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01
201화 상품본부장 자료를 이용하라
“현주가 크로싱마트 인수를 추진한다고?”
놀란 엄현태의 반응에 곁에 있던 아내 배희진이 얘기했다.
“겉보기엔 상당히 무리인 것 같지만 꽤 머리를 잘 썼어요.”
“……?”
“무리를 해서라도 크로싱마트를 인수하면 몸집이 몇 배로 커지는 성과뿐만 아니라 성국마트와의 경쟁에서도 이기는 거예요.”
“아……!”
배희진의 얘기에 정신을 수습한 엄현태는 왜 엄현주가 크로싱마트 인수에 참여하는지 알 것 같았다.
“성국그룹을 이기고 싶은 아버지의 심리까지 이용해서 업무 성과 효과를 최고로 끌어올리려는 거야.”
그의 말에 맞장구치듯 배희진이 대꾸했다.
“그래서 똑똑한 결정이라는 거예요.”
“이렇게 일찍 시작될 줄 몰랐어.”
아버지 엄상현 회장이 그룹의 후계자가 될 부회장을 지명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하더라도 성과 경쟁이 이렇게 빠르게 진행될지 예상하지 못했다.
큰 성과를 위해서는 그만큼의 준비가 필요한 법이니, 서로 물밑에서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준비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현주가 먼저 출발 신호를 터트린 거야.’
함께 달려 나가지 않으면 뒤처지게 된다.
이에 엄현태는 아내 배희진에게 얘기했다.
“희진 씨, 지난번에 얘기했던 계획, 하루빨리 진행시켜야 할 것 같아요.”
“……!”
“지난번 말했던 기관장과의 모임을 추진해 달라고 아버님께 얘기해 줘요.”
“알겠어요. 그렇게 얘기할게요.”
* * *
송우식품이 크로싱마트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엄상현 회장 자녀들의 분위기는 묘하게 변했다.
가족이 함께 모여 다과를 하는 거실에서 엄현식이 속마음을 감춘 채 엄상현 회장에게 보이기 위한 격려의 말을 꺼냈다.
“현주야, 기사 봤어. 크로싱마트 인수라니, 어려운 일을 시도했네. 잘해 봐.”
그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아는 엄현주지만, 아버지 앞이라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고마워, 현식 오빠.”
“나도 어려운 일 있으면 도와줄 테니 언제든 연락해.”
현태도 끼어들어 격려를 보탰다.
“현태 오빠도 고마워. 그런데 내가 할 수 있어서 진행한 거야.”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속담이 있잖아. 옛말이라고 무시하면 안 돼.”
“나는 원숭이가 아니라서. 어쨌든 날 염려해 주는 마음은 고마워.”
엄현주와 엄현태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때 현호는 장남 엄현식에 눈으로 물었다.
‘형, 굿쇼핑 사장과 만났어?’
굿쇼핑은 엄현식이 성국마트와 송우식품을 대체하기 위해 선택한 제3의 기업이다.
현호의 눈빛을 이해한 엄현식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현호의 입가에 미세한 미소가 번졌다.
‘계획대로 되어 가고 있군.’
* * *
엄상현 회장의 자식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물밑에서는 방해 전략들이 세워지던 어느 날.
“사장님.”
최명준 실장이 미소를 머금고 사장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지시하신 일의 결과가 도착했습니다.”
“아……!”
현호는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안일환 성국마트 상품본부장에 대한 조사가 끝났군요?”
“그렇습니다. 여기.”
최명준이 가지고 온 서류 봉투를 건네자 현호가 안의 내용물을 꺼냈다.
문서와 사진 그리고 은행자료 등 안일환 상품본부장의 뇌물을 증명할 자료들이었다.
그 자료를 보며 현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을 때였다.
“사장님.”
최명준이 나지막이 부르는 소리에 현호가 쳐다봤다.
“알고 계셨습니까?”
“무슨 말입니까?”
뜬금없는 물음에 현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안일환 본부장이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님의 조카라는 사실을요.”
그렇다.
안일환 성국마트 상품본부장은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의 조카다.
전생에서 크게 이슈가 된 데에는 안일환이 재벌 회장의 조카인 것도 한몫했다.
‘안명기 회장이 보낸 낙하산이라 더욱 이슈가 되었지.’
안일환은 안명기 회장의 지시로 성국마트 상품본부장이 되었다.
그런데 자기 권한을 이용해 뇌물을 받았으니 그 책임이 안명기 회장에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현호는 최명준 실장에게 사실대로 얘기했다.
“그건 알고 있었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최명준은 짐작이 사실로 확인되자 피식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안일환 본부장을 찍어서 조사하라고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네요.”
“안일환 본부장이 안명기 회장의 조카가 아니라면 뇌물 사건이 터져도 성국그룹은 그저 직원의 일탈로 대응할 겁니다.”
최명준 실장은 이해했다는 듯 다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안명기 회장의 신임을 받던 조카라면 직원 개인의 일탈로만 대응하기는 힘들겠네요.”
현호는 그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뇌물로 받은 돈이 성국그룹 비자금일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이 자료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자료가 준비됐으니 엄현주 사장을 만나야겠죠. 잠시 후 떠날 테니 준비해 줘요.”
“알겠습니다.”
최명준이 사장실을 나가자 현호는 엄현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일이야?]
“누나 회사로 갈게.”
[지금 온다고?]
“그래. 잠시 후 출발할 거야.”
[왜 오는데?]
“내가 지난번에 얘기했잖아. 다른 방향으로 누나를 도울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아! 그게 준비된 거야?]
들뜬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그러니까 만나러 가려는 거지.”
[알았어. 기다리고 있을게.]
통화를 끊은 현호는 피식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 * *
“현호야, 준비했다는 게 뭐야?”
엄현주는 마음이 급한 듯 현호가 사장실로 들어서자마자 물었다.
“누나, 자리에 앉으라는 말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어서 앉아.”
미소를 머금은 현호가 맞은편에 앉자 엄현주가 다시 물었다.
“네가 알아낸 게 뭔지 얘기해 봐.”
“이거, 열어 봐.”
현호는 가지고 온 서류 봉투를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꺼내 살펴보는데, 순간 눈이 커졌다.
뇌물 관련성 자료들이었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이름도 있었다.
“현호야, 이거 뭐야? 안일환은 또 누구고?”
“안일환은 성국마트 상품본부장이야.”
“뭐, 성국마트 상품본부장?”
엄현주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현호에게 물었다.
“크로싱마트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얼마 남지 않았어. 우리 송우식품을 도와줄 사람도 아닌, 성국마트 상품본부장 자료를 왜 주는 거야?”
그녀의 물음에 엄현호는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누나, 송우식품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뭐……?”
“솔직히 누나도 경쟁사 성국마트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것으로 생각하잖아.”
엄현주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된다고 게임이 끝나는 거 아니잖아. 우리는 그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게 만들 방법을 고민해야 해.”
“그래서 성국마트 비리 자료를 가지고 왔어.”
“이 비리 자료로 크로싱마트와 성국마트 협상이 깨질 거 같니? 상품본부장 개인이 저지른 일이라고 할 텐데, 크게 이슈가 되지 않을 거야.”
그녀의 대답에 엄현호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얘기했다.
“누나, 내가 그런 걸 생각하지 않고 자료를 가지고 왔겠어?”
“……?”
“안일환 본부장은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 조카야.”
“어머! 정말이야?”
깜짝 놀랐던 엄현주가 이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안명기 회장 조카 중 내가 모르는 사람이 있었던가?”
“안 회장님 청년 시절에 돌아가신 누님이 계셔. 그 남편분이 의사인데 그룹에서 일하지 않아서 알려지지 않았던 거야.”
“현호, 조사 많아 했네?”
“우리의 미래를 위한 일이잖아.”
“잘했어!”
이제야 비로소 엄현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 자료는 어떻게 구했어?”
“그 자료는 안일환 본부장의 지시로 입점했던 업체에서 받은 뇌물 자료야.”
“입점했던 업체?”
“안일환 본부장에게 뇌물을 주고 입점했는데, 뒤통수 맞고 쫓겨난 업체들이지.”
“아주 잘했어.”
“이 자료,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알지?”
“당연하지. 사건을 크게 만들려면 성국마트가 관련된 안명기 회장의 비자금이면 좋겠네.”
그녀의 대답에 엄현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 * *
현호가 안일환 본부장의 비리 자료를 엄현주에게 넘긴 며칠 후, 크로싱마트의 첫 결정이 나왔다.
[크로싱마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성국마트 선정]
“결국 예상대로 됐군.”
인터넷 기사로 사실을 확인한 엄현식이 중얼거렸을 때였다.
디리리리.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김명호 굿쇼핑 대표였다.
굿쇼핑은 크로싱마트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기업 중 하나이고, 엄현식이 지원하기로 한 곳이다.
엄현식은 애써 밝은 기색으로 전화를 받았다.
“김명호 사장님, 기사 보시고 전화 주셨군요.”
[엄 사장님, 도와주신다고 하셨는데 결과는 바뀌지가 않았군요.]
엄현식은 수화기를 통해 실망감이 느껴지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김 사장님, 제가 얘기했지 않습니까. 진짜 시작은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이후라고요.”
[하지만 성국마트와 협상 진행이 잘되면 저희에게는 기회조차 없지 않습니까.]
“성국마트와 협상이 잘될 리 없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으로서는 기다릴 수밖에요. 하지만 엄 사장님의 장담이 허언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될 리 없으니까요.”
굿쇼핑 사장에게 좋은 말로 장담했던 엄현식, 통화를 끝내자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씨발, 빚쟁이처럼 지랄이야.”
계획이 있는 것처럼 굿쇼핑 사장에게 얘기했지만, 사실 엄현식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급히 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수화기를 통해 느긋한 현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형, 무슨 일로 전화한 거야?]
그의 말에 엄현식은 어이가 없었다.
“야, 너 내가 왜 전화했는지 짐작이 안 가?”
[미안. 지금 막 회의가 끝나고 나왔거든. 무슨 일인데?]
“성국마트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어.”
[아, 그래? 그런데 그건 우리가 예상했던 거잖아.]
“아니, 그렇기는 한데…….”
사실 엄현식은 마음이 불안해져 현호에게 전화했는데, 너무나 태연한 그의 태도에 당황스러웠다.
그런 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지 않은 엄현식은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굿쇼핑 김명호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어. 약속을 못 지키면 내 체면이 바닥으로 떨어지게 생겼어.”
[김명호 사장님께 걱정하지 말고 계속 크로싱마트 사장을 접촉하라고 해.]
“야, 너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 그 말이 귀에 들어오겠냐?”
엄현식이 짜증이 묻어나는 소리로 대꾸했지만, 현호는 여전히 담담하게 얘기했다.
[형, 우리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고 있어. 현주 누나와 여상길 팀장이 여기서 포기할 것 같아?]
“아, 그건 아니지.”
사실 현호 말이 틀린 게 아니기에 반박할 수는 없었다.
[물줄기의 방향을 바꿀 뭔가를 할 거야. 우리는 그때를 대비해서 김명호 사장이 계속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해.]
“알았어. 앞으로 상황을 예의 주시해. 우리의 예상이 빗나가면 바로 대책을 세워야 하니까.”
[알았어.]
통화를 끊은 엄현식은 불만스러운 소리로 중얼거렸다.
“현호, 너 말대로 되지 않으면, 협력이고 뭐고, 가만 안 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