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14
214화 준비된 제보자
현호가 해외 출장을 떠나고 이틀 후.
“사업 승인이 나면 바로 다음 단계로 갈 수 있게 은행 대출 및 시공계획도 준비해 주세요.”
“사장님!”
엄현태가 택지개발 사업제안서 승인 후의 일들을 임원들과 의논하고 있을 때, 비서가 다급한 기색으로 사장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무영토지개발 한신일 대표님께서 급히 통화를 원하십니다.”
“……!”
순간 엄현태는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보통 한신일 대표는 급히 상의해야 할 일이 아니고서는 비서를 통해 택지개발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그런데 그가 직접 통화를 원한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는 의미였다.
엄현태는 임원들을 향해 얘기했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합시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임원들이 서둘러 사장실에서 나가자 엄현태는 한신일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대표님, 무슨 일입니까?”
[엄 사장님, CMC 방송국 기자가 해운시 택지개발에 대해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방송국 기자요?”
엄현태의 미간이 신경질적으로 찌푸려졌다.
[조금 전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우리가 조합을 만든 것을 눈치챈 듯했습니다.]
“뭐라고요?”
[송우건설과는 무슨 관계냐는 질문도 받았습니다.]
“…….”
[답변을 피하기는 했지만, 곧 방송이 될 듯한 뉘앙스였습니다.]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지 마세요. 무슨 일인지 여기서 알아보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엄현태의 입에서 거친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제기랄!”
디리리리.
그때, 비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홍보실입니다.”
비서는 누구에게서 온 전화인지 엄현태에게 얘기한 후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입니까?”
[CMC 방송국 기자로부터 문의를 받았습니다.]
“어떤 문의죠?”
[해운시에 있는 무영토지개발과 송우건설이 무슨 관계냐는 문의입니다.]
“뭐라고 대답했습니까?”
[송우건설은 많은 협력사들이 있는데, 그들 중 하나인지 알아보겠다고만 했습니다.]
“그런 걸 묻는 이유는 뭡니까?”
[무영토지개발이 만든 개발조합의 직원 중 송우건설 직원이 있다는 겁니다.]
“따로 지시가 있을 때까지 그 문의는 절대 대답하지 마세요.”
통화를 끝낸 비서가 엄현태에게 얘기했다.
“사장님, 개발조합에 우리 회사 직원이 있는 걸 기자가 알았습니다.”
“아이, 씨발.”
엄현태는 인상을 팍 구긴 채 비서에게 명령하듯 얘기했다.
“해운시 택지개발 방송을 막을 수 있게 임원들 인맥 총동원하라고 해.”
“예, 사장님.”
비서가 급한 걸음으로 사장실 밖으로 나가자, 엄현태는 책상 위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최덕일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에게 보고될 수는 있지만…….’
어차피 사업제안서가 승인이 날 때 아버지 엄상현 회장에게 얘기할 생각이었고, 방송을 막을 수 있다면 아버지가 크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수화기에서 최덕일 변호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엄현태 사장님, 최덕일입니다.]
“최 변호사님, 부탁할 게 있어 전화했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송우건설이 해운시에 택지개발 사업제안서를 냈습니다.”
[아, 그래요? 잘됐군요. 그런데 내게 무슨 부탁할 게 있는 겁니까?]
“빠르게 택지개발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해 편법을 썼습니다. 그런데 그걸 CMC 방송국 기자가 취재 중입니다.”
[아……!]
무슨 상황인지 눈치챈 듯한 반응이었다.
[그러니까 방송을 막아 달라는 부탁을 하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애써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통화를 끊은 엄현태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런 일은 송우건설 임원들의 능력보다 최덕일 변호사가 더 유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현태는 알지 못했다.
그의 생각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 * *
엄현태가 전화했던 그 시각, 최덕일 변호사는 엄현식과 함께 있었다.
“최 변호사님, 방송을 막지 마세요.”
“예……?”
엄현식의 얘기에 최덕일 변호사는 의아한 듯 눈을 깜빡였다.
“엄현식 사장님, 무슨 일인지 알고 얘기하는 겁니까?”
“현태가 해운시 택지개발 방송을 막아 달라고 부탁한 거 아닙니까?”
“그걸 어떻게…… 아!”
최덕일은 순간 알아차렸다.
“그 방송, 엄현식 사장님이 계획한 거군요?”
“송우건설이 해운시 택지개발을 못 한다고 송우그룹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최덕일은 엄현식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안다.
엄현태의 부탁을 들어주지 말라는 것이다.
그걸 몰라서 물은 게 아니다. 그렇게 얘기한 다른 속마음을 물은 것이다.
“아버님이 은퇴하셔도 저는 최 변호사님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
“현태 주변에는 참견할 사람이 많아요. 이번 해운시 택지개발에 장인인 배원우 사장이 큰 역할을 했더군요.”
“…….”
최덕일은 그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엄현태가 부회장이 되면 처가댁 사람들이 영향력이 커지며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울 거라는 의미다.
“아버지와 함께 은퇴하시기엔 최덕일 변호사님의 능력이 아깝습니다.”
엄상현 회장은 언젠가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은퇴를 하게 될 것이다.
그때도 자신을 회장 옆자리에 있게 할 사람은 엄현식이라는 얘기다.
“현주의 크로싱마트 때도 저를 도와주셨지 않습니까? 저는 그때 최 변호사님이 제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이번 일에서 최 변호사님의 선택은 어느 쪽일지 궁금하네요.”
“훗.”
최덕일은 그의 의중을 알겠다는 듯 웃음을 보였다.
“누구를 부회장으로 밀지 선택하라는 얘기군요?”
“내 형제 중 누구도 최 변호사님께 이런 제안을 한 적이 없죠?”
“……!”
순간 최덕일의 표정이 굳었다.
“아버지의 사람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얘기를 하든지, 아버지에게 보고할 사람이라는 거죠.”
“…….”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
“아버지가 회장에서 물러날 때, 함께 제거되어야 할 사람이라 생각하는 거죠.”
“……!”
“하지만 저는 최 변호사님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제 옆에 있어 주세요.”
‘이런 날이 오리라 생각했는데…….’
최덕일은 사실 엄상현 회장이 부회장을 지명하겠다고 얘기하기 전부터 엄 회장이 은퇴하면 자신에게 벌어질 일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엄주길 초대 회장이 은퇴할 때 송우그룹 법무팀의 일원으로 그 당시 팀장이 겪은 일을 알기 때문이다.
‘엄주길 회장이 은퇴할 때, 법무팀장은 고문이 됐지.’
자신이 새로운 법무팀장이 되고 그의 인맥을 완전히 장악한 후에는 그는 말만 고문일 뿐 송우그룹의 일에서 배제되었다.
엄상현 회장의 방식으로 그를 제거한 거와 다를 바 없었다.
그렇다고 그를 놓아 주지도 않아서 그는 다른 회사로 갈 수도 없었고 개인 변호사 개업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년 후 그가 지병으로 쓰러진 후에야 고문에서 해촉되었다.
‘엄현식 사장의 말이 맞아.’
엄현식을 제외한 엄 회장의 자녀들은 자신에게 어떤 제안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회장이 된다면 과거 법무팀장의 모습이 자신의 미래일 수 있다.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아.’
미래를 위해 선택해야 할 시간이 오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이 그 시간이었다.
‘엄현식이라면…….’
엄 회장의 자녀 중 자신이 가장 컨트롤하기 쉬운 상대다.
결심한 최덕일이 얘기했다.
“해운시 택지개발은 그대로 방송될 겁니다.”
“……!”
그의 말뜻을 이해한 엄현식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 *
“박 이사, 어떻게 됐어요?”
[보도본부장이 제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엄현태는 임원들에게서 전화로 상황을 보고받는데 하나같이 부정적인 것들 뿐이었다.
“전화가 안 되면 방송국이라도 찾아가 봐야죠.”
[안 그래도 지금 가고 있습니다.]
“다시 연락해 줘요.”
[예, 사장님.]
통화를 끊은 엄현태가 답답한 마음에 긴 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디리리리.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최덕일 변호사의 전화였다.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렸던 터라 엄현태가 얼른 전화를 받았다.
“최 변호사님, 어떻게 됐습니까?”
[엄 사장, 너무 늦었어요.]
“그게 무슨……?”
[두 시간 뒤 저녁 뉴스에 방송될 거랍니다. CMC 방송사 사장도 이번 건은 막을 수 없답니다.]
“……!”
충격을 받은 엄현태는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엄 사장, 방송된 이후를 대비하세요. 그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충고예요.]
그 말을 끝으로 통화가 끊어졌다.
그런데도 엄현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곁에서 불안하게 지켜보던 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장님, 괜찮으십니까?”
그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엄현태가 불쑥 말을 이었다.
“이상해.”
“예……?”
“기자가 해운시 택지개발을 취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불과 몇 시간 전에 알았어. 그런데 두 시간 뒤 방송이라니, 이럴 수가 있는 거야?”
“저도 너무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방송을 한다는 건 기자에게 뭔가 확실한 증거가 있어서이지 않을까요?”
엄현태는 여전히 의아한 듯한 기색으로 얘기했다.
“증거가 될 만한 걸 알게 됐다고 해도 기자는 팩트체크를 하게 되어 있어.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
“그 시간 동안 우리가 취재에 대해 모를 수가 있을까?”
“일리 있는 말씀이네요.”
비서가 엄현태의 얘기에 동의할 때.
디리리리.
엄현태의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박 이사의 전화였다.
“박 이사, 보도본부장을 만났어요?”
[예. 아주 잠깐 만나고 헤어졌습니다. 보도본부장이 그 이상의 시간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하던가요?”
[제보자가 있답니다.]
“제보자요?”
[좋은 자료를 함께 넘겨 줘서 취재 기간이 짧았다고 했습니다.]
“그랬던 거군…….”
[예에?]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박 이사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엄현태는 좀 전보다 가라앉은 소리로 얘기했다.
“바로 회사로 복귀해서 방송 후에 벌어질 일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세요.”
통화를 끊은 엄현태가 중얼거렸다.
“우리 계획을 알고 있었던 거야.”
“사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비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엄현태가 확신에 찬 기색으로 얘기했다.
“우리가 놀랄 만큼 취재 기간을 단축시킨 자료를 넘긴 제보자가 있었어.”
“그게 정말입니까?”
화들짝 놀란 비서의 눈이 커졌다.
“도대체 제보자가 누구일까요?”
“이 비서, 물음이 잘못됐어.”
“예……?”
“중요한 질문은 누가 제보자에게 그런 자료를 준비시켰냐는 거야.”
“아……!”
“우리 계획을 알고는 계획 초기부터 제보자를 준비해 두고 자료를 모았던 거야.”
“그렇게 한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이 되십니까?”
엄현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큰형, 엄현식 사장이야. 사람을 시켜 나를 미행했었지.”
“아, 따돌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미행에 실패하고도 초조한 기색이 전혀 없었어.”
“……!”
“제기랄!”
엄현태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거친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쾅! 쾅!
솟구친 분노를 억누를 수 없어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다 왔는데. 거의 다 왔는데…….’
많은 자금까지 빌려서 택지개발을 은밀히 준비했다. 그리고 사업승인이 바로 눈앞에 있다.
그런데, 방송이 되면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아니, 사업 진행은 멈추게 될 거야.’
그 정도의 자료가 준비되지 않았으면, 제보자를 내세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지?’
이대로 무너지면 다시 기회가 없다.
‘사업은 멈춰도 송우건설이 흔들리면 안 돼.’
정확하게는 흔들리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사업이 멈추면, 곧 상환해야 하는 돈을 갚을 수가 없다.
나해철 M&H 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빌린 돈.
그 돈을 갚지 못하면 송우건설은 휘청이게 될 것이다.
“이 비서, 현호가 해외 출장에서 언제 돌아온다고 했지?”
“한 달쯤 후에 돌아올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엄현태는 인상을 찡그렸다.
급전이 필요한데 현호가 귀국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아버지에게 자금을 빌릴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도 송우식품 사장에서 물러나야 했던 현주 꼴이 되고 만다.
그렇게 될 수는 없다.
‘내 자리를 지키려면…… 그 방법밖에…….’
엄현태는 결심한 듯 비서에게 얘기했다.
“나해철 대표를 만날 약속 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