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하나의 사건, 다른 반응
가족이 함께하는 저녁 식사 시간.
엄상현 회장 자녀들의 분위기는 묘했다.
크로싱마트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성국마트가 선정된 걸 안도하는 한편 엄현주의 전략을 모르기에 왠지 불안해지는 기색이었다.
이런 불안함의 표출은 엄현식이 먼저 드러냈다.
“현주야, 기사 봤다. 크로싱마트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성국마트가 됐던데 너무 상심하지 마. 다음에 다른 좋은 기회가 있겠지.”
위로하는 듯한 말이었지만 다른 기회를 언급하며 엄현주를 자극했다.
다른 기회라는 뜻은 지금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 의도를 모르지 않는 엄현주는 냉랭한 눈빛으로 대꾸했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 오빠. 그런데 이제 협상 시작했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지켜봐야지.”
“……!”
순간 엄현식은 알아차렸다.
그녀가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엄현태 또한 그녀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았기에 대화에 끼어들었다.
“사업하려면 그 정도의 패기는 있어야지. 그래도 성국마트를 상대하기 힘들면 얘기해. 도와줄 테니까.”
그녀의 실력으로는 성국마트를 상대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돌려서 한 것이다.
이에 엄현주는 솟구친 화를 참으며 애써 태연히 대답했다.
“작은오빠도 고마워. 그런데 작은오빠는 성국을 상대하기 어렵나 봐? 나는 혼자 상대할 수 있어.”
“……!”
그녀의 대꾸에 엄현태가 차갑게 쏘아봤다.
엄현주는 그 시선을 모르는 척 돌리는데 맞은편 현호와 눈빛이 마주쳤다.
현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눈빛으로 물었다.
‘누나, 준비됐어?’
그녀 또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물론이지.’
현호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입가에 미미한 미소를 띠었다.
* * *
며칠 후.
엄현주가 기다리던 소식이 드디어 신문에 보도되었다.
[성국마트 안일환 상품본부장, 입점을 빌미로 업체들에게 상납 요구]
[성국마트는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의 비자금을 만들었나]
신문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랬다.
성국마트의 안일환 상품본부장은 입점 업체들에게 상납을 받아 왔다.
안일환은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의 조카로, 안 회장이 성국마트 상품본부장으로 보낸 인물이다.
사내에서는 이런 인사 조치를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더욱이 안일환 상품본부장이 성국마트로 오기 전에는 입점 업체들에게 상납을 요구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입점 업체들은 사업에 지장을 받을까 두려워 계속되는 안일환 상품본부장의 상납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안일환 상품본부장이 상납받은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한다.
비자금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그룹차원에서 성국마트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고, 그 낙하산 인사가 비자금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기사가 보도되자마자 이 순식간에 검색어 순위 탑에 오르며 이슈가 되었다.
이에 성국그룹은 비자금을 부인하는 보도문을 발표했다.
그 보도문을 요약하면 이렇다.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은 안일환 상품본부장의 부정행위를 전혀 알지 못했으며, 이는 개인의 일탈일 뿐이다. 또한, 비자금은 전혀 사실이 아니므로, 잘못된 기사를 보도할 시 강력한 법적 조치를 고려할 것이다.
“사장님이 예상한 대로 됐습니다.”
성국그룹 보도문이 나온 직후 최명준 실장이 현호에게 얘기했다.
“엄현주 사장님은 이 일을 더 시끄럽게 만들겠죠?”
“그럴 거예요.”
현호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크로싱마트와 성국마트의 협상을 멈추게 해야 하니까요.”
“멈추게 할 뿐만 아니라 다음 우선협상대상자가 되기 위한 일도 할 텐데, 어떻게 막으실 생각입니까?”
“송우식품을 경쟁에서 탈락시키는 건 내가 하지 않아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최명준 실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기억하죠? 큰형에게 여상길 팀장에 대해 알려 준 사람이 최덕일 변호사라는 거.”
“아, 예.”
“이유가 있는 거예요.”
“안 그래도 그 부분이 좀 의아합니다. 여상길 팀장을 쫓아낼 생각인데, 왜 엄현식 사장에게는 스카우트해야 할 사람이라고 했을까요?”
“두려움을 느끼게 하려는 거죠?”
“예……?”
놀란 최명준 실장의 눈이 커졌다.
“큰형은 안명기 회장의 비자금을 터트린 건 여상길 팀장의 계획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아……!”
안일환 성국마트 상품본부장의 부정행위에 대한 자료를 엄현주 사장에게 건넨 것은 현호였다. 하지만 이렇게 이슈가 되게 만든 건 여상길 팀장이었다.
“여상길 팀장을 내버려 두면 현주를 도와 송우식품이 크로싱마트를 인수하게 될 거라 생각할 거예요.”
“그렇겠네요.”
“후계자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 큰형은 여상길 팀장이 두려울 거예요.”
“…….”
최명준 실장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상황을 이해한 듯 고개를 주억였다.
“최덕일 변호사는 그걸 노린 거예요. 그래서 큰형에게 여상길 팀장을 곤란하게 만들 일을 실행시키겠죠.”
현호의 얘기에 최명준 실장이 궁금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렇게 해서 송우식품이 크로싱마트 인수 경쟁에서 탈락하면, 결국 송우그룹 손해 아닙니까? 그런데도 최덕일 변호사가 그런 일을 꾸민다는 겁니까?”
그의 물음에 현호는 싱긋이 미소 지었다.
“최덕일 변호사도 자기 생각이 있는 사람이에요.”
“……?”
“누가 후계자가 되어야 자신에게 더 유리할까, 그런 생각을 하겠죠.”
“아……!”
최명준 실장이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최덕일 변호사는 엄현주 사장을 후계자로 생각하지 않는 거군요?”
“그래서 큰형에게 여상길 팀장을 스카우트하라고 얘기했죠. 어차피 안 된다는 걸 아니까요.”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는……?”
그의 물음에 현호가 생긋 웃으며 얘기했다.
“잠시 기다리면서 쇼를 구경하는 거죠.”
* * *
짝짝짝.
현호가 최명준 실장과 얘기를 나누는 그 시각, 엄현식의 사무실에서는 박수 소리가 울렸다.
“와, 정말 해내는구나.”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의 비자금이 빠르게 이슈화되는 걸 목격한 엄현식은 감탄하듯 박수를 쳤다.
엄현주가 성국마트와 크로싱마트의 협상을 방해하기 위해 뭔가 일을 저지를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그 강도가 셌다.
“안명기 회장의 비자금이라니. 한 방에 크게 터트리네.”
혼잣말로 중얼거린 엄현식은 곧 김명호 굿쇼핑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사장님, 엄현식입니다.”
[엄 사장님, 안 그래도 전화를 하려던 참이에요. 성국마트 비자금이 이슈가 되고 있어요.]
“이제 기회가 생긴 겁니다.”
[예……?]
“좀 더 시끄러워질 겁니다. 그러면 크로싱마트는 성국마트와 협상하는 게 부담이 될 거예요.”
[아……!]
김명호 사장이 그의 말뜻을 알아차린 듯 반응했다.
“크로싱마트 사장과 계속 접촉하고 있었죠?”
[그렇게 하기는 했습니다만.]
“이제 굿쇼핑이 성국마트를 대체할 수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어필하세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다음에 또 연락드리죠.]
김명호와 통화를 끝낸 엄현식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이내 감탄하듯 말을 내뱉었다.
“여상길, 정말 능력이 탁월하네.”
엄현식은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의 비자금이라는 아이디어를 엄현주가 계획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여상길의 능력이 탐이 나는 한편, 두려움이 순간적으로 몰려왔다.
“성국마트는 이제 떨어져 나가게 되겠지만, 현주가 정말 크로싱마트 인수하는 거 아냐?”
걱정거리를 혼잣말로 중얼거릴 때였다.
디리리리.
그의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최덕일 변호사였다.
엄현식은 얼른 그의 전화를 받았다.
“최 변호사님.”
[성국그룹 비자금 이슈가 터진 걸 보니, 여상길 씨를 데려오지 못했군요?]
“아, 예. 사실, 여상길 팀장을 만났습니다만, 내 제안을 거절했어요.”
[엄현주 사장이 큰 보상을 약속했나 보군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제가 더 큰 보상을 약속하겠다고 하는데도 마음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이제 엄 사장에게 위험한 인물이 됐군요.]
그의 말에 엄현식은 순간 두려움을 느꼈다.
‘최 변호사의 말이 맞아. 여상길을 제압하지 못하면 현주와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될지도 몰라.’
“최 변호사님, 저를 좀 도와주세요.”
[예……?]
“여상길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저를 찾아온 건, 최 변호사님이 제 편이라는 거 아닙니까?”
[…….]
최덕일이 대답하지 않자, 엄현식은 긍정의 사인으로 생각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아니라는 얘기를 했을 테니까.
이에 엄현식은 눈빛을 빛내며 그에게 얘기했다.
“최 변호사님은 그룹 계열사에서 보내는 많은 정보를 취급하지 않습니까? 현주와 여상길을 상대할 정보 하나만 주세요.”
[음…….]
“최 변호사님, 송우그룹의 미래를 생각하세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와 만날 시간을 내주세요.]
그의 대답에 엄현식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물론이죠. 어디든 가겠습니다.”
* * *
“엄현주…… 제기랄!”
한편, 엄현태도 성국그룹 비자금 이슈를 접했지만, 엄현식과는 다르게 신경질적으로 인상을 구겼다.
“현태 씨.”
송우건설 사장실로 아내 배희진이 급히 들어오며 얘기했다.
“지금 인터넷에는 온통 성국그룹 비자금 얘기에요.”
“현주가 터트린 게 틀림없어.”
엄현태는 성국마트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을 때 현주와 대화했던 일을 떠올렸다.
-성국마트를 상대하기 힘들면 얘기해. 도와줄 테니까.
-작은오빠는 성국을 상대하기 어렵나 봐? 나는 혼자 상대할 수 있어.”
그 말에서 현주가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걸 감지했지만, 성국그룹 비자금을 건드릴 줄 몰랐다.
“현주가 생각보다 훨씬 준비를 많이 했어.”
투덜대듯 내뱉는 말을 들은 배희진이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얘기했다.
“아가씨가 정말 크로싱마트와 성국마트의 협상을 멈추게 만드는 거 아니에요?”
엄현태는 또한 염려되는 기색으로 대답했다.
“그럴 가능성이 있어. 언론이 안일환 본부장 주위를 취재할 테니, 새로운 뉴스로 더욱 시끄러워지겠지. 그러면 누군가 고발을 할 테고. 사회적 이슈가 됐는데 검찰이 모른 척할 수도 없을 거야.”
“그렇게 되면 크로싱마트가 성국마트와의 협상에 부담을 느끼겠군요.”
“그렇겠지.”
엄현태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불안함을 느낀 배희진이 물었다.
“현태 씨, 이러다 송우식품이 정말 크로싱마트 인수하는 거 아니에요?”
“막아야겠지.”
“어떻게요?”
“큰형과 의논을 해 봐야겠어. 큰형도 송우식품이 크로싱마트 인수하는 걸 원하지 않을 테니까.”
그의 말에 배희진이 염려되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주버님이 현태 씨와 의논하려 할까요?”
엄현태는 그녀의 물음이 무슨 의미인지 안다.
후계자 경쟁을 해야 하는 큰형 엄현식이 자신과 협업하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상황을 그대로 지켜만 보면 송우식품에게 유리한 국면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엄현식과 엄현태에게 불리한 상황이 전개된다는 걸 의미한다.
“시도해 봐야겠어. 그러면 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되겠지.”
엄현태는 엄현식에게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