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59
59화 택지 개발 각축전
송우미디어 사장실.
응접 소파에는 세 사람이 둘러앉아 얘기 중이다.
엄현호, 최명준, 그리고 부동산 전문가.
“마땅한 택지가 없다고요?”
“그렇습니다. 여기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용대산이 아니면 택지로 개발할 마땅한 곳이 없습니다.”
그가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는 인경시 지도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현호는 그 지도를 찬찬히 살펴보다, 한 구역을 짚으며 물었다.
“여기는 개발이 안 된 거 같은데요?”
“그곳은 상업지구입니다.”
“상업지구요?”
“원래는 대형 쇼핑몰이 들어설 뻔했죠. 그런데 외환위기로 인해 쇼핑몰을 추진했던 건설사가 부도가 나면서 계획이 무산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이 땅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없었습니까?”
“외환위기 이후로 건설사들도 몸을 사린다고 할까요. 무조건 상업시설 짓고 보자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분양이 안 되면 큰 손해를 떠안아야 하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부동산 전문가가 떠난 후에도 현호는 지도를 보고 있었다.
‘용대산을 택지로 개발하면…….’
생태계 파괴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자연을 즐길 만한 다른 산이 인경시에는 없었다.
앞으로 환경단체의 반대 움직임은 더욱 커지리라.
하지만 이미 인경시가 최종 승인했다. 그들이 반대하더라도 택지 개발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
‘택지 개발을 실패하게 할 큰형의 계획은 뭘까?’
승인이 났으니, 송우건설사는 계획대로 일을 시작하리라.
먼저 용대산과 주변 땅을…… 아!
현호의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땅을 매입하지 못하면 택지 개발이 이뤄질 수 없다.
‘큰형이 땅을 매입했을까?’
아니다.
그의 방해를 아버지가 알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큰형이 직접 매입하지는 않았으리라.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이용해 매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최 실장.”
“예, 사장님.”
“용대산과 주변 토지 소유자가 누구인지 알아보세요.”
“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최명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장실 밖으로 나갔다.
현호는 계속 지도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큰형이 이미 작업해 놓았다면…….’
엄현태의 용대산 택지 개발은 실패하리라.
그런데, 부동산 전문가가 얘기해 준 상업지구가 현호의 눈에 들어왔다.
몇 년째 방치되어 있는 땅.
‘이곳이 택지로 개발되면…….’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현호는 나해철 M&H 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해철입니다,]
“나 대표님, 매입했으면 하는 땅이 있습니다.”
[거기가 어딥니까?]
“인경시에 있는 땅입니다. 자세한 주소는 문자로 보낼 테니 서둘러 매입해 주세요.”
현호는 작은형 엄현태가 계획한 용대산 택지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으리라고 확신했다.
그 확신이 사실로 드러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
며칠 후.
송우건설 부사장실.
엄현태는 인경시 지역 신문 사설을 보고 있었다.
[용대산이 사라지면 인경시 시민의 삶도 사라진다!]
엄현태는 사설을 읽다 인상을 찌푸리며 신문을 책상 아래 쓰레기통으로 던졌다.
인경시에서 택지 개발을 발표한 이후 환경단체의 반대 움직임뿐만 아니라 지역 신문에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었다.
광고를 주며 지역 언론의 목소리를 잠재우려고 했으나 외부 논설인의 펜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그로 인해 짜증이 솟구치던 그때.
디리리리.
엄현태의 휴대폰이 울렸다. 인경시장의 전화였다.
“안녕하십니까, 시장님.”
엄현태는 애써 목소리를 밝게 내었다.
[엄 사장님, 일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모든 게 순조롭게 잘되고 있습니다.”
[순조롭다고요?]
불편한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매일 환경단체 사람들이 시청 앞에서 시위합니다. 지역 여론도 점점 나빠지고 있어요.]
“시장님의 고충을 제가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잠시 시끄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택지 개발이 완료되면 인경시 시민들도 시장님의 마음을 알게 될 겁니다. 누구보다 인경시 시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시려고 애쓰신다는 것을요.”
[…….]
“그리고 재선을 위해 이 사업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희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토지 매입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그것도 서두르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기다려 보겠지만, 서둘러 주세요.]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엄현태는 인상을 썼다.
반대 움직임이 더 커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공사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서 토지 매입을 서두르라고 지시했는데, 며칠째 왜 보고가 없는 것인지.
엄현태가 택지 개발팀장에게 전화하려던 찰나.
“부사장님!”
문이 벌컥 열리며 이지홍 비서가 다급히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부사장님, 택지 개발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분의 일에 해당하는 용대산 주변 토지가 택지 개발을 반대하는 환경단체 소유라고 합니다.”
“뭐어?”
소스라치게 놀란 엄현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떻게 된 거야?”
“저희보다 먼저 주변 토지를 매입한 거 같습니다.”
엄현태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어. 인경시가 발표하기 전까지 비밀리에 진행했어. 택지 개발 정보를 몰랐을 텐데 어떻게 미리 주변 토지를 매입해?”
“시청 관계자로부터 미리 정보를 입수했었던 게 아닐까요?”
“그랬다고 하더라도 어려워. 회비와 보조금 받아 운영하는 환경단체가 무슨 돈으로 우리보다 먼저 토지를…… 아!”
순간, 엄현태의 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었다.
그는 서둘러 아내 배희진에게 전화했다.
[웬일이에요? 낮에 내게 전화를 다 하고.]
“용대산 주변 토지를 환경단체가 매입했어.”
[뭐라고요?]
그녀의 목소리가 까칠하게 올라갔다.
그도 그럴 것이 용대산 주변 토지를 매입하지 않고서는 택지 개발을 할 수 없다.
더구나, 엄상현 회장이 지켜보겠다며 관심을 보였는데, 유휴지 개발 때처럼 어이없게 엎어져서는 안 된다.
[그게 사실이면 어떻게 할 거예요?]
“그래서 당신 도움이 필요해. 어떻게 환경단체가 주변 토지 살 자금을 확보했는지 취재를 해 줬으면 해.”
취재라는 명분으로 기자를 이용해 정보를 빨리 알아봐 달라는 의미였다.
[알겠어요. 어렵지 않을 거예요.]
그녀와의 통화를 끊은 엄현태는 생각했다.
환경단체 뒤에 반드시 다른 세력이 있을 거라고.
그렇지 않고서는 마치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토지부터 사지는 못했을 것이다.
* * *
성북동 거실.
저녁 식사 후 엄상현 회장 가족들이 다과를 하고 있었다.
현호는 과일을 먹으며 엄현태의 기색을 살폈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였고, 여유 있어 보이는 그의 모습만으로는 택지 개발 계획이 틀어졌다고 느낄 수 없었다.
‘무척 불안할 텐데.’
택지 개발을 반대하는 환경단체가 용대산 주변 토지를 매입했다는 것을 현호는 알고 있다.
그 사실이 아직 외부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의 계획은 이미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택지 개발을 포기할 수가 없다.
만약 그가 포기한다면, 유휴지 개발 실패 때와 같은 승계에서 멀어지는 아픔을 겪게 될 것이다.
그가 승계에서 멀어지면 현호에게도 나쁠 게 없다.
‘하지만 지금 내게 현태 형이 필요해.’
현호는 송우문화재단 이사장에서 곧 물러나야 한다.
자칫하면 아버지가 송우미디어를 장악할 수 있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엄수경이 소유한 송우미디어의 주식이 필요하다. 그걸 위해 더 많은 여유자금이 있어야 한다.
‘현태 형의 위기를 이용해야 해.’
현호는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엄현태에게 물었다.
“현태 형, 용대산 택지 개발은 잘 되어 가지? 여론이 안 좋아지는 것 같던데.”
그의 물음에 모두의 시선이 엄현태에게로 몰리자, 그가 짐짓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면 대답했다.
“당연히 잘되고 있지. 여론은 신경 쓸 거 없어. 개발한다고 하면 늘 반대하는 사람들이 소란을 일으키니까. 곧 잠잠해져.”
현호는 빠르게 엄현식과 엄현주의 기색을 살폈다.
비웃기라도 하듯 그들의 한쪽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 있었다.
디리리리.
그때 배희진의 휴대폰이 울렸고 그녀가 즉시 전화를 받았다.
“예, 학과장님. 예,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녀가 통화를 끊으며 엄상현 회장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아버님. 학과장님 전화여서.”
“괜찮다. 일이 있으면 저녁에라도 통화는 해야지. 나는 그만 일어나야겠다.”
엄상현 회장과 최유경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하자 다른 가족들도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 * *
“그 전화, 부탁한 기자에게서 온 거예요.”
방으로 돌아온 배희진이 엄현태에게 얘기했다.
“토지 매입 자금 알아낸 게 있어?”
“익명의 독지가로부터 기부받은 자금이래요.
“뭐?”
엄현태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되면 누가 배후인지 알기가 어려워진다. 그런데, 배희진의 다음 말에 그 실마리가 풀렸다.
“그 환경단체 고문에 명운대학교 교수가 있는데, 그 교수가 용대산 택지 개발 반대 활동을 이끌고 있대요.”
“그러면 그렇지.”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는 배후에 큰형 엄현식과 그의 아내 채연희가 있음을 알았다.
“방법이 있어요?”
배희진의 물음에 엄현태는 인상을 찌푸렸다.
배후는 알았지만, 해결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는 용대산 주변 토지를 팔지 않을 것이고, 그리되면 공사를 할 수가 없다.
그때였다.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배희진이 방문을 열었다.
“어머, 현호 도련님.”
“형님과 할 얘기가 있는데, 괜찮으세요?”
“아, 네. 들어오세요.”
현호가 들어오자 엄현태가 물었다.
“무슨 일인데?”
“우리 둘이 얘기할 수 있을까?”
“중요한 얘기야? 내가 좀 피곤해서.”
“그게 아니면 왜 이 밤에 찾아왔겠어.”
엄현태는 다른 사람의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피곤하다는 핑계로 대화를 피하고 싶었지만, 현호의 대답에 시간을 낼 수밖에 없었다.
“내 서재로 가자.”
두 사람은 옆방으로 이동했다.
* * *
“무슨 일인데?”
“용대산 택지 개발 취소하는 게 어때?”
“뭐어?”
현호를 쏘아보는 엄현태의 눈에 날이 섰다.
“환경단체가 용대산 주변 토지를 매입한 거 알고 있어.”
“…….”
순간 충격을 받았는지 엄현태의 얼굴이 굳어지며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려는 듯 현태가 고개를 젓더니 나지막한 소리로 물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어?”
“나만 알고 있는 거 같아?”
“……!”
“조금 전 거실에서 택지 개발 잘되어 가냐고 묻고는 큰형과 누나 얼굴 살폈어. 웃고 있더라.”
“씨발…….”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하며 자신이 실패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는?”
“별 얘기 없으시니 아직 모르시는 거겠지. 하지만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야.”
“…….”
“이 사실을 중앙일간지에서 보도하기라도 하면 송우건설은 전국적인 웃음거리가 될 거야.”
“그래서 포기하라고? 내가 유럽으로 쫓겨나는 거 보고 싶은 거야?”
“취소하라고 했지, 포기하라고는 하지 않았어.”
“그 말이 그런 뜻이잖아.”
“형, 하나를 내주고 두 개 얻을 생각을 왜 못해?”
“뭐?”
예상치 못한 현호의 대꾸에 날 선 엄현태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송우건설 이미지 향상을 위해서 용대산 택지 개발은 포기하고 그곳을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공원을 만들겠다고 하는 거지.”
“공원 만드는 건 돈 안 드냐? 그 돈 들여서 우리가 왜 손해나는 일을 해야 해?”
“인경시 시민을 위해 양보한 기업에게 다른 택지 개발할 걸 달라고 해야지. 기업 이미지도 높이고, 일도 얻고.”
“……!”
뭔가 생각난 게 있는 듯한 엄현태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강 팀장, 인경시에 용대산 말고 택지로 개발할 곳이 있나? 없어? 그래. 뭐, 상업지구가 있다고? 그래서? 음. 알았어.”
통화를 끊은 엄현태는 다시 누군가에게 전화했다.
“이 비서, 인경시장에게 연락해서 내일 만날 스케줄 잡아. 급해.”
“나는 그만 가 볼게.”
통화하느라 현태는 손짓으로 잘 가라는 사인을 했다.
그의 방에서 나와 복도를 걷는 현호, 나해철 대표에게 전화했다.
“나 대표님, 제가 얘기한 인경시 땅, 확보했죠?”
[네, 했습니다.]
“조만간 그 땅을 매입하려는 사람이 나타날 겁니다. 쉽게 내주지 말고 내가 얘기한 가격까지 올리세요.”
통화를 끝낸 현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