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57
57화 약점 vs 약점
송우미디어 사장실.
성북동 본관 식당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 들은 최명준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문화재단은 글로리 엔터테인먼트와 송우미디어에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이사장이 되시면…….”
“아버지는 두 기업체 모두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두려고 하겠죠.”
“그렇게 되면 사장님의 경영에 간섭하실 겁니다.”
당연하다.
그것뿐만 아니라 현호가 생각하는 미디어 그룹의 계획도 엄상현 회장의 것으로 바꾸려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글로리 엔터테인먼트는 엄상현 회장의 뜻대로 되기 힘들다.
“글로리 엔터테인먼트는 걱정 없어요. 서호창 팀장의 지분을 M&H 인베스트먼트가 확보할 테니까.”
현재까지는 송우문화재단이 글로리 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이다. 하지만 글로리 엔터테인먼트의 전 대표였던 서호창의 지분이 M&H 인베스트먼트에게 넘어가면 최대주주는 바뀐다.
회사를 인수할 때 그의 지분을 넘겨주기로 약속이 된 터였다.
“문제는 송우미디어에요.”
그렇다.
현재 송우미디어의 최대주주는 현호다.
하지만.
“아버지가 이사장이 되면 내 지분과 같아져요.”
엄상현 회장과 문화재단이 소유한 지분을 합하면 현호의 지분과 같아진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확보하려 할 것이다.
“송우그룹 회장의 영향력이라면, 추가 지분 확보도 나보다 더 유리할 테고.”
그러니 아버지가 문화재단 이사장이 되기 전에 현호는 지금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사장님, 송우리조트 엄수경 사장님을 만나 거래를 제안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누나에게서 주식을 사라고요?”
현호의 작전에 말려서 송우미디어 이사가 되는 것에 실패한 엄수경이었다.
비록 그녀는 송우미디어의 대표이사가 될 수 없었지만, 엄상철에게서 양도받은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네, 사장님. 회장님 모르게 주식을 확보하려면 장외에서 거래해야 합니다. 기관투자자들을 접촉하면 회장님도 알게 될 겁니다.”
최명준이 말한 방법이 가장 최상의 방법이었다. 그녀의 주식을 확보한다면 송우미디어의 최대주주는 현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에는 문제점이 있었다.
엄수경이 이 상황을 그녀에게 유리하도록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최 실장이 엄수경 사장이라면, 누구와 거래를 하겠어요? 자금 압박 위협을 없앨 수 있는 회장님, 아니면 대표이사 자리를 차지한 나?”
“아…….”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최명준이 짧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현호는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한 채 생각에 잠기는데, 최 실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예, 어디로요? 알았습니다.”
통화를 끊은 최명준.
“사장님, 송우리조트 엄수경 사장님이 갑작스레 지방 출장을 갔다고 합니다.”
여상길이 그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로 현호는 리조트 상황을 체크하고 있었다.
“지방 출장요? 어디로 갔는지는 압니까?”
“거기까지는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현호는 차분히 생각에 잠겼다.
‘갑작스럽지만 직접 가야만 하는 지방 출장이라면…….’
그만큼 그녀에게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사장님, 혹시 부산일까요?”
최명준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근심이 깃든 얼굴로 물었다.
“글쎄요…… 만약 목적지가 부산이라면…… 아!”
순간 현호의 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었다.
“최 실장, 감사팀에서 엄상철 회장에 대해 감사했던 자료 가지고 있죠?”
“예, 사장님.”
“그 자료를 가져다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다급해 보이는 현호의 지시에 최명준이 서둘러 사장실 밖으로 향했다.
‘어쩌면…….’
현호의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송우미디어 추가 지분을 확보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 * *
네 개의 책상이 한 공간에 있는 크지 않은 사무실.
황원기는 ‘영도제일수산’이라는 상호가 쓰인 유니폼을 입고 문서를 체크하더니, 직원에게 물었다.
“이 과장, 뉴질랜드에서 오는 물건은 어떻게 됐어요?”
“박 대리가 시청 가서 일 보고, 거기 가서 찾아올 겁미더.”
“통관에는 문제없겠죠?”
“말도 마이소. 요새 금마들이 깐깐하게 굴어가 어제 술 좀 먹였다 아입니까.”
“고생 많았습니다. 이번 일 잘 마무리되면 회식 한번 합시다.”
“아, 회식 좋지예.”
기분 좋은 이 과장이 맞장구를 치는데, 사무실 문이 열리며 방문객이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갑작스러운 방문객에 이 과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맞았다.
“어데서 오셨습니까?”
“황원기 사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사장님 찾는 손님 오셨는데예.”
이 과장이 황원기에게 알리기 위해 몸을 틀자, 황원기가 방문객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얼굴이 굳어지는 황원기.
방문객은 엄수경이었다.
* * *
영도제일수산 사무실에는 두 사람만 있었다.
황원기와 엄수경.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있는 엄수경.
그 앞 테이블에 유자차가 놓였다.
“드릴 게 이것밖에 없네요.”
“잘 마실게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녀는 잔에 손을 대지 않았다.
맞은편에 앉은 황원기는 그녀의 눈길을 피하며 말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수산물 수입을 하신다고요?”
“예.”
“어려움이 많겠네요. 세관 공무원들에게 밉보이면 통관도 오래 걸릴 테고.”
“뭐, 그럭저럭하고 있습니다.”
“이거, 받으세요.”
엄수경이 테이블 위로 봉투를 올려놓았다.
그걸 본 황원기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게 뭡니까?”
“비상금으로 요긴하게 쓰시라고 준비했어요. 뒤로 들어가는 돈이 수월찮을 텐데, 예전처럼 실패하는 일이 있으면 안 되잖아요.”
황원기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자신의 앞날을 걱정해서 준비한 돈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녀는 거래를 원하는 것이다. 돈값에 맞는 거래를.
황원기가 낮게 가라앉은 소리로 물었다.
“저한테서 뭘 원하시는 겁니까?”
“엄상현 회장님이 믿으셨던 분이잖아요. 오랜 세월 뒤치다꺼리했을 테니, 약점이 될 만한 거 알려 주세요.”
엄수경에게 가장 위협적인 사람은 엄상현이다.
자금 압박으로 리조트의 경영이 한때 굉장히 힘들었었다.
다행히 여상길로 인해 자금 압박이 멈추기는 했지만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
엄상현의 약점을 알고 있다면 그를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으리라.
“사장님, 아시겠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가 없습니다.”
“자료는 없어도 알고 있는 건 있잖아요.”
“그런 거 없습니다, 사장님. 정말입니다.”
호소하듯 황원기가 대답했지만 엄수경의 눈빛은 냉랭했다.
“제 아버지께서 부산세관장의 부친과 아는 사이세요. 여기 오기 전 세관장님께 연락드렸어요. 일 보고 가는 길에 들러 인사드리겠다고.”
“……?”
왜 이런 이야기를 자신에게 하는지 황원기는 순간 당황했다. 그 이유를 다음 그녀의 말에서 알아차렸다.
“황 사장님이 어떻게 하시는지에 따라 세관장과 나눌 얘기가 달라질 거예요.”
“……!”
엄상현 회장의 비리를 알려 주지 않으면 수산물 통관에 어려움을 겪게 되어 사업이 힘들어질 거라는 협박이었다.
“하아…….”
황원기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애초에 자신이 차명재산 자료로 거래를 하려 했던 것이 지금의 상황까지 만들었다.
그래서 더욱 죄책감이 들어 그녀의 요구를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한다.
어떤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생계가 위험에 처하게 되리라.
황원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고개를 들어 나지막이 얘기를 시작했다.
“회장님께서 미술품을 구매하셨습니다.”
황원기의 입이 열리자 엄수경의 눈이 반짝이고 냉랭했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법인이나 회장님 개인 소장을 목적으로 구매하신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줄 뇌물로 구매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그 구매 자금이 회장님 개인 돈이 아니라 위장 계열사 임원의 급여로 만든 비자금이었습니다.”
엄수경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위장 계열사는 지금 없어졌는데, 엄수경 사장님도 아실 겁니다.”
“……?”
엄수경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아는 위장 계열사라고?
“그 회사는, 미래광고기획사입니다.”
“……!”
화색이 돌던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황원기가 말한 회사를 안다.
그곳은 아버지 엄상철 회장이 만든 위장 계열사였다.
엄수경이 그를 쏘아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무슨 얘기하는 겁니까?”
“다시는 저를 찾아오지 마세요. 엄상철 회장님이 다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그 일을 알죠? 아버지는 당신에게 미술품 구매를 의뢰한 적이 없는데.”
“송우미디어와 송우그룹 사람들과 엮이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살 수 없다면,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
“그러니 다시는 날 찾아오지 마세요. 그리고 비상금은 도로 가져가세요.”
“…….”
엄수경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를 협박해 엄상현 회장의 약점을 알아내려고 했는데, 역으로 그에게서 경고를 받았다.
“직원들이 돌아올 시간입니다. 그만 가 주세요.”
“…….”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는 엄수경, 쏘아보던 눈길을 거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후우.”
그녀가 사라지자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뱉은 황원기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엄현호 사장님, 황원깁니다.”
* * *
송우미디어 사장실.
“황 사장님, 일은 어떻게 되셨습니까?”
현호는 황원기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엄수경 사장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알려 주신 대로 이야기를 했더니, 돌아가셨습니다.]
“다행이네요. 제때 알려 드리게 되어서.”
황원기가 엄수경에게 얘기한 엄상철 회장의 비리는 현호가 알려 준 것이다.
그것은 엄상철 회장에 대한 비리 감사 자료에 있는 것 중 하나였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세 진 거를 또 어떻게 갚을지…….]
“그런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산에 오시게 되면 연락 주세요. 서울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맛있는 해산물 요리를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황 사장님의 추천 요리를 먹어보고 싶네요.”
황원기와의 통화가 끝나자 곁에 있던 최명준 비서실장이 물었다.
“황원기 씨에게 누가 알려 줬는지, 엄수경 사장님이 알게 될 겁니다.”
“그렇겠죠.”
“황원기 씨에게 알려 준 이유가 있으시죠?”
“덫을 놓은 거죠. 과연 밟을지는 모르지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엄수경 사장은 엄상현 회장님에게서 벗어나는 것에만 신경 썼어요. 하지만 이번 일로 알게 될 겁니다. 내게도 발목 잡힐 수 있다는 것을요.”
“그리되면 엄수경 사장님이 어떻게 나올까요?”
“글쎄요, 기다려 보면 알겠죠.”
말은 이렇게 했지만, 현호는 안다.
그녀는 포기한 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사람이 아니다.
자금 압박 문제도 해결하고, 엄상철 회장의 족쇄도 풀고 싶어 한다.
현호의 생각대로 그녀가 움직인다면,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생길 것이다.
그 불리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면, 현호에게도 기회가 생긴다.
송우미디어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