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34
34화 송우미디어의 새 시작
“사장님, 홍재혁 감사실장님 오셨습니다.”
최명준 비서의 안내로 홍재혁 감사실장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50대 중반인 그는 가르마를 타서 넘긴 머리에 희끗희끗 흰머리가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그가 깍듯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앉으세요.”
“예.”
홍재혁은 현호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그는 차분한 태도를 보이지만,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왜 아니겠는가.
새 대표가 다른 임원도 아닌 그를 처음으로 불렀으니.
“사장님,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감사실로 오신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5년 정도 됐습니다.”
“그동안 하신 일이 별로 없더군요.”
“뭐, 뭔가 오해를 하신 듯합니다. 감사실에서는…….”
뭔가 뜨끔했는지 그가 더듬으며 말을 했지만 현호가 잘랐다.
“개선 방안이라고 매년 몇 권씩 만들기는 했죠. 그런데, 몇 줄의 글귀만 조금씩 바뀔 뿐 달라진 게 없던데요.”
“아, 저, 그, 그건…….”
당황한 그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감사실장이 되기 전에 국세청에서 근무하셨고, 엄상철 전 회장님의 청탁 들어주다 징계로 잘리셨다는 거 압니다. 그래서 엄 회장님이 감사실에 자리 마련해 주신 거겠죠?”
“…….”
“그 고마움 때문에 사내 문제점은 덮고, 엉뚱한 보고서나 쓰며 좋은 세월 보내셨네요.”
“사, 사장님, 저는 회장님이 지시하시는 대로…….”
다급해진 홍재혁이 변명을 하자 현호가 끊었다.
“그러니 이사회에서는 송우미디어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믿었죠.”
“…….”
“어떻게 책임지실 겁니까?”
“사장님, 제 말 좀 들어 주세요. 제가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현호는 그가 이렇게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심각한 표정은 풀지 않은 채 대꾸했다.
“말씀해 보세요.”
“내부 규정은 사내 비리나 개선할 문제점을 발견하면 최고책임자에게 보고하고, 그래도 개선이 안 되면 이사회 의장에게 보고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못합니다.”
거대한 조직일수록 썩은 부분은 존재하긴 마련이었다.
그러한 현실을 모르는 현호가 아니었다.
“저는 한 집안의 가장입니다. 부모님을 부양하고, 애들 키우는 돈은 회사에서 나옵니다. 송우미디어는 엄 회장님 회사였습니다. 그러니 제가 어떻게 규정대로 일할 수 있었겠습니까.”
먹고살기 위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직장인의 애환.
그 자신도 바닥을 기며 힘겹게 기어올랐던 경험이 있기에 그러한 이들의 마음을 공감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일을 긍정해 줄 생각은 없었다.
결국 어떠한 행동이든 그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다. 그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했다.
그리고 홍재혁은 엄상철을 위해 부정한 일을 했던 책임을…… 엄상철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지게 될 것이다.
“홍 실장님, 회사는 개인 사정 봐줘 가며 이해해 줄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
“어떻게 책임지실지를 얘기하시면 됩니다.”
“그 말씀은…… 사직서를 쓰라는 겁니까?”
묻는 그의 안색이 어두워지는데 현호가 뜻밖의 말을 했다.
“감사실장으로서 책임지는 행동이 그것뿐입니까?”
“예? 그게 아니면 뭘…… 아!”
홍재혁이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진지한 눈빛으로 현호를 보며 얘기했다.
“회사가 부도가 날 뻔했습니다. 건실했던 회사가 왜 이렇게 됐는지 감사가 필요합니다, 사장님. 제대로 감사를 해서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으로 제 책임을 다하고 싶습니다.”
홍재혁은 현호의 뜻을 알아차렸다. 엄상철과 관련된 부정을 찾아내야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음을.
현호는 그에게 담담히 허락했다.
“그렇게 하세요.”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나가 보겠습니다.”
그가 일어나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 * *
송우미디어 음반사업부.
“아니, 이게 뭔 노래야?”
음반사업부장 정형동은 못마땅하다는 눈길로 곽상진 과장을 쳐다봤다.
곽상진이 가능성 있는 가수라며 들려준 데모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탓이었다.
“힙합입니다, 부장님.”
“뭔팝?”
“힙합이요.”
“아니, 뭐, 어쨌든 말만 주욱 내뱉고 노래가 없잖아.”
곽상진은 답답한 마음을 꾹 누르며 차분히 얘기했다.
“그게 노랩니다. 요즘 언더그라운드에서 뜨고 있는 장릅니다.”
“뭐, 언더그라운드? 이봐, 곽 과장 지금 제정신이야?”
“예……?”
“지금 회사 사정 몰라? 한시라도 빨리 성과를 올려야 하는 판국에, 이런 걸 내자고? 노래인지, 말인지 구분도 안 되는 이걸? 나 엿 먹일 생각이야?”
곽상진은 책상에 앉아 펜대만 굴리고, 업계 돌아가는 상황도 제대로 모르는 상사의 모습에 한숨이 흘러나올 뻔한 것을 간신히 억눌렀다.
가수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해서 무조건 음반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아무리 좋은 곡이라 할지라도 알려지지 않는다면 묻히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현재 송우미디어는 재정 악화로 인해 제대로 된 마케팅을 동원하기가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 송우미디어와 계약을 하여 음반을 내려는 가수는 없었다.
그 와중에 간신히 괜찮은 가수를 찾아냈는데, 부장이 저렇게 나오니 힘이 빠졌다.
곽상진은 정형동을 설득하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부장님, 힙합은 아직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타깃이 분명한 음악입니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들은…….”
“됐어. 발라드가 없으면 트로트 쪽이라도 알아봐.”
정형동이 명령하듯 말을 마쳤을 때였다.
디리리리.
내선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음반사업부장 정형동입니다. 아, 예. 저도 참석합니까? 곽 과장까지요? 아, 예,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정형동이 곽상진에게 얘기했다.
“사장님이 확대 간부 회의를 소집하셨어. 자네까지 참석하래.”
“저도요? 왜요?”
“가 보면 알겠지.”
“예.”
곽상진은 앞서가는 부장의 뒤를 따라 사무실을 나갔다.
* * *
송우미디어 대회의실.
사장이 오기를 기다리는 간부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회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모두 말조심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참석자들이 서로 어색한 눈길만 주고받고 있을 때였다.
회의실 문이 열리며 현호가 들어오자 간부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으세요.”
현호가 상석에 앉으며 얘기하자 모두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들의 시선이 모두 현호에게로 향했다.
그 시선이 무얼 의미하는지 아는 현호가 입을 열었다.
“인사나 하자고 모이지 않았다는 건 다들 아실 테니,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
“여러분은 아실 겁니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는 거. 그 이유로는 빠르게 변하는 미디어 시장을 예측하지 못하고 안일한 방식으로 운영한 탓이 큽니다.”
“…….”
“송우미디어가 위기에서 벗어나 성장할 방법은 미디어 시장에 맞게 변화하는 겁니다. 그 일환으로 VCD 및 CD 생산 공장은 하나만 남기고 즉시 매각하고, 그 공장도 몇 년 내에 매각할 겁니다.”
간부들의 웅성거림이 회의장에 퍼졌다. 특히 생산부에서 온 간부들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하지만 현호는 담담히 계속 얘기를 이어 갔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고 있고, MP3 플레이어도 나왔습니다. 음악이나 영화는 이제 인터넷을 통해 다운받아 듣고, 보는 시대가 됐습니다.”
“저, 사장님…….”
억울한 표정인 간부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말씀하세요.”
“생산부 부장입니다. 생산부는 여러 부서와 연결된 회사의 중요한 부서입니다. 저희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회사가 어렵다고 저희부터 자르는 게 말이 됩니까?”
“부장님, 회사가 어려워서 부서를 없애는 게 아닙니다. 앞으로 그 부서에서 할 일이 없어질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예?”
그의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을 보며 현호는 재무이사를 불렀다.
“재무이사님.”
“예, 사장님.”
“생산부 직원들에게 CD 판매가 어느 정도 기울었고, 앞으로의 전망을 자세한 데이터와 함께 알려 주세요. 그래야 사정을 이해하실 테니까요.”
“예, 사장님.”
“퇴직 희망 기간에 퇴직을 신청하시는 분께는 퇴직금 이외에도 위로금을 드릴 생각입니다.”
“…….”
“그리고 생산부 직원만이 겪게 될 문제는 아닙니다. 앞으로 새 사업부를 신설함에 따라 구조 조정이 있게 될 겁니다. 송우미디어 퇴직자가 신설되는 새 사업부에 취업을 지원할 때는 가산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새 사업부라고 하셨습니까?”
화들짝 놀란 다른 간부가 의아한 듯 물었다.
“네.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기존의 음반사업부를 음악사업본부로 확대하고 새롭게 콘텐츠사업본부와 공연사업본부를 만들 겁니다.”
모두 현호의 얘기는 들었지만 이해가 안 되어 멍한 표정이었다.
그러자 현호는 간부들을 둘러보다 한 사람을 호명했다.
“이곳에 곽상진 과장님 계십니까?”
“아, 예! 접니다.”
갑자기 이름이 호명되자 구석에 있던 곽상진 과장이 놀라 벌떡 일어났다.
‘앳된 얼굴은 그대로네.’
곽상진.
그는 전생에 송우미디어의 음반사업부에서 근무하다 상사와 마찰로 인해 퇴사한다.
그리고 작은 기획사에 들어간 그는 그곳을 순식간에 대형 기획사로 키워 냈다.
놀라운 점은 앞으로 탄탄대로가 펼쳐진 삶을 포기하고, 그가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곽상진은 결국 자신의 회사를 전 세계에 통용되는 방송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로 만들었다.
현호가 송우미디어를 욕심냈던 이유는 사업체 자체가 탐이 났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곽상진이라는 인물이 있기 때문이었다.
“곽 과장님, 앞으로의 음악 유통은 어떻게 될까요?”
“아, 제 생각이 틀릴 수도 있어서…….”
모든 간부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그가 말하기를 주저했다.
“괜찮습니다. 편하게 의견을 말해 보세요.”
“제 생각에는 과도기가 있겠지만, 미래에는 음반이 아닌 음원으로 유통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음반을 판매하는 레코드점이 사라지고 음원 유통 매체가 생길 겁니다.”
“……!”
간부들이 이제야 이해한 듯 보였다.
기존의 유통 플랫폼이 사라지고, 새로운 플랫폼이 나타남에 따라 사업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그것뿐입니까?”
“아뇨. 기존의 지상파 또는 케이블 방송에서 하는 음악 방송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개인이 하는 음악 방송들이 생겨나리라 예상됩니다.”
곽상진은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었다. 비록 아직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깨닫지 못했지만.
현호는 그가 이곳에서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줄 생각이었다.
“송우미디어에서 가수들의 음반 작업을 도우면서 개선되었으면 했던 게 있으면 하나만 얘기해 주세요.”
“아, 그게…… 가수들의 성장이나 변화를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현호는 짐작이 되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부탁했다.
“한 가수의 음반 작업이 끝나면 그 가수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건 다음 음반 작업 때입니다. 다시 만났을 때 음악성이 변하거나 목소리가 변해 있는 등 여러 변화가 있습니다. 그게 가수나 회사에게 좋을 때도 있지만, 안 좋을 때도 있습니다. 어쨌든 저의 일과 무관하지 않은데, 어떤 것도 컨트롤할 수가 없습니다.”
“얘기해 줘서 고맙습니다.”
그가 자리에 앉자 현호는 다시 간부들을 향해 얘기했다.
“미디어 산업은 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빨리, 더 새로운 방식으로 달라질 겁니다. 지금 우리가 한발 앞서 대응하지 않으면 송우미디어는 도태될 겁니다.”
“…….”
“송우미디어가 새롭게 변하기 위해 음악사업본부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본부의 구조를 세우는 게 중요합니다.”
“…….”
“그 구조를 만드는 프로젝트 팀장을 발표하겠습니다.”
순간 현호를 보는 간부들의 눈에 호기심과 기대감이 깃들었다.
“프로젝트 팀장은, 곽상진 씨입니다.”
“예!?”
모두가 놀랐지만, 곽상진이 가장 놀라 저도 모르게 소리를 높였다.
그 모습을 보며 현호는 싱긋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