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제가 도왔습니다
단풍으로 가을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 갈 때쯤 최해식의 기재부 장관의 청문회 통과 소식이 전해졌다.
[국회 최해식 기획재정부 장관 청문 보고서 채택.]
그 소식을 듣게 된 현호는 나해철 M&H 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현호입니다.”
[부회장님, 안 그래도 전화를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일이 있는 건 아니고, 지난번에 송우건설 주식을 엄현태 사장에게 넘기는 문제를 적당한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시간이 상당히 지난 것 같아서 여쭤보려고 했습니다.]
그의 얘기에 현호는 미소를 지었다.
“그 얘기를 하려고 전화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때가 됐으니 이제 엄현태 사장에게 연락하세요.”
[알겠습니다.]
* * *
현호와 나해철 대표가 통화하던 그 시각, 엄현태는 혼잣말로 투덜거리고 있었다.
“얘기한 지가 언젠데 현호는 왜 여태 아무 말이 없는 거야?”
여름이 지나 가을이 깊어지자 그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고 있었다.
‘다른 속셈이 있어서 내게 거짓말을 한 건가?’
현호가 한 약속에 대해 의심이 깊어지던 때였다.
디리리리.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나해철 대표의 전화였다.
“어!”
엄현태는 순간 놀랐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전화를 받았다.
“엄현태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엄 사장님. 나해철입니다.]
“나 대표님, 오랜만이네요.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
[엄현호 사장님으로부터 연락받지 못했습니까?]
“서로 바쁘다 보니 최근에는 얘기할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엄현태는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가 전화한 이유를 알아차렸다. 송우건설 주식을 찾아 주겠다던 현호의 약속 때문인 것이다.
[그렇군요. 제가 가지고 있는 송우건설 주식을 엄 사장님께 넘기고 싶어서 연락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럼 만나서 자세한 얘기를 나눌까요?”
[만나야죠. 그 전에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무슨 얘기시죠?”
[주식을 넘길 때 대금은 일괄 지급을 해 주셔야겠습니다.]
“예……?”
엄현태는 순간 당황했다.
사실 송우건설 주식은 아버지 엄상현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이기에, 자신의 자금으로 거액을 주고 주식을 매수한 적이 없다.
해운시 택지개발이 실패하고 거액의 빚을 갚기 위해 송우건설 주식을 넘겼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돈으로 주식을 되찾아 와야 한다.
“나 대표님, 적은 돈이 아닙니다. 서로 합의하고 거래하는데…….”
엄현태의 말을 그가 끊으며 얘기했다.
[엄현호 사장과 그렇게 합의했습니다.]
“예……?”
[저는 자금을 빌려 드릴 때 나눠서 드리지 않았어요. 투자할 곳에 뭉텅이로 돈이 들어가는 게 저의 일이라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
[자금 준비가 충분히 되셨을 때 만나는 게 서로 일을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저는 그렇게 알고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통화가 끝이 나자 엄현태는 곧바로 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디리리리.
현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가 엄현태라는 걸 확인한 엄현호는 그에게서 전화가 올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현태 형, 무슨 일이야?”
[방금 나해철 대표와 통화했어.]
“그랬어? 잘됐네.”
[야, 뭐가 잘됐어?]
엄현태의 목소리에 짜증스러운 기색이 묻어 있었다.
[대금 일괄 지급을 해 주기로 합의했다면서?]
“형, 성국그룹이 나해철 대표에게 접근한 거 알아?”
[뭐?]
놀란 듯 엄현태가 말을 잇지 못했다.
“성국그룹에 넘어가지 않게 막으려고 내가 얼마나 애를 썼는데. 어쨌든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하고, 성국그룹을 상대하려니까 일괄 지급을 하게 됐어.”
상황을 이해한 엄현태가 좀 전보다 누그러진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 자금을 마련하려면 내 개인 자산을 처분해야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그러다 다시 성국그룹이 접근하면 어떡하냐?]
“송우건설 계열사에서 형이 처분할 자산을 매입할 수 있지 않아?”
현호의 얘기에 엄현태가 발끈해서 언성을 높였다.
[야! 그게 됐으면 내가 왜 자금 걱정을 해? 해운시 택지개발에서 발생한 채무하고 해외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메우는 데 계열사 여유 자금을 쓰고 있어.]
그의 대답에 현호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사실 송우건설 계열사에서 엄현태의 자산을 매입할 수 있지 않냐고 물었던 것은 그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일이었다.
송우건설과 그 계열사의 사정을 대충 알고 있는 현호이지만 엄현태에게서 직접 듣고 싶었다.
현호는 그의 대답이 자신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자 준비했던 얘기를 꺼냈다.
“아, 그럼 정말 형이 곤란하게 됐네.”
[곤란? 지금 누구 놀리냐?]
“대책을 마련할게.”
[무슨 대책?]
“송우미디어나 계열사에서 형이 처분할 자산을 매입하는 거야.”
[뭐, 정말이야?]
조금 전까지 까칠했던 그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송우미디어 사장이 꽤 까다롭다던데?]
“송우미디어나 계열사에서 필요한 자산이라면, 내가 송우미디어 사장에게 잘 얘기할 수 있어.”
[그래! 네 말은 듣겠지.]
“처분할 수 있는 자산 목록을 정리해서 여기로 와 줘.”
[그럴게. 우리 서둘러서 주식 찾자.]
“나도 그러고 싶어.”
통화를 끊은 현호는 다음 계획을 위해 엄현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수화기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현호야, 마침 연락 잘했어.]
“내 전화 기다리고 있었어?”
[사업 준비가 거의 끝났거든. 이제 인터뷰해도 될 거 같아?]
현호는 그동안 엄현주의 새 사업 런칭을 돕고 있었다. 그 준비가 끝나 갈 때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세상에 알리기로 했었다.
“알았어. 인터뷰 셋팅은 누나가 할 수 있지?”
[당연하지. 내 일인데.]
“기대하고 있을게.”
통화를 끊은 현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 *
며칠 후.
아침 식사 전 신문을 살펴보는 엄상현 회장은 인터뷰 기사에 시선이 멈추더니 이내 눈이 커졌다.
[엄현주 전 송우식품 사장, 새 사업 ‘헬스앤바이오’ 런칭.]
“이게 뭐야?”
자신이 전혀 알지 못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귀국 후 매일 밖으로 나돌아 다니더니…….’
엄상현은 집안에서 할 일이 없는 그녀가 쇼핑이나 친구들을 만나러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사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엄상현 회장은 곧 의구심이 들었다.
‘내 도움 없이 혼자 준비했다고?’
믿어지지 않았다.
작은 가게를 하나 오픈하는 데에도 자금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해 본 적 없는 새 사업을 준비하면서 자금부터 전문가 섭외까지 모두 혼자 했다고?
‘그럴 리 없어.’
누군가 분명 그녀를 도운 사람이 있는 것이다.
‘감히 내 명령을 어기다니.’
엄상현 회장은 딸 엄현주가 새 사업을 런칭한 사실이 기쁘기보다는 무척 언짢았다.
그는 그녀가 귀국해서 했던 말을 기억한다.
송우식품에 복귀해서 새롭게 해 보고 싶은 사업이 있다고 했다.
그런 그녀에게 엄상현 회장은 분명히 얘기했다.
-송우그룹을 위해 네가 뭘 할 건지는 내가 정한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자기 멋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자신의 권위가 무너진 것이다.
‘괘씸한…….’
디리리리.
그때, 엄상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최덕일 변호사였다.
“최 변, 조간신문 봤어?”
[예, 회장님. 그것 때문에 전화했습니다.]
“현주가 혼자서 새 사업을 런칭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외람되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도 같아. 분명 현주를 도운 놈이 있을 거야.”
엄상현 회장은 자신의 권위를 무너지게 만든 존재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누가 도움을 주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런데 회장님, 오늘 신문 기사를 보고 떠오른 미심쩍은 일이 있습니다.]
“미심쩍은 일?”
[엄현주 사장이 귀국 후 부회장을 자주 찾아왔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현호를 찾아왔다고? 왜?”
[엄현호 사장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냥 놀러 온 거라고, 자기가 부회장이 된 것에 심술을 부리는 것 같다고 얘기해서 의심하지 않고 넘어간 적이 있습니다.]
“음…….”
엄상현 회장은 현호의 대답이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엄현주라면 부회장이 된 현호를 무작정 찾아가서 심술을 부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그 일이 미심쩍은가?”
[집에서도 엄현주 사장과 부회장 사이에 다툼이 없었다고 박경국 과장에게서 들었습니다. 그게 가능한 일인지……. 한 번쯤은 크게 다투는 게 자연스러운 일 아니겠습니까?]
“아……!”
엄상현 회장은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엄현태 사장이 부회장실을 찾아왔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현태가? 찾아온 이유는 알아봤어?”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음…….”
엄상현 회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생각해 보니 지금껏 현주와 현태, 그리고 현호가 다투는 걸 보지 못했어.’
엄상현 회장은 자신이 후계자가 되었을 때를 생각했다.
집안에 아버지가 계셨지만, 자신과 동생 엄상철은 수시로 말다툼을 했고, 사소한 것에도 꼬투리를 잡아 신경전을 벌였다.
자신은 집안의 장남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동생 엄상철은 건수만 있으면 싸움을 걸어왔다.
‘그런데 막내가 부회장이 됐는데 집안은 조용했어.’
자신의 권위 앞에서 감히 딴소리를 못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야, 어쩌면…….’
자신이 모르는 일이 세 사람에게 일어났을 수 있다.
모르는 척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이에 엄상현 회장은 최덕일 변호사에게 얘기했다.
“자네의 염려를 알겠어. 내가 알아보지.”
통화를 끊은 엄상현 회장은 아침 식사를 위해 식구들이 모여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 * *
식당 테이블 상석에 앉은 엄상현 회장은 엄현주의 표정부터 살폈다. 평소와는 다른 들뜬 기색이었다.
엄상현은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조간신문에 네 사업 소식이 있더구나.”
“신문사와 인터뷰를 했는데 보셨어요?”
엄현주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귀국 후 나한테 얘기했던 그 사업이냐?”
“네, 아버지.”
“감히……!”
탕!
엄상현 회장이 높은 언성과 함께 테이블을 쳤다.
그 순간 식당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감히, 내 명령을 어기고 네 멋대로 사업을 시작해?”
“아버지는 제 사업에 대해 들어 보지도 않고 탐탁지 않게 생각하셨잖아요.”
엄현주는 아버지 엄상현 회장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시선을 피하지 않고 얘기했다.
“내가 반대하니, 스스로 준비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 그래서 정말, 누구의 도움도 없이 너 스스로 사업을 준비한 거냐?”
“…….”
엄현주는 사실 현호의 도움을 받았기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누구냐, 너를 도와준 사람이?”
“…….”
아버지 엄상현 회장이 물었지만 엄현주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엄상현 회장이 더욱 언성을 높여 물었다.
“누가 도왔냐고 물었다!”
“아버지, 제가 도왔습니다.”
현호가 둘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며 대답했다.
그 대답에 엄상현 회장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너였구나.”
“…….”
“현주가 여러 차례 부회장실을 찾아온 이유가 새 사업 준비 때문이었어?”
“그렇습니다.”
“왜!”
엄상현 회장이 버럭 언성을 높였다.
“나는 현주의 새 사업을 도와주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 그런데 네가 왜 도와줘?”
그의 서슬 퍼런 기색에도 현호는 아무런 동요 없이 대답했다.
“아버지의 지시를 받을 필요가 없어, 제 판단으로 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