었다.
“여상길 씨는 개인 사정으로 오래전에 회장님 곁을 떠났습니다. 그 후, 소식이 끊겼는데, 마음제과 인수 전 라이스타에서 일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나도 몰랐던 사람을 현주가 알았을 리 없는데, 어떻게 된 걸까요?”
“제 추측이지만 여상길 씨가 직접 엄현주 사장을 찾아갔을 겁니다. 그리고 마음제과에 대한 계획을 얘기했겠죠.”
“아……!”
엄현식은 이제야 뜬금없이 시작되었던 마음제과 인수를 이해할 수 있었다.
‘현주의 성공은 여상길이 만들어 준 거야.’
그런데, 의아한 점이 있었다.
“여상길 팀장은 왜 아버지를 찾지 않고 현주에게 갔을까요?”
“스스로 떠난 사람이니 회장님을 찾아오기가 민망했겠죠. 그래서 자신의 쓰임이 가장 확실한 곳을 선택한 겁니다.”
스스로 떠났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엄현식이 상황을 무난히 이해할 수 있게끔 최덕일이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 후, 계획대로 마음제과 인수를 성공시켰고, 환경호르몬 문제도 해결했어요.”
“능력이 아주 뛰어나군요?”
최덕일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엄현주 사장에게는 꼭 필요한 사람이지만, 엄 사장에게는 위험한 인물이죠.”
“아……!”
엄현식은 그의 말뜻을 이해했다.
그는 불가능할 것 같던 마음제과 인수를 성공시켰다. 그리고, 송우식품 사장이 된 현주를 곤란하게 한 환경호르몬 사건이 터졌지만, 그 책임에서 피해 가게 만들었다.
‘이걸 모두 가능하게 만든 사람이 여상길이야.’
그만큼 능력이 출중하다는 의미다.
그런 사람이 현주 곁에서…… 아!
순간적으로 엄현식은 현호가 한 얘기가 떠올랐다.
-누나가 크로싱마트 인수를 생각한 것도 아마 성국마트가 참여하기 때문일 거야.
‘현호의 얘기가 맞을 수 있어.’
그렇다면, 현호가 얘기한 크로싱마트 인수를 주시해야 한다.
성국마트를 이기고 아버지의 든든한 신임을 받는 것까지 계산되었을 테니.
‘이번 계획도 여상길 팀장이 주도했을 거야.’
오래전 아버지에게서 능력을 인정받아 함께 일했던 여상길이다.
그가 마음제과에서 보였던 능력을 발휘한다면, 엄현주가 성국마트를 이기고 크로싱마트를 인수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최덕일이 얘기한 대로 여상길은 자신이 후계자가 되는 걸 막을 수 있는 위험한 사람이다.
“최 변호사님의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습니다. 그래서 여상길 팀장을 내 사람으로 만들라고 한 거군요.”
최덕일이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이며 얘기했다.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나머지는 엄 사장이 해야 할 일이죠.”
“여상길 씨에 대해 알려 줘서 고맙습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최덕일은 엄현식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엄현식과 헤어져 사무실로 가는 차 안.
최덕일은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엄현식 사장이 여상길과 접촉할 거야. 놓치지 말고 따라붙어.”
[알겠습니다.]
* * *
“최 실장, 이 사람에 대해 조사를 해 줘요.”
현호는 메모지 하나를 최명준 실장에게 건넸다.
그 메모를 본 최명준이 중얼거리듯 얘기했다.
“성국마트 상품본부장 안일환. 이 사람은 왜……?”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엄현주 사장에게 도움이 될 일을 해야 하잖아요.”
“그렇다면 차라리 크로싱마트 사장을 접촉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건 엄현주 사장이 할 겁니다.”
“……?”
“사실, 내게 인수전에 도움을 줄 크로싱마트 고위 임원을 알아봐 달라고 했는데, 크로싱마트 사장이 적임자죠.”
“…….”
“하지만 성국마트가 이미 로비를 시작했을 테니 누나가 크로싱마트 사장을 끌어들이는 건 어려워요.”
최명준은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크로싱마트 사장이 송우식품에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성국마트 임원에 대해 조사하는 겁니까?”
“엄현주 사장이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지만, 사실 성국마트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현호의 얘기에 최명준이 동의하듯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성국마트는 점유율 1위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클 테니, 더 적극적으로 나오겠죠.”
“내가 엄현주 사장과 후계자 경쟁을 하지만 성국마트가 커지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잖아요.”
“아……!”
최명준이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엄현주 사장을 돕는 모양으로 성국마트가 커지는 걸 막으려는 거군요?”
“그렇죠.”
현호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한층 밝아진 표정의 최명준이 손에 쥔 메모지를 다시 봤다.
“안일환 상품본부장. 상품본부장이면 부사장급이죠?”
“그래요.”
“그런데 왜 하필 상품본부장을 조사하라는 겁니까?”
“성국마트의 비리를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예……?”
놀란 듯 최명준의 눈이 커졌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크로싱마트가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성국마트를 선택할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겁니다.”
“……!”
“성국마트에 입점하기를 원하는 제조회사는 많을 겁니다. 하지만 원한다고 모두 입점할 수는 없죠.”
“…….”
“제조회사는 구매담당자의 평가를 받고, 팀장급의 심사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상품본부장의 결재를 받아야 합니다.”
“……!”
“복잡하고 통과하기 어려운 구조에서는 뒷거래가 존재하기 쉽습니다.”
현호의 말뜻을 이해한 최명준이 고개를 주억이며 대답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안일환 상품본부장에 대해 조사하겠습니다.”
“수고해 줘요.”
* * *
“인수제안서를 준비해야 해서…….”
엄현주는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여상길과 회의 중이었다.
“인수를 희망한 회사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있습니다.”
여상길 팀장이 얘기했다.
“하지만 성국마트는 정보보안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어 알아내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럴 거라 생각했어요.”
재계 1위의 성국그룹이다.
정보보안에 허술했다면 지금껏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알아보겠지만, 인수제안서 제출 마감 전까지 알아내지 못하면, 우리가 준비한 대로 제출해야 합니다.”
이해했다는 듯 엄현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크로싱마트 사장과 만날 스케줄은 잡혔어요?”
“이틀 후입니다.”
“크로싱마트 사장한테서 성국마트 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쉽지는 않을 겁니다. 성국마트에서 이미 사장에게 로비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해 보기도 전에 싸움에 진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싸움 기술은 하나만 있는 건 아닙니다.”
여상길의 말을 이해한 엄현주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여 팀장님이 잘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 * *
늦게까지 진행된 회의를 마친 여상길은 집으로 가기 위해 승용차 운전석에 올랐다.
막 시동을 걸려던 찰나.
디리리리.
그의 휴대폰이 울려서 보는데,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여상길 송우식품 팀장님 되시죠?]
“그렇습니다만, 누구십니까?”
[엄현식이라고 합니다.]
‘뭐, 엄현식?’
순간 당황한 여상길은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아는 엄현식은 한 사람이다.
엄상현 회장의 장남이자 송우중공업 사장.
그 엄현식이라고?
[놀랐습니까?]
여상길이 대꾸가 없자 상황을 짐작한 엄현식이 물었다.
그 물음에 여상길이 퍼뜩 정신을 수습해 얘기했다.
“송우중공업 사장님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엄 사장님께서 저를 어떻게 아시고 전화를 주셨습니까?”
[본인만 모를 뿐 알 만한 사람은 알고 있죠.]
“예……?”
[아주 유능하신 분으로 알려져 있더군요.]
그의 대답에도 여상길은 여전히 의문이 들었다.
‘유능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
자신은 송우식품의 팀장일 뿐이다.
식품업 분야에서도 유능하다고 알려지기 어려운 직원의 한 사람일 뿐인데, 분야가 전혀 다른 엄현식이 알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만, 제게 전화하신 용건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여 팀장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저를요? 왜죠?”
[그 이유는 만나서 말씀드리죠. 시간 낭비는 되지 않을 테니 제게 시간을 내주세요.]
“…….”
여상길은 잠시 생각했다.
엄현식은 엄상현 회장의 장남이자 송우중공업 사장이다.
무턱대고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한 게 있다.
‘나에 대한 얘기를 누구한테서 들은 걸까? 그리고 왜 자신을 만나려는 걸까?’
비서를 시켜 자신에게 전화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그만큼 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함이리라.
왜?
그걸 알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이에 여상길은 결심한 듯 입을 열어 허락했다.
“알겠습니다. 시간을 내겠습니다.”
* * *
다음 날.
현호는 회의가 있어 다른 날보다 일찍 출근했다.
송우미디어 사장실로 들어오자마자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여상길의 전화였다.
“엄현호입니다.”
[여상길입니다.]
“여 팀장님, 이렇게 일찍 전화를 주시고 무슨 일 있습니까?”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어제 늦게까지 회의를 하고 퇴근하는데, 엄현식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큰형한테서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 현호도 흠칫 놀랐다.
[그래요. 나를 만나고 싶다고 하더군요.]
“여 팀장님을 어떻게 알고 연락을 한 겁니까?”
[나에 대한 얘기를 주위에서 들었다는 듯이 말했어요.]
“아……!”
그 순간 현호의 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었다.
‘최덕일 변호사!’
현호가 큰형 엄현식에게 협력을 제안하러 갔을 때, 최덕일 변호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형은 법률 자문을 부탁했던 게 있었다고 얘기했었지.’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두 사람의 움직임을 주시했었다.
그 후, 두 사람이 만났다는 소식을 보고 받았다.
‘그때 큰형이 최덕일 변호사로부터 여상길 팀장에 대해 얘기를 들은 게 틀림없어.’
[일단, 엄현식 사장을 만나기로 했어요. 하지만 엄 사장이 만나지 말라고 하면 약속을 취소하죠.]
“아닙니다. 만나세요.”
[만나라고요?]
현호의 반응이 예상과는 달랐던 건지 여상길의 놀란 음성이 수화기로 통해 들렸다.
“엄현식 사장이 여 팀장님을 어떻게 알았고, 왜 만나자고 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만나겠다고 허락했어요.]
“저도 궁금하네요. 만난 후 제게 알려 주세요.”
[알겠어요.]
통화를 끊자 가까이에 있던 최명준이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
“사장님, 엄현식 사장님이 왜 여상길 팀장을 만나려는 걸까요?”
“제가 지난번에 얘기했죠? 아버지가 개입하려는 것 같다고.”
“그래서 최덕일 변호사와 엄현식 사장님의 움직임을 주시하라고 하셨죠.”
“아버지가 어떤 개입을 하려는지 알았어요.”
“정말요? 그게 뭐죠?”
현호는 놀라 목소리가 높아진 최명준을 향해 얘기했다.
“여상길 팀장을 송우식품에서 내쫓으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