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40
240화 송우그룹의 새 주인
“어서 오세요, 회장님.”
남현민 검찰총장이 우두커니 서 있는 엄상현 회장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엄상현 회장은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자리를 벗어날 수는 없기에 남현민 총장 맞은편에 앉으며 얘기했다.
“다른 분들이 함께 있을 줄은 몰랐네요.”
엄상현 회장은 최해식 기재부 장관과 나해철 대표를 향해 얘기했다.
“처남과 나 대표가 남 총장님과 아는 사이인 줄은 몰랐군.”
“오늘 처음 만났으니 아는 사이는 아닙니다. 물론, 나해철 대표도 그렇고요.”
최해식의 대답에 엄상현 회장이 뭔가 이상함을 느껴 미간을 찌푸렸다.
“세 사람이 서로 모르는 사이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함께 있는 거지?”
탁.
그때, 룸의 문이 열리며 현호가 들어오며 밝은 소리로 얘기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늦었습니다.”
“현호, 네가 어떻게……?”
깜짝 놀란 엄상현 회장의 눈이 커졌지만 현호는 개의치 않은 듯 자리에 앉으며 얘기했다.
“남현민 총장님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제가 기재부 장관님과 나해철 대표님을 초대했습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당혹스러워하는 엄상현 회장의 기색에 현호는 다음 말을 이었다.
“남현민 총장님과 잘 아는 사이라는 뜻입니다.”
“네가 남 총장과 잘 안다고?”
“그렇습니다, 회장님.”
두 사람의 대화에 남현민 총장이 끼어들었다.
“오래전부터 엄현호 부회장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도움……!”
순간 엄상현 회장은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남현민이 검찰총장이 되기까지 현호가 도왔다는 것이다.
‘지방으로 좌천이 될 뻔했던 남현민을 살린 게 현호였단 말인가?’
남현민 검사는 자신뿐만 아니라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으로부터도 버림을 받았다.
힘을 잃은 그는 지방으로 좌천될 위기였으나, 갑작스럽게 검찰총장이 바뀌면서 중수부장으로 승진했다.
“중수부장으로 승진할 때부터 현호를…….”
엄상현 회장의 말을 남현민 총장이 끊으며 얘기했다.
“그렇습니다. 그때부터 잘 지내고 있지요. 오늘 회장님과의 약속도 엄현호 부회장이 부탁해서 이뤄진 겁니다.”
그의 대답에 엄상현 회장은 최해식 기재부 장관과 나해철 대표를 쳐다봤다.
그들에게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현호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온 거야.’
그렇다면 그들 또한 남현민 총장처럼 현호와 특별한 관계라는 걸 깨달았다.
이에 엄상현 회장이 현호를 쏘아보며 얘기했다.
“이 자리를 만든 네 의도가 뭐냐?”
“아버지, 송우그룹을 위해 회장직에서 물러나시는 편이 현명한 선택일 겁니다.”
엄상현 회장은 어이가 없는 듯 눈을 부릅뜨며 얘기했다.
“그 누구도 나한테 명령할 수 없다는 내 말을 허투루 들은 것이냐?”
“뇌물 사건이 터졌습니다.”
“여상길의 사기극이야. 아!”
엄상현 회장이 뭔가 떠오른 듯했다.
“여상길을 폭로하게 만든 것도 현호 너야?”
“…….”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네가 꾸민 짓이 맞구나. 그런데 어쩌냐, 여상길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다 알아 버렸다.”
그의 말에 남현민 검찰총장이 끼어들었다.
“회장님, 뇌물 수사가 시작될 겁니다.”
“겨우 사기꾼이 떠든 소리로 날 수사하겠다는 겁니까?”
“사기꾼이 떠든 소리가 아니라 실제 리스트를 확보했습니다.”
“뭐요?”
놀란 엄상현 회장의 눈이 커졌다.
“보도는 되지 않았지만, 여상길 씨가 검찰에 뇌물 리스트를 넘겼습니다. 큰 규모의 특별수사팀을 꾸려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
“저도 그 리스트의 내용을 봤는데, 회장님의 수사와 구속은 피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그, 그 리스트는 가짜야!”
“가짜라고 생각하시면 꺼릴 게 없을 테니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시겠군요?”
“이런 협박이 내게 통할 거 같은가? 어림도 없어!”
엄상현 회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을 향해 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최해식 기재부 장관이 입을 열었다.
“기소되면, 송우그룹과 진행하려던 국책사업은 물론 신규 금융지원도 어려워질 겁니다.”
“뭐어?”
눈을 부릅뜬 엄상현 회장이 최해식을 노려봤다.
“그동안 송우그룹이 이룩한 성과가 모두 뇌물 덕분이었다고 국민들이 생각할 겁니다. 반성도 하지 않는 그런 기업에 세금을 쓴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요.”
“흥! 내가 회장직에서 내려오면 현호가 송우그룹을 장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어림없는 소리. 내가 송우전자의 최대주주야!”
엄상현 회장이 송우전자 최대주주라는 걸 강조한 이유는 있다.
송우그룹의 지주회사가 송우전자이기 때문이다.
“내일부터는 아닙니다, 아버지.”
엄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엄상현 회장을 담담히 보며 얘기했다.
“뭐라고?”
“내일부터 송우전자 최대주주는 접니다.”
“뭐어?”
엄상현 회장이 황당하다는 눈으로 쳐다보자 현호는 다음 말을 이었다.
“나해철 대표님 말씀해 주세요.”
현호의 지시에 나해철 대표가 엄상현 회장에게 얘기했다.
“M&H 인베스트먼트의 실소유주는 엄현호 부회장님이십니다.”
“뭐, 뭐어?”
소스라치게 놀란 엄상현 회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지금 M&H 인베스트먼트가 소유한 송우전자 주식 이외에도 내일 엄상희 송우호텔 사장님과 최유경 사모님이 소유하신 송우전자 주식을 매수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송우전자의 최대주주는 엄현호 부회장님이 되십니다.”
“뭐, 상희와 내 아내의 주식?”
충격에 중얼거리듯 내뱉는 말에 현호가 대답했다.
“두 분 모두 차명으로 소유하고 계셨고, 모두 제게 넘겨주기로 약속하셨습니다.”
“…….”
충격으로 인한 당혹스러움에 엄상현 회장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한동안 말을 하지 않다가 겨우 정신을 차린 듯 무겁게 말을 내었다.
“최대주주는 곧 다시 바뀔 거다. 이사회와 기관투자자는 내 편이야.”
현호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이사회와 기관투자자는 아버지 편이니, 최대주주는 곧 다시 바뀔 테죠. 그런데, 송우그룹의 자금줄은 이미 제 손에 있습니다.”
“뭐어?”
“송우생명의 대주주 M&H 인베스트먼트 외에 마이포춘 투자사의 실소유주도 접니다. 두 회사의 지분을 합하면 제가 최대주주가 됩니다.”
“……!”
“송우생명은 송우카드의 최대주주죠. 그리고 저 또한 송우카드의 이사이자 주식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
“송우카드는 송우증권의 대주주입니다. 그리고 이사였다가 해임된 박원식 씨가 자신의 주식 의결권을 제게 주었으니 최대주주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송우전자는 송우생명, 송우카드, 송우증권과 금융거래를 하고 있죠. 그 거래가 막히면 송우전자는 휘청일 겁니다.”
“송우그룹 회장이 되겠다는 놈이 송우전자를 무너뜨리겠다는 거냐?”
“송우전자가 무너지면 아버지가 책임지게 되시겠죠.”
“……!”
“아버지, 뇌물 사건만 책임지시겠습니까? 아니면 송우전자 부도까지 책임지시겠습니까?”
“…….”
엄상현 회장은 대답할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들, 남현민 검찰총장, 최해식 기재부 장관, 그리고 나해철 대표 모두 자신과 송우그룹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현호였다.
“오늘 모임은 여기까지 해야겠습니다.”
현호가 참석자들을 향해 얘기한 후 엄상현 회장을 담담히 쳐다봤다.
“아버지, 안타깝지만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을 겁니다. 송우그룹을 위해 현명한 선택 부탁드립니다.”
* * *
그날 이후, 엄상현 회장은 서재에 틀어박혀 지냈지만, 세상은 뇌물 리스트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검찰, 뇌물 리스트 사건 실체 확인]
[검찰, 송우전자 회장실 압수수색]
[검찰, 뇌물 리스트 사건 관계자 소환 시작]
[검찰, 엄상현 회장 소환 일정 조율]
똑똑.
서재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형님.”
엄상현 회장의 동생 엄상철이었다.
몇 년간 연락을 끊고 살았던 엄상철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엄상현 회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웬일이냐?”
“세상이 하도 시끄러워서…….”
엄상현은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세상이 자신과 관련된 뇌물 리스트 사건으로 소란스럽다는 것을.
“그래서 내 꼴이 어떤지 보러 온 거냐?”
“그래도 세상에 하나뿐인 형님이라 시골 내려가기 전에 인사하러 왔어요.”
“시골……?”
“내일 산영으로 내려갑니다. 그곳에 꽤 괜찮은 산림원을 만들었어요.”
“…….”
“형님도 형수와 한번 내려와요. 나이가 드니까 몸이 옛날 같지가 않아요. 좋은 공기 마시며 사는 게 최고인 거 같아요.”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예상하지 못한 말에 엄상현 회장은 당황스러웠다.
“나도 형님처럼 이랬어요.”
“뭐?”
“현호한테 송우미디어 뺏겼을 때, 세상이 원망스럽고 분했어요. 내가 다시 되찾고야 말겠다고 생각했죠.”
“……”
“그런데, 젊은 애들이 나보다 낫더라고요. 지금 송우미디어와 송우리조트가 성장한 거 보세요.”
“……!”
“우리식대로 밀어붙이는 게 통하는 시대가 아니에요.”
“……!”
“최덕일 변호사에게 들었어요. 사과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 정상 참작이 될 거라고.”
“…….”
“무거운 거 가지고 있지 말고 버리세요.”
“…….”
“그만 갈게요. 형수랑 산림원에 놀러 와요.”
엄상현은 엄상철이 서재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말없이 응시했다.
그가 나간 후, 최덕일 변호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왔다.
“회장님, 엄현호 부회장에게서 결정해 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어떻게 얘기할까요?”
“……최 변.”
말이 없던 엄상현 회장이 나지막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예, 회장님.”
“내가 송우그룹의 주인이 될 기회가 다시 있을까?”
“…….”
최덕일이 대답을 못 하자, 엄상현 회장은 짐작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현호를 만나 마지막으로 나를 위해 협상해 주게.”
그의 말뜻을 알아들은 최덕일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러겠습니다.”
* * *
엄상철이 산영으로 내려가고 며칠 후.
엄상현 회장에 관한 소식이 탑 뉴스로 전해졌다.
[송우그룹 엄상현 회장,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받다.]
[엄상현 회장,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
[검찰, 건강상의 이유로 엄상현 회장 불구속 기소]
검찰의 기소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엄상현 회장은 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엄상현 회장이 타고 있는 휠체어를 현호가 뒤에서 밀며 기자회견장이 마련된 곳에 나타났다.
차르르르.
카메라 플래시가 요란하게 터진 후, 엄상현 회장이 입을 열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합니다. 반성하고 책임지는 마음으로 오늘부터 저는 송우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납니다. 앞으로 송우그룹은 엄현호 부회장이 이끌 것이며 더 좋은 기업이 되어 국민께 신뢰받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엄상현 회장이 말을 마치자, 현호가 앞으로 나왔다.
“아버님을 대신해 사과 인사를 드립니다.”
차르르르.
현호가 허리 숙여 인사하자, 카메라 플래시가 또다시 요란하게 터졌다.
그리고 다음 날, 현호가 인사하는 사진과 함께 실린 헤드라인.
[송우전자 이사회, 새로운 회장직으로 엄현호 전 부회장을 선임]
[송우그룹을 이끌 새로운 리더, 엄현호 회장]
* * *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가고 새해를 맞이했다.
송우전자는 엄현호 회장 체재로 전환된 이후 첫 시무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회장님.”
회장실 문이 열리며 최명준 실장이 들어왔다.
“시무식 준비가 다 됐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 직원들에게 발표할 사업 내용입니다.”
최명준이 발표문을 건네자, 현호는 당부하듯 그에게 얘기했다.
“최 실장, 무리하지 말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다 나았습니다.”
그의 대답에 현호가 피식 웃는데, 여상길이 불쑥 안으로 들어왔다.
“회장님, 뭐 하십니까? 직원들 기다리는데.”
“여상길 인사팀장님.”
현호가 반가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자, 여상길이 얘기했다.
“자자, 올해가 새로운 원년이 아니겠습니까.”
“원년이요?”
최명준이 의아한 얼굴로 묻었다.
“송우그룹이 세계 최고가 될 원년이죠. 안 그렇습니까, 회장님?”
그의 물음에 현호가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
“당연하죠. 송우그룹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야죠. 그 길에 함께 가시죠.”
현호가 앞장서 시무식을 향해 걸어가자 최명준과 여상길이 밝은 미소로 뒤따랐다.
(돌아온 재벌가 막내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