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13
213화 막바지로 가는 택지개발
“후우.”
잠시 사장실을 서성이며 흥분을 가라앉힌 엄현태는 한신일 무영토지개발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 사장님, 시장님과 얘기해 보셨습니까?]
“한 대표님, 박 시장의 생각이 달라졌어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누구든 먼저 조합을 구성해 사업제안서를 내는 쪽의 사업을 승인할 생각입니다.”
[아……!]
한신일 대표가 엄현태의 말뜻을 알아들은 듯했다.
“한 대표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가 먼저 조합을 구성하고 사업제안서를 내야 합니다.”
[엄 사장님, 그러려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합니다.]
“……!”
[창조토지개발 직원을 만난 지주들이 땅값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쪽에서 설명회를 하려던 걸 무산시키기는 했지만, 다시 시도할 겁니다.]
“…….”
[아직은 우리가 우세합니다. 이럴 때 하루라도 빨리 지주들을 설득할 방법은 돈 말고는 없습니다.]
“…….”
엄현태는 한신일 대표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먹잇감을 차지하려는 업체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부회장 지명을 위한 일이야.’
엄현태는 큰형 엄현식과 경쟁해야 한다.
송우중공업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높은 성과를 이처럼 짧은 기간에 만들기는 쉽지 않다.
‘이 기회를 잡아야 해.’
엄현태는 한신일 대표에게 얘기했다.
“자금을 마련할 테니, 속전속결로 끝내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엄현태가 통화를 끊자 가까이에 있던 비서가 물었다.
“사장님, 자금은 어떻게……?”
“나해철 M&H 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만나야겠어.”
“나해철 대표를요?”
“빠르게 자금을 마련하면서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으려면, 나해철 대표에게 빌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야.”
그의 말에 비서가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얘기했다.
“사장님, 과거 엄현주 사장님께서 나해철 대표에게 자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주식을 넘겼던 일이 있습니다.”
엄현주가 마음제과를 인수했을 당시 형제들의 방해로 신규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해철 대표에게 송우생명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렸다.
하지만 그 자금을 갚지 못해 송우생명 주식을 나해철에게 넘긴 일이 있다.
“그 당시 현주는 라이스타 대출금과 마음제과 인수자금을 동시에 해결해야 했어. 하지만 내 방해로 나해철 대표에게 빌린 자금을 갚지 못했을 뿐이야.”
“만약, 나해철 대표가 담보로 송우건설 주식을 요구하면 어쩌실 겁니까?”
“내 경우는 현주와 달라. 사업제안서가 승인만 나면 은행에서 대출받아 갚을 수 있어.”
엄현태는 마음이 급한 만큼 바로 나해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디리리리.
나해철은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엄현태의 전화였다.
‘무슨 일이지?’
한참 동안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그의 전화에 의아하기는 했지만, 목소리만은 반갑게 받았다.
“아이고, 엄현태 사장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나 대표님. 잘 지내셨습니까?]
“예, 별 탈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한창 바쁠 시기일 텐데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
[나 대표님을 뵙고 할 얘기가 있는데, 시간을 내주셨으면 합니다.]
나해철은 그에게 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지만, 티를 내지 않고 정답게 얘기했다.
“엄 사장님 부탁이면 없는 시간이라도 만들어야죠.”
[하하, 감사합니다. 이왕 만나는 거, 오늘 저녁 시간은 어떠십니까?]
“좋습니다. 아예, 만날 장소도 엄 사장님이 정해서 알려 주세요.”
[그럴까요? 그러면, 주소를 문자로 보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녁에 뵙죠.”
통화를 끊은 나해철은 곧바로 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수화기에서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 대표님, 무슨 일이 있습니까?]
“엄 사장님, 조금 전 엄현태 사장님으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뭐라고 얘기했습니까?]
“만나기로 했습니다.”
[잘하셨어요.]
“그런데 엄현태 사장이 왜 나를 만나려고 하는지 아십니까?”
나해철은 궁금한 기색으로 물었다.
[엄현태 사장은 자금이 필요합니다.]
“아, 역시 그 문제군요.”
나해철은 그를 만난 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처럼 다음 말을 이었다.
“엄현태 사장에게도 주식을 받고 돈을 빌려줄까요? 어떤 주식을 받을까요?”
[주식은 받지 마세요.]
“예……?”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대답에 나해철은 의아해 물었다.
“그럼 어떤 담보를 받고 돈을 빌려줄까요?”
[이자를 받으시면 됩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 * *
나해철이 탄 승용차가 고급 레스토랑 주차장에 멈췄다.
차에서 내린 그가 레스토랑 입구로 들어서니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직원이 VIP 룸으로 안내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엄현태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나해철 대표님.”
엄현태가 반가운 기색으로 그를 맞았다.
“아이고, 서둘러서 왔는데 제가 늦은 겁니까?”
“아닙니다. 제가 조금 일찍 온 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이쪽으로 앉으시죠.”
나해철이 맞은편으로 가서 앉자 엄현태가 입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당황하지 않으셨습니까?”
“우리가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이런 일로 놀랄 일은 아니지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제 마음이 한결 편하네요.”
“이왕 말씀을 시작했으니, 엄 사장님의 용건을 바로 들을까요?”
“왜 만나자고 하는지 짐작하시죠?”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투자를 원하시죠.”
그의 말이 이해된다는 듯 엄현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많은 자금이 필요하게 됐어요.”
나해철이 애써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송우건설이라면 은행에서 충분히 사업자금을 융통할 수 있지 않습니까?”
“하아…….”
엄현태가 괴로운 듯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제 형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군요.”
“…….”
“송우생명 주식 건으로 이미 제 형제들을 겪어 보셔서 어느 정도 아실 겁니다.”
“…….”
“사실 나 대표님이 소유하고 계신 송우생명 주식은 제 것이었습니다. 그걸, 엄현주 사장이 가로챘죠.”
“…….”
“제 형제는 제가 잘 되는 걸 두고 보려 하지 않습니다.”
나해철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며 얘기했다.
“형제들이 알지 못하게 사업을 진행하시는군요? 그것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않으시는 거고요.”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어떤 사업을 진행 중이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사실 나해철은 현호에게 들어서 그가 무슨 사업을 진행 중인지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물었다.
“택지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사업이라면 여러 단계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해서 진행 기간이 꽤 길 텐데요?”
“기간을 단축할 방법을 이미 마련해 두었습니다.”
“아, 그래요?”
나해철은 애써 놀란척했다.
“필요한 자금만 마련되면 빠르게 사업 승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사업에 투자해달라는 말씀입니까?”
“아닙니다. 자금을 빌리고 싶습니다.”
“아, 이를 어쩐다…….”
나해철이 난처한 기색을 띠자 당황한 엄현태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택지개발 자금이라면 꽤 큰돈이 필요하실 텐데, 제게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아…….”
엄현태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다만, 다른 투자처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자금이 2개월 정도 기간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의 말에 어두웠던 엄현태의 기색이 밝아지며 눈이 반짝였다.
“그 기간이면 됩니다!”
“예……?”
나해철이 애써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실, 나해철은 엄현호에게서 지시받은 게 있다.
엄현태에게 필요한 돈을 빌려주지만, 단기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2개월만 쓰시면 된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2개월이면 충분합니다.”
엄현태는 빠르게 조합을 만들고 사업 승인을 받지 않으면 이 사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벌써부터 다른 개발회사가 먹잇감을 노리고 있지 않은가.
한신일 무영토지개발 대표에게 속전속결로 끝내라고 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사업 승인을 받으면 은행에서 대출받는 건 어렵지 않고, 그 대출을 받아 나해철에게 빌린 자금을 갚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자금을 빌려 드릴 수 있죠.”
“감사합니다, 나 대표님.”
엄현태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 표정을 보며 나해철은 다짐 두듯이 얘기했다.
“상환 기간은 반드시 지켜 주셔야 합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 *
엄현태가 나해철을 만난 지 한 달이 지났을 때였다.
“사업제안서를 접수했다고?”
엄현식 사장이 해운시 택지개발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예. 무영토지개발이 택지개발 사업제안서를 시청에 제출하고 승인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비서가 대답했다.
“예상보다 빨랐어.”
“다른 개발업체가 끼어들어 그리된 것 같습니다.”
엄현식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어. 우리 계획도 앞당길 수 있고.”
사실 그 계획은 엄현태의 택지개발을 무산시키는 것이다.
지금은 해운시 택지개발에 송우건설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지만, 엄현식은 그걸 드러낼 생각이다.
그리되면 엄현태의 실패를 아버지 엄상현 회장이 알게 될 테고, 그는 부회장 지명에서 멀어지게 된다.
“이제 우리가 움직여야 할 차례군. 준비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비서가 사장실 밖으로 나갔다.
* * *
엄현식이 보고를 받던 그 시각.
“사장님.”
최명준 실장이 사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에요?”
“해운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무영토지개발이 택지개발 제안서를 접수했다고 합니다.”
그의 보고에 현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엄현식 사장도 이 사실을 알게 되겠죠?”
“엄현식 사장 측근도 이 사실을 알았으니, 보고했을 겁니다.”
“그러면 준비하고 있던 작전을 진행하겠군요?”
“그럴 겁니다.”
“이제 나는 해외 출장을 가야겠네요. 앞으로의 사건에서 빠져야 하니까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현호가 허락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최명준 실장이 사장실 밖으로 향했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현호는 엄현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수화기에서 엄현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현호야, 너 알고 전화했냐?]
“무슨 말이야? 나는 형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전화했는데.”
현호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
[방금 너한테 전화하려던 참이었거든.]
“나한테? 왜, 무슨 일 있어?”
[현태가 개발제안서를 해운시청에 접수했어.]
“뭐어? 이렇게 빨리?”
현호는 깜짝 놀란 시늉을 했다.
[현태가 엄청 서둘렀어.]
“뭐? 그럼, 우리의 움직임이 들킨 거야?”
[뭐? 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야! 걱정하지 마. 안 들켰어. 내가 그렇게 일을 허술하게 할 것 같냐?]
“아, 다행이다. 그럼, 형은 어떻게 대응할지 준비가 된 거야?”
[당연하지.]
“역시, 큰형이야. 든든하네.”
[그런데, 나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전화했다고? 뭔데?]
“내가 해외 출장을 다녀와야 해서 곧 출국할 거야.”
[그래?]
“내 도움이 필요한 게 있는지 물어보고 조치해 놓고 다녀오려고 전화했어.”
[여기 일은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고마워, 형. 이제 거의 끝이 보이네, 그치?”
[그러네.]
“형, 나랑 한 약속 잊으면 안 돼.”
[알았다. 잘 다녀와.]
“그럴게.”
통화를 끊은 현호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현호는 안다.
큰형 엄현식은 애초에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마음이 없다는 것을.
‘내 뒤통수를 칠 계획을 가지고 있겠지.’
그것에 대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