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38
38화 아버지와의 담판
엄상현 회장 가족은 평소처럼 식당에 모여 식사 중이었다.
별다른 대화 없이 식사가 이어지던 그때, 큰며느리 채연희가 그 고요를 깼다.
“아버님, 현주 아가씨 시집 갈 때가 됐나 봐요. 학교에 있는 저한테도 맞선 요청이 들어오네요.”
엄현주는 못마땅한 시선으로 채연희를 쏘아봤다. 그녀가 자신에게 관심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닌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현주의 따가운 눈총에도 그녀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제게 들어오는 제안을 어머님께 전해 드릴까요?”
“새언니.”
엄현주가 얼른 끼어들었다.
“작은오빠가 먼저예요. 찬물도 위아래가 있죠.”
“어머, 아가씨. 요즘은 그런 거 안 따져요. 은근히 보수적이네요.”
그렇게 말다툼이 일어나려던 찰나.
“여보.”
엄상현 회장이 입을 열었다.
“현태 혼처 좀 알아봐. 큰아기 집안과 연결해 준 그 사람한테 부탁하면 될 거 같군.”
엄상현은 순서에서는 엄현주의 주장대로 했다. 하지만 채연희 집안을 언급하는 것으로 그녀의 면을 세워 주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그럴게요.”
최유경이 대답한 후 현호가 입을 열었다.
“작은형, 그 직원 바꿔야겠어.”
“응?”
엄현태가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다른 가족들도 무슨 얘기인가 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현호는 태연하게 다음 말을 이었다.
“글로리 엔터테인먼트 소속 감독 뒷조사한 직원 말이야.”
“……!”
순간 엄현태가 당황한 기색을 띠었다.
다른 가족들은 두 사람의 분위기를 유심히 살피는데, 엄상현 회장은 이미 파악이 된 듯 무덤덤하게 식사를 했다.
“뒷조사를 할 거면 조심스럽게 해야지, 그렇게 서툴게 하니까 바로 들키잖아. 그런 사람한테 무슨 일을 맡길 수 있겠어?”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엄현태는 엄상현의 표정을 빠르게 살핀 후 발뺌했다.
“형은 모르는 일이야? 그럼 충성심이 지나친 직원의 개인 일탈이겠네.”
이곳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는 없었다.
현호에게 중요한 건 엄현태가 동생을 상대로 무슨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그의 허술한 정보 수집 능력을 엄상현 회장과 가족이 알게 하면 되는 것이다.
“그 직원 찾아서 우리 감독한테 사과하라고 해. 안 그러면 시끄러워질 거야.”
“뭔가 오해가 있었던 거 같은데 한번 알아볼게.”
현호의 대화가 끝나자 엄현주는 그에게 눈빛을 보냈다. 시작하겠다는 신호였다.
엄현주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참! 작은오빠도 철도공사 유휴지 개발사업 입찰할 거지?”
그녀의 물음에 엄현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그 사업을 어떻게 알았어?”
“동창 모임에 가서 들은 거야.”
그러자 장남 엄현식이 끼어들었다.
“그거는 내가 할 거다. 현태는 중동 공사 건으로 바빠.”
그의 대답에 엄현호는 속으로 웃었다.
전생의 엄현식은 실제 그 개발사업권을 획득하고 공사를 완료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그럼 작은오빠는 안 하는 거야? 난 성국건설도 입찰한다길래 송우건설도 하는 줄 알았지.”
현호의 계획대로 엄현주가 준비한 얘기를 하자, 예상한 대로 엄상현이 날카로운 음성으로 먼저 반응했다.
“성국건설이 한다고?”
“성국건설 사장이 제 대학 선배잖아요. 동창 모임에서 얘기 들었어요.”
엄상현의 예민한 반응이 무슨 의미인지 아는 엄현태가 얼른 엄수경에게 대답했다.
“안 하기는 왜 안 해? 이미 준비하고 있어.”
그의 말에 화들짝 놀란 건 엄현식이었다.
“야, 그건 내가 한다고…….”
“송우건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 없어.”
엄현식이 차마 큰소리를 내지 못하고 엄현태를 째려봤다.
그때, 어머니 최유경이 개입했다.
“아버지 식사하신다. 일 얘기는 식사 마치고들 해.”
서로 노려만 볼 뿐 얘기하지 못하는 엄현식과 엄현태.
가족들은 다시 조용히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 틈에 엄현주가 현호에게 어때? 라고 묻는 눈빛을 보냈다.
이에 현호는 잘했다는 대답을 눈빛으로 보냈다.
* * *
“이 자식이 내 뒤통수를 쳐?”
“진정하세요, 사장님.”
식사 후 엄현식은 박경국 과장을 호출해 큰 별관 응접실에서 만났다.
엄현식은 속에서 화가 솟구쳐 응접실을 서성이며 얘기했다.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그 자식이 나보고 하랬어. 자기는 중동 공사 건으로 바쁘다고. 그런데 성국건설 얘기가 나오니까 안면을 싹 바꿔 자기가 하겠대.”
“경쟁자가 늘어났을 뿐 아무도 사장님을 이길 수 없습니다.”
순간 엄현식이 멈칫하며 박경국을 쳐다봤다.
“사장님, 기회입니다. 둘째 도련님과 성국건설을 이긴다면 사장님의 승계는 더욱 단단해질 겁니다.”
“아……!”
“더구나 사장님은 이미 둘째 도련님보다 준비에서 앞서 있습니다.”
엄현식은 유휴지 개발사업 입찰을 위해 이미 컨소시엄 구성을 마친 상태였다.
“자신 있게 밀고 나가십시오.”
“당연하지. 현태 그 자식이 한 입으로 두 얘기하니까 화가 났을 뿐이야.”
조금 전과는 달리 엄현식의 얼굴이 밝아졌다.
“철도공사 사장과 만나야 합니다.”
“이미 약속 잡았어. 그런데 사장만 믿고 있을 수는 없잖아.”
“사업단이 꾸려질 겁니다. 사업단을 이끌 단장 자리에 우리가 미는 후보자가 앉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단장 추천위원회 위원들에게도 손을 써야 하는데…….”
“사모님과 얘기해 보세요. 명운재단의 인맥을 활용하면 위원들에게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겁니다.”
“아! 그러면 되겠네!”
엄현식이 박경국 과장과 대화하던 그 시각, 엄현태도 이지홍 비서와 방법을 얘기 중이었다.
“형은 나보다 앞서 있어.”
“컨소시엄 구성부터 진행하겠습니다.”
“할 게 많아. 형은 단장 후보자도 이미 정해 놨을 거고, 철도공사 사장과도 만날 거야. 우리도 서둘러야 해.”
엄현태는 마음이 바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승계를 다투는 형과 정면 승부를 겨루게 된 것이다.
“단장 후보자를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공사 사장이 우리를 만나려 할까요?”
“쉽지 않겠지. 형님과 형수가 갖춘 인맥으로 방해하면.”
“틀림없이 만나지 못하게 할 텐데…….”
비서가 말끝을 흐리는데, 엄현태가 뭔가 생각이 난 듯 얘기했다.
“이 비서, 철도공사 사장까지 한 남자가 원하는 게 뭘까?”
“예?”
“공사의 사장을 또 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엄현태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던 비서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아! 권력?”
“그렇지! 강성현 의원이 건교부 상임위에 있지?”
“그렇습니다.”
“약속 한번 잡아 봐.”
“알겠습니다.”
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남자가 원하는 건 정치권력을 갖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 미끼를 던져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말이야, 이 비서…….”
엄현태가 손가락으로 이마를 만지며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자 의아한 듯 이지홍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부사장님, 다른 일이 또 있습니까?”
“우리가 글로리 엔터테인먼트를 조사하는 거 현호가 알았어.”
“아……! 죄송합니다.”
“거기 감독 뒷조사했었어?”
이지홍은 뒤를 밟힌 원인이 감독의 뒷조사 때문임을 알아차렸다.
“아, 예. 직원 중 믿을 만한 후배에게 지시했습니다. 신중하게 하라고 당부했는데…… 죄송합니다.”
“감독에게 가서 사과하라고 해. 회사나 우리 끌어들이지 말고.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예. 부사장님께서 심려하는 일 없도록 잘 조치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글로리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좀 건진 거 있어?”
“아, 그게 확신은 없는데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엄현태의 눈에 호기심이 들어찼다.
“뭔데?”
“글로리 엔터테인먼트의 주주 중 M&H 인베스트먼트가 있습니다.”
“그런데?”
“막내 도련님께서 미국으로 출장 갔던 날, 그 투자사 대표도 같은 비행기를 탔습니다.”
“현호랑 그 투자사 대표가 같이 미국에 갔다는 거야?”
“그게 확실치 않습니다. 귀국 날이 다르거든요.”
“그럼 서로 다른 일로 간 거겠지. 나도 출장 갈 때 친구와 일정이 겹칠 때가 있으니까.”
“그렇기는 한데…….”
찝찝해하는 이지홍의 표정이 풀리지 않자 엄현태가 덧붙였다.
“그럼 한번 알아봐. 그러다 뭔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예, 부사장님.”
* * *
똑똑.
서류를 검토하던 엄상현 회장이 문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들어와.”
문이 열리며 현호가 들어왔다.
엄상현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전 그에게 의논할 게 있다고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그래, 나와 의논할 게 있다고?”
“네, 회장님.”
아버지라 하지 않는다는 건 회사 일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말해 봐.”
“글로리 엔터테인먼트 사장으로서 회장님께 제안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어떤 제안이지?”
현호는 가지고 온 기획안을 그의 책상 위에 놓았다.
그 문서에 엄상현의 미간이 꿈틀했다.
“이게 뭐냐?”
“읽어 보시고 판단해 주세요.”
“그러지.”
영화가 관객에게 오기까지에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 단계는 투자, 제작, 배급, 상영이다.
글로리 엔터테인먼트는 현재 투자에서 배급까지 해결된 상태이다.
하지만 상영은 아니다.
그래서 현호가 이곳에 온 목적은 ‘상영’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미래에는 대부분 멀티플렉스 상영관이지만, 지금은 하나둘 생기는 시기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은 아니었다.
백화점 내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생기면 이로운 점이 있다.
영화를 보러 온 관객으로 인해 방문자의 유입이 많이 늘어나고, 영화 관객이 쇼핑 고객으로 전환되어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까지 할 수 있어, 백화점의 홍보 및 인지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흠…….”
기획서를 다 읽은 엄상현 회장이 입을 다문 채 생각에 잠겼다.
좋은 징후였다.
만약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문서를 책상 위로 휙 던져 버렸을 것이다.
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
“결국 송우백화점에 극장 사업을 하라는 거 아니냐?”
“그렇게 되면 상영관 문제도 해결됩니다. 저희가 만든 영화가 상영관이 없어 개봉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돌려 말할 필요가 뭐가 있어? 만든 건 수익을 내겠다는 거 아니냐.”
엄상현은 현호의 대답 그 이상의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상영관이 있다는 것은 관객에게 어떤 영화를, 얼마 동안 보여 줄지에 대한 권한을 쥐고 있는 것과 같다.
그 권한을 이용해 글로리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영화의 이익을 높일 수 있다.
다만 구미가 당기는 사업이기는 하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다.
“땅 있다고 집 지을 수 없듯이, 극장 사업도…….”
현호는 그의 말을 끊으며 끼어들었다.
“회장님이 관심 없으시면, 다른 기업을 찾아가도 되겠습니까?”
“……!”
엄상현은 속으로 꽤 당황했다.
그는 현호가 사업적 능력이 있고, 추진력 또한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다른 기업을 찾아가겠다는 그의 말을 허투루 들을 수 없었다. 만약 자신이 긍정의 대답을 하지 않으면 정말 다른 기업을 찾아갈 것이다.
엄상현은 현호를 흘겨보며 부루퉁하게 얘기했다.
“의논하러 온 게 아니라 담판하러 왔군.”
그의 말에도 현호는 흔들리지 않고 얘기했다.
“회장님, 결정해 주시죠.”
물러서지 않는 현호를 보며 엄상현은 결정해야 했다.
“백화점 신축을 계획 중인 게 있다. 그 계획에 네가 말한 상영관까지 넣으라고 지시하마. 자세한 것은 백화점 사장과 얘기해. 상영관 확대는 그 운영을 보고 결정하마.”
“감사합니다, 아버지.”
현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담판…….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기는 것은 현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