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04
204화 제보자는 누구?
성국마트 안일환 본부장이 관련된 비자금 이슈가 커지자 성국그룹은 대외적으로는 보도문을 내고 안명기 회장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사에 더 많은 광고를 주는 것을 통해 성국그룹 비자금에 대한 언급을 틀어막았다.
덕분에 타오르던 비자금 이슈는 한여름에 지나가는 소나기처럼 빠르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예상한 여상길은 다음 단계를 준비해 두고 있었다.
“사장님, 비자금 이슈가 다시 타오를 겁니다.”
그가 엄현주 사장에게 보고한 후 인터넷 언론사들이 성국그룹 비자금 관련 기사를 내기 시작했다.
[성국마트 안일환 본부장의 수상한 계좌 발견]
[안일환의 수상한 계좌, 안명기 회장의 비자금 루트였나]
[짙어지는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의 비자금 의혹]
익명의 검찰 관계자가 안명기 회장의 비자금 꼬리를 잡은 것처럼 얘기된 기사 내용 탓에 빠르게 이슈화가 되었다.
그러자 성국그룹은 즉각 반박 보도문을 냈다.
[성국그룹은 검찰이 발견한 안일환 상품본부장의 계좌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또한, 어떠한 계좌이든지 안명기 회장과의 연관성은 전혀 없습니다.
허위 사실을 보도한 인터넷 언론사에 대해 성국그룹은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이러한 반응은 또다시 사람들을 비자금 이슈에 관심을 갖게 했고, 성국그룹과 언론사 중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논쟁이 일었다.
이 논쟁이 치열해질수록 가세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특히, 여상길이 미리 준비한 오피니언 리더들이 안명기 회장의 비자금 수사를 요구하게 되면서 이슈는 더욱 불타오르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 크로싱마트는 성국마트와의 매각 협상이 순조로울 수 없었고 끝내 결렬을 발표했다.
[크로싱마트, 성국마트와 매각 협상 결렬 발표]
[크로싱마트, 새 협상대상자 선정 예정]
“여 팀장님, 정말 수고했어요.”
엄현주는 밝은 미소로 여상길에게 얘기했다.
하지만 그는 들뜬 기색을 찾아볼 수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아직 크로싱마트 매각 협상자가 된 게 아니니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됩니다.”
“크로싱마트에서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어요.”
“인수제안서를 낸 기업들과 다시 접촉하는 것일 뿐입니다.”
“알아요. 그래서 크로싱마트를 압박해야겠어요. 내가 만난 게 신문에 보도되도록 준비해 줘요.”
“알겠습니다.”
“우리 계획대로 되고 있어요. 결국 우리 송우식품이 크로싱마트를 인수하게 될 거예요.”
엄현주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리고 그녀가 말한 대로 크로싱마트 사장을 만난 다음 날 그 소식이 신문에 실렸다.
[크로싱마트와 송우식품 사장 비밀리 회동]
[크로싱마트 새 협상대상자에 송우식품 유력]
“현주가 또 장난치네.”
신문 기사를 본 엄현식이 비웃음을 흘렸을 때였다.
디리리리.
엄현식의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현호였다.
[형, 크로싱마트와 송우식품이 만났다는 기사 봤어?]
“당연히 봤지.”
[굿쇼핑 대표에게 적극적으로 로비하라는 얘기 안 했어?]
“나를 뭘로 보는 거냐?”
[그런데 왜 이런 기사가 나오는 거야?]
현호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하지만 엄현식과 협력하기로 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전화해서 따지듯 물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모르는 엄현식은 우쭐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야, 이거 현주가 장난치는 거야. 그걸 모르겠냐?”
[아! 그런 거야?]
“이렇게 해서라도 크로싱마트를 인수하고 싶겠지만, 현주 뜻대로 안 될 거다.”
[형, 내가 모르는 계획을 세워 놓은 거야?]
감탄한 듯한 현호의 반응에 엄현식이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그래. 너는 지켜보면서 기다려.”
[알겠어, 형.]
통화를 끊은 엄현식은 인터폰을 눌러 비서를 호출했다.
잠시 후, 비서가 사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송우식품도시락 보도 준비는 어떻게 됐어?”
“지시하신 대로 곧 준비될 것 같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바로 터트려.”
“알겠습니다.”
* * *
며칠 후.
엄상현 회장의 가족이 저녁 식사 후 거실에서 함께 다과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회장님.”
박경국 과장이 급히 들어오자 엄상현 회장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인가?”
“최덕일 변호사님께서 급히 연락 오셔서 송우그룹에 대한 뉴스가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박경국 과장은 얘기하면서 슬쩍 엄현식을 쳐다봤다.
그 눈빛을 본 엄현식은 알아차렸다.
‘드디어 방송을 타는구나.’
하지만 영문 모를 엄상현 회장은 의아한 표정을 물었다.
“무슨 뉴스란 말이야?”
“자세한 내용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박경국 과장이 리모컨을 눌러 TV 화면을 뉴스채널에 맞추자 화면 속 앵커가 막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한 곳도 아닌 십여 곳에서 일어난 집단 식중독이 은폐되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것도 자라나는 중고등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보시겠습니다.]
TV 화면에 등교하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몇 달 전, 이 학교 학생들은 집단 식중독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의 어떤 조사도 없었습니다.]
“어머! 학교에서 집단 식중독이 있었는데, 어떻게 조사를 안 할 수가 있죠?”
엄현식에게서 이미 얘기를 들은 채연희이지만, 처음 듣는 놀라운 소식인 척하며 얘기했다. 이에 엄현식은 맞장구치듯 대꾸했다.
“학생들 먹는 거로 장난치는 놈들은 도대체 어떤 면상을 가진 놈들이야.”
놀라고 분개하는 척하는 채연희와 엄현식과는 달리 엄현주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 모습을 본 현호는 알아차렸다.
‘이 뉴스 보도, 큰형의 작품이구나.’
현호는 크로싱마트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성국마트를 선정한 후 엄현주가 협상 진행을 막고자 사건을 일으키리라 생각했다.
그것은 적중했고, 크로싱마트와 성국마트의 협상은 결렬되었다.
하지만 자신만이 이런 결과를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최덕일 변호사가 집단 식중독에 대한 정보를 줬겠지.’
최덕일 변호사도 진작부터 이런 상황을 예상했기에 엄현식을 이용하리라 생각했는데, 맞아떨어졌다.
TV 화면에는 모자이크 처리로 얼굴을 가린 제보자가 보였다.
[교육감께서 식약청장님께 전화했습니다. 그런데 정식 보고서가 작성되지도 않았고, 식중독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 일 자체가 없었던 일처럼 사라졌어요.]
다시 화면에는 기자의 모습이 보였다.
[조직적 은폐가 있었다는 믿을 만한 정황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이 사안을 은폐하려 했을까. 여러 기관의 입을 닫게 할 힘을 가진 자는 누구일까. 집단 식중독이 일어났던 십여 개의 학교에 급식을 제공한 회사는 송우식품도시락이었습니다.]
“어머나! 아가씨.”
채연희가 애써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고, 엄현식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얘기했다.
“현주야, 너 알고 있었어?”
“…….”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 엄현주는 입을 열지 못했다.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본 엄현태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걸렸다.
“현주야, 은폐하려면 제대로 했어야지. 이게 뭐냐? 먹는 거로 창피하게.”
조롱이 담긴 엄현태의 얘기가 끝나자 엄상현 회장이 입을 열었다.
“박 과장.”
“예, 회장님.”
“최 변호사에게 성북동으로 오라고 해.”
집단 식중독의 은폐를 이미 알고 있었던 엄상현 회장은 차분하게 얘기했다.
“최 변호사님께서는 오고 계십니다.”
대답을 들은 엄상현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 밖으로 향하자 아내 최유경과 박경국 과장이 뒤따랐다.
“나도 가야겠다.”
엄현식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기 전 다시 현주에게 얘기했다.
“현주야, 아무리 돈이 좋아도 애들 먹거리로 장난치면 되겠냐? 하긴, 부모 마음을 네가 알 리 없지.”
조롱의 눈빛으로 얘기한 엄현식이 아내 채연희와 거실 밖으로 나갔다.
이어서 엄현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송우그룹 전체에 피해 주지 말고 수습 잘해라.”
엄현태가 거실 밖으로 향하자 그의 아내 배희진이 뒤따랐다.
거실에는 현호 그리고 엄현주 부부가 있었지만 표정이 어두운 그녀에게 얘기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에 현호는 유태규를 쳐다봤다.
“매형.”
“어.”
“누나 잘 도와주세요.”
“그래야지.”
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하지만 알고 있다.
이번 일로 엄현주는 큰 좌절을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상길 또한 송우식품에서 떠나게 되리라.
* * *
“뭐라고요? 방송에 나온 제보자가 청장님 쪽 사람이 아니라고요?”
방으로 돌아온 엄현주는 식약청장과 통화 중이었다.
[그때 일을 아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아요. 그들 모두 제보할 사람들이 아니고요.]
“청장님과 교육감이 통화했다는 걸 아는 사람이에요. 청장님의 최측근일 수 있어요.”
“글쎄 우리 쪽은 아니고, 교육감 쪽에서…….”
“청장님!”
화가 솟구친 엄현주가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협박하듯 말을 내뱉었다.
“교육감께서도 찾아보겠다고 했어요. 그러니, 두 분이 힘 합쳐서 당장 제보자 색출해요!”
[…….]
“지금 한가하게 편 갈라서 책임 물을 상황 아니에요. 제보자를 빨리 찾아서 거짓말쟁이로 만들어야 우리가 살아요. 아시겠어요?”
[아, 알겠어요.]
통화를 끊은 엄현주는 머리가 아픈 듯 한숨을 내쉬며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통화 내용을 듣고만 있던 유태규가 입을 열었다.
“현주 씨, 제보자를 색출해서 거짓말쟁이로 만든다고 해도 식중독에 걸렸던 학생들이 있어요. 그들의 입을 모두 막지 않는 한 결국, 드러나게 될 거예요.”
“……!”
엄현주의 얼굴이 좀 전보다 더욱 어두워졌다.
“어떻게 해야 해요?”
“대타를 내세워야 해요.”
엄현주는 그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그녀 대신 죄를 뒤집어 쓸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누가 되어야 할지 안다.
송우식품도시락 부문 이사.
“현주 씨, 당장 감사팀 움직여서 증거 조작하고, 교육감과 식약청장과도 말 맞춰요.”
“나만 빠져나가게 되는데, 두 사람이 협조할까요?”
“뇌물죄보다는 약한 형량이 될 거예요. 뇌물죄에 대한 자료, 현주 씨가 가지고 있잖아요.”
“아……!”
엄현주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렸다.
교육감과 식약청장에게 뇌물 자료로 협박해서 최악과 차악 중에서 선택하게 하라는 것.
“검찰 쪽은 아버님이 도와주실 거예요. 나도 최선을 다해 도울게요.”
엄현주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게요.”
* * *
모두가 예상했듯이 중고생 집단 식중독 은폐 보도 후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아이들 건강과 직결된 문제를 은폐하는 너희들이 사람이냐?]
[조직적 은폐에 가담한 놈들은 모두 감방에 처넣어라!]
[당장 송우식품 불매운동을 벌입시다.]
욕설이라도 남기기 위해 송우식품 홈페이지에 접속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송우식품 홈페이지는 온종일 다운된 상태였다.
송우그룹과의 관계로 우호적이었던 언론사들도 비난이 담긴 사설을 실었다.
송우식품 내 분위기도 적막이 느껴질 정도로 가라앉았다.
특히, 비서실 직원은 엄현주 사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살얼음판을 걷는 듯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하아…….”
가장 답답한 사람은 엄현주였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은 그녀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지 골머리를 앓을 때였다.
“어떻게 해야…….”
디리리리.
그때,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최덕일 변호사였다.
엄현주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최 변호사님.”
[엄현주 사장님, 만나서 할 얘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