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56
56화 송우문화재단 이사장 교체
봄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오고 있었다.
활기를 잃었던 산과 들도 초록의 활기를 되찾아 가고 새 학년, 새 시작이 어울리는 때였다.
장수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회의실이 어딨지?”
송우미디어 3층 복도를 두리번거리는 장수연.
그녀는 송우미디어 신입사원이 되어 첫 출근을 했다.
신입사원의 집합 장소는 3층 회의실이었다. 그곳에서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회의실 안내 표시가 없어서 당황스러운데, 엘리베이터 앞에 직원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가 있었다.
그들에게 물어볼 요량으로 다가가 밝은 목소리를 내었다.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장수연이라고 합니다.”
뒤돌아보는 남자들.
그들 중 아는 얼굴이 있었다.
“사, 사장님.”
“장수연 씨, 무슨 일이죠?”
“아…… 예! 회, 회의실이 어디 있는지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연은 당황했지만, 곧 정신을 차린 후 얘기했다.
“왼쪽 복도 코너를 돌아가면 문이 있을 겁니다. 그 문을 열고 오른쪽으로 가면 있습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장수연은 고개 숙여 인사한 후 뒤돌아섰다.
그리고 걸음을 떼려다 멈추고 다시 돌아서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사장님.”
“……?”
“채용 면접시험 이전에 저를 보신 적 있으시죠?”
“라이스타 사장실에 봤습니다.”
예상대로 그 자리에 있던 남자가 엄현호가 맞았다.
그런데 왜……?
“저를 왜 합격시킨 거예요?”
합격 소식을 받은 이후로 줄곧 궁금했었다.
그는 사장이면서 면접관이었다. 그리고 송우그룹 엄상현 회장의 아들이다. 엄 회장을 향해 경고하는 자신을 채용할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인의 능력으로 합격했는데 그 이유를 왜 내게 묻습니까?”
“예?”
“심사 점수를 알고 싶으면 인사부장을 찾아가 보세요. 알려 줄지는 모르겠지만.”
“…….”
“대답이 됐습니까?”
“아…… 예! 그럼.”
예상치 못한 그의 대답에 당황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의 말이 맞는지라 다른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인사한 후 뒤돌아 복도를 걸었다.
몇 걸음 걸었을 때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뒤돌아보니 엄현호와 곁에 있던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하는 장수연의 눈에 호기심이 들어차 있었다.
* * *
송우리조트 사장실.
비서실장 박성환이 급히 들어왔다.
“사장님, 황원기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정말이야? 황원기가 분명해?”
흠칫 놀란 엄수경이 재차 물었다.
황원기, 그는 송우문화재단 사무장을 하면서 엄상현 회장의 신임을 받았었다.
작년에 엄상현 회장의 부정행위 자료를 놓고 아버지 엄상철과 협상하다, 배신하고는 엄상현 회장에게 자료를 넘겼다.
엄수경은 그가 지금은 송우그룹과 인연을 끊고 살아가지만, 엄상현 회장의 다른 비리도 알고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의 입을 열어 증거만 확보할 수 있으면, 엄상현 회장으로부터의 자금 압박 위협을 제거할 수 있다.
“확실하다고 합니다.”
“황원기, 지금 어디에 있어?”
“부산에서 수산물 수입업을 하고 있답니다. 해외에 있던 아내와 아이도 돌아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합니다.”
“박 실장, 부산 세관장이 누구인지 알아봐.”
황원기의 입을 열게 할 무기가 필요했다.
수산물 수입업이면 세관 업무와 관련 있으니, 어쩌면 그의 입을 열게 할 수 있으리라.
* * *
저녁 식사를 끝낸 성북동 식구들은 각자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똑똑.
엄현식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
“들어와.”
문이 열리며 박경국 과장이 들어왔다.
아내 채연희와 함께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던 엄현식이 물었다.
“박 과장, 무슨 일이야?”
“사장님, 현태 도련님에 관해 얘기할 게 있습니다.”
“찾은 거야?”
얼마 전 엄현식은 동생 엄현태를 곤란하게 만들 것을 찾아보라고 했었다. 신진종합기계 인수계획을 방해한 앙갚음으로.
“예, 사장님.”
“뭔데?”
엄현식 맞은편에 앉은 박경국이 대답했다.
“엄현태 부사장님 주도로 송우건설이 인경시 용대산 택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경시장과는 얘기가 거의 끝난 상태라 조만간 용대산 택지 개발이 발표될 거라 합니다.”
“이미 얘기가 끝났는데, 우리가 뭘 할 수 있어?”
박경국이 채연희를 잠시 쳐다본 후 얘기했다.
“사모님의 대학교수 중 환경단체와 가까운 분이 계실 겁니다. 그 환경단체를 이용해 택지 개발 계획을 막는 게 어떻겠습니까?”
“환경단체가 시끄럽게 만들 수는 있겠지. 그런데 그런 단체가 무슨 힘이 있어 택지 개발을 막겠어?”
엄현식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적으로 얘기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채연희가 입을 열었다.
“택지 개발이라면……. 여보, 용대산만 필요한 게 아니죠?”
“그렇지. 덜렁 산만 있다고 택지로 개발할 수는 없지.”
“그러면 용대산 주변 땅을 사지 못 하면 택지 개발을 못 하는 거잖아요.”
“아……!”
엄현식이 뭔가 깨달은 듯했다.
용대산을 둘러싸는 주변 땅을 산 후 팔지 않는다면 택지 개발은 막히게 된다.
하지만.
“현태가 택지 개발을 아버지께 얘기했을 거야. 그런데 우리가 주변 땅을 사서 팔지 않으면 곤란해지는 건 나야.”
이에 채연희가 대꾸했다.
“우리와 관련 없는 곳이 사게 하면 되죠.”
“그곳이 어딘데?”
“박 과장이 얘기한 환경단체, 어때요? 생태계 보호라는 명분도 있잖아요. 주변 땅을 모두 살 필요 없어요. 택지 개발을 막을 수 있을 정도만 사면 돼요.”
“그렇더라도 돈이 꽤 들 텐데, 환경단체가 그만한 자금력이 있나?”
“자금을 만들어 주면 되죠?”
“……?”
“익명의 기부자를 만들어요. 우리가 드러날 일은 없을 거예요.”
채연희의 대답에 엄현식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박 과장 생각은 어때?”
“사모님 아이디어가 좋은 거 같습니다.”
이에 엄현식이 채연희에게 얘기했다.
“당신이 도와줘야겠어. 자금을 마련할 테니 택지 개발을 막을 환경단체 알아봐 줘.”
“알았어요.”
“이 일은 인경시가 택지 개발 발표할 때까지 조용히 움직여야 해.”
의아한 표정의 채연희가 물었다.
“인경시가 발표하게 내버려 둔다는 거예요?”
“그래. 다 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아버지가 아셔야 해. 그러다 실패하면, 아버지의 실망도 커지고 현태의 고통도 커질 테니까.”
“어머, 당신. 호호.”
남편의 작전이 마음이 들었는지 채연희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러다 곧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여보, 우리가 현태 도련님 신경 쓰느라 현호 도련님에게 너무 무신경한 거 아니에요?”
“응?”
“현호 도련님이 능력에 비해 많은 기업체를 맡고 있잖아요.”
“그렇기는 한데…… 글로리 엔터테인먼트와 송우미디어는 아버지가 승인하고 계획해서 인수한 거라, 괜히 얘기했다가 아버지께 오해받을 수 있어.”
그들은 사실과는 다르게 알고 있었다.
두 기업 모두 엄상현 회장이 계획하고 인수한 것으로.
“문화재단은 원래 아버님이 하시던 거잖아요.”
채연희가 얘기하자 엄현식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할아버지가 유언으로 현호에게 남겨 준 것을 그녀가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문화재단이 글로리 엔터테인먼트와 송우미디어에 지분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은 현호 도련님이 재단 이사장이라 마음껏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브레이크카 고장 난 자동차는 위험한 법이죠.”
채연희가 말을 마치자 박경국이 끼어들었다.
“저의 생각도 사모님의 생각과 같습니다. 현호 도련님이 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내려놓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이에 엄현식이 채연희를 보며 물었다.
“방법은 있어?”
“시작은 내가 할 테니 당신은 옆에서 바람만 잡아 주면 돼요.”
채연희의 시작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위해 본관 식당에 가족이 모두 모였다.
평소와 다름없이 가족들이 식사하는데, 채연희가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시어머니 최유경에게 얘기했다.
“어머님, 요즘 현호 도련님이 많이 힘드신가 봐요? 얼굴이 많이 야위었어요. 제가 보약을 준비할게요.”
야위었다는 말에 놀란 최유경이 현호를 쳐다봤다.
그에 현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얘기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형수님, 말씀은 고맙지만…….”
엄현식이 얼른 끼어들었다.
“내가 보기에도 너 얼굴이 많이 상했어. 안 하던 일을 트리플로 하려니까 몸이 못 견디는 거지. 내가 얘기했잖아, 힘든 거 있으면 언제든지 형한테 도와 달라고 하라고.”
현호는 그의 의도가 보여 속으로 웃었다.
하지만 아버지 앞이라 티를 낼 수는 없었다.
“하는 일 재밌어. 도움 필요하면 얘기할게.”
현호가 대답하자 채연희가 다시 얘기했다.
“요즘 계속 새벽까지 일하시죠? 강인이 때문에 새벽에 깨서 보면 도련님 방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더라고요. 도련님, 무리하시면 안 돼요.”
“건강 생각해서 일을 좀 줄여. 문화재단 일은 대리인을 두어도 되잖아.”
엄현식이 덧붙이자 기회를 보던 엄현태도 끼어들었다.
“그러지 말고, 문화재단 일은 아버지가 잠시 맡아 주시면 되겠네. 현호 귀국 이전부터 아버지께서 하셨으니 따로 인수인계도 필요 없을 테고.”
채연희가 시작하고 두 형제가 현호의 건강으로 바람을 잡으니, 최유경도 걱정이 되어 입을 열었다.
“현호야, 내 생각에도 일을 줄이는 게 나쁠 거 같지는 않구나.”
현호는 그녀가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는 것을 알기에 싱긋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형과 누나는 자신이 송우문화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기를 바란다는 걸 알고 있다.
자신의 건강 때문에? 아니다.
송우문화재단이 현호가 경영하는 두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성장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것.
하지만 현호에게 직접적으로 물러나라는 얘기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할아버지의 유언 때문이다.
“아버지 생각은 어떠세요? 현호 대신 아버지가 잠시…….”
장남 엄현식의 말을 현호가 자르며 얘기했다.
“임시로 맡는 건 안 돼. 아버지가 이사장이 되셔야지.”
현호의 입에서 이사장 교체에 관한 말이 나오자 모두 놀란 듯 보였다.
현호는 이런 날이 오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자신의 예상보다 조금 빨랐을 뿐.
현호는 이 상황에서 이사장직을 지키려고 애쓰면 아버지에게 괜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아직은 아버지에게 맞설 때가 아니다.
“재단으로 처음 출근하기 전에 아버지께 약속했어. 내가 재단을 맡을 수 없을 땐 아버지가 이사장이 되어서 맡아 달라고.”
현호는 엄상현 회장을 보며 물었다.
“아버지, 재단 이사장이 되어 주세요.”
“음…… 글쎄다. 할아버님의 유언이셨는데 거스르는 건 자식 된 도리는 아니구나.”
그가 이렇게 얘기할 줄 알았다.
이사장직을 덥석 받으면 그가 할아버지의 유언을 무시하는 아들이 될 테니.
그가 이렇게 얘기하니,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먼저 얘기하는 사람은 유언을 거스르라고 부채질하는 손자가 될 테니.
하지만 현호는 안다.
아버지, 엄상현 회장은 누군가 ‘유언의 줄’을 끊어 주기 바란다는 것을.
“할아버지께서는 남의 도움 받지 말고, 제가 좋아하는 일하며 살라고 이사장 자리를 주셨어요. 그런데 지금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
“할아버지의 바람은 이루어졌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 열심히 할게요. 아버지가 맡아 주시면 저도 일하는 데 여유가 생길 거예요.”
현호는 엄상현 회장의 입가에 미세하게 번지는 미소를 보았다.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이 그렇다면…… 그리하마.”
아버지의 승낙이 떨어지자 현호는 형과 누나의 표정을 빠르게 살폈다. 그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를 보며 현호는 다음 말을 이었다.
“사무장에게 얘기해서 이사장 교체에 관한 절차를 진행하라고 할게요. 마무리될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테니, 기다려 주세요.”
그 시간은 현호에게 필요했다.
송우문화재단이 현호의 경영권을 흔들 수 없게 만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