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27
227화 성국유통의 새 주인
“송우미디어가 성국유통을 인수하겠습니다.”
“뭐어?”
“뭐라고요?”
소스라치게 놀란 안명기 회장과 한종혁 법무팀장의 눈과 입이 벌어졌다.
“방금 뭐라고 했나?”
안명기 회장이 잘못 들은 건 아닌지 확인하고자 다시 물었다.
“송우미디어가 성국유통을 인수하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직원도 전원 고용승계할 테니, 회장님께서는 더는 임금협상 때문에 골머리 앓지 않으셔도 됩니다.”
현호의 얘기에 안명기 회장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
“엄상현 회장이 자네가 막내라고 너무 버릇없이 키웠군.”
“…….”
“성국유통이 잠시 어려움을 겪는다고 회사를 송우그룹에 넘길 거로 생각했다면, 큰 착각을 하는 거야.”
“분식회계가 알려지면 자금난이 드러나게 될 겁니다. 주가는 추락하게 될 거고, 융자받았던 자금의 만기는 연장되지 않을 겁니다. 거래처에서는 밀린 대금을 갚으라고 아우성일 테고요.”
“……!”
“불법을 저질렀으니 당연히 수사도 받게 될 테고, 부정적인 여론이 성국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
“성국그룹 계열사 사장님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성국유통을 살리려다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잘 알 테니, 쉽사리 지원에 나서지도 않을 테죠.”
“…….”
“결국, 회장님이 결정하지 않으면 채권단이 성국유통 매각을 결정하게 될 겁니다.”
차분히 현호의 얘기를 들은 안명기 회장이 코웃음을 흘렸다.
“채권단이 감히 성국유통을 매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채권단은 자금을 더 투입해서라도 성국유통을 살리려고 할 거야.”
“……!”
현호는 그 말의 의미를 안다.
성국유통의 채권 은행단은 다른 성국그룹 계열사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
만약, 채권 은행단이 손해를 줄이기 위해 성국유통 매각을 결정하면 결국 성국그룹과의 거래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안명기 회장이 미치는 재계 영향력 때문이라도 쉽사리 그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 어렵다.
안명기 회장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니 분식회계가 세상에 드러난다고 얘길 해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현호는 그가 이렇게 생각하리라는 걸 이미 예상했다.
“채권단이 회장님의 눈치를 볼 거라는 말씀이시군요. 하지만 자기 인생이 곤두박질치게 될 상황이면, 그분들이 회장님 눈치를 볼까요? 살려 줄 사람의 눈치를 볼까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안명기 회장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똑똑.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호텔 지배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지배인을 호출하지 않았기에 그의 등장은 안명기 회장과 한종혁 법무팀장을 놀라게 했다.
이에 의아한 표정으로 안명기 회장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그의 물음에 지배인이 난처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회장님, 호텔 프론트에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이라니?”
안명기 회장은 자신이 초대한 손님이 없기에 당황스러웠다.
“남현민 검찰총장님이 오셨습니다.”
“뭐어?”
놀란 안명기 회장이 눈을 부릅뜰 때 현호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 시간에 맞춰 오셨군요. 제가 초대했습니다, 회장님.”
“뭐라고요?”
화들짝 놀란 한종혁 법무팀장이 현호를 날카롭게 쏘아보고, 안명기 회장도 당황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현호는 태연하게 호텔 지배인을 향해 얘기했다.
“내가 총장님께 얘기하죠.”
현호는 휴대폰으로 남현민 총장에게 전화를 걸면서 일부러 스피커폰으로 바꿨다.
잠시 후, 수화기에서 남현민 검찰총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남현민입니다.]
“총장님, 엄현호입니다.”
[엄 사장, 오랜만이에요. 그런데 여기 직원들은 내가 오는 줄 모르고 있네요?]
“죄송합니다. 착오가 있었던 것 같네요. 호텔 지배인에게 잘 모시라고 얘기했습니다.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그럽시다.]
통화를 끊은 현호는 호텔 지배인에게 얘기했다.
“통화 내용 들었죠?”
난감한 기색의 지배인이 대답하지 못하고 안명기 회장을 쳐다보며 물었다.
“회장님, 어떻게 할까요?”
“…….”
안명기 회장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는 현호가 왜 남현민 검찰총장을 이곳으로 불렀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남현민과 가깝다는 걸 보여 주려는 거야.’
그리고 조금 전 현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채권단이 회장님의 눈치를 볼 거라는 말씀이시군요. 하지만 자기 인생이 곤두박질치게 될 상황이면, 그분들이 회장님 눈치를 볼까요? 살려 줄 사람의 눈치를 볼까요?
안명기 회장은 이 말의 의미도 알아차렸다.
남현민 총장은 드러난 사건 수사 과정뿐만 아니라 중요한 첩보들도 보고받을 것이다.
그 첩보 중 일부는 내사로 진행되고 더 나아가 수사로 전환될 수도 있다.
‘성국유통 채권단에 대한 비리 첩보를 알고 있는 거야.’
안명기 회장은 호텔 지배인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남현민 총장을 VIP 룸으로 모시게. 비즈니스 미팅이 끝나는 대로 엄현호 사장이 올 거라고.”
“알겠습니다.”
지배인이 룸을 나가자 안명기 회장이 냉랭하게 현호를 쏘아보며 얘기했다.
“우리 일에 검찰총장을 개입시킬 생각이군.”
“회장님도 조사를 받게 되실 텐데, 이전에 경험하셨던 조사보다 강도가 아주 셀 겁니다.”
안명기 회장은 현호의 얘기를 빈말로 치부할 수 없었다.
한때 남현민은 성국그룹의 관리를 받던 검사였지만 송우그룹과의 관계가 의심스러워 그를 먼저 버렸다.
하지만 이후 그가 송우그룹 엄상현 회장과 화해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지만, 이미 관계를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악화되었다.
“남현민 뒤에 자네가 있었군.”
성국그룹에 버림받으면서 지방을 전전하다 퇴사할 줄 알았는데 기적처럼 검사장이 되고 결국 총장의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저를 찾아와 도와 달라고 한 건 남현민 검사였습니다. 회장님이 버리셔서 좌천되게 생겼는데 살려 달라더군요.”
“……!”
“그게 인연이 되어 지금껏 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
“오늘 총장님을 초대한 이유는 이미 눈치채셨겠죠?”
“분식회계 자료를 남현민 총장에게 넘기겠다는 건가?”
그의 말에 현호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얘기했다.
“성국유통을 송우미디어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하시면, 분식회계 자료가 남현민 검찰총장님에게 넘어가게 될 겁니다.”
“…….”
“아! 그리고 채권단들도 명예롭게 살아남기 위해 누구의 눈치를 볼지 결정하게 될 거고요.”
“……!”
안명기 회장이 솟구치는 분노를 다스리느라 주먹을 꼭 쥐었다.
애송이라고 생각한 엄현호의 함정에 빠진 것 같아 분했지만, 이 함정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찾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청와대와 법무부 장관을 움직이면, 남현민을 사퇴시킬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안명기 회장의 기색을 눈치챈 현호가 입을 열었다.
“남현민 검사장이 어떻게 총장이 됐는지 아십니까?”
“뭐……?”
“남현민 총장을 사퇴시키지 못하실 겁니다. 새 정부가 큰 타격을 받을 테니까요.”
“……!”
안명기 회장은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렸다.
남현민 총장이 새 정부의 약점을 알고 있다는 것.
그걸 이용해 검찰총장이 되었고, 그가 공격받으면 그 약점을 다시 이용할 거라는 얘기다.
현호의 말이 빈말처럼 들리지 않았다.
사실 성국그룹이 밀었던 총장 후보자가 떨어지고 남현민이 검찰총장으로 내정되었을 때,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어떻게 총장으로 지명될 수 있었는지 의아했다.
불안해하는 안명기 회장의 기색을 포착한 현호가 다음 말을 이었다.
“회장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저는 오래 기다릴 생각이 없습니다. 저의 제안이 싫으시면 지금 이 자리를 떠나셔도 됩니다.”
현호의 얘기에 한종혁 법무팀장이 끼어들었다.
“기업의 매각에는 고려해야 할 게 많습니다. 여기서 결정하라는 건 너무 무례한 요청이에요.”
“무례한 요청이라 하시면, 아무래도 성국유통이 부도가 나고 채권단이 매각을 결정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는 말씀이군요?”
“……!”
안명기 회장과 한종혁 법무팀장은 분식회계를 드러내겠다는 말이라는 걸 알아들었다.
디리리리.
그때, 현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가 남현민 검찰총장임을 확인한 현호가 피식 웃으며 스피커폰으로 돌렸다.
“총장님.”
[엄 사장, VIP 룸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미팅이 오래 걸립니까?]
“미팅이 막 끝났습니다. 곧 뵙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현호는 테이블 위에 놓아둔 분식회계 자료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장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겠으니, 저는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안명기 회장의 입이 열렸다.
“매각, 하겠네.”
“회장님!”
놀란 한종혁 법무팀장이 목소리를 높이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방법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두 기업의 협의하에 매각이 진행되면 성국유통 내부 사정이 외부로 유출될 위험성이 줄어든다.
검찰총장이 엄현호의 편이니 자칫하면 드러나지 않은 다른 부정행위까지도 파헤치려 할지 모른다.
분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에서 물러나는 게 더 큰 것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을 잘 아는 안명기 회장은 차분한 어조로 다음 말을 이었다.
“단, 미디어산업 진출을 위해 성국유통 매각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언론에 나갈 거야.”
현호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성국그룹은 미디어산업 그리고 송우그룹은 유통산업 진출을 위해 서로 윈윈하는 방식으로 협상 중인 것으로 언론에 흘리겠다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성국유통을 매각한다고 하면 시장은 혼란스러워질 거야.”
성국유통의 갑작스러운 매각은 사람들로부터 의심을 받게 될 거고, 그걸 피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현호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얘기했다.
“송우미디어는 미디어 진출과 관련해 어떤 도움도 드릴 수 없습니다.”
“알고 있네. 그런 도움은 필요 없어.”
그의 말에 현호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성국유통을 매각하신 걸 후회하지 않도록 잘 성장시키겠습니다.”
* * *
현호가 안명기 회장을 만난 며칠 후, 성국유통 매각에 관한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성국그룹과 송우그룹 윈윈전략 시동 중이었다]
[성국그룹, 미디어산업 진출을 위해 송우미디어와 성국유통 매각 협상 중이었다]
[송우미디어, 성국유통 인수 시 100% 고용승계까지 약속!]
[성국유통 매각 소식에 노조 파업 유보]
성국유통 매각 소식에 주식 시장은 잠시 술렁였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이 소식에 가장 놀란 이가 있었다. 바로 엄현태 사장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엄현태는 믿어지지 않는 듯 멍한 얼굴로 언론 보도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다시 읽었다. 하지만 잘못 읽은 게 아니었다.
“현호가 성국유통을 인수하겠다고 말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 그런데, 협상 진행 중이었다고? 이게 사실이라고 믿을 수 있어?”
곁에 있던 이지홍 비서가 그의 의견에 동의하듯 얘기했다.
“저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뭔가 착오가 있는 게 아닐까요?”
“나라일보에서 연락 온 거 없지?”
“예, 아직.”
엄현태가 아내 배희진에게 전화하려던 찰나, 사장실 문이 열리며 그녀가 들어왔다.
엄현태는 그녀를 보자마자 물었다.
“알아봤어요? 오늘 보도, 사실 아니죠?”
그의 물음에 배희진이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매각은 사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