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48
48화 성북동의 새 식구
[성국건설, ‘탁호진 단장을 만난 적도 없어’, 루머는 사실무근.]
[성국건설, 허위 사실에 법적 대응 고려.]
철도청 유휴지 개발 특혜와 관련해 성국그룹을 끌어들여 엄현식을 보호하겠다는 최덕일 변호사의 작전이 먹혀들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으로 인해 송우중공업이 묻히고 성국건설이 떠올랐다. 그러자 검찰에서도 빨리 마무리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성국건설의 법적 대응 반응이 나오고 얼마 후, 검찰은 송우중공업을 무혐의로 결론 내고 철도공사 사장을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차려 준 밥상도 못 먹는 주제에.”
엄현태는 송우중공업 무혐의가 기분 나빴다.
큰형 엄현식은 개발사업을 거의 획득한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막판에 엎어졌다.
자신의 실수보다 더 한심하다고 느끼는 엄현태.
하지만 아버지 앞에서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아버지,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서재로 들어온 그는 엄상현 회장이 앉은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뭐냐?”
“김포공항 활용 방안이 오늘 저녁 뉴스에 나올 겁니다.”
“회사 사람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공항 공무원이 인터뷰했습니다. 스카이 빌리지라는 테마로 복합문화공간을 만든다는, 우리가 알려 준 내용대로 인터뷰했습니다.”
“잘했어. 지금 우리가 드러나서 좋을 게 없어.”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곧 문서로 보고드리겠습니다.”
엄상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기색을 띠었다.
* * *
“현호야, 어제 저녁에 연락받았다.”
고급 레스토랑 룸에서 만난 최해식.
현호는 그의 목소리에서 들뜬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차관 준비하라고.”
“축하해요, 외숙부.”
사실 어젯밤에 만나자는 그의 연락을 받고 승진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의 경쟁자였던 김형희는 해외 도박이 뉴스로 보도되면서 사과와 함께 사직서를 내고 이미 재경부를 떠났다.
“네가 도와준 덕분이야. 어떻게 해외 도박을 알게 된 거냐?”
“중요한 건 나라 경제를 도박하는 사람에게 맡길 뻔한 걸 바로잡았다는 거죠.”
“어, 그렇기는 하지.”
“외숙부는 잘하실 거예요.”
“바라던 일인데, 막상 연락받고 보니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해. 어떻게 알았는지 아침에 몇 사람에게서 축하 전화도 받았다.”
“벌써요? 설마 민원성 축하 전화는 아니겠죠?”
“하하하, 왜 아니겠냐.”
최해식은 고개를 젖혀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통화 내용의 반 이상은 민원이지. 공기관에서 어떤 사업을 하려고 해도 재정이 필요하니까.”
“요즘 어떤 민원을 많이 받으세요?”
“여러 가지 다양한데, 아무래도 민생과 연결된 신도시지. 수도권으로 사람들은 점점 몰려드는데 집은 없고, 값만 올라가고 있으니.”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먼저 신도시 얘기를 꺼내서 다행이었다.
“정부에서 신도시 개발을 계획하는 것으로 아는데, 진행이 안 되는 건가요?”
“그게 여러 가지 복잡한 것들이 얽혀 있어. 어느 지역을 선정하느냐부터 환경, 교통, 예산 문제까지.”
“신도시 후보지 중에 판교도 있죠?”
“그 지역은 오래전부터 후보…… 아!”
최해식이 말을 하다 멈췄다.
판교를 언급한 현호의 의도를 알아차린 것이다.
현호가 자신에게 선물로 준 땅이 판교 지역이었으니, 그 지역에 자신의 땅이 있다는 것을.
“외숙부, 외환위기를 겪으며 고생한 국민들에게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정부가 주어야죠.”
“어? 어, 그렇지. 그래야지.”
“그런 소망을 이루려면 정부가 과감한 투자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외숙부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 주시리라 믿어요.”
“그럼 더 큰 책임감으로 일해야지.”
그의 입에서 판교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현호는 그의 미소를 보며 알았다.
그가 자신이 말한 의미를 알아차렸다는 것을.
이 일이 잘 풀리면 판교 신도시 계획이 앞당겨질 것이다. 그리고 현호가 소유한 땅의 가치는 폭등하리라.
* * *
겨울을 실감케 하는 눈이 왔고, 한 해의 끝자락에 이르자 추위는 더욱 매서워졌다.
이 추위를 뚫고 온 고급 승용차들이 송우호텔 정문 앞에 멈춰 섰다.
승용차의 문이 열리며 내리는 사람들은 그룹 회장, 정부 기관의 장관과 차관, 언론사 사장들이었다.
평소 함께 모이기 힘든 사람들이 집결하는데 호텔 정문 앞에는 기자 하나 보이지 않고, 호텔 주위에 보안 요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엄 회장님, 둘째 아드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바쁘신데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 오늘은 엄현태와 배희진의 결혼식.
“우리 사장님, 재벌을 그렇게 좋아하더니 결국 딸을 재벌가로 시집보내시네.”
거물들 곁에 끼지 못하는 나라일보 임원들은 예식장 로비 구석에 모여 잡담을 하고 있었다.
“우리 회사 이제 광고 걱정은 안 해도 되나? 송우가 광고 몰아주겠지?”
“무슨 소리야. 더 눈치 보게 생겼구만.”
“왜?”
“다른 언론사도 관리해야 하는데, 송우가 우리에게만 광고 주겠어? 자칫 송우 편을 들다 미운털 박히면 다른 재벌에서 광고 싹 다 빼겠다고 할 텐데.”
두 가족의 결합,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다.
잡담을 이어 가던 그들에게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이 보였다.
“저기, 안명기 회장이 왔네. 요즘 송우랑 안 좋아서 대리인 보낼 줄 알았는데.”
“왜 안 좋아? 설마, 그 찌라시가 사실이야?”
“성국 쪽에서는 아니라고 하는데, 유휴지 개발 건으로 부딪친 건 맞는 거 같아.”
예식장 앞에 모습을 드러낸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은 비서를 거느리고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엄상현 회장 곁으로 다가갔다.
“하이고. 엄 회장, 벌써 둘째 며느리를 보고. 축하해.”
풍채가 큰 만큼 목소리 또한 식장 주변에 쩌렁하니 울렸다.
“와 줘서 고맙네. 자네 둘째는 아직도 혼자야? 그만 끼고 살아.”
“요즘 젊은 애들은 하고 싶은 일이 먼저야. 어른 말을 듣나. 자네 애들이나 아버지 무서워서 결혼하란다고 하는 거지.”
“자네가 그렇게 너그러우니 둘째가 친구가 많다더군. 같이 노는 건 좋지만 약은 하지 말라고 해. 건강 해치는 건 순식간이야.”
식장 주변의 분위기가 갑자기 얼어붙었다.
동시에 두 사람의 날카로운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이런 팽팽한 기 싸움에 재빨리 끼어든 것은 나라일보 배원우 사장이었다.
“아이고, 안 회장님. 이렇게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 배 사장.”
“제가 회장님을 자리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신부 아버지가 자리를 뜨면…….”
“오히려 안 회장님을 모실 수 있어 영광입니다. 저쪽으로.”
결혼식의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은 배원우.
안명기의 비위를 맞추며 식장 자리로 안내했다. 그가 초대 손님을 맞으러 떠나자, 안명기가 비서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송우정유 내사는 어떻게 되고 있어?”
“수사로 전환될 만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합니다.”
“수사로 전환되기 전까지 말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신경 쓰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다음 검찰총장으로 박영준이 유력하다고?”
“예, 회장님.”
“약속 한번 잡아 봐.”
“예, 회장님.”
결혼 당사자에 대한 축복이 오가야 할 결혼식.
하지만 실상은 경쟁자들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엄상현과 안명기만이 아니었다.
식장 다른 쪽에서는 큰며느리 채연희와 셋째 엄현주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신부가 너무 예쁘죠, 아가씨?”
“화장이 잘됐네요.”
엄현주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신부 나이가 아가씨와 같아요. 이때 결혼하는 게 제일 예쁠 때죠.”
“새언니는 요즘 사람 아닌 거 같네요.”
“……?”
“결혼 적령기나 따지고, 너무 구식이네요.”
엄현주는 그녀가 왜 결혼 얘기를 꺼내는지 알고 있다.
배희진이 결혼으로 엄상현 집안의 가족이 된 것처럼, 엄현주가 다른 집안사람이 되는 길이니까.
“아가씨, 세상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결혼 방식을 뭐라고 하는지 알죠? 정략결혼. 이왕지사 딸이 예쁠 때 시집보내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죠.”
“새언니는 저의 부모님이 아니잖아요.”
“가족이잖아요. 저는 어머니께 가 봐야겠어요.”
생긋 미소를 지은 후 지나쳐간 채연희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채연희가 얘기한 한 단어만 남았다.
정략결혼.
승계에서는 완전히 떨어져 나가게 되고, 집안의 일과도 멀어지게 된다.
‘고모처럼은 안 될 거야.’
작은오빠의 결혼식에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게 될지는 몰랐지만 이게 그녀의 현실이다.
‘내가…… 준비해야겠어.’
대처 방안을 스스로 마련할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 * *
신혼부부가 해외로 여행을 떠난 사이, 엄상현의 다른 가족들은 성북동에서 새해를 맞았다.
그리고 신혼부부가 여행에서 돌아오자, 최해식이 재정경제부 차관으로 승진했다.
“해식아, 정말 축하해.”
“고마워, 누나.”
최유경은 남동생이 자랑스러웠다.
재정경제원 장관을 하셨던 아버지의 뒤를 동생이 이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기 일처럼 뿌듯했다.
“처남, 어깨가 무겁겠군.”
“열심히 해야죠.”
“축하드려요. 기업인과 얘기가 통하는 외숙부가 차관이 되셔서 기쁘네요.”
장남 엄현식이 속마음을 드러내며 얘기하자 최유경이 나무랐다.
“외숙부는 공직자야. 기업을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다.”
“아, 알죠. 제 말은 기업이 잘되면 나라에도 좋은 일이라는 의미에서 한 말이에요.”
엄현식이 변명하듯 얘기하자 최해식이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기업, 국민, 나라 모두 잘되면 좋지.”
“승진 기념으로 파티, 어때요? 제가 준비할게요, 외숙부.”
엄현주가 얘기하자 이내 최해식이 손을 저었다.
“아냐, 아냐. 경제가 어려운데 재경부 차관이 파티를 했다는 게 알려지면, 사방에서 나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보안은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밖으로 말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어요.”
“갑작스러운 소식에 선물을 준비 못했어요. 곧 제대로 준비해서 찾아뵐게요.”
차남 엄현태까지 끼어들었다.
현호는 이들의 반응에 웃음이 나왔지만,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애쓰며 최해식의 기색을 살폈다.
입은 미소 짓고 있지만, 눈에서는 난처함이 흘렀다.
왜 아니겠는가.
평소에 연락하지 않던 조카들이 파티와 선물 얘기를 하고 있으니. 바라는 것이 있으니 그렇다는 걸 모를 만큼 그는 순진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도와 달라는 듯 최해식이 현호에게 눈빛을 보냈다.
그가 난처함에서 벗어나도록 해야겠지.
“외숙부 말씀이 맞는 거 같아요. 얼마 전 재경부 간부가 해외 도박으로 문제를 일으켰잖아요. 재경부를 지켜보는 눈들이 많아요. 파티나 선물은 뒤로 미루고 가족끼리 식사하는 건 어때요?”
“그게 좋겠다.”
최해식이 맞장구를 쳤을 때였다.
“소식 들었습니다, 최 차관님. 축하드립니다.”
최덕일 변호사가 거실에 나타났다.
“최 변호사님, 오랜만이네요. 고맙습니다.”
최해식이 답례를 하자, 엄현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남, 최 변과 할 얘기가 있어서 자리를 떠야 하는데 맘 편히 놀다가.”
“그럼요. 볼일 보셔야죠. 저도 할 일이 있어서 곧 일어나야 해요.”
“식사 자리 마련할 테니 처남댁하고 같이 보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현호는 최덕일 변호사가 왜 왔는지 알 것 같았다.
‘박영준 검찰총장 때문이겠지.’
박영준이 새로이 검찰총장에 오르며 성국그룹과 송우그룹은 꽤나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성국그룹은 본래 그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그가 전임 검찰총장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소홀히 대했고, 송우그룹은 그 전임 검찰총창이 경쟁에서 승리하게끔 밀어줬던 입장이기에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었다.
“박영준이 안명기도 안 만났다고?”
서재로 와서 얘기 중인 두 사람.
“예, 회장님. 성국그룹 쪽에서 연락은 했는데 만남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 자식이 성국그룹 관리였다가 틀어졌었다고 했지?”
“네. 그때의 앙금이 남아 있는 거 같습니다.”
“접근해서 약 좀 쳐 봐.”
“예, 회장님.”
“그리고 이것 좀 봐.”
엄상현이 책상에서 문서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최덕일이 문서를 살펴본 후 입을 열었다.
“송우제약 보고서네요. 작년 성과가 예상보다 더 좋지 않군요.”
“이대로라면 시장 점유율 5위 아래로 떨어질 수 있어. 대책을 세워야지.”
“생각해 두신 게 있으십니까?”
“장백진과 만날 약속 잡아.”
“장백진이라면, 대통령 주치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 사람.”
최덕일은 순간 당황했다.
송우제약의 성과를 높이려고 대통령 주치의를 만나겠다고?
무슨 생각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