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지켜볼게요
“팀장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누군가를 막아서는 비서의 외침이 들렸다.
쿵!
하지만 소용없었던지, 사장실의 문이 열리며 여상길이 들어왔다.
엄현주는 냉랭한 시선으로 그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죠?”
“저에 대한 감사를 지시하셨습니까?”
“그래요.”
“왜죠?”
“그건, 본인이 더 잘 알 텐데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
엄현주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좋아요. 그렇게 내 입으로 나오는 말을 듣고 싶다니, 얘기해 드리죠.”
“…….”
“엄현식 사장을 만난 사실을 왜 내게 감췄죠?”
“……!”
예상하지 못한 물음에 놀란 여상길의 미간이 꿈틀했다.
그 사실을 감추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엄현주에게 얘기하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을까?’
스카우트 제안을 거절당한 엄현식이 엄현주에게 얘기할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알고 있다니.
엄현주는 여상길이 대답하지 못하고 당황한 기색을 보이자 다음 말을 이었다.
“들통나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변명거리도 생각해 두지 않았나 보죠?”
‘변명거리?’
그녀의 신경질적인 물음에 여상길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자신은 엄현식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거리낄 게 없었다.
“엄현식 사장을 만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장님께 보고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해 얘기하지 않은 겁니다.”
사실이 그랬다.
만약 그 만남에서 엄현식이 정보를 요구했으면 엄현주 사장에게 사후 보고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송우중공업으로 스카우트하려는 목적이었다.
물론, 송우중공업으로 가게 되면 정보를 요구하겠지만, 그것은 자신이 이직한 후의 일이다.
‘사실, 마음제과 인수 후 몇몇 헤드헌터가 연락해 온 적이 있지.’
그들은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여상길은 그때마다 거절했고, 엄현주 사장에게 일일이 보고하지 않았다.
이직을 생각한 게 아니라면 그런 사소한 일까지 보고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엄현식의 스카우트 제안 역시 헤드헌터의 제안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현주는 자신의 얘기를 전혀 다르게 해석했다.
“그랬겠죠. 정보를 넘기면서 사장에게 얘기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여상길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
“정보를 넘기다뇨?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하아…….”
엄현주는 그의 반응이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엄현식 사장을 만난 사실을 인정한 마당에 뭘 더 감추려고 하는 거예요?”
“사장님, 제가 정보를 넘기다뇨? 어떻게 그런 상상을…….”
엄현주가 그의 말을 자르며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상상이라고 했어요? 이게 여 팀장이 얘기하는 상상이에요?”
엄현주는 사진 한 장을 여상길 쪽으로 내밀었다.
그 사진을 본 여상길의 눈이 커졌다.
‘아니, 이 사진은……!’
엄현식과 만났던 그때의 사진이었다.
자신이 서류 봉투를 엄현식에게 건네는 모습이 사진 속에 담겨 있었다.
‘아! 사진 속 봉투 때문이군.’
여상길은 이제야 그녀가 자신이 정보를 넘겼다고 믿는 상황을 이해했다.
그녀는 자신이 건네는 봉투에 송우식품 정보가 담겨있다고 오해한 것이다.
하지만 사진을 본 여상길 또한 화가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날 감시했나?’
이 문제를 따지고 싶었지만 먼저 해결해야 할 게 있었다.
“사장님이 오해하신 겁니다.”
“오해요?”
엄현주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대꾸했다.
“엄현식 사장님은 제게 스카우트를 제안하면서 보상이 담긴 봉투를 주셨습니다. 저는 그 제안을 거절하며 봉투를 돌려 드린 겁니다.”
“아, 스카우트 제안? 그래서 넘겼군요.”
“예……?”
여상길이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엄현식 사장이 계열사 몇 개를 약속하던가요?”
“사장님!”
“2인자가 되게 해 주겠다고 했어요?”
“하아.”
여상길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지만 엄현주는 개의치 않은 듯 다음 말을 이었다.
“그래서 집단 식중독 자료를 넘겼어요?”
“뭐라고요!”
여상길은 순간 눈을 부릅뜨며 언성을 높였다.
“무슨 정보를 말하는지 몰라 궁금했는데, 집단 식중독이었군요?”
“제보자 색출하라고 엉뚱한 사람을 몰아붙였어요. 내 앞에 공범이 있는데.”
“그러니까 집단 식중독 폭로 배후가 엄현식 사장이네요. 그를 만났다는 이유로 나를 공범으로 의심하고 있는 거군요.”
“내가 가만 있지 않을 거예요.”
“예, 그렇게 하세요. 할 수 있다면.”
“뭐라고요?”
엄현주가 앙칼지게 목소리를 높였지만 여상길은 오히려 차분하게 대꾸했다.
“감사팀 모두 동원해서 먼지 하나까지 샅샅이 뒤지세요. 정보를 넘긴 적이 없으니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겁니다.”
“…….”
“그리고 사장님은 후회할 겁니다. 나를 잃었거든요.”
“송우중공업에 가려고요? 그렇게 되게 내가 가만히 있을 거 같아요?”
그녀의 반응에 여상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엄현식도 당신만큼이나 한심한데, 내가 거길 왜 가.”
“머, 뭐라고요?”
여상길의 갑작스러운 반말에 당황한 엄현주의 눈이 동그래졌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내가 당신을 송우식품 사장으로 만들었어. 당신과 함께 일하면서 단 한 번이라도 내가 실망시킨 적 있었나?”
“…….”
“내게 먼저 물었어야지. 이따위 사진을 가지고 와서 다짜고짜 날 모함하기 전에, 어떻게 된 일이지 물었어야지.”
“…….”
“감사팀이 내 사무실에 쳐들어오기 전까지, 난 집단 식중독 폭로 사건에서 당신을 어떻게 빠져나오게 할지를 계획했어. 그런데 소용없게 됐군.”
“…….”
예상하지 못한 여상길의 반발에 엄현주는 당황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눈을 부릅뜬 채 당황한 표정의 엄현주.
그 표정을 보며 여상길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흩트러진 옷매무새를 점검한 후, 예의 바른 태도로 다시 얘기했다.
“감사가 끝날 때까지 조용히 사무실에 처박혀 있겠습니다. 이후, 제 사직서를 처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상길은 휙 뒤돌아 저벅저벅 사장실 밖으로 향했다.
* * *
“안 나왔다고요?”
감사팀장에게서 보고를 받은 엄현주는 당혹스러웠다.
“모든 문서는 있어야 할 곳에 있었습니다. 복사기 기록을 점검해도 수상한 카피 기록은 없었습니다. 여 팀장이 직접 개인 이메일 계정까지 열어 줘서 확인했지만, 외부인에게 정보가 흘러간 흔적은 없었습니다.”
엄현주는 그의 보고가 당혹스러웠다.
‘그, 그럴 리가 없는데.’
여상길 팀장을 의심할 만한 작은 단서라도 나왔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
‘최덕일 변호사의 정보가 잘못됐을 리 없어.’
여상길은 엄현식 사장을 만난 사실을 자신에게 숨겼다. 만나기 전에 말하지 못했다면 만난 후에는 얘기해야 했다.
‘나와 오빠들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
여상길은 엄현식 사장의 스카우트 제안을 거절했다고 했지만, 그게 사실이라는 보장도 없다.
‘큰오빠가 내게 제대로 얘기해 줄 리도 없어.’
“하아…….”
엄현주는 뒤죽박죽된 듯한 상황에 골치가 아픈 듯 한숨을 내쉬었다.
“여 팀장은요?”
그녀의 물음에 감사팀장이 난처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제게 사직서를 주고 회사를 떠났습니다.”
* * *
현호가 탄 승용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두 시간 전 여상길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은 현호는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감탄이 나올 만한 아름다운 정원이 있었고, 그 뒤로 상당히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 있었다.
현호가 승용차에서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레스토랑 직원이 안내했다.
룸 앞에 도착한 현호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 팀장님.”
“엄 사장, 어서 와요.”
여상길이 자리에서 일어나 맞았다.
현호는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여 팀장님, 상당히 고급스러운 곳이네요. 이런 곳에서 만나자고 먼저 연락을 주시고, 무슨 일 있습니까?”
“하루쯤 이런 곳에서 분위기 낼 만한 일이 있죠.”
“뭡니까?”
“백수가 되었거든요.”
“예?”
“송우식품에 사직서를 냈어요.”
“아…….”
놀라지 않는 현호의 반응에 여상길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엄 사장, 안 놀랐어요?”
“제가 놀라야 했습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말꼬리를 흐리던 여상길이 미간을 꿈틀하더니 말을 이었다.
“혹시, 내가 그만둘 줄 알았어요?”
“네, 알고 있었습니다. 그게 오늘일 줄은 몰랐지만요.”
“내가 전혀 짐작하지 못한 일을 엄 사장이 어떻게 알았다는 거예요?”
“아버지가 부회장 지명을 발표하신 후 최덕일 변호사의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했어요.”
여상길은 여전히 의아한 듯한 기색으로 물었다.
“수상한 움직임이라뇨?”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겠다고 했죠.”
“그건 알고 있어요.”
“공평한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은 있었죠. 그 사람을 송우그룹에서 떠나게 하고 싶었던 겁니다.”
“아……!”
여상길은 현호가 얘기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그 사람이 나로군요?”
현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최덕일 변호사가 뭔가를 계획했던 것 같아요. 엄현식 사장이 최 변호사를 만난 후, 여 팀장에게 연락했던 겁니다.”
“그럼, 그때 이미 최덕일 변호사의 계획이라는 걸 알면서 내게 엄현식 사장을 만나라고 했던 거예요?”
“그렇습니다.”
“아니, 왜죠? 그 만남에서 몰래 찍힌 사진 때문에 정보팔이범으로 몰려 감사까지 받았어요.”
여상길은 억울하다는 투로 얘기했다.
“아버지가 결정한 이상 여 팀장님은 송우그룹을 떠나게 될 테니까요.”
“……!”
“이번에는 잘 넘겼다고 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곤경에 처하게 됐을 겁니다.”
“흠…….”
여상길은 그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너무했어요. 엄 사장이 내게 언질을 주었더라면 당황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갑작스레 감사를 받고 회사를 떠나게 되는데 당황하지 않으면 오히려 의심받을 겁니다.”
“훗…….”
현호의 말에 동의하듯 여상길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내가 뭘 했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시면 됩니다. 가족이 보고 싶으시면 미국에 다녀와도 되고요.”
“무슨 의미예요?”
여상길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회장님이 여 팀장님을 신경 쓰지 않도록 하시라는 얘깁니다.”
“……!”
“여 팀장님이 나서야 할 때가 되면 알려 드릴 겁니다.”
여상길은 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었다.
자신이 송우리조트에서 횡령범으로 몰렸을 때 현호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날 현호는 자신에게 함께하기를 제안했고 여상길은 받아들였다.
그때부터 여상길은 현호와 같은 목표로 살아왔다.
‘엄현호는 언젠가 엄 회장을 상대해야겠지.’
현호는 엄 회장을 상대해 넘어서기 전, 부회장이 먼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최덕일 변호사의 움직임을 알면서도 나서지 않았던 거야. 의심받을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자신에게 때를 기다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가 부회장이 되고, 엄상현 회장을 상대해야 할 때 자신의 역할이 있다고.
여상길은 담담한 얼굴로 얘기했다.
“엄현호 사장이 어떻게 부회장이 되는지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죠.”
그의 대답에 현호는 따뜻한 미소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