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20
220화 현호의 방해 작전 (1)
“남현민 검사장이 사장님의 조언대로 할까요?”
남현민 검사장을 만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최명준 실장이 물었다.
“그럴 겁니다. 내가 준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지 알게 됐으니까요.”
“그건 그렇죠.”
최명준 실장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궁금한 기색으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장님, 왜 남현민 검사장이 검찰총장이 되게 도와주시는 겁니까? 원하시면 다른 인물로 바꿀 수 있을 텐테요.”
그의 물음에 현호는 피식 웃었다.
사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는다.
자신이 결심만 하면 남현민이 아닌 다른 인물을 도와 검찰총장이 되게 할 수도 있다.
지금껏 보아 온 남현민은 그 자신의 이익에 따라 배신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런 점 때문에 최명준이 그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현호가 남현민을 돕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아버지와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에요.”
“예……?”
최명준이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중요한 시기에 아버지의 영향력이 통하지 않을 사람이 필요해요.”
“아……!”
최명준은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현호가 부회장이 된 이후에는 엄상현 회장과 부딪칠 수밖에 없고, 그를 넘어서야만 송우그룹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최명준이 아는 현호는 회장 자리를 넘겨줄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을 테고, 순순히 엄상현 회장에게 복종할 사람도 아니다.
결국 엄상현 회장과 대립 끝에 송우그룹을 차지하게 될 텐데, 그때 남현민의 영향력이 필요한 것이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남현민 검사장을 잘 지켜보겠습니다.”
최명준의 대답에 현호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사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엄현식은 이일수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 사장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랜만에 엄 사장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좋네요]
“하하하. 저도 그렇습니다.”
특별한 정을 오랫동안 나눠 온 사이도 아닌데 이일수 이사장은 목소리까지 언급하며 친근함을 나타냈다.
“매각 진행하라는 연락받으셨죠?”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엄 사장 인맥이 참 넓은 것 같네요. 새 정부 인사와도 가까운 사이시고.]
이일수 이사장이 친근하게 대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엄현식이 보유한 인맥이 자신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하. 제가 송우그룹 엄상현 회장님의 장남이지 않습니까. 어렵지 않게 연결이 되더군요.”
엄현식이 의기양양한 투로 얘기했지만, 사실 신진종합기계 매각을 원활하게 하려고 대선 때 은밀히 자금을 건넸다.
[생각해 보니 당연한 말씀이네요. 머지않은 미래에 송우그룹 회장님이 되실 테니까요. 하하.]
“아버님이 정정하신데, 생각이 앞서 나가시네요. 하하.”
부회장 지명 경쟁 중이라는 걸 아는 엄현식이지만, 이일수 이사장의 아부가 듣기 싫지는 않았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얘기인걸요.]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그럼, 우리 일에 관해 얘기할까요?”
조금 전까지 광대뼈가 치솟을 만큼 환하게 웃던 엄현식의 얼굴에서 순간적으로 웃음기가 사라지고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매각에 대해 노조의 반발이 심할 텐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엄 사장님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언제까지 끌려다닐 수는 없으니, 강경하게 나가겠습니다.]
그의 대답에 엄현식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 *
엄현식이 이일수 이사장과 통화하고 며칠이 지났을 때, 신진종합기계 매각을 재추진한다는 소식이 조간신문을 통해 전해졌다.
[신진종합기계 매각 재추진, 노조 반발 예상]
[신진종합기계 이사회, 대화는 충분히 했고 더는 지체할 수 없다]
“결국 다시 추진하는군.”
아침 식사 전, 신문을 보던 현호가 중얼거렸을 때였다.
디리리리.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최명준 실장의 전화였다.
‘신진종합기계 매각에 관한 기사를 봤군.’
“최 실장, 아침…….”
현호가 얘기하기도 전에 최명준이 급히 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언급했다.
[사장님, 조간신문 보셨습니까? 신진종합기계 매각이 재추진됩니다.]
“마침 전화 잘했어요. 최 실장이 해 줄 게 있어요.”
[말씀하세요.]
“김진식 선종은행장과 만날 약속을 잡아 줘요.”
선종은행은 신진종합기계의 대주주로서 국민연금관리공단과 함께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분은 왜……?]
“그동안 신진종합기계 매각을 어떻게 막을지 궁금했었죠?”
[예, 그렇습니다만.]
“김진식 선종은행장이 막을 거예요.”
[예……?]
놀라는 최명준의 목소리를 들은 현호는 싱긋이 웃으며 다음 말을 이었다.
“곧 알게 될 테니, 은행장과 만날 약속을 잡아 줘요.”
[알겠습니다.]
최명준과의 통화를 마친 현호는 아침 식사를 위해 방 밖으로 향했다.
* * *
‘분위기 살피는 것도 재밌네.’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은 아버지 엄상현 회장을 제외하면 식당의 분위기는 묘했다.
신진종합기계 매각 소식이 제일 기쁜 엄현식의 입꼬리는 한껏 올라가 있었다.
‘들뜬 기색이 역력하네.’
왜 아니겠는가.
두 번이나 실패할 뻔한 걸 살려 내 신진종합기계를 인수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입찰제안서를 받는 등 매각 절차가 남아 있지만, 그것은 형식적인 절차일 뿐 송우중공업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테니까.
이런 현실을 짐작하는지 엄현태의 안색은 굳어 있었다.
‘작은형도 알 거야.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재추진되는 데에는 권력이 작동했다는 걸.’
그래서 더 불안할 것이다.
인수를 성공시킨 엄현식이 부회장이 될 수도 있기에.
‘아버지의 생각을 알아야겠지?’
그의 생각은 현호에게도 중요했다.
이에 현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큰형, 조간신문 봤어?”
“어? 어! 봤지.”
“신진종합기계 매각한다고 하더라. 그 회사 큰형이 예전에 인수하려던 곳 아니야?”
“맞아.”
엄현식은 자신 있는 소리로 대답했다.
“이번에 입찰제안서를 낼 거야?”
“당연하지. 송우중공업이 인수하게 될 거야.”
그의 말에 엄상현 회장의 미간이 꿈틀하는 것을 포착한 현호가 얼른 다음 말을 이었다.
“아버지 생각은 어떠세요?”
“뭐……?”
예상하지 못한 물음에 엄상현 회장이 식사를 멈추고 현호를 쳐다봤다.
“큰형이 신진종합기계를 인수하면 부회장이 될 수 있는 거예요?”
“야, 엄현호, 말조심해.”
그의 물음에 엄현태가 발끈했지만 현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얘기했다.
“아버지 생각이 궁금해요. 사실 현주 누나랑 현태 형이 추진하던 사업들이 모두 실패했잖아요. 아버지 실망도 크셨을 테고요.”
“…….”
“그래서 궁금해요. 큰형이 인수에 성공하면 아버지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거예요?”
현호의 물음에 엄상현 회장의 대답은 간단했다.
“당연한 게 아니냐. 의욕과 욕심만 앞서다 실패한 사업에 비할 데가 아니지.”
대답을 마친 엄상현 회장이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식당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아버지 엄상현 회장이 엄현주와 엄현태의 사업 실패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큰형 엄현식은 소리만 내지 않을 뿐 광대뼈가 솟구칠 만큼 싱글벙글한 얼굴이 되었고, 엄현태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하지만 아버지 엄상현 회장의 대답이 진실로 기쁜 이는 현호였다.
‘내가 듣기 원했던 대답이야.’
비록 지금은 엄상현 회장의 대답이 엄현식을 위한 것 같지만 그는 신진종합기계를 인수하지 못할 것이다.
엄현식은 실패한 엄현주와 엄현태와 같은 처지가 되리라.
그래서 아버지 엄상현 회장이 부회장으로 지명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을 것이다.
* * *
“야! 엄현호, 너 뭐야?”
현호가 출근하기 위해 승용차에 오르기 전 화가 난 표정의 엄현태가 다가왔다.
그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아는 현호지만 대수롭지 않은 듯 대꾸했다.
“무슨 일이야?”
“뭐, 무슨 일?”
엄현태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흘렸다.
“아침 식사 때 아버지께 그런 얘기한 의도가 뭐야?”
“의도?”
“큰형한테 잘 보이고 싶어? 그래서 큰형이 묻고 싶은 걸 대신 물어봐 준 거야?”
“현태 형, 큰형을 막을 방법 있어?”
“뭐?”
“없지?”
“야! 이게 나만의 문제야? 큰형이 성공하면 너도 힘들어질 거야. 특별 세무조사, 벌써 잊었어?”
현호는 그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였다.
“형 말이 맞아. 내 문제도 되니까 아버지께 물었던 거야.”
“뭐라고?”
“이렇게 빨리 매각을 재추진할지 몰라서 막을 준비도 안 됐어. 그런데 만약 큰형이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하실지, 사실 형도 궁금했잖아?”
“야, 그, 그건…….”
틀리지 않은 말이라 엄현태가 반박하지는 못하고 투덜거렸다.
“어쨌든 큰형의 자신감만 높여 준 꼴이 됐잖아.”
“자신감 있다고 사업이 다 성공하는 건 아니야.”
“뭐……? 아!”
엄현태가 뭔가 깨달은 표정으로 물었다.
“현호 너, 큰형을 막을 방법이 있는 거야?”
“형이 시도해 보고 싶어? 내 방법이 실패하면 형이 곤란해질 텐데.”
현호의 대답에 놀란 듯 엄현태의 눈이 커졌다.
“내가 곤란하면 너도 곤란해지는 거 아냐?”
“당연하지. 그런데 내 방법이 실패하면 형은 아버지에게 두 번씩이나 실망을 드리게 되는 거잖아. 큰형이 아버지께 고자질할 테니까.”
“…….”
엄현태는 즉시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해운시 택지개발의 실패로 아버지 엄상현 회장이 실망했다는 걸 안다.
또한, 작년에 있었던 엄현식의 신진종합기계 인수 계획을 취소시키지 못하고 연기만 시켰기에 제대로 된 성공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실을 아버지 엄상현 회장이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현호의 방법으로 했다가 다시 실패하면 아버지는 자신을 한심한 놈으로 판단할 게 분명해 보였다.
‘현호가 나서겠다는데 내가 굳이…….’
위험부담까지 안으며 개입할 필요는 없다.
그저 옆에서 현호를 응원하면 될 뿐이다.
“현호 네 생각이 맞는 거 같아. 큰형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위험부담은 줄이는 게 좋을 테니까.”
현호는 그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성공하겠다는 의지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것이다.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해 줘.”
“알겠어.”
현호는 고개를 끄덕인 후 승용차에 올랐다.
* * *
최명준 비서가 서둘러 준 덕에 현호는 김진식 선종은행장을 오래지 않아 만날 수 있었다.
“엄현호 사장님, 반갑습니다.”
김진식 은행장이 룸으로 들어오는 현호를 향해 정중히 인사했다.
이에 현호도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처음 뵙습니다, 김진식 은행장님.”
“우선, 앉으시죠?”
“그러죠.”
현호가 맞은편에 앉자 김진식 은행장이 먼저 얘기를 시작했다.
“송우미디어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소식은 종종 들었습니다.”
“송우미디어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송우그룹 계열사 중 실적도 좋다고 알고 있는데, 선종은행의 도움이 필요한 거라도 있습니까?”
“선종은행의 도움이 아니라 김진식 은행장님께 기회를 드리고 싶어서 이런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기회라고요……?”
김진식 선종은행장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묻자 현호가 여유로운 기색으로 대답했다.
“뇌물죄를 벗을 기회죠.”
“예에?”
화들짝 놀란 김진식 선종은행장의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