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현호의 협력자들
“어, 어, 그건…….”
당황한 엄현식은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 듯 말을 더듬었다. 그러다 결국 버럭 소리를 높였다.
“야! 영업 비밀은 서로 터치하지 말자고 한 건, 너잖아!”
그의 대답에 현호가 피식 웃었다.
사실, 그의 말이 맞다.
엄현주가 크로싱마트 인수를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를 그에게 얘기했을 때, 엄현식이 정보 출처를 물었었다.
그때, 현호가 영업 비밀이라며 대답하지 않았던 것.
“알았어. 캐내려 하지 않을게. 근데, 며칠 만에 그걸 알아낸 걸 보니, 형은 꽤 좋은 정보원이 있나 보네?”
엄현식을 추켜세우자 당황했던 기색이 금세 우쭐함으로 변해 얘기했다.
“나, 우리 집안 장남이고 송우중공업 사장이야. 좋은 정보원이 있는 게 당연하잖아.”
현호는 그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할게. 그런데, 여상길 팀장이 그렇게 유능해?”
“마음제과 인수 진행을 맡아서 주도했어. 그 결과 현주는 송우식품 사장이 됐잖아.”
“그 인수를 주도한 사람이 여상길 팀장이구나.”
“그뿐만이 아니야. 환경호르몬 문제가 생겼을 때, 현주는 아버지께 해결을 부탁하지 않았어. 예전과는 다르게 스스로 해결했지.”
“설마, 그것도?”
현호의 물음에 엄현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상길이 해결했어.”
“유능한 사람이 누나 곁에 있구나. 그러니 송우식품이 크로싱마트를 인수할 계획이라는 정보가 설득력이 있네, 그렇지?”
현호의 물음에 엄현식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 같아.”
“현주 누나보다 여상길 팀장이 문제네? 그 사람을 형 쪽으로 데려오면 좋을 텐데.”
“음…….”
엄현식이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사실 여상길 팀장을 만났어.”
“정말이야?”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현호는 칭찬하듯 얘기했다.
“잘했네. 유능한 인재를 형이 데려오면 누나에게는 큰 타격이 될 거야. 여상길 팀장과 얘기는 잘됐어?”
“송우식품에서 계속 일하겠데.”
“뭐……?”
현호는 애써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주가 뭔가 특별한 보상을 약속한 거 같아.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돼.”
“…….”
“송우중공업 사장인 내가 직접 나서서 스카우트 제안을 했는데, 송우식품에 남겠다니…… 말이 안 되잖아?”
여상길이 거절한 진짜 이유를 아는 현호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그의 얘기에 맞장구를 쳤다.
“당연하지.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송우식품보다 송우중공업이 훨씬 낫지.”
“도대체 어떤 보상을 주겠다고 했길래, 여 팀장이 꿈쩍도 안 하는 걸까?”
“현주 누나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현호는 난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현주는 여상길 팀장의 능력을 믿고 크로싱마트 인수를 진행할 거 같아.”
“어쨌든 내가 얘기한 정보를 믿는다니, 이제야 우리가 진짜 협력자가 된 거 같네.”
“그러니까 현주를 막을 아이디어를 생각해 봐. 내가 크로싱마트 사장을 만나 볼까?”
그의 대답에 현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형, 성국마트에서 이미 크로싱마트 사장한테 작업을 했겠지.”
현호의 대답에 엄현식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아! 그러면 우리는 땡큐잖아! 현주가 크로싱마트 인수에 실패할 테니까.”
“형, 매각에 대한 최종 승인은 주주총회야. 그전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밝았던 엄현식의 표정이 금세 일그러졌다.
“아이, 씨발. 그렇지. 현주는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매각 승인을 막으려고 할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지 않다면 불리하다는 걸 알면서 시작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러면 어쩐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엄현식이 입을 열었다.
“가장 쉽게 현주를 실패하게 만드는 건, 성국마트가 크로싱마트를 인수하는 거야. 우리가 성국마트를 도울까?”
“뭐, 그게 무슨 말이야?”
현호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알게 되는 정보를 성국마트에 넘기는 거지.”
“형, 그건 좀 아니지. 우리가 성국그룹을 돕는 게 말이 돼?”
“그러면 어쩌냐?”
“차라리, 제3의 기업을 돕는 건 어때?”
“어?”
깜짝 놀란 엄현식의 눈이 커졌다.
“현주 누나와 성국마트 모두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잖아.”
“그렇지! 그런 방법이 있었네.”
어두웠던 엄현식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 * *
엄현식과 헤어진 현호가 송우미디어로 가는 차 안.
“엄현식 사장님을 만나고 계실 때, 여상길 팀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최명준 실장이 얘기했다.
“엄현식 사장님의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는데, 거절했다고 했습니다.”
“큰형에게 들었어요. 다른 얘기는 없었어요?”
“엄현주 사장님이 크로싱마트 사장님을 만나실 거라고 합니다.”
“그렇군요.”
현호가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최 실장, 지난번 부탁했던 조사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안일환 성국마트 상품본부장 말씀이시죠?”
“그래요.”
현호는 엄현주 사장이 성국마트의 크로싱마트 인수를 막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안일환 성국마트 상품본부장의 뒷조사를 부탁했었다.
성국마트 입점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최종 승인 권한을 가진 상품본부장의 의중이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
이런 환경에는 상품본부장과 입점 희망 업체 사이에 뒷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그에게 조사를 부탁했다.
‘사실, 안일환 본부장은 뒷거래를 했지.’
전생에서 안일환은 입점 업체로부터 상당한 뇌물을 받았다가 들통이 나면서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다.
그 사실을 아는 현호는 안일환을 지목해서 최명준에게 조사하라고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생에서는 뇌물 이슈가 좀 더 뒤에 터지지만…….’
최명준 실장의 실력이라면 그의 비리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최명준이 현호가 듣기 원하는 대답을 했다.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곧 결과 보고를 드릴 수 있을 겁니다.”
“기대되네요.”
현호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대답했다.
* * *
“처음 뵙겠습니다, 민형식 사장님.”
엄현주는 룸으로 들어오는 크로싱마트 민형식 사장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했다.
“처음 뵙네요, 엄현주 사장님.”
민형식 사장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엄상현 회장님은 잘 계시죠?”
“그럼요. 건강히 잘 계십니다. 여전히 의욕적으로 송우그룹 이끌고 계시고요. 그런데, 회장님과 잘 아시나요?”
민형식 사장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모임에서 뵙고 인사드린 적이 있는데, 저를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회장님께서는 기억하실 거예요.”
엄현주는 생긋 미소 지으며 대답했지만, 그가 엄상현 회장 얘기를 먼저 꺼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만남 요청에 자신이 엄상현 회장의 자식이라 허락한 것이다.
“엄 사장이 내게 할 얘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습니다.”
“얘기해 보세요.”
“크로싱마트 철수 결정에 따라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엄현주의 얘기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 민형식의 표정에 씁쓸함이 흘렀다.
“매각을 추진 중인 게 맞아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곧 있을 예정이에요.”
“제가 크로싱마트 인수에 관심 있습니다.”
“예에?”
놀란 듯 민형식 사장의 눈이 커졌다.
그 모습을 본 엄현주가 다음 말을 이었다.
“송우식품이 크로싱마트 인수를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
“송우식품이 인수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너무 갑작스러운 얘기라…….”
민형식 사장이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엄현주는 그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것 같았다.
“성국마트 때문인가요?”
“예……?”
속마음을 들켜 당황했는지 그가 미간을 구기며 대답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크로싱마트 매각은 원칙에 따라 진행될 거예요.”
“크로싱마트를 누구에게 팔지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다는 말들이 있습니다.”
그녀의 대답에 민형식이 짜증스러운 기색으로 얘기했다.
“아니, 아직 공식적인 매각 발표도 안 했는데, 누가 그런 말을 퍼뜨리는 겁니까?”
“사실이 아닌가요?”
“당연히 사실이 아니죠.”
“그러면, 송우식품에도 기회가 있겠군요?”
“아, 그렇겠죠.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체 모두에게 기회는 있죠.”
대답하는 민형식이 엄현주의 시선을 피하자, 엄현주가 그 앞으로 봉투를 내밀었다.
이에 민형식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 봉투, 뭡니까?”
“크로싱마트를 맡아 의욕적으로 일하신 거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철수하게 되어 마음이 좋지 않으시겠죠. 안타까운 제 마음을 담아 준비했습니다.”
“아……!”
민형식은 봉투가 뭘 의미하는지 알아차렸다.
크로싱마트 매각을 송우식품에 유리하게 해 달라는 뇌물이었다.
“아, 엄 사장…… 마음만 고맙게 받겠습니다.”
“……!”
민형식이 봉투를 돌려주자 엄현주는 금세 알아차렸다.
이미 성국마트에게서 받은 게 있고, 우선협상대상자는 성국마트가 되리라는 걸.
엄현주는 사실 그걸 알아보기 위해 뇌물 봉투를 전했던 것이다.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어.’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기에 엄현주는 실망한 티를 내지 않으며 얘기했다.
“마음이 변하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 * *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려고?”
현호는 엄현주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어떻게 하긴. 크로싱마트는 곧 매각 발표할 거고, 인수제안서를 제출해야지. 근데, 너는 내가 부탁한 거 알아봤어?]
엄현주는 현호에게 인수작업에 도움을 줄 크로싱마트 고위 임원을 알아보라고 했었다.
“알아보고는 있는데 쉽지 않아. 그래서 다른 방향으로 알아보고 있어.”
[다른 방향이라니?]
“결과가 나오면 얘기할게.”
[그 결과가 언제 나오는데? 크로싱마트가 매각을 다 끝낸 후 나오면 아무 소용없잖아.]
엄현주도 초조한 것은 마찬가지여서 현호에게 결과물을 빨리 가져오라고 재촉하는 것이다.
이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 현호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곧 나올 거야. 누나가 성공해야 내 미래도 있다는 걸 아니까 서두르고 있어. 누나에게 도움이 될 거야.”
[알았어. 기대하고 있을게.]
* * *
엄현주가 민형식 사장을 만나고 온 며칠 후, 크로싱마트에서 공식적으로 매각을 발표했다.
[크로싱마트 매각 결정. 인수제안서 받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하기로.]
크로싱마트 매각 발표에 이어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에 대한 보도도 이어졌다.
[크로싱마트 인수 희망 회사, 성국마트 외 3~4개 회사가 될 듯.]
그리고 인수제안서 제출이 마감되자 드디어 송우식품이 인수전에 참여하는 게 드러났다.
[송우식품, 크로싱마트 인수전에 참가.]
[송우식품, 크로싱마트 인수전에 다크호스 되나?]
엄현주가 지금껏 조용히 처리했기에 현호와 엄현식을 제외한 나머지 식구들은 송우식품의 크로싱마트 인수에 대한 계획을 알지 못했다.
이에 송우식품 소식이 전해졌을 때 엄상현 회장은 깜짝 놀랐다.
“현주가 크로싱마트를 인수하고 싶어 한다고?”
“그렇습니다, 회장님.”
최덕일 변호사가 대답했다.
“현주, 제정신이야? 마음제과 인수한 지 얼마나 됐다고 크로싱마트까지 인수하겠다는 거야?”
“회장님께서 성과를 내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성과를 내려다 송우식품을 위험에 빠뜨릴까 걱정이군.”
엄상현 회장이 골치가 아픈 듯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이런 엄 회장보다 더욱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이가 있다.
“이게 뭐야?”
신문 기사를 보는 엄현태의 눈이 동그랗게 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