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50
50화 장수연과의 만남
송우중공업 사장실.
김철진 재무이사가 안으로 들어와 엄현식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부르셨습니까, 사장님.”
“어서 와요, 김 이사. 앉으세요.”
엄현식보다 나이가 많은 그였기에 말을 낮추지는 않았다.
그가 접대용 소파로 가서 앉자 엄현식도 자리를 옮겼다.
“요즘 신진종합기계는 어때요?”
“꾸준히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 그 회사에 관해 묻는지 궁금한 표정이었다.
신진종합기계는 건설중장비와 공작기계, 그리고 디젤엔진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외환위기 당시 재정난으로 인해 워크아웃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기초가 튼튼했던 기업이어서 작년 하반기에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있었고, 채권단이 출자 전환을 해서 주주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 경쟁자가 신진종합기계를 인수하면 어떻게 됩니까?”
김 이사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그런 정보가 있습니까?”
“그런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의견을 얘기해 보세요.”
“사장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신진종합기계가 생산하는 장비, 기계, 엔진의 시장 점유율이 높습니다. 만약 우리 경쟁자가 인수하게 되면, 중공업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내 시장만 보고 인수하기에는 출혈이 크지 않을까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진종합기계가 중국 시장 판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이요?”
엄현식의 눈이 커졌다.
“중국 수출이 워크아웃 졸업에 기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수출은 더 확대될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면 다른 기업에서도 눈독을 들일 텐데, 왜 아직 매각에 관한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겁니까?”
“대주주들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음…….”
엄현식은 유휴지 개발사업 실패를 만회할 것이 필요했다.
만약 인수했을 때 송우중공업과 시너지 효과가 나고 중국 시장 진출에도 유리하다면, 아버지가 자신의 지난 실패를 잊을 수 있으리라.
“김 이사, 우리가 인수를 추진해 보는 건 어때요?”
“그쪽 이사회에서 매각을 결정하지 않았는데…….”
“매각을 결정하게 만들면 되죠.”
“아, 예.”
“신진종합기계 지분이 가장 많은 주주는 어딥니까?”
“국민연금관리공단입니다.”
“공단 이사장과 만날 약속을 만드세요.”
매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최대 주주를 움직이는 게 빠른 길이다.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자금은 어떻게……?”
“돈부터 걱정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아, 예.”
지금은 인수 자금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기업 인수를 추진하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협상에서 이런저런 채무를 떼어 내고, 대출도 받고 하면 인수 자금은 마련될 터였다.
* * *
송우미디어 사장실.
현호는 구조개혁팀장 곽상진과 얘기 중이다.
“음악 사업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습니까?”
“내년에 아이돌 그룹과 걸 그룹 한 팀씩 데뷔시키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가수는 그들뿐입니까?”
“아닙니다. 신인 밴드와 솔로 가수도 음반 준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매니지먼트 사업부와 협력이 잘되는 거죠?”
“그렇습니다. 매지니먼트 사업부는 가수뿐만 아니라 배우, 방송 등 분야별로 특성에 맞춰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연 사업부의 진행은 어떻습니까?”
“뮤지컬 공연을 계획 중입니다.”
현호는 그의 대답을 듣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제 생각보다 빠르게 조직을 정비하고 진행하고 있네요. 역시, 곽 팀장님에게 이 일을 맡기길 잘한 거 같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아! 신입사원 채용 면접 시험에 면접관으로 참석하지 않으신다고 전달받았습니다만.”
“네. 이유도 들으셨죠?”
“네, 듣기는 했습니다만…… 저는 사장님께서 참석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왜죠?”
“응시자가 우리 회사에 대해 느끼는 무게감이 다르니까요.”
현호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회사 사장이 직접 챙길 만큼 신입직원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걸 보일 수 있을 테니까.
“면접관으로 누가 참석합니까?”
“인사부장님과 각 사업본부장님들, 그리고 제가 참석합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참석하죠. 그리고 구조개혁팀의 일이 거의 마무리가 되었죠?”
“네. 지금은 저희가 맡았던 각 사업본부의 일을 넘기고 있습니다.”
“팀원의 재배치는 팀장님께서 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느 부서로 갔으면 좋으시겠습니까?”
“아! 내가 인사부장님에게 얘기하고 직접 얘기는 안 했군요.”
“예? 뭘……?”
“곽 팀장님은 부사장으로 인사 발령이 날 겁니다.”
“예에?”
화들짝 놀란 곽상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장님, 저는 아직 그런 위치에서…….”
현호가 그의 말을 끊었다.
“이미 증명했습니다.”
“예?”
“이번 송우미디어의 새 변화는 곽 팀장님이 계셨기에 가능했습니다. 누군가는 음악사업부 과장 따위가 뭘 얼마나 잘할 수 있겠냐고 비웃었던 것도 압니다.”
“…….”
“그때 비웃었던 사람도 지금의 성과를 보면 다른 말을 못할 겁니다.”
“…….”
“우리 송우미디어가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이 될 수 있게 함께 잘해 봅시다.”
현호가 따뜻한 미소를 보내자 놀랐던 그의 표정이 편하게 풀어졌다.
* * *
며칠 후.
엄현태는 사무실에서 아내 배희진의 전화를 받았다.
[현태 씨, 지난번 부탁했던 일 방금 연락받았어요.]
큰형 엄현식이 송우중공업을 통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었다.
[최근에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을 만났어요.]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을? 왜 만났는지도 알아냈어?”
[정확한 것은 몰라요. 하지만 그 공단이 투자하는 곳을 살펴봤더니 특이한 점은 없는데, 한 곳이 작년 하반기 워크아웃을 졸업했어요. 출자 전환이 되어서 공단이 최대 주주예요.]
“그곳이 어디지?”
[신진종합기계라는 회사예요.]
“아……!”
그 회사 이름을 듣자 엄현태의 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었다.
“인수하려는 거야.”
[기계 회사를 인수한다고요?]
“우리도 중장비를 쓰니까 그 회사에 대해 알고 있어. 형이라면 욕심낼 만하지.”
[인수를 막기 위해 현태 씨도 공단 이사장을 만나 볼 거예요?]
“그것 말고도 더 확실한 방법이 있어. 당신 도움이 필요하지만.”
[어떤 도움이 필요한데요?]
“공단 이사장 비리가 터지면 신진종합기계 매각을 진행하기 어려울 거야.”
[아! 알겠어요, 무슨 말인지. 해 볼게요.]
그녀의 대답에 엄현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언론을 통해 이사장의 비리가 보도되면, 사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송우중공업과 매각에 관한 얘기가 진행되고 있다면 멈출 수밖에 없다.
새로운 공단 이사장이 취임하더라도 매각을 바로 진행하기는 힘들다.
신진종합기계의 매각을 영원히 막을 수 없다는 걸 엄현태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방해하는 것은 그에게 의미 있다.
큰형의 계획이 엉망이 될 것이기에.
* * *
[왜 전화했어?]
“누나 회사로 가는 중이야.”
현호는 달리는 차 안에서 엄현주와 통화 중이었다.
[우리 회사에 왜 오는데?]
“장소 협찬 부탁하려고.”
[그런 거는 회사 메일로 요청서 보내면 되잖아?]
“내가 직접 부탁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래.”
[지난번에 라이스타 장소 협찬, 적극 도와주기로 했잖아.]
“거기가 아니야.”
[그럼 어딘데?]
“가서 얘기할게.”
현호는 통화를 끊는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협찬을 요구할 장소를 이야기하면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현호가 엄현주에게 요구하려는 장소는 다름 아닌 그녀 소유의 별장으로, 그녀가 자신과 아주 가까운 이들만 초대해서 파티를 즐기는 장소였다.
만약 드라마의 촬영 장소로 쓰이게 된다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질 뿐만 아니라, 수많은 스태프들이 내부를 드나들 터.
초대받은 이들만 출입할 수 있다는 별장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건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야! 너 미쳤어?”
별장 얘기를 듣자마자 그녀가 언성을 높였다.
“누나, 여러 별장을 가 봤는데 누나 별장이 정말 우리 드라마 장소로 최고야.”
“안 돼. 절대 안 돼.”
“누나, 우리끼리 잘 돕기로 했잖아.”
“그래, 도와줄게. 라이스타는 얼마든지 빌려 써. 그런데 별장은 절대 안 돼.”
그녀가 정색하며 거절했을 때였다.
“어머, 이러시면 안 됩니다!”
쿵!
밖에서 놀란 비서의 높아진 음성이 들리더니, 사장실 문이 열리며 젊은 여자가 들어왔다.
뒤이어 비서가 들어와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이러시면 경찰 부를 거예요!”
“엄현주 사장님과 잠시만 얘기하면 됩니다.”
“누구시죠?”
여자가 고개 숙여 인사부터 했다.
“안녕하세요, 엄현주 사장님.”
“날 알아요?”
“라이스타 홈페이지에서 봤어요.”
“홈페이지에서 얼굴 봤다고 사장실 막 들어와도 되는 거예요?”
“저는 장수연이라고 합니다. 송우병원 장백진 전문의를 아시죠?”
“그런데요?”
“제 아버지이세요.”
“아…….”
그녀가 누구인지 얘기했지만, 엄현주는 여전히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대통령 주치의의 딸을 홀대할 수는 없어, 비서에게 나가 보라는 고갯짓을 했다.
현호는 이런 두 사람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런데 왜 여길 왔죠?”
“엄상현 회장님을 만나고 싶었는데, 도저히 만날 방법이 없어서요. 어쨌든 첫 시작을 엄현주 사장님께서 하셨으니 책임도 있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장수연 씨가 왜 회장님을 만나야 하죠?”
“회장님께서 제 아버지를 협박하셨거든요.”
“뭐라고요?”
엄현주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송우그룹 회장인 아버지가 일개 병원 의사를 협박했다는 말 자체가 믿기 어려웠다.
“며칠 전, 회장님 쪽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제 아버지께 하셨어요. 엄 사장님도 안 믿어지시죠? 저도 이상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회장님을 만나러 가는 아버지 코트 속에 몰래 녹음기를 넣었어요.”
장수연이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내 틀었다.
[장 선생, 그 목록에 있는 의약품과 영양보조제가 청와대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하세요.]
[회장님의 부탁은 들어 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주치의도 사임할 겁니다.]
[사임하고 편안히 의사 생활을 할 수 있을 거 같습니까?]
녹음 내용을 다 들은 엄현주의 얼굴이 굳어지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녹음기의 목소리는 아버지 것이 틀림없었다.
이에 장수연이 다짐하듯 얘기했다.
“아버지는 회장님 부탁을 들어 드리지 않을 겁니다. 만약 아버지에게 어떤 일이 생기면, 이 녹음 내용은 세상에 공개될 겁니다. 회장님께 전해 주세요.”
장수연이 목례하고 뒤돌아서려던 때, 현주가 입을 열었다.
“그 녹음 내용을 공개하면, 장백진 박사님 스스로 명예를 훼손하게 되는 겁니다. 아버님의 삶과 명예가 모두 엉망이 될 수 있어요.”
엄현주는 장수연이 절대 그렇게 행동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뒷거래를 통해 대통령주치의가 되었던 사실이 드러난다면, 사실과 관계없이 대중들은 장백진에게도 비난을 쏟아 낼 것이 분명하니까.
그리고 그런 그를 의사로 받아 줄 병원은 어디에도 없을 터였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그녀의 대답이 이어졌다.
“알아요. 녹음 내용이 공개되면 아버지의 명예도 추락하겠죠. 그리고…… 대통령 지지율도 곤두박질치겠죠.”
“……!”
“과연 청와대에서 이번 문제에 대해 송우그룹에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을까요? 국세청과 금감원을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어찌 될지는 엄현주 사장님께서 더 잘 아시리라 생각되네요.”
장수연이 다시 목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엄현주가 감탄 섞인 대꾸를 했다.
“장 박사님 딸, 야무지네.”
이에 현호가 현주에게 얘기했다.
“모든 걸 걸고 덤비는 사람이 제일 무서워. 그러니까 아버지 잘 설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