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8
28화 대통령 주치의 쟁탈전
엄상현 회장의 서재.
“정말, 대통령 주치의를 만들겠다는 거냐?”
“네, 아버지.”
엄현주가 단호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대통령 주치의 아들의 병역 비리가 뉴스로 나온 후 엄상현과 엄현주는 거실에서 서재로 옮겨 와 얘기 중이었다.
“청와대 인맥도 없는 네가 무슨 수로?”
“있습니다, 인맥.”
“누구?”
엄상현의 눈빛에는 여전히 의심의 기색이 역력했다.
어떠한 말을 한들 믿지 않을 텐데, 말만으로 열심히 설명하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어 보였다.
“아버지, 성공해서 증명하겠습니다.”
“흠…….”
엄상현은 얼마 전 그녀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녀가 저렇게 자신감을 보이는 걸 보니 달라진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무언가 작업을 한 것이리라.
그렇다면 전혀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좋아, 해 봐. 단, 나와 송우그룹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말아라.”
그녀가 인맥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청와대 내 층층이 놓인 벽을 넘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심스러웠다.
실패확률이 높은 계획에 송우그룹을 끼워놓고 싶진 않았다.
“네, 아버지. 단, 성공하면 송우식품으로 복귀시켜 주세요.”
복귀는 단순히 그녀의 자리를 되찾는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송우병원으로 인사이동이 되면서 그룹 승계에서도 밀려났다.
즉, 복귀는 다시 승계 후보가 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성공만 해.”
* * *
엄상현과 엄현주가 얘기를 나누던 그 시각, 현호는 거실에서 엄현태를 조용히 응시했다.
가족들이 모두 자기 방으로 간 거실에서 엄현태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정말, 현주가 해낸다면…….’
송우식품으로 복귀하여 외식사업을 이끌며 라이스타 대표 자리까지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녀가 공언한 대로 능력을 아버지에게 증명하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의 미움을 받아 승계에서 밀려났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이번엔 도리어 자신이 승계 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막아야 하는데…….’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고민하던 그때, 현호의 중얼거림이 귀에 꽂혔다.
“누나가 얘기한 대로 안 될 텐데.”
“뭐라고?”
“어?”
현호는 일부러 놀란 척했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그냥 혼자 생각한 거야.”
“그 생각 얘기해봐. 현주가 얘기한 대로 안 된다고 했던 거 같은데?”
현호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약 형이 대통령이라면 재벌가와 연결된 의사를 주치의로 임명할 거야?”
“뭐?”
“정경유착이라는 여론이 들끓을 텐데, 그렇게 할 수 있겠냐고.”
“아……!”
MCB에서 보도한 뉴스를 본 이후로 줄곧 어두웠던 엄현태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래, 그거야!”
엄현태는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현호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 * *
“부사장님, 부르셨습니까?”
엄현태의 비서, 이지홍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퇴근 후의 호출인데도 그는 싫은 내색 없이 깍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비서, 급히 은밀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무슨 일입니까?”
“아버지와 남정수 송우병원장, 두 분 사이가 각별하다는 이야기가 기사로 나와야 해.”
“두 분의 기사요?”
“그래. 작은 것은 부풀리고, 없는 것은 만들어서라도.”
대통령 주치의는 아들의 병역 문제로 인해 사임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청와대에서는 새로운 주치의 후보를 골라내고 있는 중일 터였다. 어떻게든 그 후보군에 남정수 송우병원장이 오르는 것을 막아야만 했다.
그에 고민에 빠져 있던 찰나, 현호 덕분에 좋은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엄현주가 어떤 방법을 쓰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남정수 원장에게 논란의 여지를 만든다면 청와대는 그를 결코 주치의로 임명하지 못하리라.
“일간지와 주간지 중 어느 것으로 할까요?”
“일간지. 특집 기사로 만들어.”
“예, 알겠습니다.”
* * *
[대통령 주치의 채한구, 아들 병역문제를 사과하며 대통령 주치의 자리에서 사임.]
다음 날, 각종 신문사의 1면을 똑같은 내용의 기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설마 이런 식으로 기회가 찾아올 줄 몰랐던 엄현주는 바쁘게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
“비서실장과 사임한 대통령 주치의를요?”
“그래. 비서실장이 채한구와 가까운 사이고, 그를 주치의로 추천한 것도 비서실장이라는 내용으로 말이야. 아, 비서실장이 채한구가 재직하는 병원에도 자주 들렀다는 것도.”
새로운 대통령 주치의가 임명되는 과정에서 구진수 정무수석의 발언권이 강해지려면, 반대로 비서실장의 힘을 빼놓을 필요가 있었다.
전 대통령 주치의 채한구와 비서실장이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는 논란이 떠오른다면, 최소한 이번 일에서만큼은 발언권이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확인을 해 보지 않아도 괜찮은 겁니까?”
“그럴 필요 없어.”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
거짓 뉴스라도 비서실장이 이 사안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
똑똑.
“들어와요.”
문이 열리며 현호가 들어왔다.
“어머, 현호야. 어쩐 일이야?”
“누나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왔어. 바빠?”
“괜찮아. 신 비서, 내가 지시한 대로 처리해.”
“네, 실장님.”
비서가 두 사람에게 인사한 후 사무실 밖으로 나가자 엄현주가 먼저 말을 했다.
“차 한잔할래?”
“아니, 괜찮아.”
“나한테 할 얘기라는 게 뭐야?”
“음. 생각을 좀 해 봤는데…… 아무래도 말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현호는 많이 고민하다가 얘기하러 왔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사람 궁금하게, 뭐야?”
“누나, 정무수석에게 남정수 원장님을 추천할 거지?”
“당연하지.”
“내 생각에는 다른 의사로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뭐?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껏 남정수 송우병원장을 대통령 주치의로 만들기 위해 그림을 그렸었는데, 그걸 이제 와서 뒤바꾸자고 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남정수 원장은 대통령 주치의 후보에도 오르지 못할 확률이 높으니까.”
엄현주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구진수 수석의 도움을 받으면 후보에 오르는 것까지는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니라 생각했다.
그에 구진수의 발언권을 강하게 만들 방법만 강구하고 있기도 했고.
엄현주는 의아한 눈길로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
“누나가 송우병원장을 공개적으로 지명했으니까.”
“뭐?”
“송우병원 파업불참 뉴스가 나간 날, 누나가 가족에게 공개적으로 얘기했잖아. 송우병원장을 대통령 주치의로 만들겠다고.”
분명 그러기는 했다.
근데 그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
“가족들한테 그걸 이야기한 게 무슨 문제라는 거야?”
“가족들한테 이야기했으니 문제인 거야.”
“그게 무슨…… 아!”
그녀가 이제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송우병원장을 언급하지 않았으면 이런 걱정도 하지 않았겠지. 누나가 누구를 미는지 아는데, 작은형이 가만히 두고 볼까?”
“…….”
엄현주는 아니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마음속에서는 설마 송우그룹 사람이 송우그룹에 해가 되는 일을 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엄현주는 현호의 생각을 그냥 흘려들을 수 없었다.
애초에 대통령 주치의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것도 그였고, 그가 구해다 준 절판된 정무수석의 책 덕분에 만남의 결과도 좋았다.
지금 그가 얘기한 걱정도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것이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남 원장님 말고 다른 의사를 추천할까?”
“내 생각에는 우리 병원 의사가 아니어야 할 것 같아.”
“아니, 우리 병원 의사가 안 되면 아버지께 약속한 나는 뭐가 되니?”
그녀가 신경질적으로 대꾸했지만, 현호는 담담히 얘기했다.
“현재 우리 병원 의사가 아니라고 미래에도 아니라는 법은 없잖아.”
“뭐? 그게 무슨 말이야?”
현호는 그녀 앞으로 신문에서 잘라 온 기사를 놓았다.
엄현주의 눈이 그 신문으로 향했다.
라는 타이틀로 시작되는 기사는 장백진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그는 중원병원에서 재직 중인 의사이고 소화기내과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 또한 국제의료봉사단을 만들어 꾸준히 봉사 활동을 했다는 것.
“중원병원 장백진 전문의를 추천하라고?”
“일단 그 병원은 재벌과 관련 없으니까, 재벌 관련으로 딴지 걸 사람은 없을 거야. 그리고 실력도 있고, 좋은 일도 많이 하신 분이야. 청와대에서 좋아할 만한 분이지.”
“……!”
“전임 대통령 주치의 아들의 병역 비리 때문에 청와대가 받는 비난을 가라앉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
“그런데 리스크가 있잖아. 우리 병원에 오지 않겠다고 하면 어떡해?”
“신문 기사에도 나왔는데, 그분이 만든 국제의료봉사단이 있어.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로 중원병원에서조차 후원이 끊겨서 봉사단이 해체될 위기야. 우리 병원에서 적극 지원해 주겠다고 하면 어떨까?”
“대통령 주치의 얘기는 하지 말아야겠지?”
“당연하지.”
“나름 괜찮은 대안인 거 같네. 컨택해 볼게.”
엄현주의 얼굴에 기대감이 흘렀다.
“현호야, 고마워. 내가 생각하지 못한 거까지 챙겨줘서.”
“인사받을 일 아니야. 송우그룹이 잘되게 하는 일이잖아.”
현호가 겸양을 보이고 돌아간 후 퇴근 무렵이었다.
남정수가 허겁지겁 엄현주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원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엄 실장, 신문에 나와 회장님 얘기가 실렸어.”
남정수 원장이 그녀에게 신문을 건넸다.
신문을 읽는 엄현주의 눈이 커졌다.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남정수 원장은 엄상현 회장이 준 장학금으로 의대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 송우그룹 회장 일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정수 원장과 엄상현 회장의 관계가 비밀은 아니지만 이렇게 대중에게 공개되면 곤란하다.
재벌 회장과 가까운 의사를 청와대에서 주치의로 임명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현호 말이 정말 맞았잖아?’
엄현주는 이런 일을 꾸민 이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작은오빠, 엄현태.
자신이 송우식품으로 복귀하면 가장 손해 볼 사람.
‘이 오빠가 정말…… 한번 해보자는 거지?’
“엄 실장, 이렇게 신문에 나와 회장님 얘기가 실려도 괜찮은 거야?”
남정수 원장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아뇨, 괜찮지 않습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황당한 상황에 두 사람이 어이없어하는 그 시각, 현호도 기사를 읽었다.
“작은형, 예상을 안 벗어나네.”
디링.
혼자 중얼거리던 그때, 문자 알림 소리가 났다. 엄현주가 보낸 것이다.
[기사 봤어? 네가 예상한 일이 일어났어. 플랜B를 마련해 두길 잘한 거 같아. 성공한 후에 제대로 갚아 줄 거야.]
현호는 피식 웃었다.
전생에서는 가장 손발이 잘 맞았던 두 사람이었다.
함께 전략을 짜서 큰형과의 싸움에 대응했던 그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재밌는 싸움을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