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엄상희의 욕망
“현호가 송우생명의 대주주라고?”
엄상현 회장이 묻자 최덕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그렇습니다. 엄현식 사장의 차명 주식을 취득한 것 같습니다.”
놀란 엄상현 회장의 눈이 커졌다.
“현식이가 왜 자기 주식을 현호에게 넘겼다는 거야?”
“그것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부회장님과 직접 얘기해 보시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알았네.”
이해했다는 듯 엄상현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날 저녁, 퇴근한 현호는 엄상현 회장의 서재를 들렀다.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엄상현 회장이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얘기했다.
“늦었구나.”
“공부해야 할 게 많았습니다.”
이해한다는 듯 엄상현 회장이 고개를 주억였다.
“송우전자 임원들과도 만나겠구나.”
“만나기 전에는 긴장되기도 했는데, 환영해 주시고,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좋은 분위기였다니 다행이구나.”
“아버지께서 임원들에게 얘기해 주셨다는 거 압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좋은 소식들을 가져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야지. 그런데 너의 송우전자 첫 출근 날부터 의외의 소식을 들었다.”
현호는 그 ‘의외의 소식’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제가 송우생명 대주주가 된 소식을 들으셨습니까?”
“어떻게 된 거냐?”
“큰형의 차명 주식을 넘겨받았습니다.”
“최덕일 변호사가 그렇게 짐작하더구나.”
엄상현 회장은 이미 예상한 대답이라 놀라지 않았다.
“어떻게 현식이의 소유분이 너에게로 넘어갔지?”
“제가 달라고 했습니다.”
“왜지?”
“송우생명은 송우그룹의 자금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관리와 의사결정에 혹시라도 있을 잡음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
엄상현 회장은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부회장이 되지 못한 장남 엄현식이 송우생명을 이용해 현호를 흔들 계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지분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엄상현 회장은 여전히 의아했다.
“현식이가 순순히 네게 넘겼을 리가 없을 텐데?”
“순순히 제게 넘길 만한 것으로 거래를 했습니다.”
“……!”
그의 대답에 놀란 엄상현 회장의 눈이 커졌다.
엄현식이 꼼짝없이 송우생명 지분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뭔가가 있었다는 얘기였다.
“현식이와 거래한 물건이 뭐냐? 그걸 어떻게 손에 넣은 거지?”
“그 물건은 이미 큰형에게 넘어가서 폐기되었습니다. 지금 그 물건에 대해 아는 건 무의미합니다.”
“내게 말할 생각이 없구나.”
“큰형에게 비밀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엄상현 회장은 그 물건에 대해 얘기하라고 다그칠 수가 없었다.
장남의 비밀을 캐내려는 아버지가 될 뿐이니까.
‘현식이 녀석,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닌 거야.’
엄상현 회장은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장남에게 또 한 번 실망했다.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짓을 했으면, 대주주 지분을 동생에게 넘겨야 했겠는가.
잠시 현호를 응시하던 엄상현 회장이 입을 열었다.
“알겠다. 더는 묻지 않으마.”
“고맙습니다, 아버지.”
“송우생명 대주주에 M&H 인베스트먼트 나해철 대표가 있어. 우리가 신경 써서 주시해야 한다는 거, 알고 있겠지?”
“그럼요. 그리고 아버지와 저의 지분이면 나해철 대표가 어떤 장난을 치더라도 송우생명은 흔들림이 없을 겁니다.”
사실이 그렇다.
하지만 엄상현 회장은 현호가 말한 진짜 의미를 모른다.
현호와 나해철의 지분이면 송우생명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을.
“가서 쉬어라.”
“예.”
현호는 깍듯이 인사한 후 서재를 나갔다.
* * *
한편, 현호가 엄상현 회장을 만나던 그 시각, 엄현주는 정원에서 엄현태와 마주쳤다.
“늦었네, 오빠.”
“……왔니.”
엄현태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귀국해서 보니 현호가 부회장이 됐더라. 오빠, 괜찮아?”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 아님을 아는 엄현태는 비아냥거리는 듯 대꾸했다.
“내 걱정할 때가 아니야. 아버지는 너를 송우식품 사장으로 복귀시킬 마음이 전혀 없으신 것 같더라.”
“…….”
“현호한테 송우식품으로 복귀하고 싶다고 부탁이라도 해 봐. 빈자리 하나 만들어 줄지 모르니까.”
그의 대꾸에 엄현주가 피식 웃었다.
“나는 오빠처럼 아버지 눈치 보며 살 생각 없어.”
“뭐……?”
“사장 자리 지키겠다고 나해철 대표에게 송우건설 주식도 팔았더라.”
“……!”
“송우건설에 아버지를 따르는 이사들이 많지? 아버지가 결심만 하면 이사들이 뭉쳐서 오빠를 언제든지 대표이사에서 해임할 수 있잖아.”
“…….”
“아버지 심기나 잘 살펴. 나는 그렇게 못 사는데, 오빠는 다를 수 있으니까.”
“…….”
“나는 그만 들어가서 쉬어야겠어. 내일부터 할 일이 많거든.”
말을 마친 엄현주가 휙 돌아서 본관으로 향해 걸어갔다.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쏘아보고 있는 엄현태는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녀가 밉기는 하지만 틀린 말을 하지는 않았다.
해운시 택지개발 실패로 인한 빚을 갚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송우건설 주식을 M&H 인베스트먼트 나해철 대표에게 넘겼다.
그 결과 자신이 송우건설 최대주주이기는 하지만 현주 얘기처럼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다.
‘장외 거래로 주식을 확보하려고 해도…….’
대주주 또는 기관투자자들은 아버지 엄상현 회장과 가깝기 때문에 자신의 행위가 아버지에게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아버지와 상관없이 주식 거래가 가능한 대주주가 있기는 하다.
바로, M&H 인베스트먼트 나해철 대표다.
‘하지만 내게 넘겨줄 리 없잖아.’
그는 철저히 자기 이익이 중요한 사람이라서 매도할 때는 자신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넘길 것이다.
‘이래저래 아버지 심기를 살펴야 하는 처지야.’
그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아버지 엄상현 회장이 막내 현호를 부회장으로 결정했을 때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현주는 무슨 생각인 거야?’
자신은 송우건설 사장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그녀는 송우식품 사장에서 물러나야 했고, 언제 다시 복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왜 불안해 보이지 않지?’
이상했다.
예전 같으면 아주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자신을 상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아주 이상한 말을 했다.
-나는 오빠처럼 아버지 눈치 보며 살 생각 없어.
엄현태는 그 말의 속뜻이 궁금했다.
‘도대체 뭘 하겠다는…… 아니야!’
엄현태는 잡생각을 지우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엄현주의 미래보다 자신의 앞날을 생각하는 게 더 중요했다.
* * *
현호가 송우전자 부회장이 된 날 밤, 기회와 미래를 생각하는 이는 엄현주와 엄현태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나한테 기회가 온 거예요.”
엄상희는 남편 곽형신에게 얘기했다.
그녀는 송우호텔 사장이자 송우그룹 엄상현 회장의 여동생이다.
“무슨 얘기야?”
곽형신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큰오빠가 송우그룹 후계자를 현호로 결정했잖아요.”
“나도 깜짝 놀랐지. 지금껏 형님이 말씀은 안 하셨지만, 현식이를 후계자로 삼을 거로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래서 내게 기회가 생긴 거예요.”
“……?”
“내가 현식이를 송우그룹 후계자로 만드는 거예요.”
“뭐어?”
놀란 곽형신의 눈이 커졌다.
“당신이 어떻게 현호에서 현식이로 바꾸겠다는 거야?”
“내가 송우전자 차명 주식을 가지고 있어요.”
“뭐? 아니, 그걸 왜 이제야 얘기하는 거야?”
“큰오빠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려고 내가 얼마나 골치 아팠는지 알아요? 그 노력 때문에 큰오빠가 여태 모르는 거예요. 아니었으면, 가만히 있었겠어요?”
“아, 하긴, 그러네.”
곽형신이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형님 지분에는 못 미칠 텐데, 당신이 무슨 수로 후계자를 현식이로 바꾸겠다는 거야?”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요. 이 기회에 내 몫이어야 했던 계열사를 받아 낼 거예요.”
엄상희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 * *
다음 날, 엄상희가 탄 승용차가 엄현식이 머무는 별장 앞에 도착하자, 굳게 닫혀 있던 대문이 열렸다.
승용차가 안으로 들어가 주차장에 멈추자 엄현식이 가까이 다가왔다.
“고모.”
그 소리와 함께 승용차의 문이 열리며 엄상희가 내리는데 엄현식이 깍듯이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고모.”
“어휴, 마음고생이 심했구나.”
엄상희는 엄현식의 얼굴을 보자마자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얼굴이 아주 까칠해졌네.”
“아, 그런가요?”
엄현식이 자기 얼굴을 매만지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아니야.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
“예, 이쪽으로 가시죠.”
엄현식은 고모 엄상희를 안내하며 별장 본관으로 향했다.
“여기까지 오신다는 연락받고 놀랐어요.”
별장 본관 응접실로 온 두 사람.
엄현식이 먼저 얘기를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도 아닌데, 왜 놀래?”
“집에서 쫓겨난 것과 같잖아요. 어머니와 아내만 전화 오고 아무도 연락 오는 사람이 없어요.”
“쯧쯧, 불쌍해라.”
“제 처지가 이래요. 그래서 고모가 오신다길래 궁금했어요.”
엄현식은 에둘러 그녀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내가 왜 왔겠니? 송우그룹 후계자가 있어야 할 곳에 없고, 이리로 쫓겨났으니 만나러 왔지.”
“아…….”
그녀의 대답에 엄현식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표정을 보며 엄상희는 더욱 속상하다는 듯 다음 말을 이었다.
“네 아버지 제정신이니? 아니, 어떻게 현호를 부회장으로 임명하니?”
“현호가 성국유통을 인수한 게 아버지를 무척 기쁘게 한 거 같습니다.”
“이래서 네 아버지 결정이 잘못됐다는 거야.”
“예……?”
“사업을 하다 보면 기업을 인수하기도 하고 매각하기도 하는 거야.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게 네 아버지야.”
“…….”
“그런데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에 대한 열등감이 이 사달을 만든 거야. 그러니, 겨우 성국유통을 인수한 현호를 부회장으로 임명한 거지.”
그녀의 얘기에 엄현식이 맞장구치듯 대답했다.
“자식인 저로서도 아버지가 성국그룹에 집착하는 게 답답하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제가 현호처럼 간사한 꾀를 내었다면 진작 후계자가 됐겠지만, 그저 묵묵히 일하는 게 집안 장남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진작부터 네가 송우그룹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아, 말씀만으로도 감사하네요.”
“말로만 위로하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야.”
“예……?”
예상하지 못한 그녀의 말에 당황한 엄현식이 눈을 깜빡였다.
“고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원래대로 돌려놓아야지. 현호는 송우미디어 사장으로, 너는 송우전자 부회장으로.”
“예에……?”
깜짝 놀란 엄현식의 입이 벌어지고 눈이 커졌다.
충격에 잠시 멍해졌던 엄현식이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저었다.
“고모, 제가 송우전자 부회장이 될 방법이 있다는 거예요.”
그의 물음에 엄상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있지.”
“정말 아버지를 설득할 방법이 있는 거예요?”
“설득할 필요 없어.”
“예? 설득이 아니면 뭐죠?”
아리송한 표정의 엄현식이 묻자 엄상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현호가 했던 것처럼 네 아버지의 열등감을 이용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