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감사 진행하세요
“무슨 일이시죠? 어제 터진 문제로 제가 좀…….”
엄현주의 말을 최덕일이 끊으며 얘기했다.
[그 일 때문입니다.]
“예? 아! 혹시, 아버지 심부름으로 오시는 거예요?”
순간 엄현주의 화색이 밝아졌다.
사실 집단 식중독 사건은 현주를 비롯한 소수의 송우식품 직원뿐만 아니라 아버지 엄상현 회장과 최덕일 변호사도 아는 사실이었다.
집단 식중독 사건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들은 엄현주는 처리에 도움을 받고자 최덕일 변호사에게 연락했었다.
그리고 그 사건이 알려지지 않고 조용히 마무리되었을 때 엄상현 회장에게도 보고했다.
이런 사정을 아는 엄상현 회장은 집단 식중독 은폐 사건이 뉴스에 보도된 후 최덕일 변호사를 호출했다.
‘두 분이 해결 방법을 의논했을 거야.’
엄현주는 아버지가 생각하는 해결 방법을 알려 주기 위해 최덕일 변호사가 연락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죄송하지만, 아닙니다.”
“아…….”
잠깐이지만 희망을 보듯 들떴던 마음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그것도 아니면서 왜 만나자고 하시는 거예요?”
[이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방금 뭐라고 했어요?”
‘이 사건의 배후?’
엄현주는 순간 자신이 잘못들은 게 아닌지 의아했다.
그 말의 의미는 기자가 열심히 취재해서 알게 된 사실이 아니라 사건이 터지도록 계획한 배후가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물음에 최덕일 변호사가 대답했다.
[이 사건이 우연히 터졌다고 생각합니까?]
“아……!”
그녀가 제대로 들은 게 맞았다.
이 사건을 터트리도록 계획한 자가 따로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그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야만 한다.
“알겠습니다. 어디서 만나죠?”
[약속 장소는 메시지로 보낼 테니, 엄 사장님 혼자 오세요.]
“예……?”
[나를 만난다는 얘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말고 오세요.]
“아, 알겠습니다.”
엄현주는 그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라는 의미를 직감했다.
‘송우식품 내부에 이 사건의 배후나 공범자가 있는 걸까?’
현주는 의심해 볼 만한 사람들을 빠르게 추려 봤다.
가장 1순위는 송우식품도시락 부문 이사다.
‘하지만 왜?’
이 사건이 터지면 그 자신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 때문에 현주는 그를 꼬리 자르기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건을 폭로해서 그가 얻을 이득이 없다.
‘집단 식중독을 이사에게 보고했던 직원?’
현주는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는 교육감과 식약청장의 통화를 몰라.’
그렇다면 다음으로는.
‘설마, 내 비서?’
그는 있는 듯 없는 듯 자신의 곁에서 업무를 수행한다. 그래서 자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많은 걸 듣고 본다.
‘하지만…….’
그는 집단 식중독에 대한 대충의 내용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이 터져도 그가 처벌받지는 않는다.
‘설마, 최덕일 변호사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라는 이유가…….’
엄현주는 순간 혼란스러웠다.
비서는 오랫동안 자신에게 충실했고 입이 무거운 사람이다.
지금껏 그는 자신에게 의심을 살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도저히 모르겠어.’
배후에 대한 의문은 최덕일 변호사를 만나서 알 수밖에 없었다.
디링.
그때, 최덕일 변호사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 메시지에서 장소를 확인한 엄현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향했다.
* * *
약속 장소까지 혼자 운전해서 도착한 엄현주는 레스토랑 직원에 의해 룸으로 안내되었다.
“엄현주 사장님, 오셨군요.”
그녀가 안으로 들어오자 최덕일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맞았다.
“먼저 와 계셨네요.”
“예, 앉으시죠.”
엄현주가 맞은편에 앉자 최덕일 변호사가 얘기했다.
“힘드시죠?”
“그러네요. 회사로 비난 전화가 쏟아져 직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어요. 홈페이지는 다운됐고, 기자들은 비서실로 계속 전화를 해 대고, 내 코멘트 따겠다고 회사 앞에서 죽치고 있는 기자들도 있어요.”
최덕일은 고통을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책은 세웠습니까?”
“이럴 때 쓰는 방법, 아시잖아요.”
최덕일은 그녀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그녀의 죄를 덮어쓸 희생양을 만들었다는 얘기였다.
“다행이네요.”
“아버지와 어떤 얘기를 하셨어요?”
“송우그룹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것들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뭐라고요?”
엄현주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딸이 곤경에 처했는데, 아버지는 그룹 차원의 대응만을 얘기했다고?
“아버지가 어떻게 그러실 수 있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딸이 곤경에 처했는데, 어떻게 그룹 차원의 대응만을 얘기하실 수가 있냐고요?”
“아! 오해를 하셨군요.”
“예……?”
엄현주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최덕일 변호사가 설명하듯 다음 말을 이었다.
“그룹 차원의 대응에는 엄현주 사장님이 도움을 요청하면 도우라는 지시도 있었습니다.”
“아니, 그냥 날 도우라고 지시했다고 얘기하면 되지, 왜 말을 빙빙 돌려요?”
“도움에 대한 대가가 따르니까요.”
“대가요?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엄현주는 황당하다는 기색으로 따지듯 물었다.
“회장님께서 부회장을 지명하시겠다고 하신 거, 기억하시죠?.”
“……?”
엄현주는 어리둥절했다.
이 타이밍에 왜 그 얘기를 꺼내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 그 얘기를 왜 하시는 거죠?”
“회장님께서는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
“그 말씀을 하신 순간부터 회장님께서는 자녀분 모두를 공평하게 대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는 분명 불공평하다고 불만을 품게 될 테니까요.”
“…….”
“회장님은 성과를 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가족 일이 아닌, 엄 사장님 회사 일을 그룹 차원에서 돕게 되어 성공하면, 그게 과연 공평한 걸까요?”
“……!”
그 순간 엄현주는 최덕일 변호사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회사 일과 관련한 모든 것들은 부회장 지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그러니 자신이 도움을 요청하면, 아버지 엄상현 회장의 지시를 따라야 하고, 부회장 지명에서 멀어지게 된다.
“물론, 회장님께서는 엄현주 사장님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생각하고 계십니다.”
“아버지 생각은 알겠어요. 그러면 최 변호사님은 왜 내게 전화해서 도와줄 것처럼 얘기했어요?”
“회장님의 부회장 지명과는 상관없기 때문이죠.”
“상관이 없다고요?”
엄현주는 당혹스러웠다.
그는 분명 전화로 집단 식중독 폭로 사건에 배후가 있다는 뉘앙스로 얘기했다.
그건 회사 일일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부회장 지명과 상관이 없다는 것인지.
“최 변호사님은 이 사건의 배후를 안다는 듯이 얘기했어요.”
“좀 더 솔직히는 배후일 것 같은 사람입니다.”
“그게 누구죠?”
엄현주의 물음에 최덕일은 서류 봉투를 건넸다.
“열어 보세요.”
엄현주는 봉투를 열어 안의 내용물을 꺼내는데, 사진이었다.
“헉!”
사진을 본 엄현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러 장의 사진에는 엄현식과 여상길이 함께 있었다.
그녀는 여상길에게서 엄현식을 만났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이거 뭐예요?”
놀라 커진 눈으로 엄현주가 물었다.
“여상길 팀장이 회장님의 일을 도운 적이 있다는 거, 알고 있죠?”
“알고 있어요.”
“왜 회장님과 멀어졌는지 알고 있습니까?”
“아뇨. 그건 왜 묻는 거죠?”
“회장님을 속이고 정보를 경쟁사에 넘겼기 때문이죠.”
사실이 아니다.
최덕일은 그녀를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그 때문에 사기 전과로 교도소에 가게 됐죠.”
“……!”
“여상길 씨의 능력이 뛰어난 것은 맞지만 뒤통수친 이력 때문에 신뢰할 수 없었죠. 그래서 출소 후 그룹 내에서 함께 일하는 걸 회장님께서는 꺼리셨던 겁니다.”
“아…….”
“그런데 저희가 신경을 쓰지 않는 사이 엄현주 사장과 일하고 있었습니다.”
“……!”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상길 씨를 감시했는데, 크로싱마트 매각 발표 전에 엄현식 사장을 만났더군요.”
충격을 받은 엄현주는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으로 물었다.
“큰오빠를 왜 만났는지도 아는 거예요?”
“이 사진을 보세요.”
엄현주는 최덕일 변호사가 가리키는 사진을 유심히 쳐다봤다.
여상길이 엄현식에게 봉투를 건네는 사진이었다.
“여상길 씨가 엄현식 사장에게 뭔가를 건넸습니다.”
“…….”
“그때는 저도 여상길 씨가 뭘 건넸는지 짐작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집단 식중독 뉴스 보도가 나간 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
엄현주는 그 말뜻을 알아차렸다.
여상길이 건넨 봉투에 집단 식중독에 관한 자료가 있었다는 것이다.
사진으로만 보면 최덕일 변호사의 짐작이 맞는 듯 보였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엄현식은 여상길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부동산 문서가 담긴 봉투를 보상으로 건넸던 것이다.
사진 속의 여상길은 받았던 봉투를 열어 보지도 않은 채 엄현식에게 되돌려 준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하는 엄현주에게 사진 속 상황은 오해하기 좋은 모습이었다.
“집단 식중독에 대한 자세한 부분은 송우그룹에서 엄현주 사장, 여상길 씨, 그리고 나, 이렇게 세 사람만 알고 있어요.”
“……!”
순간 엄현주는 뉴스 속 제보자가 교육감과 식약청장이 통화한 사실을 알았다는 게 떠올랐다.
‘맞아. 그 사실은 그룹 내에서 세 사람밖에 몰라.’
교육감도, 식약청장도 제보자가 자신들 측근이 아니라고 했다.
“최 변호사님 말씀은, 여상길 씨가 넘긴 자료로 큰오빠가 어제 뉴스 보도가 되게 했다는 건가요?”
“엄 사장님, 여상길 씨로부터 엄현식 사장을 만난 얘기를 들었습니까?”
“……아뇨.”
엄현주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제 짐작은 그렇습니다.”
“…….”
“엄현식 사장은 송우식품이 성과를 내는 걸 막기 위해 여상길의 야망을 이용한 거죠.”
“여 팀장의 야망이요?”
“잘만 하면 송우그룹의 2인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
“……!”
“회장님의 부회장 지명이 생각보다 빨랐죠. 그래서 누구를 선택할지에 대한 결정도 서둘러야 했을 겁니다.”
“아…….”
엄현주는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회장님께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형제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걸 아니까요.”
“…….”
“어쨌든 엄현주 사장이 정보전에서 진 것을 회장님이 아시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
“형제끼리의 다툼을 보시는 게 회장님께도 괴로운 일일 테니까요.”
“…….”
엄현주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에 대한 분노로 손이 부르르 떨렸다.
* * *
따각. 따각.
송우식품 복도를 걷는 엄현주.
마치 다급한 일이 있는 사람처럼 그녀의 걸음걸이는 바쁘게 보였다.
“사장님, 다녀오셨습니까?”
비서가 사장실로 들어서는 그녀에게 인사하는데, 그녀는 명령부터 했다.
“감사팀장 내 방으로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심각함을 감지한 비서가 얼른 대답했다.
잠시 후.
노크 소리와 함께 감사팀장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지시할 일이 있어요.”
“무슨 일입니까?”
“여상길 팀장이 외부인에게 정보를 넘긴다는 첩보가 있어요.”
“아…….”
“당장 감사 진행하세요. 작은 것 하나까지 샅샅이 다 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