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53
53화 차명 주식을 내 손에 (1)
터벅터벅.
장수연은 송우미디어 복도를 힘없이 걸었다.
‘결과는 정해진 거겠지.’
다른 응시자들은 엄현호 사장에게서 질문을 받고 답변했다고 했는데, 그는 면접 시간 내내 자신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표현이었으리라.
어쩌면 소소한 복수인지도 모른다.
이유가 무엇이든 기분이 가라앉았다.
디링.
메시지 알림이 왔다.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내 확인하니, 어머니였다.
[수연아, 면접은 어땠어?]
그녀는 답장을 했다.
[잘 봤어. 자신감 있게 모든 질문에도 대답 잘했어. 집으로 가는 길이야. 맛있는 거 해 줘, 엄마]
수연의 기분과는 다른 답장을 했다. 부모님이 걱정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엄상현 회장과의 대화 녹음과 그 후 엄현주를 찾아갔던 일을 알게 되었다.
수연이 받게 될 불이익과 상처가 걱정된 부모님은 송우미디어 면접을 반대했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혹시나 했는데…….’
면접장에서 본 엄현호의 모습을 생각하면, 불합격은 불 보듯 뻔했다.
“아이, 몰라. 난, 최선을 다했어.”
지금 와서 상황을 돌릴 수도 없다.
일단, 결과를 기다리고, 다음은 다음에 생각하자.
* * *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어요.”
“고생들 했어.”
면접이 모두 끝나자 면접관이었던 임원들이 서로 격려 인사를 한 후 각각의 부서로 돌아갔다.
“수고하셨습니다, 사장님.”
마지막까지 남은 부사장 곽상진이 현호에게 다가왔다.
“부사장님도 수고했습니다.”
“응시자를 만나 보니 어떠셨습니까?”
“좋은 분들이 많아서 심사하기 힘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두 사람이 가볍게 웃음을 지었을 때였다.
“사장님.”
최명준 비서실장이 면접장으로 들어왔다.
“최 실장, 무슨 일입니까?”
“확인하셔야 할 게 있습니다.”
최명준 비서실장이 메시지가 온 휴대폰을 건넸다.
남현민 검사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송우정유의 군 시설 유류 독점 납품 특혜가 정식 수사 전환됐습니다. 오늘 저녁 뉴스에도 나갈 겁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현호는 곽상진에게 얘기했다.
“일이 있어 먼저 가겠습니다.”
“예, 사장님.”
현호는 최명준 비서실장과 함께 면접장을 나와 사장실로 이동했다.
“송우정유 차경환 사장님과 약속을 잡을까요?”
최명준이 물었다.
“아닙니다. 지금은 지켜보며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가 알았으니 회장님도 아시게 될 겁니다. 그러면 차경환 사장님을 만나실 겁니다.”
“꼬리 자르기를 하려 하겠죠.”
“그 전에 우리가 먼저 만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차경환 사장님을 가장 마지막에 만날 겁니다.”
“마지막이요?”
최명준 비서실장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다.
수사가 시작되었으니 차경환 사장은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것이고, 아버지 엄상현 회장은 그에게 모든 죄를 넘기려 할 것이다.
그 전에 엄상현 회장이 그를 만나 차명으로 된 송우전자 주식을 넘겨받으려 할 것이다.
그는 엄상현 회장의 지시를 받아 차명으로 송우전자 주식을 매입해 관리하고 있었다.
최명준 비서실장은 그 주식을 갖기 위해서는 회장님보다 먼저 차경환 사장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으리라.
“내사가 수사로 전환된 배후에는 성국그룹이 있습니다. 그들도 검찰 수사가 회장님에게 가려면 차경환 사장을 넘어야 한다는 것쯤은 압니다.”
“그러면 성국그룹 쪽에서 차 사장님께 접근한다는 겁니까?”
“분명히 그럴 겁니다. 엄상현 회장님과 안명기 회장, 두 쪽에서 제안을 받을 겁니다. 차 사장님은 양손에 쥔 패를 들고 저울질하겠죠.”
“…….”
“나는 그 두 패를 무용지물로 만들 생각입니다.”
최명준은 일리 있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는 차 사장님이 누구와 만나는지 아는 게 중요합니다.”
“안 그래도 검사님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바로 사람을 보냈습니다. 정보를 제게 알려 줄 겁니다.”
현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성북동 서재.
최덕일 변호사가 급히 서재로 들어왔다.
“회장님.”
“누구 짓이야?”
엄상현 회장은 검찰이 송우정유의 군 시설 유류 독점 납품에 관해 수사를 시작했다는 연락을 받은 터였다.
“성국그룹입니다.”
“중수부장 그놈이 성국에 붙었어?”
“예. 저희를 속이고 내사를 진행했었습니다.”
엄상현 회장이 마뜩잖은 듯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하필 총장도 바뀌어 미운 놈을 날려 버릴 수도 없고…… 흠.”
상황이 어렵다는 걸 아는 엄상현 회장이 긴 숨을 내쉬었다.
“차경환은 알고 있어?”
“아직은 모릅니다. 어떻게 할까요?”
“자세한 얘기는 하지 말고, 성북동으로 들어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 * *
‘무슨 일일까?’
차경환은 성북동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생각에 잠겼다.
갑작스러운 엄상현 회장의 호출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호출의 이유를 알고 만났다.
그런데 오늘 호출은 이유를 전혀 모른다.
더구나 최근 몇 년간 단독으로 회장을 접견하는 것은 없었던 일이다.
그래서일까.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데.
디링.
메시지 알림 소리가 났다.
‘음?’
알지 못하는 번호로 메시지가 왔다.
그 메시지를 확인하는 차경환의 눈이 화들짝 커졌다.
[차경환 사장님, 검찰이 군 시설 유류 독점 납품 특혜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사장님의 신변이 걱정되신다면 전화를 주세요.]
차경환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누군가의 장난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엄상현 회장이 자신을 호출한 이유도 이것과 관련 있으리라는 짐작이 들었다.
‘그런데 누가……?’
신문이나 방송 그 어디에도 언급한 곳이 없었다. 그런데 이자는 어떻게 알았을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자신과 관계된 문제였기에 전화를 했다.
[차경환 사장님.]
“당신, 누굽니까?”
[저는 성국그룹 법무팀장입니다. 이번 일로 사장님을 만났으면 하는데, 시간을 내주시겠습니까?]
“이번 일이라니요? 내게 찌라시 하나 보내 놓고 만나자면 겁이라도 먹을 줄 알았습니까?”
차경환은 그가 보낸 검찰 수사 메시지를 대수롭지 않은 척했다.
자칫, 인정하는 듯한 말이 꼬투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녁 TV 뉴스에 이 사건이 보도될 겁니다.]
“알려 줘서 고맙기는 한데, 법적 대응은 우리가 알아서 할 겁니다.”
[누구를 살리는 법적 대응입니까?]
“…….”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차경환은 순간 입이 열리지 않았다.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엄상현 회장님을 만나시겠죠? 과연 회장님과 사장님 모두를 살릴 방법이 있을까요?]
“뭐, 뭐요?”
[송우그룹이 회장님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버릴까요?]
“…….”
[차 사장님, 저희와 만나시면…….]
차경환이 그의 말을 자르고 버럭 화를 냈다.
“어디서 수작이야! 송우그룹이 만만하게 보여? 당신들 생각대로 안 될 거야!”
[현실 파악이 안 되신 듯하네요. 이거 하나만 알려 드리죠. 검찰은 이미 내사를 진행했고 수사로 전환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뚝.
전화가 끊어졌다.
“뭐, 내사를 했다고?”
내사하다 수사로 전환했다는 말은 범죄혐의로 볼 만한 걸 찾았다는 게 아닌가.
‘설마, 회장님이 나더러 모두 안고 가라고는 안 하겠지?’
차경환은 엄상현 회장이 자신을 버리지 못한다는 믿음이 있다.
자신은 엄상현 회장의 차명 주식을 관리하고 있다.
그를 겨눌 무기가 자신의 손에 있는데, 어떻게 버리겠는가.
엄상현 회장이 이 위기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마련해 주리라.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그가 탄 승용차가 어느덧 성북동에 도착했다.
* * *
“회장님.”
“어서 오게, 차 사장.”
엄상현 회장이 서재로 들어온 차경환을 반갑게 맞이했다. 그 옆에는 최덕일 변호사도 있었다.
“여기 이리로 와서 앉게.”
엄상현이 직접 차경환을 소파로 안내했다.
“갑자기 불러서 놀랐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차경환은 성국그룹에서 받은 연락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했다. 안명기 회장과 앙숙인 것을 아는데,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성국그룹에서 전한 얘기를 모르는 척하며 물어야 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걱정해서 들을 얘기는 아니야.”
“예, 회장님.”
“검찰에서 군 시설 유류 독점 납품 특혜에 대해 수사하고 있네.”
“아…….”
이제야 안 듯한 반응을 보였지만, 성국그룹이 거짓말한 게 아니라는 건 알았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검찰 인사 때가 다가오잖아. 검사 놈들 실적 쌓으려고 이맘때쯤 대기업 건드리곤 했어.”
응?
차경환은 엄상현 회장의 얘기에 내심 당황했다.
성국그룹에서는 내사를 진행하다가 수사로 전환되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심각한 상황인데 엄상현 회장은 대수롭지 않은 일인 듯 얘기하는 게 아닌가.
왜……?
그가 이렇게 나오니, 차경환은 그에 맞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압수 수색 들어오기 전에 불리한 문서들은 최대한 없애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야지. 그런데, 조사는 받게 될 거야.”
“저까지 말입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수사 과정일 뿐이니까.”
과정일 뿐이라고?
군 시설 유류 독점 납품에 관한 최종책임자는 엄상현 회장이다. 자신이 진행했지만, 엄상현 회장에게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과정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는 것은 꼬리 자르기를 안 하겠다는 건가?
아니면, 꼬리 자르기를 못하는…… 아! 그때, 성국그룹 법무팀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송우그룹이 회장님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버릴까요?
‘설마, 내가 잘려 나갈 꼬리가 되는 건가?’
“차 사장.”
“예, 회장님.”
엄상현이 부르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회사로 그룹 법무팀과 감사팀을 보냈어.”
“예? 법무팀과 감사팀은 왜……?”
“불리한 문서 정리하는 거 도울 거야.”
차경환은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았다.
엄상현 회장에게 불리한 문서를 없애고,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게 조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장님, 제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어찌 되는 겁니까?”
“그룹 법무팀에서 도울 테니, 큰 걱정은 하지 말게.”
“혹시라도 구속되면요?”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걸세. 만일의 하나, 그런 일이 생기면 최고 로펌의 최고 변호사를 내가 고용해 주겠네.”
“…….”
“최저 형량이 나오도록 할 거고, 추징금도 내가 해결해 줄 거야.”
뭐, 무죄가 아니라 최저 형량?
차경환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자네는 걱정하지 말고 우리 법무팀 지시에 따르면 되네. 알겠지?”
“아, 예.”
* * *
차경환을 잘 타일러 보낸 후, 엄상현 회장은 최덕일 변호사에게 지시했다.
“차 사장이 구속되면, 차명 주식을 넘기라고 하게.”
“손에 쥔 무기인데 넘기려고 할까요?”
“그러니까 구속되면 얘기하라는 거야. 넘기지 않거나 협박하려고 하면, 모든 지원은 없을 테고, 횡령과 탈세도 추가될 거라고 해. 감방 안에서 꼼짝할 수 없으니, 차 사장도 별수가 없을 거야.”
한편, 성북동 저택을 나온 차경환은 대기하던 운전기사를 먼저 보냈다.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차경환입니다. 만나고 싶습니다.”
택시를 잡아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차경환.
그 택시를 조용히 뒤따르는 자동차.
그 안의 운전자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남 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