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33
33화 욕망은 잠들지 않는다
현호가 송우미디어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는 소식에 다들 환하게 웃으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 세 남매는 제각기 생각으로 움직이기 바빴다.
“알아봤어?”
장남 엄현식이 박경국 과장을 호출해 물었다.
“확인해 보니, 현호 도련님이 송우미디어의 부도 위기를 해결하는 데 공헌했다고 합니다.”
“뭐? 작은아버지는 분명 대출금을 상환하셨어. 그런데 현호가 무슨 공헌을 했다는 거야?”
엄현식은 송우미디어의 부도 문제가 엄상철이 대출금을 상환한 것으로 해결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현호가 송우미디어의 부도를 해결했다는 게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 회장님께서 현호 도련님을 이용해서 모두를 속이신 것 같습니다.”
“뭐?”
박경국의 대답에 엄현식이 흠칫 놀랐다.
“엄상철 회장님이 어떻게 나오실지를 예상하고 미리 플랜B를 마련해 두셨던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플랜A로 진행하는 척하면서 현호를 이용해 플랜B를 가동하고 있었다고?”
“그렇지 않고서는 현호 도련님이 대표이사가 된 것을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내 아버지이지만, 머리 돌리시는 거 하나는 정말 끝내주신다. 아주 소름이 끼쳐.”
엄현식이 감탄 반, 푸념 반을 섞어 내뱉었다.
“그런데 왜 하필 현호야?”
“송우문화재단이 송우미디어 지분을 갖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아마…… 현호 도련님도 승계 구도에 넣겠다는 뜻이 있으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승계라는 말이 언급되자 엄현식이 인상을 찌푸리며 불평을 토해 냈다.
“하여튼 아버지는 뭐든 만족하는 게 없어. 내가 뭐가 부족해? 다들 장남한테 물려주는데, 우리는 지랄 맞게 경쟁이나 시키고.”
“어차피 그룹 승계는 사장님께서 하시게 될 테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당연하지. 하지만 다른 애들이 잘나가게 놔둘 필요는 없잖아. 뭐 좋은 생각 없어?”
“엄상철 회장님께 접촉해 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작은아버지한테?”
엄현식이 의아한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
“일이 이렇게 되어서 가장 절망하고 계실 분은 엄상철 회장님이십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송우미디어를 되찾게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누구와도 손잡으실 겁니다.”
“흠…….”
“엄상철 회장님을 통해 송우미디어 내부 임원들을 흔든다면, 현호 도련님은 알아서 자멸할 겁니다.”
“좋은 생각인 것 같네.”
엄현식이 박경국과 의논하던 그 시각, 차남 엄현태는 그의 비서 이지홍과 대책을 얘기하고 있었다.
“부사장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지금 생각해 보니, 아버지가 현호에게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허락한 속뜻이 있었던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처음부터 아버지 머릿속에 미디어 그룹이 있었고, 엔터테인먼트를 미디어 그룹의 한 축으로 만드시겠다는 의도셨던 거야.”
“……!”
완벽한 헛다리였으나, 엄현태의 비서는 감탄한 듯한 시선을 흘렸다.
“형이 생각하고 있을 건 뻔해. 지금쯤 분명 어떻게 송우미디어를 건드릴까 고민하고 있겠지. 나는 그사이 글로리 엔터테인먼트를 치면 되는 거야.”
“과연…….”
“이 비서, 글로리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건 뭐든지 상관없어. 전부 자세히 알아봐.”
“알겠습니다, 부사장님!”
그 시각, 엄현주는 현호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현호와 손잡으면…….’
아버지의 발표를 듣고 엄현주 또한 놀라고 당황스러웠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을 먼저 생각해 보았다.
송우식품으로 복귀해 라이스타를 다시 맡게 되었지만, 승계 구도에서 자신이 가장 불리한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고모를 보면 너무나도 명확하다.
결혼 지참금 명목으로 송우호텔을 받고는 더는 송우그룹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고 있었다.
아버지 엄상현은 구시대적인 발상에서 여전히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다행히 공로를 인정받았지만, 엄현주는 거기서 그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난, 고모와는 달라.’
고모는 호텔 하나로 만족했을지 모르지만, 자신은 송우식품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송우그룹의 주인이 되겠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오빠들과 경쟁하며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다만 이번 대통령 주치의 건을 해결하면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꼭 혼자서 싸울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마찬가지로 다소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는 현호라면 자신의 손을 기꺼이 붙잡을 터였다.
‘빨리 되갚아 줘야지.’
작은오빠 엄현태.
그는 자신이 고생해서 만든 라이스타를 빼앗으려 했다.
그것을 되갚아 주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을뿐더러, 언제 다시 자신의 뒤통수를 치려 할지 알 수 없는 상대였다.
그에 엄현주는 현호와 손을 잡으면 가장 먼저 엄현태를 무너뜨릴 생각이었다.
똑똑.
엄현주는 현호의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엄현주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누나, 무슨 일이야?”
현호는 의아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사실 그녀가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축하한다는 말로는 부족하잖아. 근사한 곳에 가서 축하 파티를 해 주려고.”
“와, 누나. 정말 고마워. 그런데 어떡하지? 내일 아침에 임원 미팅이 있어. 그 전까지 공부할 게 많아서 시간 내기가 어려운데.”
현호는 무척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런데 나, 너한테 조금은 섭섭해.”
“왜……?”
“아버지 계획을 알고 있었으면서 나한테까지 비밀로 했잖아.”
엄현주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현호가 송우미디어의 대표이사가 된 것이 엄상현의 계획이었다고 생각했다.
그 누구도 그것이 현호의 계획이었다고는 조금도 생각지 않았다.
“미안해. 아버지가 하시는 일이라 조심스러웠어.”
그녀가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인지 단숨에 알아차린 현호는 그에 맞장구쳤다.
오해를 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좋았다.
현호는 그녀의 오해를 바로잡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문화재단이랑 엔터 사업하면서, 송우미디어까지 컨트롤할 수 있겠어?”
“전부 신사업은 아니니까. 나야 다 도움받고 하는 거지. 누나도 많이 도와줘.”
“당연하지. 안 그래도 서로 도울 부분이 있을 거 같은데?”
예기치 못한 이야기에 현호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엄현주가 말을 이었다.
“글로리 엔터테인먼트에서 영화랑 드라마 만들 때 협찬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 장소 협찬도 괜찮고.”
“아아…….”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PPL(Product PLacement)이었다.
영화와 드라마에 라이스타 베이커리가 노출된다면, 마케팅 효과로 더할 나위 없을 테니까.
“고마워, 누나. 서로 윈윈할 수 있으면 좋지.”
“그거 말고도 서로 도울 부분이 있으면 돕자. 우리 것을 뺏기지 않으려면 너와 내가 협력해야 해.”
“……협력. 무슨 말인지 알겠어, 누나.”
이야기가 빙빙 돌았지만, 결국 이것이 본론이었다.
“내일 미팅 준비해야 할 게 많다고 했으니, 난 그만 가 볼게.”
“잘 자.”
엄현주가 방을 나서고 현호는 피식 웃었다.
서로를 위하는 척 떠드는 가식이 우습기 짝이 없었다.
현호는 엄현주가 가슴에 품은 욕망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협력을 제안한 건, 결코 함께 잘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나아갈 길에 이용하려는 것뿐.
그녀는 자신이 현호를 조정할 수 있으리라 굳게 믿고 있었다.
현호는 당분간 그 장단에 맞춰 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적절한 시기에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려 줄 것이다.
* * *
“아버지 죄송해요.”
서재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엄수경은 죄인이 된 심정이었다.
송우리조트를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이 계획을 시작했지만, 결국 대표가 되지도 못한 채 송우미디어를 빼앗기고 말았다.
“일어나.”
엄상철은 가라앉은 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모든 게 형님 때문이야. 처음부터 내 몫의 차명 재산을 숨기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야.”
“…….”
“생각해 보니 제삿날 내가 차명 재산을 얘기했을 때부터 계획한 거야. 내 자존심을 건드려 싸움을 걸게 하고, 현호더러 재단 소유의 지분을 네게 알려 주게 하면서 접근시켰겠지.”
“…….”
엄수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버지 말이 맞다면, 처음부터 자신은 큰아버지가 뿌린 그물망에 걸려든 고기였다.
하지만 그녀는 현호가 한 말을 기억했다.
-날 너무 원망하진 마. 처음 약속했던 대로 송우리조트는 살려 줄 테니까.
엄수경은 확신했다.
이것은 큰아버지가 아닌 현호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아버지가 그렇게 믿는 게 덜 비참하실 테니까.
“일어나.”
엄상철이 명령하듯 얘기했다.
이에 엄수경이 무릎 꿇은 바닥에서 일어나자 그가 나지막이 얘기했다.
“경영권을 다시 찾아올 불씨가 남아 있어.”
“예에?”
화들짝 놀란 엄수경. 죄송함에 숙였던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현호가 송우미디어 대표가 되었으니 그 애 형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어.”
“……!”
“그들 중 누군가는 내게 연락을 해 올 거야.”
“하지만…… 결국 아버지를 이용해 송우미디어를 차지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섣불리 움직이진 않을 게다. 그 애들에겐 송우미디어를 갖는 것보다 경쟁자를 낙오시키는 게 더 이득이니까.”
일리 있는 이야기였다.
현호를 제외한 세 남매가 송우그룹을 손에 넣기 위한 경쟁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현호가 끼어들었다. 그것도 송우미디어라는 거대한 회사를 손에 넣으며.
분명 그들로서는 거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너 같으면 싹수가 보이는 적을 뿌리까지 짓밟아 자라지 않게 할 거냐, 아니면 가엾이 여겨 뿌리를 남겨 둘 거냐?”
“뿌리까지 짓밟는 방법이…….”
“다시 내가 빼앗게 하는 거겠지.”
“연락이 정말 올까요?”
“반드시 올 거다.”
* * *
다음 날.
현호는 송우미디어로 출근했다.
그가 탄 승용차가 본관 입구 앞에 이르자 새 대표를 기다리고 있던 임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정렬해 섰다.
“반갑습니다, 엄현호 대표님.”
임직원들이 일제히 허리 숙여 인사했다.
너무 오버한다는 느낌이었지만 첫날이라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반갑습니다. 모두들 잘 부탁합니다. 혹시 이곳에 인사부장님 계십니까?”
현호가 임직원들에게 인사한 후 대뜸 인사부장을 찾자 모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새 대표의 출근 첫날부터 인사 폭풍이 몰아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 때문이리라.
“예, 제가 인사부장입니다.”
임직원들 틈에서 중년의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제 비서, 최명준 씨를 비서실장으로 인사 발령을 하려 합니다. 조치해 주세요.”
“아,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것으로 끝이 나자 모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호의 다음 말에 순간적으로 모두 경직되었다.
“감사실장님은 제 방으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