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17
217화 아버지의 규칙을 따를 수밖에
[다른 정보도 있습니다.]
정석환 비서가 얘기했다.
“뭡니까?”
[엄현식 사장님은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과 선종은행장을 만나실 예정입니다.]
“……!”
그 말을 듣자마자 현호는 큰형 엄현식의 계획이 뭔지 눈치챘다.
엄현식은 신진종합기계를 인수하려는 것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과 선종은행은 신진종합기계의 대주주로서 매각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예전에 그는 신진종합기계 인수 계획을 진행했었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인수하게 되면, 그때의 실패를 만회하면서 아버지 엄상현 회장에게 보일 성과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만나는 일시와 장소를 알 수 있습니까?”
[메시지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다음에 다시 연락하죠.”
디링.
통화가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정석환 비서가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
메시지를 본 현호의 미간이 꿈틀했다.
세 사람의 만남이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음, 그렇다면…….”
* * *
다음 날.
“세무조사요?”
어이가 없는 듯 최명준 실장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현호로부터 엄현식 사장이 송우미디어를 타깃으로 한 세무조사를 계획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송우건설 주식을 확보한 것에 대한 보복인 건가요?”
현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었어도 큰형은 그 계획을 했을 거예요. 내가 2인자가 되는 게 싫으니까요.”
현호는 아버지 엄상현 회장이 부회장을 지명하겠다고 얘기한 후, 엄현식을 찾아가서 협력을 제안하며 2인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엄현식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현호의 도움을 받아 엄현주와 엄현태를 승계 서열에서 밀어내기 위한 전략이었을 뿐이다.
그의 뜻대로 엄현주와 엄현태는 부회장 지명에서 멀어졌으니, 다음 타깃은 현호인 것이다.
“회계부에 특별히 지시하실 건 없으십니까?”
최명준 실장이 얘기하자 현호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대신, 최 실장이 해 줄 일이 있어요.”
“말씀하세요.”
현호는 일시와 장소가 적힌 메모지를 최명준 실장에게 건넸다.
그 메모를 본 최명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게 뭡니까?”
“엄현식 사장이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과 선종은행장을 만날 거예요.”
“아!”
최명준 실장은 뭔가 떠오른 듯했다.
“신진종합기계 인수를 다시 추진할 생각이군요?”
“그래요.”
“그런데 만남이 내일입니다. 저희가 개입해서 이 만남을 방해하기에는 시간이…….”
현호가 그의 말을 끊으며 얘기했다.
“방해할 필요 없습니다.”
“필요 없다고요……?”
“큰형이 두 사람을 함께 만나서 얘기만 할 것 같습니까?”
“아……!”
최명준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세 사람이 만나는 영상이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그 영상으로 매각 결정을 못 하게 하려는 거군요?”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예상과는 다른 대답이 나오자 최명준은 순간 당황하며 다음 질문을 했다.
“그럼, 송우중공업이 협상대상자에서 제외되게 만들려는 겁니까?”
현호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송우중공업이 신진종합기계를 인수하지 못한다고 해도 부회장 지명을 위한 성과 경쟁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거예요.”
“왜죠?”
“경쟁자인 엄현주 그리고 엄현태 사장이 제외됐으니까요.”
“……!”
“엄현식 사장이 정신적 충격은 받겠지만 성과를 내기 위해 다시 시작할 수 있죠.”
“그렇겠군요.”
현호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듯 최명준이 고개를 주억이며 물었다.
“그럼, 뭣 때문에 영상자료가 필요하다는 겁니까?”
“엄현식 사장은 잔인한 사람이에요.”
“예……?”
뜬금없는 대답에 최명준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엄수경 사장의 새 리조트 축하연에 가던 날 사고가 난 거 기억하죠?”
“그럼요. 그걸 어떻게 잊겠습니까.”
“엄현식 사장이 신진종합기계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부회장이 될 기회가 생기면 그 교통사고와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날 수 있어요.”
“아……!”
최명준은 순간 소름이 돋는지 손을 부르르 떨었다.
사실 그는 모르지만, 현호는 전생을 기억한다.
박경국 과장에게 교통사고로 위장해 회장이 된 자신을 죽이라고 지시한 이가 엄현식이었다.
“그런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영상자료가 필요합니다.”
최명준은 현호의 염려와 생각에 공감한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지시한 대로 따르겠습니다.”
* * *
다음 날 엄현식은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일수 이사장과 김진식 선종은행장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인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가 룸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일수 이사장과 김진식 선종은행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엄 사장님.”
“엄 사장님, 반가워요.”
두 사람의 호의적인 태도에 엄현식 사장은 예의 바른 사람처럼 깍듯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엄현식입니다.”
“자리에 앉으세요.”
이일수 이사장이 권하자 엄현식이 맞은편으로 와서 앉았다.
“제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시간 여유가 좀 있어서 일찍 온 것뿐이에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나아지네요.”
엄현식이 말을 마치자 김진식 선종은행장이 입을 열었다.
“엄상현 회장님의 장남인 엄현식 사장님이 우리 두 사람을 만나자고 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테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도 그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일수 이사장이 동의하자 싱긋이 미소를 지은 엄현식이 입을 열었다.
“경영을 하시는 분들이시라 시간의 소중함을 아시는군요. 시간 낭비할 필요 없이 제가 두 분을 뵙고자 한 이유를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
“제가 신진종합기계를 인수하고 싶습니다.”
“역시 그 얘기군요.”
김진식 선종은행장이 짐작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이일수 이사장을 만났을 때 감이 오더라고요.”
왜 아니겠는가.
두 사람의 직종은 다른데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신진종합기계 대주주라는 것.
놀라지 않는 두 사람의 기색을 살핀 엄현식이 입을 열었다.
“두 분은 몇 년 전 이사회에서 신진종합기계의 매각을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
“그 당시 송우중공업도 인수제안서를 내고 신진종합기계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아쉽게 매각 계획이 취소가 되었죠.”
매각 계획이 취소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엄현식의 폭행 사건이 없었다면 신진종합기계 매각이 진행됐을 것이다.
엄현식은 한때 자신의 내연녀였던 윤소은을 강릉 별장에서 하룻밤을 묵게 했다는 이유로 관리인을 폭행했다.
그 폭행 사실이 알려지며 엄현식은 송우중공업 사장 자리에서도 물러나야 했었다.
하지만 엄현식은 이런 사실은 쏙 뺀 채 그저 매각 계획이 취소된 것만 얘기했다.
지금의 두 사람은 그 당시 상황을 자세히 모르는 새로운 책임자들이기 때문이다.
“매각 계획이 취소된 이후부터 신진종합기계의 경영 성과를 살펴봤습니다. 꾸준한 이익을 내고는 있지만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
“외환위기 때 자금을 투입해 신진종합기계를 살려 놓은 게 국민연금관리공단과 선종은행 아니겠습니까. 회사가 획기적으로 성장해야 주가가 올라 투입한 자금을 회수할 텐데, 지금껏 하지 못하고 있죠.”
“그렇기는 합니다.”
김진식 선종은행장이 얘기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엄현식이 대꾸했다.
“이럴 바에는 신진종합기계를 발전시킬 대안을 찾는 게 회사나 주주들에게도 더 좋지 않겠습니까?”
“엄현식 사장님이 말씀하신 대안이라는 게 신진종합기계 매각을 의미하는 겁니까?”
김진식 선종은행장이 얘기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매각하면 우리가 여태 투자한 것에 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어차피 모두를 돌려받기 어려우니 연금공단과 은행이 현실적 판단을 하는 것이죠. 그런 결단을 내리신 두 분에게는 제가 보상을 해 드리겠습니다.”
“보상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김진식 선종은행장과 이일수 이사장, 두 사람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났다.
이에 엄현식이 가지고 온 봉투를 두 사람에게 나눠 주었다.
“이게 뭡니까?”
이일수 이사장이 묻자 엄현식이 미소와 함께 얘기했다.
“사모펀드와 땅입니다. 이사장님 그리고 은행장님께서는 노후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그리고 이것도.”
엄현식이 다른 봉투를 두 사람에게 건넸다.
“자녀분들을 위해 고급 아파트를 준비했습니다. 월급 모아서 어느 세월에 자기 집을 갖겠습니까. 이것으로 큰 걱정거리도 덜고 매년 오르는 집값은 든든한 재산이 될 겁니다.”
“아…….”
이일수 이사장과 김진식 은행장은 서로를 말없이 쳐다보는데, 그들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확신을 느낀 엄현식이 다음 말을 이었다.
“신진종합기계를 송우중공업에 매각해 주신다는 약속을 해 주시면 이 선물이 모두 두 분의 것이 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음…… 사실, 오랜 시간 기다려 줬다고 생각합니다.”
이일수 이사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외환위기 때부터 지금까지 신진종합기계가 크게 성장해서 우리가 경영에 간섭하지 않아도 되기를 기다려 왔죠. 그렇지 않습니까, 김 행장님?”
그의 물음에 김진식 은행장이 대꾸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성장이 너무 더딥니다. 그저 지켜만 보는 게 능사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엄현식 사장님의 말씀처럼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대안을 마련하는 게 기업과 사회 그리고 국가를 위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김 행장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제 생각도 같습니다.”
두 사람이 같은 결심의 눈빛을 주고받은 후, 이일수 이사장이 엄현식에게 얘기했다.
“필요할 때 좋은 제안을 해 주셨어요. 엄 사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의 대답을 들은 엄현식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이사장님 그리고 은행장님.”
“…….”
“신진종합기계를 더욱 크게 발전시키는 것으로 두 분의 결정에 보답하겠습니다.”
당당하고 자신 있는 목소리로 대답한 엄현식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 * *
그로부터 며칠이 흐른 날이었다.
[국세청,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를 대상으로 특별 세무조사 실시]
언론 보도를 본 엄현식이 싱글벙글 입이 벌어진 얼굴로 아내 채연희와 얘기 중이었다.
“현호가 엄청 화가 나겠지?”
“특별 세무조사라 더 당황스러울 거예요. 하지만 이게 당신 계획이라는 걸 알게 되면 당황스러움이 분노가 되겠죠.”
대답하는 채연희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흘렀다.
“그 녀석은 알 거야. 현재 국가기관을 이용해 현호를 힘들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나 말고는 없잖아? 현호가 그 정도는 짐작할 수 있지.”
“그러면 당신 욕하면서 소리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내 뒤통수친 대가를 받게 해 줘야지. 흐흐흐.”
엄현식이 음흉스러운 웃음을 흘렸을 때였다.
디리리리.
그의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현호였다.
“내 이럴 줄 알았어.”
전화 올 줄 짐작했다는 듯 엄현식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 * *
“형에게 할 얘기가 있어서 전화했어.”
엄현식의 예상과는 달리 현호는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뭔데?]
“이번 특별 세무조사, 형 작품이지?”
[내 뒤통수친 대가라고 생각해라.]
“그러면 2인자가 되게 해 주겠다는 약속은 여전히 유효한 거야?”
[아버지가 회장되시고 2인자 만드는 거 봤냐? 나는 아버지가 정한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어.]
“아버지가 정한 규칙에는 오직 1인자밖에 없지.”
[이해하니 다행이다.]
현호는 그의 대답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나도 그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