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33
233화 스캔들 기사의 결과
영원할 것 같던 한여름의 폭염도 시간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는지 한층 더위가 꺾였다.
그사이 엄현식은 구속 영장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져 구치소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열기를 식혀 줄 소나기가 내린 후였다.
약속이라도 한 듯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연예 기사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S그룹 부회장의 연인으로 알려진 유명 배우 B씨, 갑자기 종적 감춘 사연은]
[S그룹 부회장과 연예인 K씨, 밀회 목격자 등장]
[S그룹 부회장의 파티에 초대받은 여자 연예인은?]
[데뷔하려면 사장에게 잘 보여라! S미디어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시각, 현호는 남현민 검찰총장과 통화 중이었다.
[오늘 나온 기사들이 사실이 아니라고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기사가 하나도 아니고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겁니까?]
“누군가 만든 겁니다.”
[누가요?]
“총장님께서 도와주시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현호는 남현민 검찰총장이 도와줄 것에 대해 얘기를 마쳤을 때였다.
“부회장님!”
최명준 실장이 심각한 얼굴로 부회장실로 들어왔다.
“부회장님으로 추측되는 허위 기사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나도 그 기사들을 읽었어요.”
“어떻게 이런 허무맹랑한 기사가 나올 수 있는지. 기사를 낸 언론사에 연락해서 기사를 내리게 하고 있습니다.”
“기사는 내려도 이미지와 기사 내용은 떠돌아다니겠죠.”
“누군가 부회장님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분명합니다.”
현호는 그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에요. 함께 거론되는 분들도 큰 피해를 보게 돼요.”
“안 그래도 송우미디어 사장님께서 연락이 오셨습니다. 회사 측에서 법적 대응을 하시겠답니다.”
“그래야죠.”
“그리고 송우전자 홍보부에 연락해서 허위 기사를 낸 언론사들을 상대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보도문을 발표하라고 했습니다.”
“잘했어요. 그리고 우리는 이 스캔들을 만든 범인을 만나러 가죠.”
“예……?”
순간 충격을 받은 최명준 실장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조심스레 다시 물었다.
“아, 저, 부회장님.”
“…….”
“방금 스캔들을 만든 범인을 만나러 가자고 했습니까?”
“그렇게 얘기했어요.”
“그자가 누구인지 안다는 말씀이세요?”
“내 명예가 훼손되어야 이익을 보는 사람이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짐작하는 게 어렵지 않아요.”
“아……!”
최명준은 현호가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바로, 현호의 형제자매였다.
“부회장님, 세 분 중 누구를 말씀하는 겁니까?”
“현주 누나와 현태 형은 아니에요. 현재 두 사람은 내가 곤란해져서 좋을 게 없어요.”
“아, 그럼 엄현식 사장님이겠군요?”
“스캔들 계획을 알고는 있겠죠. 하지만 구치소에 있으면서 이 계획을 직접 지휘하지는 못해요.”
“그러면 누가……?”
“직접 물으러 가보죠.”
“어디로 가시겠다는 겁니까?”
“성북동으로요.”
“예……?”
당황한 듯 눈을 깜빡이는 최명준을 본 현호가 싱긋 미소를 짓더니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큰형수 채연희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어머! 도련님, 혹시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연예 기사를 보셨어요? 도련님을 얘기하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이 아니지만, 저를 타깃으로 한 스캔들 기사에요.”
“어머나! 이를 어째요?”
애써 걱정스러운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현호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기사 당장 내리라고 언론사에 연락했어요?]
“예, 했어요.”
[빨리 조치를 취해서 다행이네요. 그런데, 제게 전화는 왜 했어요?]
“형수님에게 보여 드릴 게 있어서 만났으면 합니다.”
[제게 보여 줄 게 있다고요? 그게 뭐죠?]
“명운대학재단 기부금 입학 자료에요.”
[……뭐, 뭐라고 했어요?]
현호의 얘기에 깜짝 놀랐는지 잠시 말을 하지 못하던 채연희가 가까스로 더듬으며 얘기했다.
그녀가 이렇게 놀란 데에는 이유가 있다.
몇 년 전, 명운대학이 기부금을 받고 학생들을 입학시켰다는 보도가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명운대학은 곧바로 이런 사실을 부인했지만, 채연희가 맡아서 뒤로는 입학 브로커를 해외로 빼돌리고 자료를 폐기했다.
그녀가 재빨리 처리했기에 명운대학은 법적인 문제를 피할 수 있었다.
완벽하게 처리했다고 믿고 있었던 그 일을 현호가 얘기하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이에 현호가 설명하듯 대답했다.
“미스터 김이라는 브로커가 빼돌린 자료가 있어요. 그걸 제가 확보해 가지고 있어요.”
사실 브로커는 채연희로부터 해외로 나갈 돈을 받고 가지고 있던 자료도 그녀에게 넘겼다.
하지만 그는 그녀 몰래 사본을 만들어 해외로 빼돌리려고 했고, 그걸 알게 된 현호가 중간에서 가로챘다.
[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보여드릴 테니 지금 집으로 오세요.”
뚝. 현호가 전화를 끊자 의아한 표정의 최명준 실장이 물었다.
“부회장님, 왜 성북동입니까?”
“아버지가 계시니까요.”
“예……?”
“스캔들 기사가 허위라고 말한 우리 얘기를 아버지가 믿으실까요?”
“…….”
“아버지는 내 과거를 알고 계세요.”
“아……!”
최명준은 현호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현호의 비서가 되기 전, 최명준은 회장님의 막내아들에 관한 얘기를 비서실 선배들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회장님도 포기한 망나니.
하지만 송우문화재단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로 능력 있는 사업가가 되었다.
‘그렇다고 과거가 사라지진 않는다.’
이번 스캔들 기사는 엄상현 회장에게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몇 년간 사업에 전념한다고 믿었던 막내아들이 은밀히 과거처럼 행동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을 테니.
“내가 아버지께 스캔들 기사는 허위라고 얘기하는 건 의미 없어요. 형수님이 직접 얘기하게 만들어야 해요.”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최 실장에게 따로 부탁할 일이 있어요.”
“말씀하세요.”
“잠시 후에 남현민 검찰총장에게서 전화가 올 텐데, 알려 주는 사람을 만나세요.”
“알겠습니다.”
최명준의 대답을 들은 현호는 부회장실 밖으로 향했다.
* * *
“그럴 리가 없어.”
성북동 집으로 온 채연희는 거실을 서성이며 혼잣말을 했다.
그녀는 현호가 전화로 한 얘기를 떠올렸다.
-보여 드릴 테니 지금 집으로 오세요.
‘기부금 입학 자료를 보여 준다고?’
믿을 수가 없었지만, 그냥 모른 척 지나치기도 어려웠던 채연희는 현호의 말대로 성북동으로 왔다.
‘그 자료는 내가 다 폐기했어.’
그 당시 사건이 터진 다음 날 바로 브로커를 만나서 자료를 받아 없앴다. 그리고 브로커가 필리핀행 비행기를 탄 것까지 확인했다.
‘스캔들이 터지니까 불안해서 뭔가 꾸미려는 게 아닐까.’
절대 현호의 술수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을 때였다.
“형수님.”
현호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자신 곁으로 그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봉투를 들고 있었는데, 테이블 위에 놓았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니에요. 도련님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길래, 걱정돼서 온 거예요. 스캔들 기사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죠?”
현호는 그녀의 말뜻을 이해했다.
스캔들 기사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횡설수설 이상한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제 건강을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왕 오셨으니 제가 가지고 온 것을 한번 보시죠?”
현호가 봉투를 채연희에게 건넸다.
채연희는 봉투 속 문서를 꺼내 살피는데, 놀란 듯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 이, 이건…….”
자신이 폐기했다고 믿었던 자료들의 사본이었다.
“제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거 아시겠죠? 제가 가진 자료의 일부만 가져온 겁니다.”
“이, 이걸 어떻게 확보한 거예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형수님. 제 손에 이 자료가 있다는 게 중요하죠.”
현호의 대답에 표정이 어둡게 변한 채연희가 물었다.
“뭘 원하는 거예요?”
“아버지께 해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뭘 해명해 달라는 거죠?”
“이번 스캔들 기사는 사실이 아니고, 형수님이 꾸민 일이라고요.”
“예에?”
소스라치게 놀란 채연희가 잠시 말을 하지 못하다가 이내 정신을 차려 차분한 어조로 얘기했다.
“도련님 스캔들에 저를 끌어들이지 마세요. 저는 아버님께 거짓말할 수 없어요.”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이잖아요?”
“도련님, 억지 부릴 나이는 지났잖아요. 당황스럽네요.”
채연희가 잡아떼자 현호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사실을 확인시켜 드릴 수밖에 없겠네요.”
“뭐라고요?”
현호는 날 선 채연희의 반응을 무시하고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스피커 폰으로 바꾸었다.
[부회장님, 최명준입니다.]
“최 실장, 어디에요?”
[탑스타라는 연예신문사 사장님과 함께 있습니다.]
현호는 여러 연예신문사에서 스캔들 기사가 터지자마자 남현민 총장에게 연락했었다. 그리고 검찰 쪽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약점이 두드러진 곳을 찾아 알려 달라고 부탁했었다.
“아! 내 스캔들 기사를 낸 곳이군요?”
현호는 일부러 스캔들 기사를 얘기하며 채연희를 살피는데, 그녀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걸 포착했다.
[그렇습니다. 이곳 사장님께서 하실 얘기가 있다고 합니다.]
잠시 후, 수화기에서 낯선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부회장님.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 돈을 준다길래 넘겨받은 원고대로 기사를 송출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누가 원고를 주었습니까?”
[명운대학재단의 직원이 주었습니다.]
“명운대학재단 직원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죠?”
[돈과 원고를 받은 뒤 저희 기자가 몰래 미행해서 알아낸 겁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사용할 무기가 있어야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그 직원의 신상정보를 내게 보내세요.”
통화를 끊은 현호는 채연희를 쳐다보니, 그녀의 얼굴은 조금 전보다 더욱 어두워져 있었다.
“형수님, 저의 스캔들을 형수님이 만든 거라고 아버지께 사실을 얘기해 주시면, 기부금 입학 자료가 세상에 공개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도, 도련님, 뭔가 오해가 있으신 거 같아요.”
“오해요?”
“대학재단 직원 중 누가 신문사를 찾아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모르는 일이에요.”
현호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잘못을 재단 직원에게 덮어씌우고 그녀 자신은 빠져나가려는 것이다.
“그 직원이 저를 모함하는 스캔들을 만들 이유가 없잖아요.”
“그 이유는 저도 모르죠. 하지만 제가 지시하지는 않았어요. 정말이에요.”
“정말 직원이 독단적으로 했다는 겁니까?”
“그래요. 저는 정말 모르는 일이에요. 그 직원이 누구인지 알려주면 내가 직접 알아볼게요.”
“검찰에 그 직원을 고발할 수 있어요?”
“당연하죠. 우리 집안의 명예가 달린 일이에요.”
그녀의 대답에 현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본 채연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 웃어요?”
“형수님, 우리 대화를 녹음했어요.”
“……!”
현호는 안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내 보여 주자 채연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디링.
그때, 현호의 휴대폰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스캔들 원고를 전달한 명운대학재단 직원에 대한 정보가 도착한 것이다.
현호는 직원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남자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렸다.
[여보세요?]
“송우전자 부회장 엄현호입니다. 들려 드릴 게 있습니다.”
현호는 녹음기를 재생시켜 채연희가 그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직원에게 덮어씌우던 대화를 들려줬다.
대화 재생이 끝나자 현호가 직원에게 물었다.
“정말 독단적으로 한 일입니까?”
[아닙니다. 저는 채 교수님이 주신 봉투를 신문사에 전달만 했을 뿐입니다.]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현호는 냉정한 얼굴로 채연희에게 얘기했다.
“아버지께 얘기할 마음이 없으신 것 같으니, 기부금 입학 자료는 세상에 공개될 겁니다.”
현호가 봉투를 챙긴 후 거실 밖으로 나가려 할 때였다.
“잠깐만요!”
그녀의 다급한 외침에 현호가 뒤돌아봤다.
“할 얘기 있습니까?”
“하, 할게요. 아버님께 말할게요.”
“지금, 하세요.”
명령 같은 현호의 지시에 울상이 된 채연희가 엄상현 회장이 있는 서재로 향했다.
잠시 후.
똑똑. 채연희가 서재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엄상현 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그 소리에 긴 한숨을 내뱉은 채연희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