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32
232화 네 계획대로 해
“고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고모 엄상희와 통화 중인 엄현식은 어리둥절했다.
[너에게 한 약속, 못 지키게 됐어.]
“아니, 왜요?”
[사정이 생겼어.]
“그 사정이 해결될 때까지 기다릴게요.”
[그럴 수 없어, 현식아. 주식을 매도하게 됐어.]
“예에?”
엄현식이 화들짝 놀랐다.
“고모, 송우전자 주식은 매도하고 또 그만큼 되사기는 어려워요.”
[알아. 하지만 급한 사정이 생겨서 나도 어쩔 수가 없어. 네 문제는 잘 해결되길 바랄게.]
뚝.
전화가 끊어졌다.
“뭐야……? 아악~ 씨발!”
현호를 밀어내고 송우그룹의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부풀었던 엄현식.
그의 희망이 얼마 가지 못하고 무너졌다.
* * *
“나 대표님, 최명준 실장으로부터 연락받으셨죠?”
성북동 저택에서 저녁 식사를 끝낸 현호는 정원에서 M&H 인베스트먼트 나해철 대표와 통화 중이었다.
[연락받았습니다. 송우전자 주식은 마이포춘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할까요?]
“아닙니다. 제가 알려 드리는 시기에 M&H 인베스트먼트에서 처리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현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거의 다 왔어.’
송우문화재단에서 시작해서 송우미디어를 거쳐 송우전자 부회장이 되었다.
‘남아 있는 계획을 잘 해내면 되는 거야.’
앞일을 곰곰이 생각하는 현호의 눈에 귀가해서 본관으로 향하는 엄현태가 보였다.
“현태 형.”
현호의 목소리에 엄현태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자 현호는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요즘 얼굴 보기 힘드네.”
“내 얼굴 봐서 뭐 하려고?”
엄현태는 못마땅한 기색으로 대꾸했다.
“오다가다 안부 인사라도 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형을 만나지 못했잖아.”
“네가 부회장이 된 걸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만날 기회가 없어서 섭섭했어?”
“훗.”
부회장이 된 현호를 마주하는 게 불편한 엄현태.
그의 마음이 훤히 드러나는 얘기에 현호가 피식 웃음을 흘리자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내 얘기가 웃기냐?”
“형, 송우건설 어떡할 거야?”
“뭐?”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엄현태가 의아한 눈길로 쳐다봤다.
“불안한 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잖아.”
“……!”
순간 엄현태는 말문이 막혔다.
자신의 가장 큰 고민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사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주식 일부가 M&H 인베스트먼트 나해철에게 넘어간 탓에 이사회 장악력은 낮아졌다.
그로 인해 아버지 엄상현 회장과 가까운 송우건설 이사들이 대표이사 교체를 결정하면 자신은 해임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불안한 기색을 현호에게 보이기 싫은 엄현태는 그의 말을 모르는 척 대꾸했다.
“네 일이나 잘해. 송우전자에서 챙겨야 할 것도 많을 텐데.”
“그렇지. 챙겨야 할 게 많지.”
현호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가족이라 형이 걱정되더라. M&H 인베스트먼트로 넘어간 주식만 찾을 수 있으면, 이사들도 함부로 행동할 수 없을 텐데, 그치?”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엄현태의 말을 현호가 끊으며 얘기했다.
“그 주식, 찾아 줄까?”
“뭐?”
예상하지 못한 얘기에 놀란 엄현태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 있으면, 부회장실로 찾아와.”
더는 얘기하지 않고, 현호는 먼저 걸음을 옮겨 본관으로 향했다.
가는 현호의 모습을 우두커니 서서 보는 엄현태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M&H 인베스트먼트로 넘어간 주식…….”
* * *
현호와 엄현태가 만나 얘기하던 그 시각, 채연희는 박경국 과장과 얘기하고 있었다.
“고모님이 도와줄 수 없게 됐어요.”
“정말입니까?”
놀란 박경국 과장이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이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고모님이 사정이 생겨서 도와줄 수가 없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데요.”
“아…….”
실망한 박경국 과장이 허탈한 듯 고개를 떨궜다.
그는 지금껏 엄현식 사장을 송우그룹 후계자가 되도록 돕고 있었다.
하지만 막내 현호가 송우전자 부회장이 되면서 그의 바람과는 다른 상황이 되었다.
뜻밖에도 엄상현 회장의 동생이자 송우호텔 사장인 엄상희가 도와주겠다는 소식을 들은 후 다시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희망이 얼마 가지 못하고 사라진 것이다.
박경국 과장만큼 상실감이 큰 채연희가 중얼거리듯 얘기했다.
“막내 도련님이 부회장이 된 사실을 나는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요.”
“…….”
“정말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 거예요?”
“회장님이 결정을 다시 바꾸게 할 뭔가가 필요합니다.”
“그걸 누가 몰라요? 어떻게 아버님이 결정을 뒤엎게 하느냐가 문제죠.”
“회장님은 현호 사장님이 성국유통을 인수한 걸 높이 평가해 송우전자 부회장으로 임명하셨습니다. 그런데 송우그룹의 명예를 훼손한다면…….”
“아……!”
박경국의 얘기에 채연희가 뭔가 생각난 듯했다.
“방법이 생각났어요!”
그녀의 말에 놀란 박경국 과장이 얼른 물었다.
“무슨 방법입니까?”
“현호 도련님은 우리 집안의 망나니였어요. 기억하죠?”
“그럼요.”
“송우미디어 때문에 현호 도련님에게는 성공한 기업가라는 이미지가 생겼어요. 그 덕분에 사람들은 현호 도련님의 과거를 생각하지 않아요.”
“아! 과거를 떠올리게 하면……?”
“맞아요! 아버님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현호 도련님이 망나니라는 사실을 다시 깨우치게 하는 거죠. 지금의 모습은 그저 허상일 뿐이라고요.”
“……!”
“그러면 아버님은 그룹 명예를 위해서라도 부회장을 교체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채연희의 얼굴에는 우울했던 기색이 사라지고 희망으로 눈빛이 다시 반짝였다.
“좋은 아이디어에요, 사모님.”
맞장구치는 박경국의 얼굴도 환하게 밝아졌다.
“사모님이 생각하시는 방법이 있습니까?”
“송우미디어에 유명한 연예인들 많잖아요.”
“아……!”
“연예인과 엮인 지저분한 스캔들을 만드는 거예요.”
“좋은 방법입니다.”
채연희는 결심한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스캔들을 조작할 팀을 만들어야겠어요.”
* * *
다음 날.
엄현태는 어제 현호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M&H 인베스트먼트로 넘어간 주식만 찾을 수 있으면, 이사들도 함부로 행동할 수 없을 텐데. 그 주식을 찾아 줄까?
‘어떻게 찾을 수 있다는 거지?’
물론, 나해철 대표와 주식 거래를 하면 된다.
하지만 유리한 위치에 있는 나해철 대표가 쉽게 주식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모르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건가?’
현호에게 그럴 방법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은 그가 특출한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시켰고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성국유통도 인수했다.
‘어떻게 하지?’
현호에게 찾아가는 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어젯밤 아내 배희진에게 얘기했을 때 그녀는 찾아가라고 했다.
-우선, 현태 씨가 송우건설의 완벽한 주인이 되는 게 중요해요. 송우건설도 못 가지면서 더 큰 것을 가질 수는 없어요.
아내의 말이 틀리지 않는다.
‘자존심 때문에 중요한 걸 잃어서는 안 돼.’
갈등하던 엄현태는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향했다.
* * *
[부회장님, 엄현태 사장님이 오셨습니다.]
최명준 실장의 목소리가 인터폰으로 흘러나오자 현호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들어오시라 하세요.”
잠시 후, 부회장실 문이 열리며 엄현태가 들어왔다.
“형, 어서 와.”
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으며 소파를 가리켰다.
“앉아서 얘기하자.”
엄현태는 아무런 대꾸 없이 현호가 가리키는 소파로 가서 앉았다.
이에 현호가 그의 맞은편으로 와서 앉자, 엄현태가 입을 열었다.
“내가 왜 왔는지 알지?”
“알아.”
“시간 낭비하지 말고 본론부터 얘기하자. 어제 내게 했던 말 무슨 의미야?”
“형이 원하면 M&H 인베스트먼트로 넘어간 송우건설 주식을 찾아오겠다는 얘기야.”
그의 대답에 엄현태가 의구심이 깃든 눈으로 물었다.
“네가 왜 그렇게 하겠다는 거야?”
“형은 나해철 대표가 송우건설 주식으로 뭘 할 것 같아?”
“뭐?”
“나해철 대표가 송우건설 주식을 가지고 있다가 적당한 때에 매도할 거라고 생각해?”
“그게 아니면?”
“나만 불안한 거야? 성국그룹은 나해철 대표가 송우그룹 여러 계열사의 대주주라는 걸 알아.”
“…….”
“성국유통을 잃은 안명기 회장이 나해철 대표를 접촉하지 말라는 법 없잖아?”
“아……!”
엄현태는 현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린 듯했다.
“나해철 대표가 소유한 송우그룹 계열사 주식 중에서 가장 버리기 쉬운 게 뭘까 생각하면, 나는 현태 형이 걱정되던데.”
“그 생각을…… 하지 못했어.”
엄현태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현호에게 언성을 높였다.
“야! 너 때문이잖아.”
현호가 성국유통을 인수하지 않았다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형, 말은 바로 하자. 기업 인수는 비즈니스고,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송우건설을 지켜야 하는 건 형의 일이고 책임이야, 안 그래?”
“야, 아이…….”
엄현태는 속상하기는 하지만 그의 말이 틀린 게 아니어서 대꾸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도와줄 건데?”
“형이 도와 달라고 해야 도와주지.”
“…….”
잠시 고민하던 엄현태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도와줘. 됐지?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나해철 대표를 접촉해서 다시 받아와야지.”
“그걸 누가 몰라? 나해철 대표가 쉽게 내주지 않을 테니까, 그게 문제지.”
“쉽지는 않겠지만 결국 우리에게 매도하도록 만들어야지.”
“무슨 방법이 있어?”
엄현태의 눈빛이 반짝였다.
“생각해 둔 계획은 있어.”
“아버지께도 네 계획을 얘기했어?”
“아버지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뭐……?”
놀란 엄현태의 눈이 커졌다.
“안명기 회장님이 나해철 대표를 접촉할 수 있다는 걸 아버지도 아셔야 하잖아?”
“아버지가 모를 거 같아? 아시기 때문에 아버지가 나해철 대표를 건드리지 않는 거야. 그렇지 않았으면 벌써 M&H 인베스트먼트는 큰 어려움을 겪었을 거야.”
“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던 엄현태가 번뜩 뭔가 생각이 난 듯 얘기했다.
“만약 나해철 대표가 정말 송우건설 주식을 성국그룹에 넘기면……?”
“그 책임은 현태 형이 지게 되겠지. 주식을 넘긴 건 형이니까.”
“……!”
엄현태의 얼굴이 조금 전보다 더욱 어두워졌다.
“현호야, 나는, 송우건설을 잃을 수 없어.”
“형이 송우건설에 얼마나 애정을 쏟았는지 알아. 형이 완벽한 송우건설의 주인이 되도록 내가 도울게.”
“…….”
엄현태가 의구심이 담긴 눈으로 현호를 응시하더니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송우전자 부회장이 되더니, 마음이 태평양처럼 넓어지기라도 한 거야? 아니면 날 송우그룹에서 쫓아내려는 작전인 거야?”
“형, 나는 아버지와는 달라.”
“무슨 뜻이야?”
“우리 관계를 아버지와 작은아버지 관계처럼 만들고 싶지 않다는 거야. 그래서 이번처럼 형을 도우려는 거고.”
“…….”
“의심스럽고 싫으면, 내 계획을 취소할게. 어쨌든 내 염려는 얘기했으니까, 내 도움이 싫으면 주식을 찾는 건 형이 하는 거고.”
“…….”
“내가 어떻게 할까? 형이 결정해.”
“…….”
엄현태는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생각했다.
나해철 대표를 상대로 송우건설 주식을 찾겠다는 마음이었다.
송우건설을 완벽히 장악하지 못하면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엄현태는 결심한 듯 무겁게 입을 열었다.
“현호, 네 계획대로 해.”
그의 대답에 현호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알았어. 내가 형의 주식을 찾아 줄게.”
현호는 안다.
그는 잃어버렸던 주식을 찾기 위해서라도 현호를 방해하지 못하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