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23
223화 현호의 계획대로
“너, 지금 나한테 장난치는 거지?”
엄현태의 말이 믿기지 않은 엄현식이 따져 물었다.
[형, 나는 오늘 뉴스 보도에 대해 할 말 없으니까 나한테 따지지 말고 현호에게 따져.]
뚝.
전화가 끊어졌다.
“뭐야……?”
엄현식은 여전히 어리둥절했지만 엄현태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쓸데없이 송우미디어 특별 세무조사를 받게 만드니까 이런 일이 생기지. 우리 막내가 화가 많이 났나 봐.
‘그래, 어쩌면…….’
오히려 특별 세무조사 이후 송우미디어의 이미지는 더욱 좋아졌다.
하지만 결과가 좋았더라도 현호 입장에서는 화가 날 만한 일이었다.
‘알아봐야겠어.’
엄현식은 자신을 혼란하게 만들려는 엄현태의 거짓말인지 아니면 그의 말이 진짜인지 알고 싶기에 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송우미디어 사장실.
“형, 지금 내게 전화할 여유도 있어?”
현호는 의자 등받이에 기댄 여유로운 자세로 엄현식의 전화를 받았다.
[현태에게서 이상한 얘기를 들었어.]
“무슨 얘기를 들었는데?”
[오늘 신진종합기계 관련 뉴스 보도가 현호 네 작품이라고 하더라. 맞아?]
그의 말에 현호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현태 형 말이 맞아.”
“…….”
순간 엄현식의 말이 끊어졌다가 잠시 후 분노가 담긴 그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너, 협력하자고 했던 거 날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었지?]
“내가 해외 출장 나간 사이 특별 세무조사까지 준비할 정도로 형은 처음부터 나와 협력할 생각이 없었잖아.”
[너! 날 감시했어?]
“김진식 선종은행장을 감시하던 형이 내게 따질 일은 아니지.”
“네가 감히 날! 이러고도 네가 무사할 줄 알아!”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른 엄현식이 결국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현호는 목소리 톤 하나 바뀌지 않고 여유롭게 대꾸했다.
“내 걱정하기 전에 형 걱정부터 해야지.”
[잘난 척하지 마! 세무조사는 빠져나갔지만 송우미디어를 추락시킬 수 있는 일은 많아!]
“…….”
[내가 겨우 이런 일로 무너질 거 같아? 어림도 없어!]
“…….”
[네가 M&H 인베스트먼트 주인이고, 아버지 몰래 송우그룹을 차지하려고 했다는 거, 아버지께 말씀드릴 거야. 넌! 이제 끝이야!]
“내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가 있어.”
[뭐어……?]
엉뚱하다고 느껴질 만큼 예상하지 못한 현호의 대꾸에 엄현식은 황당하다는 목소리를 내었다.
“송우그룹과 성국그룹 양쪽에서 미움만 받던 남현민 검사장을 누가 검찰총장으로 만들었을 거 같아?”
[……?]
“나야.”
[흥! 지금껏 우리 모두를 속여 온 네 말을 믿을 거 같아? 네 정체를 알게 된 이상 이런 속임수 안 통해.]
“형한테 전화하라고 할게.”
[뭐라고?]
“5분을 못 참고 아버지께 얘기하면, 형의 인생이 고달파질 거야. 그러고 싶으면 아버지께 바로 얘기하고. 어쨌든 수사 대비는 잘해, 형.”
뚝.
현호가 전화를 끊었다.
디리리리.
그때, 마치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휴대폰이 울리는데, 남현민 검사장의 전화였다.
그가 전화 올 줄 알았던 현호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받았다.
“남현민 검사장님.”
현호가 대답하자 수화기에서 걱정스러운 남현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엄 사장, 조금 전 TV 뉴스 봤어요? 신진종합기계를 인수하기 위해 엄현식 사장이 뇌물을 주었다는 내용이에요.]
“봤습니다.”
[회장님이 알고 계셨던 일입니까?]
“아뇨. 모르셨습니다.”
[내일 청문회장에서 분명 이 일에 관해 물을 텐데, 어쩌죠?]
“검사장님, 답은 간단합니다. 검찰총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시는 겁니다.”
[아……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현호는 그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안다.
그가 검찰총장이 된 후 맞는 중요한 첫 사건이 송우그룹 관련 수사가 된다.
송우그룹 회장의 아들인 자신이 그가 검찰총장이 되도록 도왔는데, 취임하자마자 배신을 하는 것 같아 찜찜한 것이다.
“당연하죠. 다만, 사소한 부탁을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무슨 부탁입니까?]
현호는 싱긋 미소 지으며 얘기했다.
“엄현식 사장에게 전화 한 통 해 주세요.”
* * *
“1분 남았어.”
초조한 듯 사장실을 서성이며 손목시계로 시간을 체크한 엄현식이 중얼거렸다.
현호는 5분 내에 남현민 검사장이 자신에게 전화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이면…….’
검찰총장이 될 남현민 검사장의 뒷배가 현호라는 얘기가 된다.
남현민 검찰총장은 신진종합기계 인수를 위한 뇌물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아잇, 씨발.”
거친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을 때.
디리리리.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뭐야!”
정말 현호가 약속한 시간 내에 전화가 오자 엄현식은 불안해졌다. 더욱이 걸려 온 전화번호가 생소했다.
자신과 친분 있는 사람이 아닌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설마…….’
엄현식은 일말의 의구심을 품은 채 나지막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엄현식입니다.”
[남현민입니다.]
‘씨발.’
엄현식은 순간 인상을 찡그렸다.
현호의 얘기가 사실이라는 게 증명됐기 때문이다.
[엄현호 사장님께 부탁받고 전화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뇌물 사건에 연루되신 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모쪼록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형식적인 감사 인사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이 사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누구에게 얘기해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제가 막바지 청문회 준비로 바빠서, 그럼.]
그와의 짧은 통화가 끝났을 때였다.
디링.
현호가 보낸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따로 형을 만나서 얘기할 때가 있을 거야. 그때까지 입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수사에 잘 대비해.]
M&H 인베스트먼트에 관해 아버지 엄상현 회장뿐만 아니라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으아악~ 씨발!”
어이가 없고 동시에 분노가 치미는 엄현식은 고함을 질렀다.
막내에게 위협적인 경고를 받게 될 줄은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러나 더 답답한 현실은 그런 막내의 요구를 거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따악! 팍!
치밀어 오르는 분노로 고함을 쳤지만, 분이 풀리지 않는 엄현식이 휴대폰을 바닥으로 던져 버렸다.
* * *
다음날, 송우중공업 엄현식 사장의 뇌물 연루 사건으로 세상은 시끄러웠다.
송우중공업 홈페이지에는 화가 난 시민들이 글을 남겼다.
[송우중공업 엄현식 사장을 당장 구속하라]
[지난번 임금협상 때는 1000원 인상도 어렵다고 생난리를 피더니, 이일수 이사장에게는 펀드도 주고 땅도 주고 아파트까지 챙겨 줬네.]
[맨날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서, 뇌물 줄 돈은 어디서 난 거지?]
[틀림없이 비자금에서 나온 자금일 거다. 검찰은 당장 수사하라]
사람들의 분노와 관심은 고스란히 검찰총장 청문회로 연결되었다.
“후보자는 어제 보도된 송우중공업 엄현식 사장의 뇌물 사건에 대해 알고 있죠?”
야당의 청문위원이 남현민에게 물었다.
“뉴스를 봤습니다.”
“검찰이 이 사건을 어떻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면, 법과 원칙대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어려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인을 수감시켜서는 안 된다고 얘기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남현민은 어젯밤 현호가 했던 말을 퍼뜩 떠올렸다.
-검찰총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시는 겁니다.
엄현호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니 마음 편히 모범답안을 얘기했다.
“누구나 법 앞에서는 평등해야 한다는 게 저의 소신입니다. 신분과 직업 등에 관계없이 법을 어겼을 때에는 그에 맞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 *
엄현식의 뇌물 공여가 뉴스에 보도된 후 성북동 엄상현 회장 집안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엄상현 회장의 장남이 검찰 조사를 받고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송우그룹 엄상현 회장과 껄끄러운 관계인 남현민 검사장이 새로운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는 상황이었다.
분위기를 어둡게 하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급격히 나빠진 여론으로 인해 송우중공업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가 끝난 얼마 후 모두의 예상대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었다.
[검찰, 송우중공업과 국민연금관리공단 압수수색]
초기에는 과연 검찰이 이 사건을 어떻게 수사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차츰 언론의 시각은 검찰이 언제 엄현식 사장을 소환할지로 바뀌었다.
[검찰, 엄현식 송우중공업 사장 소환 임박]
이 소식이 알려지며 사람들이 다시 한번 더 엄현식의 뇌물 이슈에 관심을 가질 때, 검찰총장 임명 소식이 전해졌다.
[남현민 검찰총장 대검찰청에서 취임식]
엄현식에게는 달갑지 않겠지만 현호에게는 좋은 소식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송우중공업 엄현식 사장의 뇌물 관련 검찰소환 이슈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던 성국유통 소식이 전해졌다.
[성국유통, 임금협상 결렬]
[성국유통 노조원 파업 시기 위원장에게 일임]
“사장님 예상대로 성국유통 임금협상이 결렬됐습니다.”
현호가 임금협상 소식이 있었을 때부터 관심을 가지며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아는 최명준 실장이 얘기했다.
“실제는 재무 상태가 나쁘지만, 분식회계로 겉으로 보이는 재무 상태는 괜찮으니, 협상 진척이 이뤄지기 어렵죠.”
“왜 성국그룹 차원에서 성국유통에 자금지원을 하지 않을까요?”
최명준 실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금지원을 했어요. 하지만 응급 수혈만 됐을 뿐 정상으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었죠.”
“안타깝네요. 예전에는 성국유통의 시장 점유율도 높았고 영업이 잘됐었는데.”
현호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단기간에 큰 성장을 이뤘죠. 그렇게 벌어 둔 돈을 성국유통이 아닌 다른 곳에 투자하면서 큰 손실을 봤죠.”
“…….”
“만약, 성국유통의 발전을 위해 투자했다면 지금 같은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님과 만날 약속을 잡아 줘요.”
“예에?”
최명준이 흠칫 놀란 듯 다시 물었다.
“성국유통 사장이 아니라 안명기 회장님을 만나시겠다고요?”
“성국유통을 인수하려면 안명기 회장님과 직접 담판을 짓는 게 나아요.”
“성국유통을 인수한다고요?”
놀란 최명준의 눈이 커졌다.
“제가 예전에 얘기했죠? 성과의 크기는 아버지를 얼마나 만족시키느냐에 달렸다고.”
“아, 예.”
“외환위기 때 아버지는 송우유통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
“그런데 성국그룹의 유통을 차지해서 다시 유통업을 시작할 수 있다면, 아버지의 마음이 어떨 거 같아요?”
“아……!”
최명준은 현호의 뜻을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
“알겠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님과 만날 약속을 잡아 보겠습니다.”
“쉽지는 않을 거예요.”
이해한다는 듯 최명준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상현 회장과 안명기 회장은 앙숙지간이다.
회장끼리 만나는 일도 달갑지 않을 텐데, 엄상현 회장의 막내를 만나려고 시간을 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꼭 약속을 만들겠습니다.”
현호는 믿음직스러운 그의 대답에 따뜻한 미소를 보였다.
디리리리.
그때, 현호의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남현민 검찰총장의 전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