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49
49화 신도시 개발 계획
“공항 건은 잘 진행되고 있어요?”
배희진은 남편 엄현태에게 양복을 건네며 물었다.
“순조롭게. 참, 부탁할 게 있는데.”
“뭐죠?”
“송우중공업이 무슨 일을 벌이는지 알아봐 줄 수 있어?”
엄현태는 그녀를 만난 이후 알게 됐다.
정보를 알아내는 기자들의 취재력이 생각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그들이 아니었다면 현태는 여전히 유휴지 개발사업단장 후보 사퇴의 배후를 몰랐을 것이다.
“아주버님이 하시는 일 말이에요?”
배희진이 확인하는 눈빛으로 묻자 엄현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일보의 여러 기자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기에 큰형 엄현식이 무엇을 하는지 빠르면서도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유휴지 개발사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뭔가 하려고 할 거야. 나는 그것 때문에 고생했는데, 본전도 잃지 않은 형이 앞서가는 거 볼 수 없어.”
배희진은 그의 말을 알아들었다.
엄현식이 무슨 일을 계획하더라도 실패하게 하려는 것.
그의 승부욕이 마음에 든 배희진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대답했다.
“아버지께 부탁할게요.”
* * *
“다 왔어요, 아버지.”
장수연은 송우호텔 앞에 차를 세웠다.
그녀는 대통령 주치의 장백진의 딸이다.
긴 머리를 질끈 묶은 그녀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차창 밖 호텔의 모습을 살폈다.
“와, 건물 진짜 화려하네요. 이런 곳은 밥도 비싸겠죠?”
“왜, 먹고 싶어? 사 줄까?”
“여길 왜 아빠랑 와서 먹어요. 내 애인이랑 와야지.”
“애인이나 만들어 놓고 얘기해.”
“칫.”
장수연이 아버지를 향해 눈을 흘기다 다시 궁금한 눈빛으로 얘기했다.
“돈 많은 송우그룹 회장님은 아버지께 점심으로 뭘 사 주시려나?”
“택시 타고 와도 됐는데, 아르바이트 안 늦어?”
장백진은 일부러 딴 얘기를 했다.
“안 늦으니까 아버지 태워 드렸죠. 이제 아버지 차도 좀 바꾸세요. 걸핏하면 고장이야.”
“무슨 대단한 차 태워 준다고 유세야?”
“대단한 차죠. 내가 신입생 때부터 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산 건데.”
장수연이 의기양양한 투로 대답하자 장백진이 잘난 척 말라는 듯 대꾸했다.
“네 대학 등록금은 아버지가 냈다.”
“아, 정말. 돈 벌어서 몇 배로 갚아 드릴게요.”
“그 돈 안 갚아도 되니까, 유학 가는 거 다시 생각해 봐. 많이 배워서 나쁠 거 없잖아.”
“서류 통과해서 면접 날짜도 잡혔어요.”
딸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아는 장백진이 한숨을 내쉬며 차 문을 열었다.
“운전 조심하고, 일 늦어지면 연락하고.”
“Yes, Sir!”
장수연이 거수경례하듯 인사하자, 장백진이 피식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멀어져 가는 장백진.
그런 아버지를 창문으로 보고 있는 장수연의 표정이 조금 전과는 달리 어두워졌다.
아버지가 송우병원 재직 의사이기는 하지만, 그룹 회장과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엄상현 회장이 덕담이나 나누려고 금 같은 시간을 내어 아버지를 만난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뭔가 그에게 흑심이 있는 듯한 의심이 든 것이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걸까.”
지나친 의구심일 수도 있다.
사람은 겪어 봐야 알 수 있지 않은가.
“괜한 짓을 한 건 아니진 모르겠네…….”
섣불리 의심부터 한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두 사람의 만남을 취소할 수도 없으니 상황을 두고 볼 수밖에.
장수연은 차에 다시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 * *
호텔 레스토랑 룸 앞에 선 장백진.
직원이 문을 열어주자 안으로 들어갔다.
“회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장백진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왔는데 엄상현 회장이 먼저 와 있었던 것.
“어서 오세요, 장 선생. 앉으세요.”
“예.”
장백진이 맞은편에 자리하자, 엄상현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송우병원에서 일하시기에 괜찮습니까?”
“예, 이제 꽤 적응이 됐습니다.”
“다행이네요. 국제의료봉사단 활동도 재개했다고 들었습니다만.”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저는 일 때문에 가지 못했지만 여러 의사분과 회사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잘됐네요. 이렇게 서로 도와야죠.”
“회장님께서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입니다.”
“장 선생이 그렇게 생각해 주니 나도 기분이 좋네요. 그나저나 바쁜 분에게 식사하자고 불러낸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오늘 하루 휴가를 냈습니다.”
“잘됐네요. 이 호텔 주방장이 꽤 실력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으로 주문을 했는데 실례가 아닌지.”
“아닙니다. 저는 뭐든 잘 먹습니다.”
“하하, 다행입니다.”
잠시 후, 룸으로 음식이 들어왔다. 그리고 식사하는 동안에도 엄상현은 의료 현실과 병원 사정, 그리고 가족에 관해 물어볼 뿐이었다.
그러자 장백진은 처음 긴장했던 마음이 많이 풀렸다.
사실 대통령 주치의가 되고 난 후, 함께 식사하자는 사람 중 절반은 청탁 건을 들고 있었다.
모두 거절하기는 했지만, 인간관계도 끊어지는 아픔도 있었다.
그래서 송우병원과도 관련 있는 그룹 회장이 만나고 싶어 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도 걱정했었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였다는 생각에 장백진은 대화가 편안해졌다.
“하하, 장 선생 딸아이 고집도 대단하네요. 하긴, 자식 이기는 부모 없죠.”
“아이 때나 부모 말을 듣지, 이제는 저 혼자 큰 줄 아는 거죠.”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를 먹으며 아이들에 관해 얘기하자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해졌다.
그런데.
“아니, 시간이 벌써 이리됐군.”
“회장님, 다른 일이 있으십니까?”
“그렇습니다. 한참 재미나게 얘기했는데.”
“저는 괜찮습니다.”
“가기 전에 장 선생이 봐 줄 게 있어요.”
장백진은 엄상현 회장이 건네는 서류 봉투를 받았다.
봉투 안에는 송우제약에서 판매하는 의약품과 영양보조제 목록이 정리되어 있는 문서가 들어 있었다.
“회장님, 이걸 왜 주시는 겁니까?”
“장 선생, 그 목록에 있는 의약품과 영양보조제가 청와대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하세요.”
“예에?”
장백진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회장님, 대통령님께 어떤 치료와 약을 처방하는지는 외부에 알릴 수 없습니다.”
“대통령 처방을 알려 달라고 얘기하지 않았어요. 그 목록의 제품들이 청와대에 들어가게 하라는 거지.”
“회장님, 뭔가 오해를 하신 듯합니다. 저는 그럴 힘이 없습니다. 그리고 청와대에는 이미 의약품들이…….”
엄상현이 그의 말을 끊었다.
“청와대에 무슨 약이 있는지는 내 알 바가 아닙니다.”
“예?”
“장 선생이 처방을 내면 청와대에서는 구입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게 힘이죠.”
“왜 이러십니까, 회장님? 청와대에 왜 송우제약사 의약품들이 있어야 하는 겁니까?”
장백진은 내심 짚이는 게 있었다.
“이미 짐작하는 듯한 얼굴이네요.”
“제 짐작을 말해 볼까요? 청와대에 들어간다고 홍보할 생각이신 거죠?”
“장 선생은 대통령의 건강이 우선이겠지만, 나는 물건 파는 게 중요한 사람입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제가 어떻게 대통령 주치의를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
“장 선생의 대통령 주치의 임기는 내 관심 사항이 아닙니다.”
너무나 강경한 그의 태도에 장백진은 그를 설득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이 결정해야 했다.
“회장님의 부탁은 들어 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주치의도 사임할 겁니다.”
“사임이요? 하하하.”
엄상현이 재밌다는 듯 크게 웃다 순식간에 눈빛이 냉랭하게 변했다.
“우리 힘으로 대통령 주치의까지 되신 분이 염치가 없네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불쑥 튀어나와 장백진은 당황스러웠다.
“모르는 척하고 싶은 겁니까?”
“……?”
“쯧쯧, 눈치가 없으시네. 대학병원도 아닌 종합병원 의사에 대통령과는 전혀 인연도 없는 장 선생을 누가 대통령 주치의로 만들었을 거라 생각합니까?”
“청, 청와대에서는 추천…….”
엄상현이 그의 말을 잘랐다.
“그 추천, 누가 가능하게 했을 거 같아요? 우리 송우그룹이 했습니다.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장 선생에게 의료봉사단까지 지원해 가며 공을 들였겠습니까?”
“……!”
“송우병원 의사가 아닌 분이 필요했던 겁니다. 그런데 사임한다고요?”
“…….”
“사임하고 편안히 의사 생활을 할 수 있을 거 같습니까?”
“……!”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사임할 경우 의사로서 장백진의 삶이 무너질 거라는 협박이었다.
일개 개인이 아닌 송우그룹 회장의 경고였다.
장백진과는 힘의 크기를 비교조차 할 수 없어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장 선생, 우리는 당신에게 일생의 얻기 힘든 명예를 선물했어요. 우리에게 답례를 해야죠.”
장백진은 몸이 깊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깊고 어두운 수렁 속으로.
* * *
송우미디어 사장실.
문이 열리며 최명준 실장이 들어왔다.
그리고 현호의 책상 위로 결재 서류를 올려놓았다.
“이게 뭡니까?”
“지난번 구조개혁팀장님이 얘기한 신입직원 채용 건입니다. 서류 심사는 마무리되었고, 면접을 앞둔 응시자들입니다.”
“내가 참석할 것도 아닌데, 응시자 서류를 볼 필요가 있을까요?”
최명준이 흠칫 놀랐다.
“취임하고 첫 채용입니다. 그런데 면접에 참여하지 않으신다고요?”
“내가 면접장에 들어가면 심사위원들이 내 눈치를 볼 거 아닙니까. 그런 분위기에서 심사가 제대로 될 리도 없고, 응시자들에게도 좋지 않겠죠.”
“알겠습니다. 그러면 팀장님께 사장님의 뜻을 전달하겠습니다.”
“그런데 팀장은 아직까지 퇴근을 안 하고 결재 서류를 올린 겁니까?”
불만스럽게 얘기하자 최명준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사장님께서 퇴근하지 않으시니까요.”
“나는 밀린 일이 있어서…….”
변명하려다 멈췄다.
누구를 탓할 상황이 아니었다.
“하하, 그래요. 내 잘못이네. 최 실장, 우리도 퇴근합시다.”
“예.”
최명준이 대답했을 때였다.
디링.
휴대폰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외숙부 최해식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현호야, 뉴스 보고 있니? 판교를 포함한 신도시 계획이 뉴스에 나올 거야.]
‘됐구나!’
“최 실장, TV를 켜 보세요.”
“아, 예.”
다급한 현호의 지시에 최명준이 얼른 리모컨을 눌렀다.
TV 화면 속에 웃음기 없는 아나운서의 멘트가 흘렀다.
[신도시 개발 계획이 드디어 발표됩니다. 이번 신도시 개발 계획에는 오래전부터 후보지로 여러 차례 거론되기만 하고 그동안 개발되지 못했던 판교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 실장.”
“네, 사장님.”
“판교 땅을 제대로 팔아 줄 전문가를 준비해 주세요.”
신도시 계획이 공식적으로 발표되면 땅값은 수십 배로 뛰어오를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대출 만기가 되는 것은 먼저 갚고, 자금의 일부는 무기명 양도성 예금증서(CD)를 구입할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최명준은 묻지 않았지만, 그에게 CD를 활용할 계획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다른 땅을 사고 싶은데…….”
현호는 책상 서랍을 열어 준비해 놓은 메모지를 최명준에게 건넸다.
“이 지역 땅을 매입해 주세요.”
최명준이 메모지에 적힌 것을 보니 성남, 광명, 부천의 땅이었다.
“나머지 자금은 어떻게 할까요?”
“M&H 인베스트먼트에 넣어 두세요.”
“예, 알겠습니다.”
현호는 할아버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가 남겨 주신 땅으로 넷프리 투자와 송우미디어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다른 계획도 진행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